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화
대격돌
정광은 가는 곳마다 출입금지 당했다.
당연히 그곳들은 모두 영업정지 당했다.
태원은 물론 그 주변까지 돌며 도박장들을 영업정지시키자 백승무와 자오의 얼굴은 시커멓게 죽어갔다.
‘대, 대체 이게 몇 번째지?’
‘생각하지 말자, 자오. 절대로 생각하지 마.’
그런데 생각 안 하려고 한다고 안 해질 수가 있나.
누가 봐도 사마련에게 시비를 걸고 있는 것 아닌가.
‘그래도 생각 안 한다. 미리 알아봐야 좋을 게 없어. 절대로 생각 안 해!’
이렇게 노련한 자오와 달리 백승무는 아직도 경험이 부족했다.
별의별 생각들이 머릿속을 채웠다.
‘이것도 전에 말씀하셨던 큰 그림의 일환인가.’
시장통의 악소를 패고 돈놀이하는 자들을 징치할 때만 해도 소소한 협행이거니 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석가장과 소림을 끌어들이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감탄했던가.
그런데 도박장으로 향하게 되자 뭔가 좀 이상함을 느꼈다.
이거 혹시 도박장을 털 명분을 만든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긴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송훈의 날카로운 대응 때문에 사마련에 죄를 물을 순 없게 되었지만, 도박장만큼은 확실히 털었다.
그것도 힘을 써서가 아니라 노름으로!
민초들의 비난을 받으면서가 아니라 칭송을 받으며!
노름으로 사마련을 징치하는 협객이 된 것이다!
‘그게 큰 그림인 줄 알았는데…….’
이젠 아예 도박장들을 모조리 부숴 버리며 사마련을 도발하고 있다.
‘사형은 아직도 그림을 그리고 계신 걸까?’
백승무는 또 다른 도박장으로 달려가던 도중,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사형. 왜 도박장들을…….”
“벌써 왔네.”
“……네?”
“그런데 한쪽만 와 있어.”
무슨 말인지 몰라 의아해하던 백승무는 더 달리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목표로 달려왔던 도박장에 많은 사람이 날카로운 기세를 뿜으며 서 있는 것 아닌가.
송훈을 위시한 사마련의 무인들이었다.
“안녕하세요!”
“……!”
정광의 외침에 그들은 목이 부러질까 걱정될 정도로 세차게 고개를 돌렸다.
“다들 노름하러 오신 거세요?”
“……!”
“아니시면 먼저 들어갈게요. 어라? 여기도 출입금지라 쓰여 있네.”
정광은 한숨을 쉬더니 내공을 끌어 올렸다.
“그럼 영업정지지 뭐.”
그가 도박장의 벽을 후려치려는 그때.
송훈이 분노에 찬 고함을 질렀다.
“잠깐!”
“네?”
정광은 의아한 얼굴로 송훈을 돌아봤다.
하지만 그의 주먹은 그대로 벽을 때리고 있었다.
콰아아앙!
콰르르르.
도박장 벽면이 폭발하며 무너져 내렸다.
정광은 주먹을 뻗은 채 송훈에게 물었다.
“지부장님, 왜요?”
“…….”
“저 부르신 거 아니었어요?”
“…….”
도박장에서 노름을 하던 이들이 놀라 뛰쳐나올 때까지 사마련 무인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저 그럼 갈게요.”
“……아니.”
“네?”
“……너는 아무 데도 못 간다.”
“왜요?”
송훈은 허리에 차고 있던 도를 뽑았다.
스르릉-
도가 도갑(刀甲)에서 빠져나오며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소리를 냈다.
동시에 송훈의 입에서는 그보다 더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곳에서 죽을 테니까.”
“제가 뭐 잘못했나요?”
도를 움켜쥔 송훈의 손에 핏줄이 솟았다.
하지만 그는 정광의 말에 대답했다.
도박장에서 나온 노름꾼들과 멀리서 지켜보는 구경꾼들에게 최소한의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너는 본련이 보호하고 있는 곳들을 공격했다.”
“도박장들이 율법을 어겨서 대응한 거죠. 근데 정말 파신 것 맞아요?”
“본련의 체면이 깎였어.”
“제 마음엔 상처가 생겼고요.”
“……서로의 입장이 상충하니 싸울 수밖에.”
“오오. 그러게요.”
송훈은 물러날 수 없었다.
련주의 복심(腹心)이 어떻든, 부련주의 행방이 묘연하든 이런 도발을 받고도 넘길 수는 없었다.
중인환시(衆人環視) 속에 사마련이 무시당한 상황.
반드시 정광을 죽여야 했다.
송훈의 눈이 깊게 가라앉고 정광의 눈은 빛났다.
저마다 명분을 가진 상황.
이제는 입이 아닌 병기로 대화할 때였다.
송훈은 정광에게 도를 겨누며 외쳤다.
“쳐라!”
“존명!”
사마련 무인들이 정광에게 달려들었다.
정광은 운룡을 뽑아 그들에게 까딱이며 외쳤다.
“튀어!”
“네!”
백승무와 자오가 경공을 펼쳐 달아났다.
송훈은 눈썹을 꿈틀거렸다가 정광을 향해 몸을 날렸다.
자오를 잡아 죄를 물어야 했지만 지금 당장 급한 건 정광을 죽이는 것이었다.
정광을 사면에서 포위한 채 병기를 내지르는 수하들이 확대됐다.
‘반응이 없어? 별것 아닌 놈이었…….’
번쩍!
순간 눈부신 황금빛이 터져 나오며 끔찍한 비명이 귀를 찔렀다.
“끄아악!”
“……!”
정광을 공격하던 네 명의 수하가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이놈이 감히!”
송훈은 노호성을 터뜨리며 도를 내리그었다.
정광의 정수리부터 사타구니를 양단하는 무시무시한 도격이었다.
하지만 정광은 그 자리에 없었다.
용형보(龍形步)를 펼쳐 스르륵 옆으로 움직인 그는 검을 쥔 팔을 구부려 팔꿈치를 휘둘렀다.
후웅-
“흣!”
송훈은 급히 허리를 숙여 피했다.
머리가 저릿저릿한 게 정광의 팔꿈치에 머리칼이 베인 듯했다.
‘그깟 것쯤이야.’
반보 내디디며 어깨로 정광의 배를 가격했다.
흔히 말하는 명치, 거궐혈(巨闕穴)이었다.
두꺼운 철벽도 우그러뜨릴 강맹한 일격이었으나 정광의 손은 마치 솜뭉치처럼 부드럽게 받아냈다.
툭-
“……!”
정광은 그 손을 왼쪽으로 움직였다.
아주 부드러운 손놀림이었지만 송훈은 자신의 힘을 주체 못 하고 그대로 끌려갔다.
넉 냥의 힘으로 천근의 힘을 흘리는 사량발천근(四量發千斤)의 기예였다.
‘이렇게 간결한 사량발천근이라니!’
초식도 간결했지만 시기도 더없이 적절했다.
송훈은 정광의 단 한 수에 전율을 느꼈다.
정광은 그를 지나치는 송훈의 뒤통수에 운룡을 내지르며 인사했다.
“잘 가세요.”
“크윽!”
송훈은 벌써 뒤통수가 뚫린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는 냉철한 심계(心計)뿐만 아니라 고강한 무공을 가진 고수.
앞으로 향하던 힘을 배가하여 신법을 펼쳤다.
그의 몸이 잔상을 남기며 쭉 늘어났다.
그래도 뒤통수에 따끔한 느낌이 들었다.
개의치 않고 멀찍이 뛰어간 송훈은 신형을 멈추며 재빨리 뒤돌았다.
정광은 그의 수하들에게 포위된 채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 안 가셨네? 조금 얕았나?”
송훈은 이를 악물며 뒤통수를 만졌다.
정광의 팔꿈치에 베여 휑해진 뒤통수에 작은 상처가 나 있었다.
정광의 검끝에 찔린 흔적이리라.
‘……고수다.’
그냥 고수가 아니었다.
사마련에서도 어느 정도 대접받는 그조차 상대할 수 없는 진짜 고수였다.
‘……그래도 싸워야 해.’
먼저 싸움을 건 이는 그였다.
도주하면 당장은 살 수 있을지 모르나 언젠간 사마련주에게 죽게 될 터.
게다가 그는 반드시 자신이 질 거라곤 생각지 않았다.
‘생사결은 무공만으로 하는 게 아니지.’
각오를 다지는데 정광이 다시 손을 쓰기 시작했다.
병기들이 조각조각 났다.
송훈의 수하들은 별다른 대항도 못 한 채 피를 흩뿌리며 죽어갔다.
실도 대단한 명검에 대단한 무공.
무엇보다 도사라는 게 믿기지 않는 엄청난 독심(毒心)!
‘……간다!’
그가 몸을 날리려는 그때, 다른 쪽에서 병기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도망갔던 백승무가 나타나 외곽에 있는 수하를 공격하는 모습이 보였다.
‘왜 돌아온 거지?’
의문도 잠시.
백승무와 일진일퇴의 공방을 펼치던 수하의 옆구리에 단봉이 꽂혔다.
우드득-
“끄악!”
공간을 찢고 나온 자오의 것이었다.
갈비뼈가 부러진 수하가 허리를 숙이며 고통스러워했다.
백승무는 잠시 복잡한 표정을 짓더니 검을 휘둘렀다.
사아악-
“큭!”
송훈의 수하가 쓰러졌다.
송훈이 황당해할 정도로 훌륭한 암수였다.
‘금권검협이라는 무명을 얻은 놈이 저런 짓을?’
백승무의 표정이 변해 있었다.
더는 흔들리지 않겠다는 단단한 의지가 서린 얼굴이었다.
“하압!”
자오는 다시 은신을 하고 백승무는 근처의 무인을 공격했다.
두 사람이 공방을 펼치는 사이 자오의 암수가 또 빛을 발했다.
두 번째 수하가 고꾸라졌다.
이쯤 되자 다른 수하들도 두 사람의 암수를 방비하기 시작했다.
세 명의 수하가 그들을 공격했다.
백승무는 그들의 공세를 피하며 침착하게 외쳤다.
“자오 대협! 반(反)!”
자오는 이미 정해진 합격술을 펼치고 있었다.
은신술을 풀고 나타난 그는 세 명의 무인 사이로 흐르며 쌍단봉을 휘둘렀다.
무인들은 재빨리 병기를 들어 자오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리고 반격을 하려는 순간.
후우웅-
진기를 가득 머금은 백승무의 검이 웅혼하게 움직였다.
교묘한 변화가 없는 만큼 강렬한 기세를 자랑하는 태청검(太淸劍)의 일식이었다.
채앵-
“컥!”
다급히 반월도(半月刀)를 들어 막던 수하가 억눌린 신음을 냈다.
백승무의 흑우가 반월도와 함께 그의 가슴을 갈라서였다.
“명검이다!”
“조심해!”
다급히 말을 주고받는 수하들에게 자오가 두 손을 떨쳤다.
그의 손에서 출발한 비수들이 그들의 등에 꽂혔다.
“크흑!”
“억!”
그들이 움찔거린 찰나의 순간.
흑우가 우아하면서도 멋진 호를 그렸다.
그 호에 베인 그들은 얕은 신음을 내며 쓰러졌다.
백승무와 자오는 다시 다른 사냥감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그들의 활약을 지켜보던 송훈은 입술을 깨물었다.
‘주(主)와 부(副)를 자유자재로 전환하는 합격술이라…….’
정(正)이 주가 되고 사(邪)가 보조를 하는가 싶더니 사(邪)가 앞에 나서고 정(正)이 뒤를 받친다.
거기에 사파도 부끄러워할 도주가 더해지고 암습까지 섞이니 엄청난 효율을 보이고 있었다.
송훈은 시선을 돌려 그의 수하들을 다시 살육하기 시작한 정광을 노려봤다.
‘설마 저놈이 만든 걸까?’
자신이 한 생각이었지만 불가능했다.
일대종사(一代宗師)가 만들어냈을 법한 대단한 합격술 아닌가.
게다가 정파의 위선자들이 해낼 수 있는 발상이 아니었다.
‘잠깐. 저놈이라면 이런 발상이 가능할지도…….’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정광의 경지가 얼마나 높을지 송훈은 짐작조차 못 하고 있었다.
‘상식 밖의 존재라…… 만약 그렇다면…….’
저 나이에 벌써 저러니 더 지나면 사마련에 엄청난 위협이 될 터.
‘어떻게든 죽인다!’
송훈은 일신의 내공을 모두 일으켜 정광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그의 수하들을 베어 넘긴 정광에게 혼신의 힘을 다한 일격을 내려쳤다.
쐐애액-
정광의 두 발이 기묘하게 엇갈렸다.
작게 반원을 그려 옆으로 피한 그는 송훈의 옆구리를 향해 운룡을 내지르려 했다.
그 순간 송훈의 눈이 번뜩였다.
‘이거나 먹어라!’
그의 왼쪽 소매에서 핏빛 도가 튀어나왔다.
그것을 잡은 그는 정광의 목을 향해 그대로 찔렀다.
일전에 정광이 가균을 상대하며 썼던 암수와 똑같은 수법.
정광은 목이 꿰뚫리며 탄복했다.
“쌍도혈귀(雙刀血鬼)라더니 나머지 하나는 거기에 숨기고 계셨구나.”
“……!”
핏빛 도에 꿰뚫렸던 정광의 잔상이 사라졌다.
송훈은 당황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그 순간 운룡이 그의 가슴을 꿰뚫었다.
“크흑!”
결국 정광이 그보다 빨랐다.
하지만 그는 늦더라도 펼칠 수 있는 수가 있었다.
아니, 지금이야말로 펼칠 수 있는, 동귀어진이자 구명절초라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법!
“합!”
콰차창!
그가 움켜쥐고 있던 핏빛 도의 도신이 폭발했다.
그것들은 수많은 암기가 되어 정광의 몸을 덮쳤다.
하지만 이번에도 정광의 신형은 그곳에 없었다.
운룡을 놓고 송훈의 뒤에 나타난 정광은 손바닥으로 그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때앵-
“끅.”
커다란 종이 울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송훈의 눈이 풀렸다.
정광이 그의 가슴에 꿰어져 있는 운룡을 뽑자 핏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송훈은 그대로 쓰러져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정광은 그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 이 정도 수는 감추고 있어야지.’
미덥지 않은 면이 많으나 환생한 뒤 당했던 암습 중엔 최고의 수였다.
‘그건 그거고.’
정광은 신형을 돌렸다.
사마련 무인들이 경악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제. 자오. 이때예요!”
정광이 습격을 명했지만 두 사람은 너무 지쳐 거친 숨만 몰아쉴 뿐이었다.
“에이. 벌써 힘들어요?”
“죄, 죄송합니다, 사형. 헉헉.”
“면목 없습니다, 진옥룡. 훅훅.”
어이없어하던 정광은 두 사람이 적들의 피를 뒤집어쓴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열심히 했네.’
문득 생각이 나 자신의 도복을 내려다봤다.
피를 뒤집어쓰다 못해 혈의(血衣)로 변해 있었다.
‘내가 더 열심히 한 건가?’
그럴 리가.
송훈을 상대할 때를 빼면 적당히 손을 쓴 그였다.
‘조금 더 힘써서 빨리 끝내자.’
마음을 먹으면 진기가 움직이는 경지.
피를 머금은 운룡에서 찬란한 황금빛이 솟구쳤다.
두려운 눈빛으로 그 모습을 보던 사마련 무인들이 비장한 외침을 토하며 다가왔다.
“이 대마두야! 하늘이 널 용서치 않을 것이다!”
“마두는 그쪽인데요.”
정광이 운룡을 휘두르려는 그때.
‘어? 왔네.’
웅혼한 사자후들과 함께 수많은 인영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멈춰라!”
“아미타불!”
석우완과 원굉, 그리고 그들의 일행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적들 때문에 당황하던 사마련 무인들은 다른 쪽에서 터져 나온 외침을 듣자 안색이 밝아졌다.
“멈춰!”
사마련 산서 지부의 부지부장과 그의 수하들이 달려온 것이다.
“진옥룡! 이쪽으로 오게!”
“자오 대협! 백 소협도 어서!”
석우완과 원굉은 정광 일행을 그들의 뒤로 뺐다.
“지부장님은 어디 계시냐!”
“여기 계십니다!”
부지부장은 죽었는지 기절한 건지 모를 송훈을 자신의 뒤로 뺐다.
주위에 쓰러져 있는 수하들을 둘러본 부지부장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따졌다.
“이런 살육을 벌이다니!”
석우완도 분노하여 맞받아쳤다.
“다수로 소수를 공격해 놓고 무슨 말이냐! 우리 쪽 세 명의 옷을 봐라! 어떤 고초를 겪었는지!”
“무어라? 우리 쪽은 여럿이 죽었어!”
“다수로 덤벼들고도 그러니 그 수준을 알 만하군!”
“뭐가 어째?”
격양된 두 사람은 살기를 일으켰다.
그 살기는 금세 전염되어 양측의 분위기가 흉흉해졌다.
그리고 결국 싸움으로 번졌다.
“진옥룡! 여기서 기다리시게!”
“왜요?”
“자오 대협! 백 소협! 나서지 말고 정양하시오!”
“훅. 훅. 가, 감사합니다.”
“헉. 헉. 조, 조심하십시오.”
석우완과 원굉은 믿으란 표정을 지은 뒤 사마련 무리를 향해 몸을 날렸다.
치열한 싸움이 시작됐다.
황당한 얼굴로 그 광경을 보던 정광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흥이 좀 솟나 했더니 식어버렸네.’
그렇다면 다시 솟게 해야 할 터.
정광은 백승무와 자오에게 말했다.
“가죠.”
“네?”
“어, 어딜 말씀입니까?”
정광은 도박장 벽에 난 큰 구멍을 가리켰다.
그 안에 외로이 있을 수많은 은자와 전표가 그를 향해 손짓하는 듯했다.
“무량수불. 무도하게 출입금지 당하여 생긴 마음의 상처. 그에 대한 피해보상비를 거둬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