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
제갈문형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청수한 학사는 사라지고 냉소적인 모사(謀士)가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담담한 정광을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천천히 내렸다.
“당황하지 않는군. 알고 있었나?”
“대충 짐작하고 있었죠.”
“어떻게?”
“머리가 좋은 사람은 안 좋은 사람을 깔보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제갈문형이 진지한 얼굴로 부정했다.
“그렇게까진 아니야. 머리가 모자라다고 모든 게 다 모자란 건 아니잖는가. 요즘 이래저래 마음이 안 좋다 보니 말도 표정도 좀 안 좋게 나왔네.”
“많이 힘드시나 봐요.”
그의 입꼬리가 다시 올라갔다.
“힘들다기보단 짜증이 나지.”
“다들 군사님만 바라보고 있어서요?”
“역시 잘 아는군.”
제갈문형은 작은 한숨을 내쉰 뒤 넋두리하듯 중얼거렸다.
“한 사람이 모든 화폭을 채울 순 없는 것이거늘, 다들 어서 그려달라고 재촉만 하고 있네. 맹주와 천룡단주를 비롯한 몇몇 사람은 그래도 말이 통하나, 입만 벌리고 먹여달라는 이들이 대다수일세.”
“줄기뿐만 아니라 잔가지까지 전부 그려달라고 하는 거군요.”
“하아아…….”
“기껏 그려주면 이렇게 고쳐달라, 저렇게 해줘라, 투정만 부리면서요.”
“후우우…….”
“거참. 군사님께서 언제 군사 시켜달라고 하신 것도 아닌데 말이죠. 자기들 마음대로 시켜놓고 돕기는커녕 딴죽만 걸어? 군사님이 군자시죠, 저였으면 벌써 몇 번은 엎었을걸요.”
정광의 위로에 제갈문형의 입꼬리가 다시 올라갔다.
“내 말이. 제갈 씨로 태어난 게 죄인가?”
“아니죠.”
“머리가 좋은 건 죄가 아니지 않는가?”
“물론이죠.”
“왜 우리 가문에서 대대로 무림맹의 군사를 맡아야 하는지 모르겠네. 정파무림에 인재가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일세.”
고개를 끄덕이며 추임새를 넣던 정광이 반론을 펼쳤다.
“그건 아니죠. 제갈세가만 한 곳이 어딨다고.”
“……흠. 흠. 그건 그렇지.”
“그것 빼면 군사님 말씀이 다 맞아요. 아니, 하기 싫은 걸 시켰으면 힘이나 제대로 실어주던가.”
“그러게나 말이야.”
“맹주와 몇몇 분들만 실어주면 뭐해요. 자신들 사문의 이익이나 재면서 불가하오만 외쳐대는데.”
“그렇지!”
“아 진짜. 그럴 거면 뭐하러 맹을 만들었나 몰라. 대체 뭐 하자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니까요.”
“바로 그걸세! 어쨌든 하긴 한다만 전혀 흥이 나지 않는다니까!”
제갈문형은 손바닥으로 무릎을 내려치며 추임새를 넣었다.
십 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렇게 말이 통하는 외인을 그가 언제 또 만나봤겠는가.
그와 반대로 정광은 제갈문형 같은 이들을 익히 만나봤었다.
현생이 아닌 전생에서.
‘역시 마뇌(魔腦)보다는 귀곡자(鬼谷子)와 비슷하군.’
진천마였던 시절 정광에게는 두 명의 뇌가 있었다.
마뇌는 무공을 전혀 모르는 일반 교도였는데 정광이 그 자질을 발견해 키운 자였고, 귀곡자의 경우엔 정파의 제갈세가처럼 대대로 머리가 좋은 명문가의 자손이었다.
경험상 다루기 더 쉬운 쪽은 후자와 같은 자였다.
‘머리로 올라갈 수 있는 자리는 딱 군사까지란 걸 뼈저리게 잘 알고 있겠지.’
무림은 결국 힘이 지배하는 곳.
모사의 자리는 잘해봐야 두 번째일 수밖에 없다.
이 진리를 대를 이어 체험해 온 가문은 헛된 꿈을 꾸지 않는다.
간혹 꾸는 자도 있었으나 그 결과야 뭐 말할 필요도 없고.
‘자존심도 세워주고 맞장구도 쳐줬겠다. 다음은…… 아. 여긴 무림맹이지.’
전생이라면 힘의 격차를 보여주고 굴복시켰겠지만 현생에선 다르게 가야 했다.
‘동질감을 더 높여볼까.’
그러려면 둘 다 싫어하는 이를 욕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
똑똑한 자니까 알아들으리라.
“와. 제가 이런 말씀까지 드리고 싶진 않았는데…… 아니지. 엄청 드리고 싶네요. 남궁세가가 제일 문제예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남궁세가주 남궁화인 대협이요. 창천일검(蒼天一劍)이 아니라 암실반검(暗室半劍)이라 불리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제갈문형이 얼굴을 찌푸렸다.
“너무 노골적이지 않나.”
정광이 싱긋 웃었다.
“이쯤은 해야 군사님과 제가 동질감을 느끼죠.”
“의도는 아네. 그래도 너무 심해.”
잠시 생각하던 제갈문형은 손가락을 튕기며 입꼬리를 올렸다.
“차라리 흑심무검(黑心無劍)이 어떤가?”
“역시. 배우신 분이라 다르시군요.”
두 사람은 남궁화인을 열심히 씹었다.
시간이 흐르자 남궁세가 전체를 씹게 되었고 그에 동조하는 세력 또한 빼놓지 않았다.
제갈문형은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 말을 쏟아내다가 한 손을 들어 올렸다.
“이쯤이면 되었네. 무엇이 문제인지 서로 명확하게 말했으니 해결책을 얘기해 보세. 천하를 위해 싸움을 빨리 끝낸다. 후일을 위해 사마련주를 조금이나마 나은 자로 바꾼다. 그러기 위해 자네가 사마련의 지부들을 쳐서 사마련주를 끌어낸다. 이 생각엔 변함이 없는가?”
“네.”
“그럴 자신은 있고?”
“군사님이 함께해 주시면 좀 더 쉽게 되겠죠.”
제갈문형이 웃었다.
냉소가 아니라 즐거운 웃음이었다.
‘자신 없다는 말은 안 하는군.’
다른 이가 그랬으면 터무니없다고 받아쳤겠지만, 정광이 말하자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았다.
정광이 그럴 힘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정광의 경지를 가늠할 수 없어서였다.
‘저 젊은 나이로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세상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종종 있는 법.
정광이 지금까지 저지른 일들이 그랬다.
제갈문형은 누구보다 머리가 뛰어났기에 오히려 정광의 실력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보게, 진옥룡. 홀로 하겠다고 했으면 아무리 자네라 해도 안 믿었을 걸세. 자네가 말했던 대로 맹과 정파무림의 힘을 최대한 이용하게나.”
“군사님도 제대로 이용할게요.”
“물론이지. 후우. 기껏 찾아온 소림을 그냥 보낸 것이 아쉽군.”
사마련 무인들을 호송해 왔다가 원로들에게 증언만 하고 바로 떠난 원굉 일행을 말함이었다.
“어쩔 수 없죠. 다른 문파와 가문에서 소림이 강호의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걸 불편해했으니까요.”
“소인배들 같으니라고. 그래도 소림이 첫걸음을 떼었으니 두 번째 걸음은 쉬워질 것일세. 거참. 생각할수록 부아가 치미는군. 맹주가 가균에게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할 만해.”
팽수관이 싸움을 빨리 진행시키기 위해, 정파의 소인배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벌인 일이었다.
사마련주가 가균에게 그런 일을 시킬 리가 있나.
화제도 돌리고 내부의 결속도 다질 겸 이곳저곳에서 일을 일으킬 것이 분명했다.
중원에 산재한 정파들은 조금씩이나마 고생하게 되리라.
무림맹주와 사마련주가 서로의 속을 뻔히 알면서도 이해가 일치해 벌어질 일이었다.
“송훈은 어떻게 처리하실 건가요?”
“고문을 할 수도 없고 한다 해도 고분고분해질 이도 아니고. 쓰임새가 많긴 하니 길게 내다보려 하네. 자네 생각은?”
“군사님과 같아요.”
“하하하. 말이 통해서 편하군. 그럼 일을 시작해 보세나.”
제갈문형은 대소를 터뜨린 뒤 정광의 그림에 자신의 그림을 겹쳤다.
다소의 차이가 있던 두 그림은 두 사람에 의해 조금씩 다듬어져 하나의 그림으로 다시 태어났다.
제갈문형은 머릿속의 그림을 몇 번 더 확인한 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쓸데없이 잔가지를 안 그려서 좋군. 직접 뛸 자네가 천시(天時), 지리(地利), 인화(人和)에 맞게 그려서 행동하며 알려주게.”
“네. 군사님도요.”
“하하. 이거 꽤 바빠질 것 같은걸.”
“그러게요.”
“아. 그런데 말일세.”
제갈문형이 지나가듯 물었다.
“자네는 장차 모두의 위에 서길 원하는 건가?”
느닷없는 말이었지만 정광의 안색은 똑같았다.
“아니요.”
“……그럼?”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려고 하는데요.”
“……홀로 군림(君臨)하되 지배하지는 않겠다는 말이군.”
“네?”
“대충 알겠네. 내 말년이 심심하지는 않겠어.”
정광이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느냐고 눈으로 물었지만 제갈문형은 이미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 답했다.
‘자네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만 해도 무척 바쁠 것 같다는 말일세.’
* * *
두 사람은 팽수관과 허청을 만나 함께 짠 그림을 보여줬다.
팽수관은 두 눈을 끔뻑거리다가 물었다.
“군사. 세부적인 내용은 없는데 어떻게 된 것이오?”
“상황에 맞춰 진옥룡과 제가 그려 넣을 것입니다.”
“어떻게 소통하려고 그러시오? 전서구? 또는 인편으로?”
“그 방법밖에 없지요.”
“흐음. 시간이 꽤 지체될 터인데…… 그사이 상황도 당연히 바뀔 터. 문제가 없겠소이까?”
제갈문형은 청수한 얼굴에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그게 제일 빠른 방법이니 어쩔 수 없지요. 줄기는 공유하고 있으니 가지의 방향도 서로 비슷하게 그려낼 수 있습니다.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 안 그런가, 진옥룡?”
“물론이죠.”
팽수관으로선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아는 사람 중 제일 똑똑한 두 사람이 그렇다는데 뭐라 하겠는가?
허청 역시 마찬가지였다.
“맹주. 원로를 모이게 할까요?”
“그러시오.”
팽수관이 의자에서 일어섰다.
목을 좌우로 움직여 우두둑 소리를 낸 그는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한바탕해야겠군.”
그의 생각대로였다.
원로들은 극렬하게 반대했다.
남궁세가 세력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그랬다.
“말도 안 됩니다! 공을 탐해도 정도가 있지,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짓입니까!”
“젊은 배분에서 소수를 뽑아 사마련의 지부를 치다니요. 너무 위험합니다!”
팽수관도 강하게 대응했다.
“공을 탐하다니! 협을 위해 나선 진옥룡을 모욕하지 마시오! 이보게, 아니 그런가?”
정광은 어깨를 으쓱했다.
“협보다는…….”
“그렇지! 대의! 대의를 위한 것 아닌가!”
아차 한 팽수관이 재빨리 소리를 질러 정광의 말을 막았으나 남궁신건이 ‘옳다구나’ 하고 나섰다.
노련한 팽수관보다는 정광을 상대하는 게 쉬우리라 판단해서였다.
“맹주가 아니라 당사자에게 묻겠습니다. 진옥룡, 왜 그런 무리한 일을 하려는 겐가?”
모두의 시선이 정광에게 모였다.
정광은 별것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아무도 안 나서서요.”
“자네 목숨이야 자네 것이니 그렇다 치세. 왜 다른 후기지수들까지 끌어들이는 것이지?”
“나설 사람이 그들밖에 없으니까요. 혹시 함께하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우리는 함부로 나설 수 없네.”
“아니면 본거지로 돌아가신 각파의 고수분들을 불러주셔도 좋고요.”
“……그들이 놀고 있는 것 같은가? 중원을 지키고 있는 게야.”
정광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다들 바쁘시니까 그러겠다는 것입니다. 이대로 시간만 끌어봐야 좋을 게 없다는 걸 모두 알고 계시잖아요. 무인들 간의 싸움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분들은 따로 있으니까요.”
“……그래도 너무 위험하네. 보내려면 제대로 된 전력을 보내야지.”
“그럼 천룡단을 보내실 건가요? 큰일이 터지면 제일 먼저 달려가야 하는 전력인데. 그렇다고 지룡단을 보내는 건 더더욱 말이 안 되죠. 원로들께선 사문의 어린 제자를 걱정해 반대하실 것이니까요.”
“…….”
“사문이 허락하고 스스로 원하는 이들만 이 일에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이래도 안 되나요?”
한동안 정광을 노려보던 남궁신건이 딱딱한 어조로 물었다.
“일이 잘못되면 어떻게 책임질 건가?”
“맹주님이 책임지실 건데요.”
“……무어라?”
“그렇죠, 맹주님?”
팽수관은 두 눈을 끔뻑거렸다.
당연히 책임질 생각이었지만 정광에게 그런 말을 듣자 왠지 기분이 찝찝했다.
“맹주, 사실입니까?”
남궁신건이 재촉하니 일단 대답을 할 수밖에.
“물론이오.”
“어떻게 책임을 지실 겁니까?”
“원하시는 대로 하겠소이다!”
정광이 상황을 정리했다.
“이제 됐죠? 그럼 진행할게요.”
한동안 이런저런 트집을 잡는 이들이 나왔으나 정광의 논리를 무너뜨릴 순 없었다.
게다가 자신들이 손해를 볼 일도 없겠다, 일이 잘못되면 팽수관을 끌어내릴 기회 아닌가.
어느 정도 반대 의사는 밝혔으니 도의적 책임도 털어낸 터. 마냥 반대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도 몇몇이 계속 떠들어대자 정광은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를 꺼내 휘둘렀다.
“제가 말주변이 모자라서 설명을 제대로 드리지 못한 것 같네요. 자오를 불러와서 왜 그래야 하는지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원로들이 일제히 몸을 떨었다.
그리고 끝끝내 정광을 물고 늘어진 이들에게 살기 어린 시선을 보냈다.
“아. 자금 지원 좀 부탁드릴게요. 이래저래 쓸 일이 많을 것 같거든요. 자오가 사제와 함께 계산한 금액이 있는데…….”
결국 정광과 제갈문형이 세운 계획은 원로원의 승인을 받게 되었다.
만족할 만한 돈과 함께.
‘빨리 모아야겠네.’
정광은 계획 속에 넣은 이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유정풍, 언의진, 당오군, 당예지, 공우, 이제 막 무림맹에 도착한 팽강휘까지.
비록 젊지만 구룡사봉 중 다섯에 사천당가의 소가주까지 포함된 화려한 전력이었다.
정광은 한 명, 한 명 눈을 마주치며 계획을 얘기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유정풍이 말이 끝나자마자 물었다.
“아우. 많이 위험할 것 같은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음. 운이 없으면 죽을지도 모르죠. 빠지셔도 괜찮으니까 생각 있으신 분만 사문의 허락을 받아오세요.”
유정풍이 피식 웃더니 툴툴거렸다.
“거참. 아우는 우형(愚兄)을 너무 무시하는군. 본방의 기치(旗幟)가 무엇인가? 의협(義俠)일세. 총단의 어린아이들조차 중원에 흩어져 목숨을 걸고 정보를 모으는 중이야. 설마 내가 빠질 것이라 본 건가?”
당오군과 당예지가 그 뒤를 이었다.
“유 형의 말이 맞아. 게다가 아버님께서 본가로 떠나시기 전에 당부하셨네.”
“진옥룡의 청을 거절치 말라 하셨지요.”
언의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정파인으로서 협을 행하지 않으면 어찌 얼굴을 들고 살겠어요. 가문에서 반대한다 해도 반드시 가겠습니다.”
팽강휘는 먼 길을 오느라 피곤할 텐데도 어깨를 으쓱하며 농을 섞어 승낙했다.
“나는 아버님께서 강제로 보낸 몸인지라 선택의 여지도 없다오.”
공우는 반장을 하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모두의 얼굴에 퍼졌다.
짝. 짝.
정광은 손뼉을 쳐서 이목을 집중시킨 뒤 말했다.
“자. 자. 그럼 빨리 다녀오세요. 할 일이 많거든요.”
정파의 젊은 영웅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인 뒤 흩어졌다.
그들의 발걸음에는 강한 힘이 실려 있었다.
“사제. 자오. 우리도 준비하죠.”
“네, 사형.”
“알겠습니다, 진옥룡.”
백승무와 자오는 각자의 방에 들어가 미리 챙겨놓은 것들을 꺼내오기 시작했다.
한편, 정광에게 불려와 한쪽에 서 있던 장이는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나, 나는 왜 부르신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여기 왜 있는지, 있어도 되는 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때, 정광이 그를 보며 물었다.
“장 소협은 어머님께 말씀드리러 안 가세요?”
“헉! 저, 저도 데려가시려는 겁니까?”
“네. 왜요?”
왜라니.
장이야말로 묻고 싶은 말이었다.
‘……나, 나 같은 하수를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