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화
저만 믿으세요
장쾌풍은 정광이 물은 것은 물론, 알고 싶지 않은 것까지 모두 토설했다.
“그만요.”
“네!”
“생각보다 좀 머네요.”
장쾌풍이 필사적으로 외쳤다.
“쾌풍(快風)을 타면 금방입니다! 믿어주십시오!”
“네? 그쪽을 타라고요? 그런 취향은 없는데…….”
“아, 아닙니다! 쾌풍은 바로…….”
장쾌풍은 손을 들어 올리려다가 비명을 질렀다.
“크아악!”
“저런. 살짝 다치셔서 아프실 텐데. 조심하셔야죠.”
“……!”
살짝?
살짜아악?
장쾌풍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이게 살짝 다친 거면 천하에 병자가 어디 있겠는가?
‘반드시 죽여주마. 아니,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 것이야!’
하도 처맞아 수그러들었던 독심이 고개를 들었다.
허나 이어지는 그의 언행은 극도로 공손했다.
시무를 아는 자가 준걸이라 하지 않았던가.
“지, 진옥룡님. 소인이 비명을 질러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끄아아악!”
장쾌풍은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지르면서도 끝끝내 해냈다.
그의 손이 뭍에 댄 소선(小船)이 아닌, 많이 떨어진 곳에 떠 있는 큰 배를 가리켰다.
“……흐윽. 저, 저것이 쾌풍입니다. 소인의 배입지요.”
“오오. 이름처럼 빨라 보이는데요.”
“역시 진옥룡님이십니다. 배에 대해 잘 아십니까?”
“아뇨. 전혀.”
장쾌풍의 눈이 번쩍 빛났다.
‘그러면 그렇지. 청해성 곤륜산에 처박혀 살던 놈이 그런 걸 어찌 알겠어.’
분명 수공(水功)을 익히긴커녕 자맥질조차 대단한 수준은 아닐 터.
‘뭍을 떠나 물로 가기만 하면…….’
그의 승리였다.
이 악귀 같은 놈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흐흐.’
장쾌풍은 그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시원하게 따귀를 얻어맞았다.
짜악!
“컥!”
그의 입에서 누런 이빨이 하나 튀어나와 바닥을 굴렀다.
“가, 갑자기 왜…….”
“표정이 기분 나빠서요.”
정광이 어깨를 으쓱하자 장쾌풍이 처절한 목소리로 항변했다.
“너, 너무나 겸손하신 모습에 역시 진옥룡님이시구나 하며 미소가 지어졌을 뿐입니다.”
“웃으시면 안 되죠. 앞으로도 쭉.”
“……네?”
“죄 없는 사람들의 눈에서 피눈물 나게 한 분이 웃고 살면 어떡해요?”
“……!”
“이번엔 한 대로 끝났는데, 앞으로는 두 배씩 늘어날 거니까 조심하세요.”
두 배씩!
염왕채(閻王債)를 놓는 악독한 고리대금업자도 그 정도는 안 붙일 텐데 무슨!
장쾌풍의 안색이 시커멓게 죽었다.
“며, 명심하겠습니다. 말씀 받들어 모실 테니 믿어주십시오!”
“일단 이곳 분들에게 사과부터 하시죠.”
“알겠습니다! 바로 하겠습니다!”
장쾌풍은 일어서려 했으나 온몸이 끊어지는 듯한 고통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대신 입을 벌려 큰 목소리로 사죄했다.
“정말 미안하오! 내가 불민하여 금수(禽獸)보다 못한 짓을…….”
피를 토하듯 애통한 말이 구구절절 이어졌다.
하지만 사죄를 받는 당사자들은 그걸 믿을 정도로 순진하지 않았다.
폭력을 행사하던 놈이 폭력에 굴복해 저러자 통쾌한 기분은 들었으나…….
‘앞날이 걱정이구나.’
‘저놈이 아니더라도 연화채에서 반드시 보복할 텐데.’
마치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본 듯 정광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연화채는 없어질 거니까.”
“……!”
“나중에 다른 수채가 생기더라도 아무런 피해가 없게 해드릴게요. 한 백 년 이상?”
입을 떡 벌리고 있던 촌장이 가까스로 물었다.
“소, 소신선님. 그게 정녕 가능한 일입니까?”
정광이 의아한 얼굴로 반문했다.
“안 될 거 있나요?”
* * *
정광과 무혈단은 바쁘게 움직였다.
장쾌풍과 수적들을 소선에 태우고 쾌풍이라는 큰 배로 향했다.
밤인 데다 거리가 멀어 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기에 쾌풍은 조용히 떠 있었다.
무혈단으로선 더없이 좋은 상황이었으나.
정광은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아까는 손속이 너무 과했나.’
정광이 이런 생각을 하다니!
곤륜파에서 우리 정광이 측은지심(惻隱之心)을 깨달았다며 감격해 잔치를 벌일 판이었지만…….
당연히 그런 게 아니었다.
‘노를 저을 놈이 하나도 없잖아.’
장쾌풍과 수적들은 배에 드러누워 숨만 간신히 쉬고 있는 상황.
무혈단원들이 대신 노를 젓고 있었다.
그들이 언제 이런 일을 해봤겠는가?
소선은 삐뚤삐뚤 갈지자를 그리며 쾌풍으로 다가갔다.
‘자오라면 할 줄 알 텐데. 다른 사람을 보낼걸.’
자오는 이십리 떨어진 객잔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정광은 사람 운용에 대해 다시 생각하며 신형을 날렸다.
“어?”
“다, 단주!”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왜?
설마 헤엄쳐서 가려는 건가?
아니었다.
검푸른 강물과 칠흑 같은 하늘 사이를, 하얀 도복을 입은 정광이 우아한 선을 그리며 갈랐다.
그리고 쾌풍 위에 내려서자마자 멋지게 손을 썼다.
뻐억!
“으악!”
“누, 누구…….”
뽀각!
“악!”
경쾌한, 때론 둔중한 타격음이 울리며 수적들이 쓰러져갔다.
무혈단이 소선을 쾌풍에 대고 올라갔을 땐, 모든 수적이 뒷짐을 진 채 머리를 바닥에 박고 있었다.
‘그 짧은 시간에 이 많은 인원을 제압하다니!’
‘머리와 바닥 사이에 있는 저건 뭐지? 아! 철전(鐵錢)이구나!’
‘으으. 보기만 해도 아프잖아.’
정광이 평소 암기로 사용하는 철전이 저런 용도로도 쓰일 줄이야.
무혈단원들이 인상을 찡그리자 정광이 점잖게 말했다.
“분노가 치미시는 건 이해하지만 이분들은 때리시면 안 돼요. 배를 몰아야 할 소중한 분들이거든요.”
이미 충분히 때려놓고 무슨.
그래도 아까에 비하면 때린 것도 아니라 할 수 있었기에 무혈단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진 됐고. 거래를 해야겠네요. 저기요, 선주(船主)님.”
정광의 말에 눈치 빠른 장쾌풍이 대답했다.
“네! 말씀하십시오!”
“배 좀 빌릴게요. 괜찮죠?”
안 괜찮다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뻔했다.
“물론입니다! 마음껏 쓰십시오!”
“비용은요?”
“비, 비용이라니요. 편하게 쓰시면 됩니다. 제가 어찌 감히…….”
정광이 안색을 굳히며 고개를 저었다.
“저는 정파거든요. 돈 드리고 정당하게 쓸게요. 저거면 되죠?”
장쾌풍은 안 돌아가는 목을 억지로 돌려 정광이 가리키는 쪽을 바라봤다.
머리를 박고 있는 수하들이 보였다.
“……저, 저들의 목숨값이라는 말씀이신지……?”
“제가 무슨 대마두도 아니고 설마 그러겠어요?”
“소, 소인은 도무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아!”
장쾌풍의 눈이 커졌다.
그 눈에 수하들의 머리와 바닥 사이에 끼어 있는 철전이 맺혔다.
정광이 선심 쓰듯 덧붙였다.
“거스름돈은 안 주셔도 되니까 빠르고 안락한 운행 부탁드려요.”
장쾌풍의 속에서 뭔가 치밀어 올랐다.
이십 년 넘는 세월 동안 피땀 흘려 손에 넣은 쾌풍을 고작 철전 쪼가리들로 빌리겠다고?
게다가 빠르면 불편할 수밖에 없고, 안락하면 느릴 수밖에 없는데 무슨!
그의 뱃속에서 올라온 목소리가 밤하늘을 울렸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믿고 맡겨주십시오!”
“꼭 그래야 할 거예요. 꼭.”
“히끅. 히끄끅.”
장쾌풍의 딸꾹질은 다시 뭍으로 돌아올 때까지 계속됐다.
그리고 자오의 말을 듣고 급히 달려온 허청과 천룡단원들을 보자 또 시작됐다.
“히끅. 히끄끅.”
“저녁을 잘못 드셨나?”
정광이 등을 갈기자 장쾌풍은 그대로 엎어졌다.
덕분에 딸꾹질은 멎었으나 내장이 튀어나올 것 같은 고통과 함께 땅에 박은 코에서 핏줄기가 줄줄 흘러내렸다.
허청은 그를 차가운 눈으로 노려보다가 정광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은 어느새 따뜻하게 물들어 있었다.
“고생했다. 정말 좋은 일을 했구나. 사부는 네가 자랑스럽다.”
진심이었다.
허청은 정광이 천하제일기재로 명성을 떨치는 것보다 이런 협행을 하는 모습이 더 기꺼웠다.
“뭘요. 당연한 일인데.”
“헌데…… 저것들은 무엇이더냐? 많이 무거운 것 같은데.”
이마에 붉은 철전 자국이 새겨진 수적들이 양팔을 부들거리며 소선에서 궤짝을 내리고 있었다.
“아. 저거요? 무거워서 저러시는 게 아니라 노를 열심히 저으셔서 그래요.”
사실 궤짝도 무거웠다.
정광이 그중 하나의 덮개를 열자 화톳불에 반사돼 반짝거리는 은자가 드러났다.
“……은자? 이렇게 많이?”
허청이 황당해하자 정광이 엄숙한 얼굴로 두 손을 모았다.
“잘 타일렀더니 그간의 악행을 반성하면서 시주하시더라고요. 원시천존께서 진짜 계시긴 한가 봐요.”
“……그랬느냐.”
“네. 자랑스러우시죠?”
허청은 슬쩍 시선을 돌려 주변을 둘러봤다.
“헌데 안 보이는 이들이 있구나. 당가의 소가주와 독봉은 저 큰 배에 남은 건가? 승무도?”
“앞의 두 분은 배를 지키기 위해 남고 사제는 아까 다른 곳으로 보냈어요.”
“아. 장강수로제일운방(長江水路第一運幇)을 말하는 게로구나.”
“네. 남궁세가로 빨리 가려면 거기에서 배를 빌려 타는 게 제일이니까요.”
장강수로제일운방은 장강에서 사람과 물자를 실어나르는 방파였다.
그 규모와 신용이 대단했는데 이유를 살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사제 간의 대화를 듣고 있던 천룡단원들이 입을 열었다.
“장강수로십팔채에서 운영하는 것이라 빠르긴 하겠지만 찜찜하군.”
“그래도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합법적으로 하는 사업이오. 삯만 제대로 치르면 어떤 일이 있어도 약조를 지킨다고 하지 않소.”
“그거야 적이 아닐 때 얘기지. 우리는 벌써 연화채와…… 아!”
감탄성을 터뜨린 중년인이 정광에게 물었다.
“그 소식이 알려지기 전에 미리 계약을 하려는 건가. 정말 대단하군.”
“과연. 그래서 그랬구먼. 역시 진옥룡이야. 하하.”
계속 초조한 안색을 하고 있던 남궁세가의 무인도 정광에게 감사를 표했다.
정광은 별것 아니라고 겸양한 뒤 허청에게 말했다.
“사제가 돌아오면 바로 떠나시죠.”
“그러마. 헌데 너는…….”
“말씀드렸던 대로 하려고요.”
“…….”
허청은 복잡한 눈빛으로, 천룡단원들은 의아한 얼굴로 정광을 바라봤다.
“진옥룡, 자네. 같이 가는 게 아니었나?”
“어디서 뭘 하려고?”
정광이 우아하게 두 손을 모았다.
“무량수불. 여기도 그렇고 수해 때문에 고통받는 분들이 너무 많으셔서요. 몇 군데나마 들려 도와드리려고요. 그리고 상황 봐서 육로든 수로든 안전한 쪽을 골라 갈게요. 너무 늦진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허허. 허허허허.”
천룡단원들은 크게 기꺼워했다.
안 그래도 수재민들이 눈에 밟혔는데, 정광이 스스로 남아 돕겠다고 하지 않는가.
“이렇게 장할 수가 있나.”
“무림의 앞날이 밝기 그지없어.”
“단주. 정말 부럽소이다. 내 제자가 진옥룡의 반만 닮았으면 원이 없겠소.”
“……그, 그렇소이까?”
정광의 반만 닮아도 무림사에 남을 대마두가 되기 충분했으나, 그들이 그 사실을 알 순 없는 노릇.
천룡단원들은 허청을 부러워하며 정광과 무혈단을 격려했다.
정광은 대충 귓등으로 흘리다가 모두에게 말했다.
“그만 객잔으로 돌아가셔서 주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야 최상의 상태로 가실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기특할 수가 있나.
천룡단원들의 눈이 크게 휘었다.
‘그래. 마냥 안심하면 안 되지.’
‘진옥룡의 말대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야 해. 어서 가서 자야겠군.’
정광은 쾌풍에서 털어온 은자와 전표를 반으로 갈랐다.
그리고 반은 노잣돈으로 천룡단에게, 반은 위로금으로 촌락 사람들에게 건넸다.
물론 용기 있고 바른 마음을 가진 꼬마는 열 배였다.
천룡단원들은 촌락 사람들을 위로한 뒤 떠날 준비를 했다.
그사이, 허청은 정광에게 전음을 보냈다.
-너를 믿는다만 조심해야 한다.
-걱정하지 마세요.
-안 할 수가 없구나. 장강수로십팔채는 대단한 조직이다. 네가 청해성에서 불태웠던, 황하 끄트머리에 있는 황하수로연맹(黃河水路聯盟)의 악릉채(顎陵寨) 같은 자들과는 비교가 안 돼.
-네. 저도 많이 들었으니까 조심할게요. 사부님이야말로 조심히 가세요.
허청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제자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광은 십존조차 도무지 잴 수 없다며 고개를 내젓는 인물.
자신의 좁은 틀로 제약을 걸어선 안 됐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믿고 보내줘야 했다.
‘그래. 내가 안 믿으면 누가 믿겠는가.’
허청은 정광의 머리를 쓰다듬은 뒤 무혈단원 한 명, 한 명에게 덕담을 건넸다.
“부디 조심하시게. 무운을 비네.”
“감사합니다, 도장.”
“보중하시길. 무운을 비오.”
“철월은 원래 잘 싸운다!”
“무혈단의 군사로서 정광을 잘 도와주게나. 부탁하네.”
“흥! 당신을 따라가라는데 어떻게? 억!”
위진홍이 머리를 부여잡으며 비명을 지르자 허청이 의아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나를 따라간다고?”
정광이 전음으로 설명했다.
-우리 군사, 머리가 꽤 괜찮거든요. 음흉한 남궁가주를 상대하려면 있는 게 나을 거예요.
-허어. 그렇긴 하겠다만. 역효과가 날 것 같은데…….
너무 버릇이 없어 남궁화인을 분노하게 할 거란 얘기.
정광이 씩 웃으며 위진홍을 봤다.
“군사. 한동안 예의를 지켜줘야겠어요. 하실 수 있죠?”
못한다고 하면 반드시 하게 만들 게 뻔할 터.
위진홍이 못마땅한 얼굴로 알겠다고 하자 정광이 덧붙였다.
“물론 사부님께는 당분간이 아니라 영원히예요.”
* * *
무혈단은 촌락에서 자고 일어나 분주히 움직였다.
얼마 안 가 허청이 천룡단원들을 이끌고 왔는데 새벽에 돌아온 백승무가 고급스러운 옥패를 내밀었다.
“……이게 무엇이냐?”
“장강수로제일운방의 특급고객 신패(信牌)입니다.”
“……허어. 말로만 듣던 특급고객 신패라. 돈을 너무 많이 쓴 것 같다만.”
“사형이 시킨 대로 했을 뿐입니다. 상당히 깎았으니 마음 쓰지 마십시오.”
“허허허.”
“사부님, 조심히 가십시오. 곧 뒤따라가겠습니다.”
허청은 내심 한숨을 쉬었다.
정광에게도 그랬지만 백승무에게는 더 해준 게 없거늘, 어느새 이렇게 성장해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는지.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말씀 거둬주십시오. 사부께서 내려주신 은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니다. 승무 네 덕분에 정광도 많이 변한 것이야. 수고했다. 정말 수고했어.”
허청은 백승무를 다독인 뒤 천룡단원들과 함께 말에 올랐다.
물론 위진홍도 함께였다.
“다들 고생하시게. 먼저 가겠네.”
그들은 무혈단에게 작별 인사를 한 뒤 말달려 사라졌다.
정광은 미련 없이 몸을 돌려 무혈단원들에게 말했다.
“자. 우리도 시작해야죠?”
“사제. 뭘 말하는 것이냐?”
정우가 묻자 정광이 답했다.
“배를 지키고 있는 당가 분들이랑 자오, 사제를 빼면 자맥질하실 줄 아는 분이 없잖아요.”
무혈단원들의 눈이 커졌다.
‘설마 그걸 배우자고?’
‘어느 세월에?’
뭍과 물은 엄연히 다르다.
그들이 정파의 내로라하는 후기지수라 하나 금세 배울 순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정광의 생각은 달랐다.
“수공의 고수가 되시라는 게 아니라 물에 빠졌을 시, 구할 때까지만 떠 있는 수준이면 돼요.”
“음. 그것도 단기간에 될 수 있는 게 아닐 텐데요.”
고개를 갸웃거리던 언의진이 정광의 이어지는 말을 듣고 눈을 크게 떴다.
“에이. 무슨 그런 걱정을. 속성으로 하면 되는데요.”
“……서, 설마?”
“저만 믿으세요. 되게 해드릴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