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화
광풍(狂風)
중원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강, 장강(長江).
그 발원지인 청해성 당고랍산맥(唐古拉山脈)에서 사조인 운후를 살리기 위해 산사태로 무너진 길을 뚫고 도적들을 처단해 가며 영약 재료를 찾은 정광이다.
당고랍산맥 근처의 곤륜산에서 환생해 이십 년 가깝게 살아온 그가 중원으로 나와 쾌풍(快風)에 몸을 싣고 장강을 질주하고 있었다.
휘이잉-
세찬 강바람이 불자 눈처럼 하얗고 우아한 도복이 펄럭이며 정광의 아름다운 외모가 더 빛을 발했다.
그렇게, 마치 그림처럼 갑판 위에 서 있던 그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왜 이렇게 느리지.”
“……!”
열심히 배를 몰던 수적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바닥에 고정된 의자에 구겨져 앉아 있던 장쾌풍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크게 외쳤다.
“뭣들 하느냐? 전속 전진!”
“네! 향주! 전속 전진!”
수적들은 복명복창한 뒤 분주하게 움직였다.
쾌풍이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정광의 도포가 더 어지러이 펄럭였다.
허나, 정광의 입은 아까처럼 조용히 움직였다.
“이게 전속 전진? 이 배, 쾌풍(快風) 맞아요? 미풍(微風)이 아니라?”
“……!”
장쾌풍과 수적들이 입을 떡 벌렸다.
‘……미풍?’
‘……이것도 느리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다른 배들을 계속 추월해 가며 질주하고 있는데 무슨!
뱃사람으로서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으나.
몸에 상처를 받기 전에 어떻게든 해봐야 했다.
정광의 독한 손속을 뼈저리게 경험했던 장쾌풍이 정중한 어조로 부탁했다.
“진옥룡님. 잠시 시끄럽더라도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후욱. 후욱. 끄아아아악!”
온몸이 시커멓게 멍든 장쾌풍이 격통을 참으며 몸을 일으켰다.
마침내 우뚝 선 그가 수하들에게 살기를 담아 외쳤다.
“이 굼벵이 같은 새끼들아! 똑바로 못해? 팔을 회 떠줄까, 사흘 동안 거꾸로 매달아줄까? 돛을 다 펼쳐! 노도 저으란 말이다!”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지레짐작하여 선을 긋기 마련이다.
허나 목숨이 위급할 땐 그 선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게 또 사람이었다.
“이야아아아!”
“가자! 가자아아아!”
수적들이 비명 같은 함성을 지르며 혼신의 힘을 다해 움직였다.
그러자 쾌풍이 조금씩 더 빨리 나아가기 시작했다.
얼마 안 가 탄력을 받은 쾌풍은 아주 미친 듯이 달리게 되었다.
“으음.”
정광이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우뚱하자 장쾌풍과 수적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뭐 이 정도면 나쁘진 않네요.”
“……우오오오오!”
마치 전쟁에서 승리한 무장들이 창을 치켜들며 함성을 지르듯, 수적들은 양팔을 번쩍 들며 고함을 질렀다.
“됐다! 됐어!”
“흑흑. 으흑흑.”
심지어 하도 기뻐 눈물을 흘리는 자도 있을 정도.
정광은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의아한 듯 물었다.
“선주님은 안 기쁘신가 봐요?”
너무 아파 팔을 치켜들 엄두도 못 내고 있던 장쾌풍이 이를 악물며 양팔에 힘을 줬다.
“기쁨에 벅차 잠시 정신을 놨습니다. 이제 나오려 하는군요. 후욱. 후욱. 끄아아아악!”
장쾌풍은 팔을 겨우 들 수 있었다.
무지막지한 통증 때문에 눈물을 글썽거리는 와중에도 정광의 눈치를 보는데…….
정광은 그를 신경 쓰지 않고 우전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곳도 피해가 큰가 보네요.”
장쾌풍의 눈이 정광의 시선을 따라갔다.
수해 때문에 엉망이 되어버린 촌락이 보였다.
“그렇게 보입니다. 이번 홍수가 보통이 아니었는지라…….”
“그렇군요. 가죠.”
“네! 알겠습니다! 얘들아! 그대로 전속 항진…….”
“아뇨. 저 촌락으로 가자고요.”
“……네? 어, 어떤 이유로 그러시는지?”
정광이 왜 그런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 대답했다.
“조금이나마 빨리 가고 있으니 남는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죠. 어? 이러다 지나가 버리겠어요. 되돌아가면 번거로운데.”
“……!”
장쾌풍은 눈을 부릅떴다.
되돌아가면 번거롭다니.
많은 의미를 내포한 말 아닌가!
‘이 악귀가 그걸 참을 리 없지!’
즉각 입을 찢어져라 벌려 외쳤다.
“빨리 우현(右舷)으로 돌아!”
조금 전만 해도 굼벵이 같은 놈들이라고 호통을 쳤건만.
정광의 눈치를 보고 있던 수적들은 이미 돛과 방향타를 돌리며 부산을 떨고 있었다.
“어서 틀어!”
“진옥룡님께서 원하신다!”
장쾌풍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래서야 저들이 누구의 수하인지 알 수가 없지 않은가.
‘어떻게든 살아남기만 하면 저놈들부터 단단히 손을 봐줘야…….’
허나 그의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배가 우측으로 급히 돌며 선체가 기울어졌다.
“억!”
바닥에 고정된 의자에 앉아 있었으면 어떻게든 버텼을 것을.
넝마가 된 몸으로 서 있던 장쾌풍은 갑판을 데굴데굴 구르다가 배 밖으로 퉁겨져 날아갔다.
‘나 장쾌풍이 이렇게 가다니!’
이런 몸 상태로 헤엄을 치는 건 불가능한 일.
죽을 때가 되면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고 했던가.
허나 미쳐 시작되기도 전에 정광의 목소리가 귀를 울렸다.
“와. 용감하시네요. 저한테서 도망치려 하시고.”
그게 아니라고 항변할 틈도 없었다.
정광이 갑판에 있는 밧줄 뭉텅이를 들어 가볍게 던졌다.
수적들이 그 모습을 보며 경악했다.
‘예비용 닻줄이잖아!’
‘저 무거운 걸 저렇게 쉽게 들어서 던진다고?’
그걸로 끝난 게 아니었다.
건장한 사내의 팔뚝보다 굵은 밧줄이 창처럼 꼿꼿이 펴진 채 날아갔다.
그리고 장쾌풍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가더니 부드럽게 휘어 그의 몸을 꽁꽁 휘감아 버렸다.
“읏차.”
정광이 가볍게 잡아당기자 장쾌풍이 밧줄에 딸려 날아와 갑판에 처박혔다.
쿠웅!
“끄억! 으으으.”
장쾌풍은 비명을 지른 후 움찔거리다가 필사적으로 해명했다.
“저, 절대 도주한 게 아닙니다, 진옥룡님! 몸 상태가 안 좋아 급격한 선회를 버틸 수 없었을 뿐입니다!”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하세요?”
정광이 추상같은 불호령을 내렸다.
“무인이 몸 관리를 소홀히 하다니요!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장쾌풍과 수적들의 입이 찢어질 듯 벌어졌다.
‘제 놈이 두들겨 패서 그렇게 만들어놓고는 무슨!’
허나 그걸 입 밖으로 낼 만큼 미친 자들은 없었다.
그들 중 가장 머리가 좋은 장쾌풍도 당연히 그랬다.
“죄송합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맨날 말로만 사과하시네. 성의를 보이세요, 성의를.”
“그, 그러고 싶지만 진옥룡께서 모두 터셔서…… 아, 아닙니다! 제가 전부 시주를 해서…….”
“아. 까먹고 계셨구나.”
“……네?”
정광이 포근한 미소를 지으며 장쾌풍의 어깨를 토닥였다.
“큰일 날 뻔하셨네. 제가 찾아드릴게요.”
“억! 윽! 끄억!”
정광이 갑판 한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배의 움직임에 적응하기 위해 가벼운 초식을 펼치고 있는 무혈단이 보였다.
“자오. 선주님이 잊고 계시던 것들 좀 찾아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단주.”
잠시 뒤.
자오가 장쾌풍의 선실 벽을 허물고 작은 궤짝을 들고 나왔다.
그것을 열자 누런빛을 발하는 금원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광은 그것들을 어루만지며 장쾌풍을 나무랐다.
“이렇게 큰 재물을 잊고 계시면 어떡해요.”
“……그, 그걸 어떻게…….”
“자오가 잘 찾은 거죠.”
정광은 시커멓게 죽은 얼굴로 입을 뻐끔거리는 장쾌풍에게 두 손을 모았다.
“무량수불. 어차피 없는 것으로 아셨던 것이니 실제로 사라지는 게 옳을 터. 좋은 일에 쓸게요.”
* * *
정광은 약조를 지켰다.
소선으로 갈아타고 촌락으로 가, 수재민들을 위로하는 한편 금원보를 풀었다.
수재민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정광과 무혈단원들에게 목이 터져라 외쳤다.
“감사합니다, 소신선님!”
“정말 감사합니다!”
정광은 그들에게 별것 아니라고 답한 뒤 물었다.
“아까 배를 보고 놀라시던데. 혹시 이분들이 행패를 부리셨었나요?”
이들이라 함은 함께 온 장쾌풍과 수적들.
수재민들의 눈에 두려움이 맺혔다.
“맞으시구나.”
정광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수재민들에게 약조했다.
“앞으로는 그런 일 없을 거예요.”
그리고 시선을 돌려 장쾌풍과 수적들에게 물었다.
“맞죠?”
당연히 그렇다고 외칠 수밖에.
아니, 그들은 반드시 그러리라 결심했다.
정광의 말속에 살려주겠다는 의미도 있는 데다, 그의 부탁을 가장한 명령을 어긴다면 어떤 꼴이 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특히 장쾌풍은 반드시 그러겠다고, 진옥룡님의 말씀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아 죽는 그 날까지 봉행하겠노라며 열변을 토했는데…….
“아. 선주님은 그러실 필요 없어요.”
“헉! 어, 어째서 그렇습니까?”
“알고 싶으세요?”
“…….”
장쾌풍은 차마 물을 수 없었다.
들었다간 그 충격으로 쓰러져 죽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채주. 당신을 믿소! 반드시 이놈을 막아주시오!’
죽이는 건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다.
어떻게든 막아만 줬으면.
불리하더라도 협상을 맺고 보내 버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기도 똑같네. 집부터 손봐야겠는걸.”
정광이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리자 무혈단보다 수적들이 먼저 움직였다.
“토사부터 치우세!”
“이봐! 그쪽 기둥 잘 잡아! 박아 넣자고!”
“잠깐! 지붕의 수평을 놓쳐서야 되겠는가? 잘 보고 해야 하네!”
뚝딱뚝딱.
수적들이 열심히 집을 고치고 무혈단은 인근 시장으로 나가 식량과 옷가지를 사 왔다.
정광은 그것들을 수재민들에게 고루 나눠준 뒤 잔치를 제안했다.
“거하게 먹죠.”
“헉! 자, 잔치까지…….”
“저희가 좀 바빠서요. 시간 될 때 제대로 먹어야 하거든요.”
정광은 사실을 말했을 뿐이나 수재민들은 다르게 받아들였다.
‘우리가 불편해할까 봐 이리도 세심하게 마음을 쓰시다니.’
‘소문이 과장됐다 여겼거늘, 진옥룡께선 정녕 원시천존께서 내려보내신 소신선이시구나.’
수재민들은 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그러겠다고 답했다.
장이가 진두지휘하는 가운데 수재민들과 무혈단이 하나가 되어 요리를 만들었다.
“자. 이제 드시죠.”
“잘 먹겠습니다!”
정광은 수재민들과 격의 없이 어울려 고기를 뜯고 술을 마셨다.
그 모습이 수재민들에겐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고기와 술을 금하고 산에 박혀 도를 닦는다고 도사랴.’
‘진옥룡님처럼 속세의 어려움을 보듬어주시면서 어울리기까지 해주셔야 진짜 도사지.’
‘도사? 도장? 진인? 아니, 신선님이시다!’
수적들이 열심히 집을 고치는 가운데 성대한 잔치가 마무리됐다.
“무량수불. 잘 먹었습니다.”
“소신선님! 저희도 정말 잘 먹었습니다!”
정광은 고생한 수적들도 잊지 않았다.
그들에게 육포를 건네며 노고를 위로했다.
“고생하셨어요. 가시는 길에 드세요.”
“…….”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지금 꼴이 딱 그랬다.
시장 근처에서 사 온 싸구려 육포가 웬 말인가.
망가진 촌락을 보수하며 침만 삼키던 수적들은, 치밀어 오르는 서러움에 눈물을 삼켰다.
“가, 감사합니다. 흐흑.”
“뭘요.”
정광은 겸양의 말을 건넨 뒤 수재민들을 돌아봤다.
“그럼 갈게요. 안녕히 계세요.”
정광과 무혈단은 수재민들의 환송을 받으며 소선에 탔다.
수적들이 열심히 노를 젓는데 뭔가 골몰히 생각하던 백승무가 정광에게 물었다.
“사형. 앞으로도 가는 길에 어려운 이들이 보이면 배에서 내려 도우실 겁니까?”
“응. 왜?”
“뜻깊은 일을 해서 더없이 기쁘긴 하나, 이러다간 너무 늦어질 것 같아 걱정됩니다.”
다른 단원들도 비슷한 생각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천룡단이 그랬듯, 무혈단도 남궁세가를 걱정하고 있었다.
허나 정광은 아니었다.
‘남궁 그놈들이 뭐가 예쁘다고.’
먼저 떠난 허청의 안위도 걱정하지 않았다.
짧은 시간 동안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위진홍이 함께 있지 않은가.
무혈단을 지휘하는 위진홍과 천룡단을 지휘하는 위진홍은 천지 차이다.
무공 수위며 사람 수며, 무혈단은 천룡단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다.
‘필승은 말도 안 되지만 도망치는 것 정도는 문제없어.’
게다가.
‘사마련주가 바보가 아닌 이상 남궁세가를 칠 리 없고.’
지금쯤이면 총단에 도착해 무당파와 제갈세가의 일이 잘못됐다는 소식을 받았을 터.
다시 일을 벌일 겨를이 어딨는가.
수하들의 흐트러진 마음을 단속하기도 바쁠 텐데.
‘지금이 기회야. 가균과 후위진이 한 몫 해줘야 하는데.’
가능할지 아닐진 아무도 몰랐다.
‘뭐 안 되면 안 되는 거고.’
무림맹에 송훈이 있다.
사천성에 투웅이라는 패도 있다.
무엇보다 정광은 자신을 믿었다.
그래서 남궁세가로 가는 길에 굳이 일을 벌이는 것이었고.
‘지금 고생해야 나중에 편해지지.’
정광은 생각을 멈추고 백승무를 비롯한 단원들에게 말했다.
“우린 그리 늦지 않을 거예요.”
“……?”
단원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정광은 육포를 씹으며 노를 젓는 수적들을 가리켰다.
“어려운 이들을 돕느라 늦는 만큼, 이분들께서 배를 빨리 몰아주실 거니까요.”
설마설마하며 대화를 듣던 수적들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망할!’
* * *
쾌풍(快風)은 광풍(狂風)이 되어 장강을 질주했다.
정광과 무혈단은 수해를 입은 촌락에 몇 군데 더 들려 선행을 베풀었다.
그리고 또다시 광풍이 되어 장강을 달리는데.
선수(船首)에서 전방을 살피던 수적이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전방에서 일향주(一香主)의 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장쾌풍 대신 정광이 지시했다.
“가던 길 가시라 하고, 우린 우리 길을 가죠.”
장쾌풍과 수적들이 두 눈을 크게 떴다.
‘가던 길로 가라 하라고?’
‘딱 봐도 우리를 향해 똑바로 다가오고 있잖아.’
장쾌풍과 수하들을 찾아 나선 게 분명했다.
‘혹시…….’
‘……아니지.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일향주가 표독스럽고 강하다 하나, 정광에게 걸리면 한주먹감도 안 될 터.
수적들은 헛된 망상을 버리고 열심히 배를 몰았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일향주가 크게 호통을 내질렀다.
“사향주! 대체 어디에 가서 뭘 하고 오는 길인…… 어? 어?”
촤아악-
쾌풍이 일향주의 배를 비껴가며 물보라를 튀겼다.
하도 어이가 없어 그것을 몽땅 뒤집어쓴 일향주가 분노해서 외쳤다.
“저놈들을 쫓아! 어서!”
“네! 향주!”
그의 수하들이 힘차게 답하며 배를 선회시켰다.
“더 빨리! 어서!”
일향주가 악을 쓰자 수하들이 젖 먹던 힘까지 더해 배를 몰았다.
거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그간 전속으로 배를 모느라 힘이 빠진 쾌풍의 수적들보다 여유가 있어서였다.
‘장쾌풍 이놈! 배만 가까워지면 내 당장 뛰어넘어가 본때를 보여주마!’
배가 가까워졌다.
도약해 넘어가기 전.
일단 준엄하게 호통부터 치려던 일향주는 생소한 광경에 두 눈을 부릅떴다.
‘저, 저건!’
연화채 사람이 아님은 물론이요, 도저히 수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자가 쾌풍의 선미(船尾)에 서서 그를 마주 보고 있는 것 아닌가.
‘……구름을 금사로 수놓은 우아한 도복. 가히 천하제일이라 불릴 만한 잘생긴 얼굴?’
자연스레 한 별호가 떠올랐다.
‘지, 진옥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