213화
단가행(短歌行)
지나쳤던 배가 강물을 거칠게 가르며 바짝 쫓아왔다.
정광은 그 배의 선수(船首)에 탄 중년인을 보며 혀를 찼다.
‘보내줄 때 그냥 가지.’
귀찮아서 그냥 보냈는데, 더 귀찮게 하니 손을 쓸 수밖에.
무혈단이 배의 흔들림에 조금이나마 익숙해졌겠다, 수적들이 슬슬 몰려올 때가 됐으니 선상(船上) 싸움을 경험시키긴 해야 했다.
“다들 준비되셨죠?”
정광이 돌아보며 묻자 단원들이 답했다.
“네! 단주!”
배 위에서의 첫 싸움이었으나 적절한 긴장감만 있을 뿐, 두려움 따위는 없는 얼굴들이었다.
‘그래, 그 정도는 돼야지.’
정광은 흡족한 얼굴로 지시를 내렸다.
“좋아요. 한번 해보죠. 일단 한 분만요.”
점점 가까워지는 배를 노려보며 도약할 준비를 하던 단원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한 명만이라고? 왜?’
‘그 한 명은 또 누구야?’
당사자는 알고 있었다.
대진이 눈에서 혈광을 뿌리며 한 걸음 나섰다.
“고맙네, 단주.”
“뭘요. 이제부터 명성을 떨쳐보세요.”
“이따 보세.”
대진은 망설임 없이 갑판을 박찼다.
그의 신형이 건너편 배를 향해 가볍게 날아갔다.
마치 구름으로 이루어진 사다리를 밟고 가는 듯한 신묘한 신법이었다.
무혈단원들이 감탄했다.
“무당의 제운종(梯雲縱)이다!”
“과연! 명불허전이군!”
정광 또한 외쳤다.
“무당혈선(武當血仙)께서 나가십니다! 악의 무리는 무릎을 꿇으세요!”
일향주는 무릎을 꿇진 않았지만 가슴이 철렁했다.
무당혈선이라는 유치한 별호는 들어본 적 없으나 무당으로 시작하니 무당의 도사일 터.
‘빌어먹을. 하필이면 무당이냐!’
무당의 상황이 안 좋아졌다는 소문은 들었으나, 무당 도사 치고 고수 아닌 자가 있겠는가.
허나 그를 향해 날아오고 있는 자는 전혀 도사답지 않았다.
‘눈에 어린 혈광은 뭐야? 마인?’
그래도 별호가 부끄럽긴 한지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다 필요 없고. 죽어!’
일향주는 내공을 끌어올리며 허리에 차고 있던 낭아도(狼牙刀)를 발도(拔刀)했다.
쉬이익-
도갑에서 빠져나온 낭아도가 공간과 함께 대진을 양단해 갔다.
허공에 몸을 띄운 대진으로서는 피하기 어려운 상황.
일향주의 눈에 의기양양한 빛이 떠올랐다.
대진의 눈에 어린 혈광도 짙어졌다.
동시에 그의 송문검(松紋劍)이 세상으로 나와, 무당다운 유(柔)가 아닌 강(强)으로 일향주의 낭아도와 부딪쳤다.
콰직!
“크흑!”
쿵. 쿵. 쿵.
일향주가 신음을 토하며 세 걸음 물러났다.
충돌한 반동으로 몸을 또 띄운 대진이 일향주의 머리로 떨어져 내리며 검을 내려쳤다.
‘아, 안 돼!’
일향주는 전신의 공력을 끌어올려 낭아도에 불어넣었다.
낭아도와 송문검이 격돌했다.
콰창!
“으악!”
낭아도가 양단되며 일향주가 나뒹굴었다.
갑판에 내려선 대진이 그의 숨통을 끊으려 하는 그때!
정광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당혈선님! 그분들은 사마련이 아니거든요! 손속에 사정을 둬주세요!”
“……!”
대진의 눈에 어린 혈광이 조금 옅어졌다.
‘그래. 진옥룡의 말이 맞다. 이들을 죽이면 안 돼.’
명성을 날리되 살성(殺星)이 되어선 안 된다.
복수를 위한 살생은 문제가 없으나 살심을 풀기 위한 살생은 안 되는 것이다.
정광은 그저 부려먹을 일꾼들이 필요해 말한 것이었으나 대진은 그렇게 이해했다.
‘그래야 본문에 인재를 모을 수 있어. 시작부터 실수할 뻔했군.’
대진은 살심을 억누르며 정광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그사이, 나동그라졌던 일향주가 잽싸게 일어나 물러나며 수하들에게 외쳤다.
“뭐 하냐! 쏴!”
제법 규율이 잡혔는지, 미리 활시위에 화살을 메기고 있던 수하들이 일제히 손을 놨다.
수십 개의 화살이 대진을 노리고 날아갔다.
대진은 물살에 따라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배의 움직임에 순응하며 손을 움직였다.
그의 검이 일그러진 태극(太極)을 그렸다.
태극에 휩싸인 화살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젠장! 빨리 쏴! 쏘라고!”
일향주가 욕설을 뱉으며 수하들을 독려했으나.
수하들이 화살을 메기기도 전에 일향주의 눈에 대진이 확대됐다.
“망할!”
* * *
“이 배 이름은 뭐죠?”
정광이 배를 둘러보며 묻자 온몸에 멍이 든 일향주가 바짝 긴장한 얼굴로 답했다.
“만선(滿船)입니다, 진옥룡님!”
“만선요? 어부도 아니시면서…… 아. 물고기를 가득 싣는 게 아니라 죄 없는 분들을 등쳐서 빼앗은 재물로 가득 채우시겠다, 이런 의미인가?”
맞긴 한데.
그렇게 말했다간 목이 잘려 떨어질 것 같았다.
일향주는 자신보다 훨씬 엉망진창인 장쾌풍을 보며 몸을 떨었다.
‘이거, 대답 안 한다고 또 때리는 거 아니야?’
대진에게 맞고, 뒤이어 건너온 무혈단에게 맞았다.
아직 정광에겐 맞지 않았는데, 장쾌풍의 처참한 몰골을 보니 겁이 더럭 났다.
‘차라리 죽이면 죽였지 사람을 저 꼴로 만들어놓다니. 보나 마나 이놈 짓이겠지. 당장 무릎을 꿇고 잘못했다고 빌어야 해!’
일향주는 무릎이 부서져라 꿇으며 빌었다.
“잘못했습니다! 앞으로는 안 그러겠습니다!”
하지만 정광의 마음은 그의 생각보다 넓었다.
“저한테 사과하실 게 아니죠. 피해를 끼친 분들에게 해야지.”
“아, 알겠습니다! 반드시 그러겠습니다!”
정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일향주의 결단을 환영했다.
“마음을 바꾸셔서 다행이네요. 그렇다면 불의하게 모은 재물도 다 털어내셔야겠죠?”
“……네?”
주먹이 날고 비명이 터지는 과정을 거쳐, 쾌풍에 이어 만선에 있던 재물들도 정광의 것이 되었다.
정광은 그것들을 이용해 수재민들을 도울 생각이었다.
‘이 정도 쏟아부으면 소문이 제대로 퍼지겠지.’
정광이 소문을 들려주고 싶은 그들의 귀에도 들어갈 것이다.
‘좋아. 계속 가볼까.’
수적들의 노고에 힘입어 빠르게 가고 있었으나 수재민들을 돕는 시간이 있었기에 절대적으로 봤을 땐 빠른 속도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적들의 체력도 떨어져 갔고 그만큼 느려지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언젠가 멈춰서게 될지도 모를 일.
마침 새로운 일꾼이 나타난 터.
정광은 탈탈 털린 뒤 넋이 나간 일향주에게 물었다.
“만선, 빠른가요?”
비록 일향주가 넋이 나갔으나 정광의 말에 즉시 대답해야 한다는 자각 정도는 있었다.
“무, 물론입니다.”
“쾌풍과 비교하면 어때요?”
일향주는 눈살을 찌푸리려다 간신히 참았다.
아니, 비교할 놈이 따로 있지.
장쾌풍 저따위 놈의 배와 비교를 해?
평소에도 마음에 안 드는 놈이었는 데다, 당주의 명을 받고 놈의 행방을 찾으러 왔다가 이 꼴이 됐다.
거기에 뱃사람으로서의 자존심이 더해졌다.
“물론입니다! 쾌풍 따위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빠르지요!”
실수였다.
“잘됐네요. 잘 부탁드려요.”
“……네?”
“저희가 좀 급해서요. 빨리 가야 하거든요.”
일향주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죽어라 배를 몰아야 하는 상황인 게 분명했다.
속에서 뭔가 울컥하며 솟구쳐 올랐다.
일향주는 입을 크게 벌려 그것을 내뱉었다.
“돛을 전부 올려라! 노를 저어! 전속 항진이다!”
“네! 향주!”
그의 장담대로 만선은 빨랐다.
본래의 쾌풍보다 빠른지는 모르겠으나 많이 지친 지금의 쾌풍보다는 확실히 빨랐다.
만선으로 갈아탄 정광은 만족한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무혈단원 절반이 탄 쾌풍이 힘겹게 쫓아오고 있었다.
‘역시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니까. 살짝 지쳤는데도 단원이 반으로 줄어드니까 잘 따라오네.’
장쾌풍과 수적들이 들었으면 뒷목을 잡을 생각이었다.
사람 몇 명 적어진 덕이 아니라 뒤처졌다간 어떤 일을 당할지 몰라 혼을 실어 배를 몰고 있는데 무슨!
정광은 만선과 쾌풍의 모든 사람에게 들릴 만큼 내공을 실어 말했다.
“저기에도 수해를 당한 촌락이 있네요. 잠시 들르죠.”
“네! 진옥룡!”
정광과 무혈단은 일향주의 재물과 인력을 풀어 수재민들을 도왔다.
수재민들로부터 칭송을 들으며 떠나고, 상황이 안 좋은 촌락이 보이면 또 들르고.
그런 일들이 반복되던 중 새로운 일꾼들이 또 합류했다.
일향주와 장쾌풍을 찾으러 온 이향주와 삼향주였다.
“와. 반가워라.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려요.”
“서, 설마 진옥룡!”
뭐 그런 쓸데없는 말을.
대진이 선봉에 서고 단원들이 그 뒤를 이었다.
손발과 병기를 이용한 잠깐의 대화 후, 그들은 모두 정광의 일꾼이 됐다.
배가 총 네 척으로 늘어난 만큼 인력도 재물도 많아졌다.
그만큼 수재민들은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정광은 팔자에도 없던 수적 선단(船團)의 우두머리가 되어 장강을 질타하며 선행을 베풀었다.
정광과 무혈단의 명성은 높아지고 연화채의 체면은 땅에 떨어졌다.
소문은 달리는 말보다 빠르다고 하는데 배보다도 당연히 빠를 수밖에.
모든 사태를 알아챈 연화채에서 짓밟힌 체면을 세우기 위해 칼을 뽑게 되었다.
* * *
장강을 질주하던 정광은 선수(船首)에 서서 왼편을 바라봤다.
꽤 큰 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저게 홍호(洪湖)인가?’
몇몇 무혈단원들이 감탄했으나 현생의 정광이 나고 자란 청해성에는 홍호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큰 청해호(青海湖)가 있었다.
‘왼편에 홍호가 있겠다, 조금만 더 가면 그게 나오겠네.’
정광은 정면을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
낭랑한 목소리가 흘러나와 네 척의 배에 있는 사람들의 귀에 똑똑히 박혔다.
“대주당가(對酒當歌), 인생기하(人生幾何).”
술을 대하고 노래한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비여조로(譬如朝露), 거일고다(去日苦多).”
아침이슬 같지만, 지난날의 고통이 너무 많구나.
“개당이강(慨當以慷), 우사난망(憂思難忘).”
분개하고 슬퍼해도, 근심을 잊기 어렵도다.
“하이해우(何以解憂), 유유두강(唯有杜康).”
근심을 어찌 풀까 하니, 오직 두강주뿐이로다.
정광이 입을 다물자 수적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학식이 없다시피 한 그들로서는 당최 무슨 말을 한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명문 제자이거나 명가 자손인 무혈단원들은 정광이 말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조조가 적벽대전(赤壁大戰)을 앞두고 지은 시, 단가행(短歌行)의 앞부분 아닌가.’
‘본래는 슬프면서도 비장한 시인데 이렇게 담담하게?’
‘아! 그러고 보니 왼편에 홍호가 있었지. 조금만 더 가면…….’
무혈단원들은 기대감을 품은 채 전방을 주시하다가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기대하던 적벽(赤壁)이 저 멀리 보이긴 했으나, 그보다 앞에 이십 척이 훌쩍 넘는 배들이 반원진(半圓陣)을 그린 채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척, 한 척의 크기가 보통이 아닌데.’
가장 작은 배가 쾌풍 정도의 크기였다.
‘설마?’
그들의 짐작이 맞았다.
반원의 중심에 있는 거대한 배의 선수(船首)에 연화채(蓮花寨)라고 쓰인 큰 깃발이 꽂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채주(寨主)가 직접 나온 것인가!’
‘길보다 흉이 많겠구나!’
원래는 그쪽에 있어야 할 네 향주와 수적들은 복잡한 표정이 되었다.
반면, 정광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다닥다닥 붙어있네.’
반원진의 중앙으로 끌어들인 뒤 일제히 화살을 날려 몰살시키려는 의도일 터.
‘딱 좋은데.’
정광은 적들과의 거리를 가늠하고 강물을 내려다보다가 명을 내렸다.
“잠깐 멈추죠. 모여서 할 말이 있어요.”
일향주가 깃발로 신호를 보내 네 척의 배를 멈추게 했다.
각 배의 향주와 무혈단원들이 건너오자 정광이 입을 열었다.
“피할 수 없는 거 아시죠? 싸워야 해요.”
정말이었다.
안력을 돋워서 보자 적들이 화시(火矢)를 꺼내 들고 화로에 불을 붙이는 모습이 보였다.
무혈단원들보다 네 명의 향주가 더 분노했다.
“불화살을 쏟아부을 심산이군!”
“우리까지 다 태워 죽이려고 하다니!”
“채주, 이 개새끼야! 내가 얼마나 충성을 바쳤는데!”
“진옥룡님. 도주하시지요! 이대로 가다간 전멸입니다!”
정광은 고개를 저은 뒤 강물을 한 번 더 내려다봤다.
“꽤 빨리 왔네. 자오. 잠깐 물에 들어가셔야겠는데요.”
눈치 빠른 자오는 정광의 말을 바로 알아들었다.
즉시 병기를 꺼내 들었다.
평소 쓰는 쌍단봉(雙短棒)이 아니었다.
양손에 비수를 한 자루씩 꼬나쥐고 입으로 또 하나를 물었다.
다녀오겠다고 장광설을 늘어놓으려던 자오가 멈칫했다.
정광이 손뼉을 치며 웃었다.
“와. 그러시니까 말씀을 못 하시네요. 좋은 방법인데요. 조심히 다녀오세요.”
“…….”
자오가 물속으로 사라졌다.
정광은 안력을 집중해 물속을 들여다보며 청력까지 키웠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정광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자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오가 물속에서 솟구쳤다.
배의 옆면을 몇 번 박차고 뛰어올라 갑판에 안착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멋들어졌다.
양손은 물론 입에 물고 있던 비수까지 품에 넣은 그가 입을 열었다.
“단주, 명을 완수했습니다. 또 시키실 일이 있다면 무엇이라도…….”
“수고하셨어요. 일단 조용히 해주실래요.”
정광은 자오를 치하한 뒤 주위를 둘러봤다.
무혈단원들은 놀란 얼굴로, 수적들은 분노한 얼굴로 강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몸에 딱 달라붙는 이상한 재질의 옷을 입은 시신들이 떠오르며 푸른 강물을 붉게 물들였다.
‘저자들은 뭐지?’
‘수귀대(水鬼隊)! 배에 구멍을 뚫으려 한 것인가!’
‘채주 이 새끼! 우리까지 수장시키려고 들어?’
정광은 여전히 담담한 얼굴로 백승무에게 부탁했다.
“사제. 그거 좀 가져와 줄래. 촌락 근처 시장에서 사달라고 했던 거.”
“네, 사형.”
백승무가 선실에서 술을 한 동이 들고 나왔다.
정광은 그것을 건네받으며 미소 지었다.
“그래. 적벽이라면 역시 두강주(杜康酒)지. 한 번쯤 해보고 싶었는데 결국 하게 되네.”
“……사형. 설마 이것 때문에 장강으로 오신 겁니까?”
“뭐 겸사겸사.”
정광은 술동이를 열어 향을 맡았다.
‘뭐야 이거. 별로잖아.’
두강주는 본래 하남성의 술로, 촌락 주변의 시장에서는 제대로 된 것을 구할 수 없었다.
‘그냥 분위기를 마신다 치자.’
정광은 수적에게 일러 단원들과 향주들에게 잔을 나눠주게 했다.
그리고 각 잔에 두강주를 가득 따랐다.
“사제.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어? 대사형, 안 드실 거예요?”
“……아니, 그게 아니라 궁금해서 그런다.”
“별뜻 없어요. 그저 적벽에 왔으니까 흥 좀 느껴보자는 거죠.”
술동이를 내려놓은 정광이 술잔을 높이 들며 말했다.
“조조가 읊은 단가행은 대주당가(對酒當歌)라고도 불리죠.”
무혈단원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눈치를 보던 향주들도 끄덕였다.
“조조는 적벽대전을 앞두고 두강주 타령을 하다가 패하고 말았지만, 우리는 이걸 마시고 적들이 조조 꼴이 되게 만들 거예요.”
정현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사제. 왠지 억지로 끼워 맞추는 느낌인데?”
“그러면 어때요. 기분만 내면 되지.”
“하긴.”
“자. 한 잔 쭉 들이켜고 싸워보죠. 당연히 우리가 이길 겁니다.”
정광이 호쾌하게 술을 마시자 단원들이 피식 웃으며 서로를 바라봤다.
보통 싸움을 앞두고 술을 마시면 안 된다고 하나, 무혈단원들 정도의 수준이면 술 한두 잔 정도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정광이 자신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고 아직은 낯선 선상 전투에 대한 긴장감을 적절한 수준으로 풀어주려고 하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잠깐. 정현의 말처럼 그냥 갖다 붙인 거 아니야?’
‘아무렴 어때. 기분 좀 내자.’
단원들은 기꺼이 술잔을 비웠다.
도사인 정우와 정현도 마셨다.
공우와 대진은 물로 술을 대신했으나 사기가 오르긴 마찬가지였다.
마지막으로 향주들까지 복잡한 얼굴로 술을 삼키자…….
정광이 전술을 설명했다.
“제가 먼저 돌진해서 적들을 혼란에 빠뜨릴 테니까, 적당한 때를 봐서 제일 가장자리에 있는 배부터 공격하시면 돼요. 참 쉽죠?”
“…….”
쉽긴 참 쉬운데.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