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화
보상
“크헉!”
촌장이 얼굴을 부여잡고 나동그라졌다.
찢어진 눈을 한 장년인이 거만하게 내려다보며 이죽거렸다.
“영감. 뭐가 어째?”
“크흑…….”
“잘못 들은 것 같으니까 한 번 더 말해봐. 엄살 부리지 말고 어서.”
촌장이 드러누운 채 얼굴을 감쌌던 손을 내렸다.
코가 부러져 코피가 줄줄 흘렀으나 지혈할 시간조차 없었다.
그를 때린 장년인은 잔인한 자였다.
지금 당장 대답하지 않으면 칼을 휘두르고도 남을 정도로.
“무, 무림맹의 협객들께서 내려주신 것이니, 조금은 남겨달라고…… 어억!”
촌장은 허리를 걷어차이고 데굴데굴 굴렀다.
어찌나 아픈지 분노도 솟지 않았다.
그 대신 분노한 이가 있었다.
“어르신께선 자네를 위해 말씀하신 것이네! 무림맹에서 알게 되면 자네가 곤란해지지 않겠나!”
마른 중년인이 한 걸음 나서며 호통치자 장년인이 코웃음 쳤다.
“흥. 내가 그놈들을 두려워할 것 같나?”
무림맹과 장강수로십팔채는 닭 소 보듯 소 닭 보듯 하는 사이.
혹시라도 혈기 왕성한 고수가 달려와도 상관없다.
뭍의 놈들이 물에서 그를 어찌 쫓겠는가?
연화채에 몸을 담근 이래 거침없이 살아온 장년인이었다.
‘예외는 없어.’
물에서라면, 충분한 준비만 돼 있다면 그 명성 높은 진옥룡도 수장시킬 자신이 있었다.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데.
좀 전에 떠들었던 중년인이 비위를 거슬렀다.
“장진이! 그건 그렇다 치세. 촌장께서 자네가 어릴 때 얼마나 아껴주셨는데 이리도 행패를 부리는가!”
장년인의 찢어진 눈이 하늘로 솟구쳤다.
“뭐?”
스산한 살기가 퍼졌다.
너무 화가 나 소리쳤던 중년인이 부르르 떨었다.
“으으…….”
장년인은 중년인에게 천천히 다가가며 물었다.
“장진이 누군데?”
“그, 그야 자네…… 컥!”
장년인이 중년인의 목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 들어 올렸다.
숨이 막힌 중년인이 두 발을 버둥거리다가 걷어차기까지 했으나 신경도 쓰지 않았다.
“장진은 옛날에 죽었어. 장쾌풍이 된 지 오래라고. 알면서 왜 자꾸 그래?”
“끄윽. 끅…….”
“그래도 한때 부대끼며 산 정이 있어 잘해주니까 끝없이 기어오르네.”
“끄르륵…….”
“본보기로 그냥 죽어라. 보람 있는 죽음이니까 너무 서운해하지 말고.”
“끄…….”
중년인의 몸이 축 늘어졌다.
장쾌풍은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놓았다.
쿵.
“크흑.”
등부터 바닥에 떨어져서 숨통이 트인 걸까.
중년인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장쾌풍은 그의 목에 한 발을 올려 지그시 밟았다.
“끄윽!”
“이봐, 송 형.”
“크륵. 크르륵…….”
“더 이상의 행운은 없으니까 처신 똑바로 해.”
장쾌풍이 발을 치우자 중년인은 정신없이 기침하며 눈물을 흘렸다.
삼도천을 건너다 겨우 돌아온 것이다.
‘어렸을 적만 해도 소심한 아이였거늘. 어쩌다 이런 악귀가 되어 돌아와 고향 사람들을 왜 괴롭히는 거냐…….’
그가 피눈물을 흘리든 말든.
장쾌풍은 몸을 돌려 촌락 사람들을 쓸어봤다.
눈이 마주친 자들은 급급히 머리를 숙였다.
장쾌풍이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수하들에게 명했다.
“뭐하냐? 어서 실어.”
“네! 향주(香主)!”
십여 명의 사내가 촌락 사람들의 곡식과 옷가지를 뭍에 대어 놓은 소선(小船)에 부지런히 실었다.
장쾌풍은 흐뭇한 얼굴로 그 광경을 바라봤다.
오래간만에 횡재하자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하여간 웃기는 놈들이야. 이딴 놈들에게 왜 돈을 뿌려?’
협객은 무슨.
겉멋 든 위선자들이지.
도와줘 봐야 소용없다.
이런 버러지들은 평생 이렇게 살 팔자인 것이다.
‘직접 경험해 봐야 안다니까.’
수해는 자주 일어났다.
그때마다 이곳저곳에서 도움을 받았으나 그때뿐이었다.
계속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
부모까지 일찍 죽어버리자 세상을 보는 관점 자체가 바뀌었다.
‘착하게 살면 언젠가 복이 되어 돌아온다고? 헛소리!’
악한 이가 더 잘 살았다.
힘이 있어야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내게도 힘이 있었으면.
이런 구질구질한 삶을 안 살 텐데!
촌락 사람들이 도와준답시고 귀찮게 굴어 마음이 약해진 적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참다못한 그는 고향을 뛰쳐나갔고, 운 좋게 연화채의 인물을 만나 무공을 전수받았다.
‘더 빨리 나와야 했어.’
그랬으면 더 높은 경지에 올랐을 것을.
장쾌풍의 눈이 빛났다.
‘벽에 막힌 지 꽤 됐는데. 이놈들과의 연을 제대로 끊지 못해서 그런 건 아닐까?’
정말 그럴지도.
볼 때마다 자신의 한심했던 과거가 생각나 다 죽여 버리고 싶었으나 돈줄을 끊기 싫어 참았다.
그 울화가 쌓여 무공에 영향을 미쳤을지도 몰랐다.
‘어차피 재물을 터는 것도 비밀리에 하는 거다. 한 놈쯤 죽여도 입단속만 제대로 하면 문제없을 거야.’
장쾌풍은 스스로를 설득시키며 살기를 키웠다.
‘누가 좋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적당한 인물이 떠올랐다.
아까 죽이려다 만 중년인이었다.
‘송가 저놈은 내게 눈곱만 한 도움을 줬었지. 뭐 그래 봐야 아무 의미 없었지만. 저놈을 죽여서 쓸데없는 기억을 끊어야겠어.’
스르릉-
장쾌풍은 등에 차고 있던 도를 뽑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모였다.
그걸 즐기며 중년인에게 다가갔다.
“헉! 왜, 왜 그러는가?”
“왜긴. 내 발목을 붙잡는 연을 끊으려고 그러지.”
“아, 안 돼! 살려주게! 제발!”
장쾌풍은 중년인 앞에 서서 도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늦었어. 십존이 와도 안 돼.”
“정말요? 그분들은커녕 본산에 있는 유모가 와도 이길 것 같은데.”
“하! 어떤 놈이 감히 끼어드는 것이냐! 유모는 또 뭔…… 헉!”
무심코 답하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생전 처음 듣는 맑은 목소리 아닌가.
기척도 없이 바로 곁에 다가와 말을 걸다니!
고수!
“하압!”
장쾌풍의 양발이 엇갈리며 신형이 미끄러지듯 옆으로 움직였다.
동시에 재빨리 돌며 도신으로 몸을 보호했다.
“대체 누구…… 억!”
스스로도 감탄할 만한 연환 동작이었거늘.
익숙한 꼬마를 업은 미청년이 그의 코앞에 서서 말하고 있었다.
“유모요? 산양인데요.”
“……!”
장쾌풍이 입을 떡 벌린 채 몸을 떨자 미청년이 정색했다.
“너무 그러지 마세요. 산양이어도 아주 훌륭한 유모거든요.”
산양의 솜씨를 의심한 게 아니었다.
청년의 잘생긴 얼굴과 우아한 도복 이 뇌리를 찔렀다.
‘지, 진옥룡?’
눈이 있는 자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터.
게다가 유모가 산양이라지 않는가.
정광에 대한 소문은 시간이 지날수록 퍼져 산양에 대한 얘기도 모르는 이가 없었다.
행여나 산양젖을 먹이면 내 아이도 진옥룡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성품은 빼고.
부모의 마음은 똑같았다.
산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직접 보니 과연…….’
장쾌풍도 자식이 있다면 산양젖을 먹이고 싶을 정도.
‘젠장. 이런 상황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고개를 세차게 저어 정신을 차리려는데.
저절로 그렇게 됐다.
짜자자자자자자자작!
“크하아아아아아아악!”
양쪽 뺨에서 불이 났다.
눈에서도 불똥이 튀었다.
청년이 눈부신 속도로 따귀를 갈긴 것이다.
“가, 갑자기 왜 그러시오!”
“그러는 그쪽은 갑자기 왜 찾아와서 행패세요?”
“…….”
할 말이 있을 리 있나.
정광은 꼬마를 내려놓은 뒤 부모에게 보냈다.
주변을 둘러보던 그의 시선이 한곳에서 멈췄다.
“저기요.”
곡식과 의복을 소선으로 옮기던 수적들이 얼어붙었다.
“원위치하시죠.”
수적들도 눈이 있었다.
정광의 외모와 복색, 놀라운 무공을 보자 바로 정체를 알아챘다.
“네! 진옥룡!”
물건들은 소선에 실릴 때보다 빠르게 뭍으로 돌아왔다.
“여기까진 됐고.”
기껏 바로 세웠던 집 몇 채가 허물어져 있었다.
“저것들 고쳐놓으세요. 아까보다 더 튼튼하게요.”
수적들이 목 놓아 외쳤다.
“네! 진옥룡!”
뚝딱. 뚝딱.
수적들이 요란하게 집을 고치는 가운데 정광의 시선이 장쾌풍에게 돌아갔다.
“연화채 맞죠?”
“그, 그렇소.”
“직책은?”
“사, 사향주(四香主)요.”
“향주면 채주 바로 밑인가요?”
“아, 아니오.”
“그럼 밑의 밑?”
“……한 번 더 밑이오.”
“와. 대단하시네요.”
정광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렇게 별것 아닌 직책으로 이렇게 나대시는 거예요?”
“……!”
이십 년 넘게 쌓아온 장쾌풍의 자부심이 무너졌다.
“오면서 아이한테 들었는데. 성품도 개차반이시고.”
이것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나는 정당히 행동했소! 노력해서 위로 올라간 대가를 받는 것이란 말이오!”
“성공했으면 저분들을 밟아도 되는 거예요?”
“억울하면 자기들이 내 위로 올라오면 되잖소!”
“아아. 그런 이치구나.”
정광이 두 손을 매만지며 빙긋 웃었다.
“저기요.”
“……?”
“억울하면 올라오시죠.”
“……!”
정광은 장쾌풍을 개 패듯 팼다.
“소, 소신선님. 그만해 주십시오. 그러다 큰일 나겠습니다.”
촌장이 비틀거리며 다가와 간청하자 정광은 그의 부러진 코뼈부터 맞춰줬다.
“숨쉬기 편해지셨죠?”
“아. 그, 그렇습니다.”
“그럼 편하게 보세요.”
“……네?”
“죽이진 않을 거니까 걱정하시지 말고요.”
정광은 정말 죽일 생각이 없었다.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이놈이 미쳤나. 내가 선물한 것들을 가로채?’
감히 그럴 이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나.
전생에 비해 지금의 명성은 너무나 보잘것없었다.
‘본보기를 보여야 해.’
전 중원에 퍼질 정도로 해야 했다.
그래야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터.
‘촘촘하게 가자.’
정광은 공을 들여 팼다.
어찌나 섬세하게 때리는지.
장쾌풍의 전신이 멍 자국으로 물들어 원래의 피부색이 안 보일 정도였다.
“헉! 단주!”
“지금 뭐 하는 짓이오!”
자오의 추종술에 힘입어 이곳까지 쫓아온 무혈단원들이 기함했으나, 사정을 전해 듣자 차가운 눈빛을 흘렸다.
특히 당오군은 눈빛뿐만 아니라 목소리에도 한기가 실려 있었다.
“단주. 사적인 일이라 말을 놓겠소. 그만하고 좀 쉬게. 우형이 하지.”
“그럴까요?”
정광이 물러서자 당오군이 손을 썼다.
그는 귀공자답게 주먹질 따위는 하지 않았다.
사천당가의 소가주로서 적절한 품격을 보였다.
“우웩! 우우욱!”
중독된 장쾌풍이 바닥을 뒹굴며 토했다.
피거품도 섞여 있는 게 내장이 상한 것이 분명했다.
“어라? 돌아가시면 안 되는데.”
“당연하지. 아주 당연한 말이야.”
당오군은 장쾌풍에게 해약을 먹였다.
장쾌풍이 눈물을 쏟으며 감사를 표했다.
“대, 대협. 감사합니다. 크흐흑. 이, 이제 개과천선할 테니 부디…….”
“그냥 그대로 사시오. 아니, 살지도 죽지도 못하겠지.”
“네? 대, 대협! 으아악!”
다시 중독시키고.
또 해약을 먹이고.
당오군의 손속은 독했다.
역시 무혈단의 부단주요, 독비천망(毒匕天網)이라는 별호가 아깝지 않을 정도!
정광은 흐뭇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가 다른 단원들에게 물었다.
“안 하실 거예요?”
정우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사제. 이미 망가진 이를 해쳐서 무엇하겠느냐? 내 도(道)가 그건 아니라고 하는구나.”
“그럼 뭐라고 하는데요?”
정우의 분노한 눈빛이 다른 곳을 향했다.
그곳엔 무너뜨렸던 집을 다시 세우고 깨끗하게 청소한 뒤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있는 수적들이 있었다.
“저기로 가라는군.”
“조심히 다녀오세요.”
“하압! 운룡출해(雲龍出海)!”
정우가 훨훨 날아 수적들 머리 위로 떨어졌다.
다른 단원들도 동시에 몸을 날렸다.
“으아아악!”
“사, 살려주십시오!”
분노한 단원들은 수적들의 애원을 귓등으로 흘리며 매타작했다.
철월도 그러려 했으나 장이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매달려 필사적으로 외쳤다.
“안 됩니다, 철월! 절대 안 돼요!”
“자장이! 나도 패고 싶다!”
“철월의 주먹에 스치기만 해도 다 죽을 거예요! 단주께서 화내시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철월은 도사가 두렵지 않…….”
“육포 좀 드십시오! 여기 많이 있습니다!”
“우물우물.”
철월이 육포를 씹는 사이에도 여기저기서 수적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화난 얼굴로 수적들을 노려보던 위진홍이 그들에게 다가가 따귀를 한 대씩 갈겼다.
‘이놈들아! 나쁜 짓도 똑똑해야 하는 거다!’
계속 빨아먹으려면 보살펴 주기도 하고 도움도 주면서 해야지. 한 철 장사하고 말 건가?
멍청한 놈들의 면상을 가까이서 보자 분노가 더 솟구쳤다.
“좀 더 맞아라!”
정광도 놀고 있지는 않았다.
중간중간 장쾌풍을 치료하며 응원했다.
“지면 안 돼요. 이를 악물고 버티세요.”
“제, 제발 죽여주십시오!”
“에이. 혀도 안 깨무셨으면서 무슨. 자. 조금만 더 가보자고요.”
“으아아악!”
장쾌풍은 말과 달리 생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정광은 그가 죽기 직전이 되어서야 단원들을 멈추게 했다.
그리고 촌장에게 말했다.
“다들 사지를 부러뜨리고 근맥을 잘라놓을까요? 한 달 정도 정양시킨 뒤 분풀이 좀 하시게요.”
촌장의 눈이 두려움으로 물들었다.
정광의 은혜가 하늘과 같았으나 너무나 두려워 눈을 마주칠 수조차 없었다.
‘마(魔)와 협(俠)을 함께 품고 있는 분이시라더니. 이러셔서 그런 소문이 도는구나.’
낮에만 해도 이런 분이 아니었는데.
‘소신선님께서 이런 모습을 보이신 건 모두 내 탓이다.’
촌장은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죄송합니다. 내려주신 것들을 미리 숨겨놨어야 했는데 아직 여유가 있어 그대로 뒀다가 이 사달이 났습니다. 제발 저를 벌해주십시오.”
정광이 의아한 얼굴로 촌장을 일으켰다.
“그게 왜 촌장님 잘못이에요? 세작 탓이지.”
“……네? 세작이라니요?”
정광이 한쪽을 바라봤다.
시선이 마주친 청년이 찔끔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요. 눈이 쥐새끼처럼 구르는 분. 낮에는 못 봤었는데 어디 가셨었나 봐요. 뒤늦게 돌아와서 제 선물을 보고 연화채에 연락하셨죠?”
청년이 피를 토할 기세로 부정했다.
“아,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아니긴요. 세작 냄새가 나는데.”
천하마도의 종주인 천마신교에서 수많은 세작과 배신자를 접했던 정광이다.
그런 자들이 풍기는 특색쯤이야 딱 보면 아는데 무슨.
“같이 확인해 보죠.”
“어, 어떻게…… 으아악!”
청년은 얼마 안 가 세작임을 실토했다.
그의 품에서 연화채의 일원임을 증명하는 목패가 나오자 설마 하며 지켜보던 촌락 사람들이 분노해서 외쳤다.
“갈 곳이 없다 하여 일원으로 받아주고 몇 년간이나 지내왔는데!”
“우리를 속여온 거야? 장쾌풍 저놈에게 일러바치며?”
정광은 그들에게 세작을 던져주고 장쾌풍과 수적들을 털었다.
‘오호.’
꽤 많은 재물이 나왔다.
정광은 그것들을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몸을 아끼지 않고 달려와 소식을 전했던 꼬마에게는 열 배로.
“용감했어. 그 보상이야.”
“너, 너무 많은데…….”
“그래? 그럼 다시 줘.”
꼬마는 정말 돈을 돌려줬다.
정광은 경악한 얼굴로 꼬마를 바라보다가 낮게 말했다.
“너. 제법이구나.”
“네, 네?”
“이렇게 하자.”
정광은 돈을 다시 준 뒤 대진을 가리켰다.
“저분, 멋있어서 낮에 졸졸 따라다녔었지?”
“네.”
“그 유명한 무당혈선이셔. 저분처럼 되고 싶어?”
이제 갓 만든 유치한 별호인데 유명하긴 무슨.
그래도 아이들에겐 멋있는 별호였다.
꼬마가 눈을 별처럼 빛내며 외쳤다.
“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불가능한 일이지.”
“…….”
꼬마가 고개를 숙였다.
불학무식하지만 무당의 제자는 아무나 될 수 없다는 정도는 알았기에.
정광은 울려고 하는 꼬마의 머리를 대충 쓰다듬었다.
“얼마 전까지는 그랬다고. 지금은 다르거든. 가서 무릎 꿇고 간청해 봐. 너라면 받아줄 거야.”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소신선님!”
꼬마가 환한 얼굴로 허리를 꾸벅거렸다.
그리고 대진에게 달려가자 정광도 발걸음을 옮겼다.
죽은 듯 쓰러져 있던 장쾌풍이 정광의 발소리를 듣자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정광은 그를 내려다보며 길을 가다 만난 사람처럼 물었다.
“연화채. 멀리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