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곤륜마협-191화 (190/569)

191화

보증

위진홍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무공을 익힐 수 없는 몸으로 태어나 몰락해 가는 가문을 보며 하늘을 원망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형편없는 육신에 대한 반대급부로 누구보다 뛰어난 머리를 받았으나 무림에서, 그것도 사파무림에선 힘이 모든 것이었다.

‘그래서 반드시 머리만으로 천하를 움직이겠다고 다짐했거늘…….’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하루하루 살아남기도 벅찰 정도였다.

자연히 마음속에 의심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정말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헛된 꿈을 꾸는 건 아닐까?

그런데 오늘, 그가 꿈꿔오던 것을 간파한 이를 만났다.

‘진옥룡…….’

위진홍은 조금 전 들은 말을 되뇌었다.

‘정녕 내가 천하를 움직일 수 있으리라 보는 건가…….’

아주 성실한 소처럼 열심히 일하면 된다는 전제가 붙었으나 분명 그리 말했다.

인정받은 걸까.

솔직히 기분이 좋았다.

다른 이가 그랬다면 코웃음 치면서 오만한 미소를 지었겠지만 자신이 인정한 정광이 한 말 아닌가.

‘입에 발린 말을 할 자가 아니다. 설령 그렇다 해도 상관없어.’

쓸모를 인정했으니 저러는 것이리라.

정광이 자신을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면 그에 응해주다가 넘어서면 되는 일.

무너졌던 자신감이 고개를 들었다.

눈꺼풀을 열자 오만한 빛을 뿌리는 두 눈이 드러났다.

위진홍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제법이군. 네가 내 본모습을 보았구…… 억!”

정광이 머리통을 쥐어박은 뒤 충고했다.

“나니까 이렇게 친절하지. 상대를 잘못 만나면 그러다 죽어요. 이해했죠?”

“으으. 이, 이해하오. 하다마다.”

위진홍은 머리를 부여잡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런데 하나 물어봐도 되오?”

“네.”

“당신은 천하에 욕심이 없소이까?”

“네.”

“그런 능력을 지녔으면서 왜 그러오?”

“귀찮으니까요.”

“……!”

“그리고 힘드니까.”

“……당신에게도?”

정광은 피식 웃었다.

눈앞의 애송이는 세상을 너무 만만하게 보고 있었다.

‘하긴. 그러기 위해선 얼마나 피똥을 쌀 정도로 고생해야 하는지,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지 모르는 나이지.’

무엇보다 천하가 잠길 정도로 피를 봐야 한다.

정광에게는 그런 취미가 없었다.

“천하를 지배하겠다, 이런 망상은 지우는 게 좋을 거예요. 무림에서 군림하겠다, 이런 것도요. 세상의 흐름을 자신의 의지로 조금이나마 뒤트는 것. 이 정도만 해도 대단한 거죠.”

“…….”

“아. 미리 말해두는데, 그 흐름에 나나 내 사람이 휩쓸리면 가만 안 둘 거예요.”

“…….”

한동안 침묵하던 위진홍이 정광의 주먹을 흘깃거리며 입을 열었다.

“알 듯 말 듯하오. 마지막 경고는 확실히 알겠고.”

“그럼 됐어요.”

“허나 내 그릇을 당신 마음대로 재단하진 마시오. 하는 데까진 해보고 싶소.”

“그거야 그쪽 자유죠.”

위진홍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 뒤 화제를 돌렸다.

“련주가 단순히 체면 때문에 창사와 부사가 죽은 사실을 숨겼다고는 믿지 않소. 그럴 정도로 바보는 아니지.”

“그러면요?”

“그렇다고 늦게 알아서 아직 못 알려준 것도 아닐 터. 다른 의중이 있을 것 같소.”

“한번 말해보시죠.”

위진홍이 눈을 빛내며 몇 가지 가정을 얘기했다.

정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듣다가 덧붙였다.

“그중 하나일 수도 있고 전부일 수도 있죠. 아니면 예상 못 한 다른 이유일지도. 사마련주가 그 자리를 노름으로 딴 건 아니잖아요.”

“보통 인물이 아니긴 하오. 그에 대한 대비는 되어 있는 것이오?”

“무림맹의 제갈 군사와 얘기하기는 했었는데. 뭐 지켜보다가 대응해야죠. 그 많은 가정에 일일이 맞춰 대비할 정도의 여력은 없으니까요.”

위진홍도 동의했다.

안다고 모두 막을 수는 없는 일.

그러기 위해선 그만한 힘이 필요했다.

“하나만 더 물읍시다.”

“호기심 진짜 많으시네. 이것만 대답하면 따르겠다고 할 건가요?”

“일리가 있으면. 나와 내 수하들은 홀몸이 아니오. 투웅도 마찬가지고. 장강(長江) 이남의 본거지에 있는 가솔과 문도는 어떻게 구할 생각이오?”

정광은 별것 아니라는 듯 답했다.

위진홍은 가만히 듣다가 수긍했다.

“투웅이 배를 갈아탈 만하군. 허나 그러려면 보안에 신경을 써야 하오.”

“그렇죠.”

“아미로 갔던 침주사로(郴州四老)와 그 수하들이 문제인데…….”

“침주사로? 그 사나운 노인들요?”

“맞소. 살아 있소이까?”

“네. 어찌나 기운이 좋은지 열심히 쫓아오던데요.”

“이런. 벌써 사천 지부에 도착했을 텐데. 투웅이 인물이라곤 하나 그들을 거둘 순 없을 것이오. 아니, 내 수하들을 차지하려고 싸우고 있을지도…….”

위진홍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리다가 흠칫했다.

“……잠깐. 혹시……?”

정광이 씩 웃었다.

“네. 그들은 사천 지부에 못 갈 거예요.”

“……애초부터 그들은 거둘 생각조차 안 한 것이오?”

“네.”

“……어째서?”

“에이. 왜 이래요. 자신으로부터 멀리, 어찌 될지 모를 일에 보냈다는 건 쓸모가 없거나 믿지 못할 자들이어서 아닌가요. 그럼 빨리 지워야죠.”

“…….”

“이제 말할 준비가 됐나요?”

위진홍은 복잡한 표정으로 정광을 주시하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정중하게 포권했다.

“따르겠소. 잘 부탁하오.”

정광도 일어서서 포권했다.

“뭘요. 성실한 소처럼 열심히 일해주세요.”

* * *

당영중은 양손 중지에 낀 아미자(峨嵋刺)들을 가볍게 휘돌렸다.

아미자들이 흠뻑 머금고 있던 피를 뱉어내며 본래의 기이한 색으로 번들거렸다.

‘손해가 꽤 크군.’

인명 피해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물적 피해였다.

당가는 이번 일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아미에서 청성으로 통하는 관도를 막고 갖가지 함정을 팠다.

관(官)에 막대한 뇌물을 찔러줘 양해를 구했음은 물론이다.

게다가 관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다른 길을 안내하고 지체되는 시간만큼 보상까지 하니, 나무토막같이 딱딱한 당영중의 얼굴이 돌덩이처럼 굳어질 정도였다.

‘그래도 이쪽이 훨씬 낫지.’

완벽한 준비를 할 수 있었던 만큼 싸움도 쉬웠다.

아미에서부터 정광을 쫓아오던 사마련 무인들은 안 그래도 지친 상태였는데, 독과 암기로 이루어진 함정을 만나자 급격히 무너졌다.

덕분에 당가는 인명 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

씨족으로 이루어져 인원 보충이 힘든 당가로서는 정말 다행인 일이었다.

독을 뿌릴 때마다, 암기를 던질 때마다 허공에 돈을 날리는 것과 같았으나 생명에 비하면 별것 아니지 않은가.

‘그나저나 너무 열을 올리는 것 같은데.’

당기황이 날뛰는 거야 원래 그러니 그렇다 치자.

몇몇 식솔들도 과하게 열을 내고 있었다.

‘진옥룡에게 독을 품평받고 개량하던 이들이군.’

그들은 돌아가신 조상을 만난 것처럼 반가운 얼굴로 자신들의 역작을 시험하고 있었다.

어찌나 신이 났는지 사마련 무인들이 불쌍해 보일 지경이었다.

‘아낌없이 뿌리는구나. 저것들도 다 돈이거늘. 청성의 사업장들이 굴러들어 올 때까진 허리띠를 졸라매야겠어.’

당영중은 시선을 옮겨 피로 물든 도복을 펄럭이며 검을 휘두르는 청성 도사들을 바라봤다.

청유를 비롯해 다들 열심히 싸우고 있었는데 어떻게든 공을 세우려는 모습이 무척 처절해 보였다.

‘곤두박질친 명성을 조금이나마 세우고 사문을 재건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지.’

최소 두세 세대 이상은 당가와 아미에게 고개를 숙이고 신세를 져야 하니 이렇게나마 성의를 보여야 할 터.

자업자득이지만 씁쓸한 광경이었다.

‘그럴듯한 후기지수가 없구나. 더 오래 걸릴지도. 그에 비하면…….’

당영중의 시선이 한곳에 멈췄다.

그곳에선 그의 자식인 당오군과 당예지가 무혈단원들과 함께 싸우고 있었다.

‘과감하면서도 침착하구나. 진옥룡에게 맡기길 잘했어.’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남매는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이며 무혈단을 지휘하고 있었다.

‘진옥룡이 창안한 무혈진(無血陣)이라 했던가? 물샐 틈도 없이 하나로 뭉쳐 돌아가는군.’

그의 자식들도 훌륭했으나 다른 단원들도 빛났다.

구룡사봉에 포함된 이들과 전직 사파인, 곤륜 제자 셋에 무림맹 일반 무인이 포함된 기묘한 조합이었으나 하나같이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었다.

‘게다가…….’

철월까지 그들의 곁에서 싸우고 있었는데 창칼이 통하지 않는 몸을 자랑하며 거대한 도끼를 폭풍처럼 휘둘렀다.

‘저자를 치료할 방도를 찾긴 했는데. 진옥룡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군.’

기껏 찾아낸 방도란 것이 간단한 게 아닌지라 머리가 아파왔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다른 방법이 없는데.

‘음. 아미가 오고 있구나.’

강한 기운들이 몰려오는 게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 보니 아미 쪽으로 뻗은 관도에서 먼지구름이 일어나고 있었다.

당영중은 잠시 기다렸다가 함께 칠지, 이대로 갈지 고민하다가 크게 외쳤다.

“마지막으로 말한다! 투항할 자는 병기를 놓고 무릎을 꿇어라! 어떤 해도 끼치지 않을 것을 약조하마!”

사마련 무인들의 눈이 흔들렸다.

처음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도 들었던 말이나 지금은 달랐다.

분노를 토하는 이보다 마음이 동하는 자가 훨씬 많아진 것이다.

‘이미 대세는 기울었어.’

‘개죽음당하느니 사는 게 낫지.’

몇몇 무인이 병기를 놓고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투항하겠소!”

“가주의 약조를 믿겠소이다!”

그들의 외침은 들불처럼 번졌다.

많은 이들이 병기를 팽개치며 투항하겠다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저놈들이 감히!’

‘정파 놈들에게 무릎을 꿇어?’

그들의 수장인 침주사로가 크게 노해 버럭 고함을 지르려 하는데.

침주사로를 상대하던 당기황이 더 빨리 외쳤다.

“비겁하다 못해 더럽구나! 그런다고 살려줄 줄 아냐! 노부가 친히 다 죽여주마!”

“…….”

모두 목숨을 걸 정도로 바쁜 와중에도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당영중의 얼굴에도 흉측한 균열이 생겼다.

“아버님! 지금 가주의 권위를 짓밟으시는 겁니까!”

“아냐! 아냐! 그냥 속이 좀 뒤틀려서.”

“조용히 하십시오! 한마디만 더 꺼내시면 저도 참지 않겠습니다!”

“…….”

당기황은 못마땅한 얼굴로 침주사로를 몰아쳤다.

한 단계 올라섰는데도 네 노인을 죽이지 못해 답답해서 좀 외쳤거늘, 말이 너무 심하지 않은가.

‘자식놈 키워봐야 아무 소용없다더니. 에잉, 이번 일만 끝나면 유람이나 떠나야지.’

그와 달리 당영중은 아비를 감금해버릴 생각이었다.

안 그래도 사고뭉치였는데 무공이 늘었으니 얼마나 더 날뛰겠는가.

‘순순히 감금당하실 리가 없지. 진옥룡에게 자문해봐야겠어.’

그 전에 싸움부터 끝내야 했다.

당영중은 다시 한번 크게 외쳤다.

“모두 들었으리라 믿는다! 어떡할 것이냐!”

병기를 놓고 무릎 꿇는 사마련 무인들이 늘어났다.

당영중은 가솔들에게 투항한 자들을 거두라 명했다.

‘적이 얼마 안 남았군. 이쯤이면 더 싸워도 큰 피해는 없겠지.’

그는 아미가 도착하기 전에 싸움을 끝내기로 했다.

당가의 공과 위엄을 그녀들에게 똑똑히 보여줘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당영중은 신형을 날려 침주사로 중 한 노인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노인과 당기황이 동시에 외쳤다.

“비겁한!”

“내꺼야!”

당영중은 신경 쓰지 않았다.

전장에 비겁함이 어딨는가?

개인의 욕심 따위는 또 뭐고?

당영중은 사천의 당 씨들을 책임지는 가주.

가솔들의 피해를 최소화함과 동시에 당가가 승리의 주역이 되도록 이끌어야 했다.

당영중은 나직한 기합을 지르며 양손에 꼬나쥔 아미자들을 내질렀다.

“하!”

* * *

싸움은 당가의 대승으로 끝났다.

청성도 함께했으나 당가의 공이 워낙 커서 목소리도 못 낼 지경이었다.

뒤늦게 도착한 아미의 비구니들은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사천제일을 노리더니.’

‘그럴 만한 자격이 있도다.’

이번 싸움에 친히 나선 아미파 장문인 대정이 당영중을 향해 합장했다.

“아미타불. 가주, 늦어서 미안하오. 불민한 빈승 때문에 당가가 피를 많이 흘렸구려.”

당영중은 정중하게 포권하며 화답했다.

“아닙니다, 장문인. 제 욕심에 조금 무리를 했을 뿐입니다.”

“……무리라니. 무슨 의미요?”

“본가의 공을 내세우고 싶어서 그랬다는 말씀입니다. 우매한 짓인 건 잘 아나,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을, 왜……?”

“그만큼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본가에 적절한 보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당영중은 장사치처럼 철저히 이득을 따지는 말을 하고 있었으나 어조와 자세는 나무랄 데 없이 당당했다.

대정은 내심 혀를 내둘렀다.

‘독군(毒君)이 인물이라더니 과연. 그가 있는 동안은 당가의 명성이 천하를 울리겠구나.’

십여 년 전에 한번 만난 적이 있건만 당영중은 그새 또 변해 있었다.

흔히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하나, 사람의 됨됨이가 변하긴 힘든 시간임을 수양이 깊은 대정은 잘 알고 있었다.

‘어차피 진옥룡에게 설득당해 당가를 밀어줄 생각이었지만…….’

마음이 바뀌었다.

더 제대로 밀어주고 훗날을 노리기로.

“가주. 사마련을 몰아내는 즉시 당가가 사천제일임을 천하에 인증하겠소. 그러니 공평무사하게 싸움을 이끌어주시오.”

“감사합니다. 장문인의 기대에 어긋남이 없게 최선을 다할 것을 맹세하겠습니다.”

대정은 당영중을 보며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의 아비에게 생각이 이르자 이맛살을 찌푸리게 되었다.

‘그 망할 늙은이에게서 어찌 이런 아들이…….’

생각이 미친 김에 주위를 둘러보는데 당기황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도주했나? 따질 일이 천지인데.’

당영중이 그녀의 의중을 눈치채고 무겁게 말했다.

“과거 아버님께서 많은 결례를 저질렀다고 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아미타불. 되었소. 그게 어찌 가주의 잘못이겠소이까.”

“반드시 갚아드릴 테니 기다려 주십시오. 저도 많이 쌓인 상태입니다.”

대정의 눈이 번뜩였다.

“역시 독군이시오. 빈승은 가주만 믿겠소이다.”

당기황의 만행은 부처도 참을 수 없을 정도.

당영중에게 확답을 받은 대정은 청성 장문인 청유와도 인사를 나눴다.

“아미타불. 장문인, 심심한 위로를 드리오. 본파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최대한 도와드리리다.”

“무량수불. 아니오. 뿌린 대로 거둔 것뿐이외다. 지금까지의 잘못을 반성하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싸우겠소. 귀파에 염치없게 손을 벌리게 되어 미안하오.”

대정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청유의 말에 진심이 담겨 있음을 느껴서였다.

‘청성의 세가 꺾였으나 앞으로는 모르겠군. 본파도 정신을 차려야겠어.’

당가, 아미, 청성은 생포한 사마련 무인들과 함께 당가타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고생하셨습니다.”

기다리고 있던 정광이 마치 주인처럼 천연덕스럽게 인사했다.

그리고 아미와 청성이 배정된 숙소로 가자 당영중과 함께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예의 괴이한 학창의를 입은 위진홍이 있었다.

당영중은 그를 잠시 노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옥룡. 수고했네. 지금부턴 내가 맡지.”

그때, 정광이 의외의 말을 했다.

“아뇨. 제가 계속 맡을게요.”

“무슨 말인가?”

“제가 데리고 다니려고요.”

당영중은 정광을 주시하다가 입을 열었다.

“자오나 철월처럼?”

“네.”

“저 간교한 자의 어디를 믿고?”

“개과천선했거든요.”

“……개과천선?”

“네.”

정광이 주먹을 살짝 들어 올리며 덧붙였다.

“제가 보증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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