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곤륜마협-132화 (132/569)

132화

도박장의 율법

육(六).

육이다.

정광이 느긋하게 말한 삼이 아니라 육!

쾌수(快手)라는 자랑스러운 별호를 가지고 있는 장년인은 어이가 없었다.

고수라더니.

뭔가 있는 것처럼 상한선을 질러가며 덤비더니 이게 무슨!

그것도 확률이 높은 상하가 아니라 점으로 말했으면서!

그 순간 전음이 들려왔다.

이곳의 책임자도 아닌 송훈의 것이었다.

-방심하지 마라. 아까도 시작은 이랬다.

-지, 지부장님. 무슨 말씀이신지 소인은 알 수가…….

-알아봤자 짐만 될 뿐. 최선을 다해라.

-아, 알겠습니다!

쾌수는 판돈을 챙긴 뒤 신중한 얼굴로 주사위를 굴렸다.

“어떡하시겠습니까?”

아까와 같은 전표가 올라왔다.

“오점요.”

“……사점입니다.”

그래도 뭔가 있을 줄 알았건만.

똑같은 흐름이 몇 번이나 반복됐다.

‘뭐지? 이놈 대체 뭐야?’

계속 거액을 잃으면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다.

‘혹시 미친 건가?’

그럴 리가.

그런 놈을 사마련의 산서 지부장인 송훈이 이리도 경계할 리 없다.

더구나 진옥룡이라 하면 강호에 명성이 자자한 신진고수 아니던가.

쾌수는 절대 방심하지 않았다.

정성 들여 주사위를 굴린 뒤 정광에게 물었다.

“어떡하시겠습니까?”

전표가 올라오고.

정광의 입이 열렸다.

“이점요.”

“…….”

쾌수는 천천히 통을 들었다.

주사위의 숫자는 이를 가리키고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뭘요.”

무려 열 번 만의 승리.

정광은 그래도 담담했다.

그의 뒤에 서 있는 귀공자와 평범한 중년인도 마찬가지였다.

쾌수는 판돈을 밀어주며 내심 고개를 저었다.

‘열 번 만에 처음이라…….’

상하점은 수작을 부리기 힘든 노름이었다.

뛰어난 도박사라면 손으로 주사위를 던졌을 때 원하는 숫자가 나오게 할 수 있지만, 통에 넣어 돌리다가 바닥에 엎는 방식으로는 불가능했다.

쉽게 말해 상하점은 전적으로 운에 좌우되는 노름.

그런데 정광은 그 운조차 없는 편 아닌가.

쾌수는 마음을 다잡았다.

‘확률상 내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수작을 부리는 것만 경계하면 돼.’

사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정광은 의자에 느긋하게 기댄 채 입만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쾌수는 신중하게 주사위를 굴린 뒤 정광에게 물었다.

“어떡하시겠습니까?”

전표가 올라오고.

정광의 입이 열렸다.

“오점요.”

“…….”

쾌수는 천천히 통을 들었다.

그의 눈동자가 커졌다.

주사위의 숫자는 오였다.

“……축하드립니다.”

“뭘요.”

이때부터였다.

정광은 한 번도 지지 않고 계속 이겼다.

쾌수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백승무는 계속 전표를 올렸고 자오는 딴 돈을 쓸어담았다.

정광은 의자에 기댄 채 계속 숫자만 말할 뿐이었다.

상하점은 간단한 만큼 시간도 얼마 안 걸리는 노름.

순식간에 수십 판이 지났다.

자오가 든 자루로 빨려 들어가는 전표의 숫자만큼 쾌수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일이!’

경악한 이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일전의 도박장이 어떻게 털렸는지 수하에게 들어서 알고 있던 송훈은 물론이요, 석우완과 원굉을 비롯한 도박장의 모든 이가 턱이 빠져라 입을 벌리고 있었다.

“세, 셀 수가 없군. 몇 연승이야?”

“내가 미친 건가? 상하점에서 저게 가능해?”

도박을 목숨보다 즐기는 노름꾼들이 자신의 판을 팽개치고 정광의 탁자로 슬금슬금 다가왔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둔 채 멈췄다.

숨소리조차 작게 내려 애쓰며.

전설 같은 판을 벌이고 있는 정광에 대한 예우였다.

“안 하세요?”

정광의 말에 쾌수가 정신을 차렸다.

“죄, 죄송합니다.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는 소매로 이마의 땀을 훔치며 눈동자만 옆으로 돌렸다.

시선이 마주치자 송훈이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음도 함께였다.

-분명 무슨 수작을 부리는 것일 터. 반드시 알아내라.

-……아, 알겠습니다, 지부장님.

대답은 했지만 가능할 리가 있나.

의자에 기대서 입만 놀리는 정광이 무슨 수로 수작을 부리겠는가.

‘아니야. 뭔가 수를 쓰지 않고선 이렇게 이길 수 없어. 지부장님의 말씀대로 반드시 찾아낸다!’

쾌수는 이마의 땀을 다 닦아낸 뒤 소매를 내렸다.

드러난 그의 두 눈은 의지를 담아 빛나고 있었다.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

“……대인?”

“아, 네.”

뭔가 생각하는 듯했던 정광이 고개를 끄덕였다.

쾌수는 주사위를 통에 넣고 돌렸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조금 불규칙한 운율로.

그리고 그대로 뒤집으며 탁자에 내려놓았다.

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지금껏 수십 번 반복했던 말이 다시 흘러나왔다.

“……어떡하시겠습니까?”

* * *

정광의 전생이 피로만 점철된 건 아니었다.

백 년에 이르는 소교주 생활에서 말년에 해당하는 꽤 긴 시간.

그 세월 동안은 누구도 감히 그에게 덤빌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모든 것은 그의 압도적인 무위 때문.

천마신교의 모든 교도는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완전히 복종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타고난 본성이 어디 가랴.

애초에 제정신이 아닌 놈들이 많은 데다 자신이 품은 마기를 통제하지 못해 대드는 놈들도 있었다.

그 와중에도 목숨은 아까웠는지 무공이 아닌 다른 수단으로.

그중 하나가 도박이었다.

그런 잡기로라도 정광을 꺾고 싶었던 것이다.

놈들은 별의별 수를 다 동원해 덤볐다.

나름 고수라 불릴 만한 녀석들이었는지라 도박사들이 봤다면 경탄하다 못해 감격할 수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정광이 누구던가.

‘심심하던 참에 잘됐군.’

모두 다 간파해 박살 내버렸다.

천마신교의 마두들은 정광의 완전무결함에 치를 떨었다.

그때 분연히 나선 이가 있었으니.

오래전부터 정광의 편에서 싸워온 수라마군(修羅魔君)이었다.

정광으로선 무척 의외였다.

‘운 좋게 오래 살아서 원로 대접 받고 있다 보니 사는 게 귀찮아졌냐?’

‘그럴 리가 있겠소이까. 마음속 깊이 존경하지만 도저히 깰 수 없었던 벽에 이렇게나마 부딪혀 보려 하오.’

그것은 무인으로서의 승부욕이었다.

무공으론 도저히 답이 없으니 도박으로 방향을 튼 것이었지만 어쨌든 그랬다.

‘재밌네. 해봐.’

‘마, 마령제혼술로 이지를 제압하거나 허공섭물(虛空攝物) 같은 신기를 써도 안 되오. 정정당당하게 하는 것이오.’

‘정정당당? 너, 무림맹으로 갈아탔냐?’

‘…… 크흠. 그, 그게 아니라…….’

‘내가 이깟 놀이에 그런 걸 쓴 적 있어? 마군, 오래 살더니 혀도 길어졌구나.’

‘그, 그럼 가겠소이다.’

수라마군이 꺼내 든 것은 상하점이었다.

장난질을 치다간 간파될 것이 뻔하기에 운에 승부를 건 것이다.

이 전략은 주요했다.

오십 판을 약속하고 벌였건만, 근소한 차이로 수라마군이 이기게 되었다.

‘……너. 운이 좋군.’

‘후후후. 그러게 말이오. 덕분에 쏠쏠히 벌었소이다. 으하하하!’

수라마군은 참지 못하고 대소를 터뜨렸다.

정광은 그를 죽이는 대신 얼마 안 가 하나의 무공을 창안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수라마군을 박살 내버렸다.

모자란 돈 대신 신용까지 걸어가며 버티던 수라마군은 결국 무너졌다.

‘……어, 어떻게……?’

정광의 답은 뻔했다.

‘나는 돼.’

‘……그, 그거야 당연히 그렇겠지만…….’

‘돈은 어쩔 거야?’

‘시, 시간을 주시면 마련하겠…….’

‘그냥 그만큼 맞아라.’

‘크아아악!’

생각해 보니 꽤 재밌는 추억이었다.

현생의 정광은 도박장에 앉아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

“……대인?”

“아, 네.”

쾌수는 주사위를 통에 넣고 돌렸다.

주사위가 통에 부딪히면서 돌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다르르르르르륵-

정광의 눈이 빛났다.

‘지금까지와는 다르네.’

뭐 그래 봤자지.

정광은 단전의 내공을 끌어 올려 양 귀에 모았다.

오감(五感) 중 청각(聽覺)이 극도로 예민해졌다.

그 상태로 하나의 심법을 운공했다.

천하의 모든 소리를 듣는다는 천이통(天耳通)도 아니요, 땅을 통해 천 리 밖의 소리도 잡아낸다는 천리지청술(千里地聽術)도 아니었다.

그것들처럼 전설로만 전해지는 허황된 것이 아닌 실존하는 절기.

한정된 작은 공간에서 나는 모든 소리를 구분해 내는, 전생에 수라마군을 밟기 위해 창안했던 육청술(六聽術)이었다.

때맞춰 쾌수가 통을 뒤집으며 탁자에 내려놓았다.

턱.

통이 탁자에 부딪히는 소리.

타다닥. 데구르르-

주사위가 통에 부딪히다가 탁자 위에서 구르는 소리.

……틱.

그리고 구르던 주사위의 면이 넘어가며 탁자와 부딪쳐 멈추는 소리.

육청술은 그 소리를 정확히 잡아냈다.

이 주사위의 특정한 숫자가 새겨진 면이 이 탁자와 부딪힐 때 나는 소리였다.

‘사(四)네.’

주사위 각 면의 반대편 숫자를 합하면 칠(七).

그러면 위로 드러난 면은?

‘삼(三)이다.’

각 도박장에서 쓰는 주사위, 통, 탁자는 제각각이다.

처음의 열 판에서 육청술을 펼쳐 전의 도박장과 미묘하게 달라진 소리를 기억한 정광이었다.

절대로 틀릴 수가 없는 것이다.

“……어떡하시겠습니까?”

너무 많이 들어서 지겨운 소리였다.

그와 달리 백승무는 신난 얼굴로 전표 한 장을 올려놨다.

정광은 육청술을 거두며 말했다.

“삼점요.”

“……!”

통을 들고 숫자를 확인한 쾌수가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동시에 지켜보던 노름꾼들은 도박장이 떠나가라 환호성을 질렀다.

“도신이다!”

“신선이 아니라 도신이었어!”

판은 계속 똑같이 흘러갔다.

정광의 연전연승이었다.

쾌수의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시체처럼 보일 지경.

이러다간 쾌수가 쓰러지기 전에 도박장부터 탈탈 털릴 판이었다.

‘말로만 들었을 때는 믿을 수 없었거늘…….’

이를 악물고 있던 송훈이 책임자에게 전음을 보냈다.

-시간이라도 끌어. 어떻게든 놈의 수법을 알아내마.

아무리 지켜봐도 정광의 수를 밝혀내지 못했다.

그래도 반드시 알아내야 했다.

들키지 않는 사기는 실력.

막을 명분이 없는 것이다.

송훈은 지금까지보다 내공을 더 끌어올려 안력과 청력을 키웠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알겠습니다, 지부장님!

책임자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정광에게 다가갔다.

“하하하. 도신께서 왕림하셨군요. 삼생(三生)의 영광입니다.”

“보답으로 뭐라도 주시려고요?”

“……하하. 물론이지요. 마침 귀한 차가 있는데 잠시 쉬시면서 즐겨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차는 별로…….”

“……향기로운 미주도 준비돼 있습니다. 그러니…….”

“곡차라뇨. 저 도사예요.”

“…….”

이미 도사답지 않은 짓을 하고 있으면서 무슨!

당장 칼질을 하고 싶었으나 억지로 참고 달래려 하는데.

정광이 되물었다.

“설마 더 못하게 하려고 그러시는 건가요?”

“……하하. 그럴 리가요.”

양손을 저으며 부정했지만 도박장의 분위기는 달랐다.

여기저기서 노름꾼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게. 이거 영 수상한데.”

“내 말이. 많이 땄다고 쫓아내려는 거잖아.”

“망할. 도박장의 법에 위배되는 짓을 하다니. 다시 올 곳이 못 되는구먼.”

이건 돈을 빼앗긴 식구가 찾아와 사람과 돈을 내놓으라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문제였다.

돈을 따면 쫓아내는 도박장이라.

다른 성으로 원정을 가면 갔지, 어느 노름꾼이 다시 오겠는가.

이곳에 모인 노름꾼 중 돈을 따는 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모두 언젠간 크게 딸 거라 믿고 있었다.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들은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고 정광이 당하는 불합리한 대우에 분노하고 있었다.

‘후우우…….’

분위기를 감지한 책임자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의 시간도 못 끌다니…….’

송훈을 흘깃 보자 그가 전음을 보냈다.

-네가 직접 나서라.

-네?

-이대로 가면 얼마 안 가 거덜 나게 된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놈의 발목을 잡아. 시간을 벌란 말이다.

-……알겠습니다.

책임자는 쾌수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려 줬다.

“수고했네. 그만 가서 쉬게나.”

“죄, 죄송합니다.”

“자네 잘못이 아니야. 도신을 상대로 이 정도 버틴 게 어디인가.”

쾌수는 조용히 울먹이며 허리를 숙였다.

지켜보던 노름꾼들이 손뼉을 치며 격려했다.

책임자의 말처럼 도신을 상대한 이에게 보내는 성원이었다.

책임자는 쾌수를 보낸 뒤 정광에게 양해를 구했다.

“제가 가르침을 받아도 되겠습니까?”

“벌써 보내셨잖아요.”

“……죄송합니다.”

“일단 빨리하죠.”

“……네.”

책임자의 별호는 신기도수(神奇賭手).

하나의 도박장을 책임질 수 있을 만한 능력을 갖춘, 상하점에서도 수작을 부릴 수 있는 도박의 고수였다.

심지어 무림에서 고수라 불리기 충분한 이들도 몇 번이나 털어본 적이 있을 정도로!

그런 만큼 바로 수를 쓰진 않았다.

첫 세 판은 연달아 정광의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네 판째.

“어떡하시겠습니까?”

“일점요.”

“확인하겠습니다.”

신기도수가 통을 들어 올리자 사람들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사(四)!”

“사점이다!”

“도신이 패했어!”

모두가 경악하는 와중에 정광만이 침착했다.

아니, 침착하다 못해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신기도수가 통을 들어 올릴 때, 정광의 육청술에 이질적인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요놈 봐라. 귀여운 짓을 하네.’

그러면 그 보답을 해줘야 할 터.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다음 판 돌리시죠.”

“……그럼…….”

신기도수는 신중했다.

두 판을 연달아 패했다.

노름꾼들은 다시 정광을 찬양하기 시작했다.

“도신! 도신!”

“곤륜산이 도신들이 머무는 선계(仙界)였던가!”

“반드시 곤륜산에 올라 치성을 드려야겠군!”

정광이 화답했다.

“시주는 넉넉히 부탁드려요!”

“우와아아아아!”

그리고 다음 판.

신기도수는 남몰래 송훈을 힐끔 봤다.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는 게, 딱 봐도 별다른 것을 찾아내지 못한 모습이었다.

‘후우…… 더 끌어야겠군.’

아까 한 번 펼친 수였으나 정광은 알아채지 못한 듯하니 괜찮으리라.

그는 통을 흔든 뒤 탁자에 엎었다.

“어떡하시겠습니까?”

“오점요.”

“확인하겠습니다.”

신기도수가 통을 들어 올렸다.

동시에 통을 잡은 손의 대지(大指: 엄지손가락)를 살짝 내려 주사위를 건드렸다.

통에 가려져 보이지도 않고 소리조차 없어 누구도 알아챌 수 없는 은밀한 수였다.

정광만 빼고.

슈욱-

“컥!”

신기도수는 통을 들어 올리던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정광이 날린 지풍에 마혈(痲穴)을 짚인 것이다.

송훈이 말릴 틈도 없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벌써 통을 든 신기도수의 손에 꽂혀 있었다.

그 손의 대지(大指)는 주사위에 닿아 있었다.

천장을 향해 오(五)라는 숫자를 드러낸 주사위는 대지에 밀려 삼분지 일쯤 넘어가 있었고.

도박장이 터질 듯한 고함들이 터져 나왔다.

“사기다!”

“이곳의 책임자가 사기를 치다가 걸렸어!”

모두가 분노했다.

심지어 석우완과 원굉까지.

그 뜨거운 열기를 뚫고 정광의 맑은 목소리가 울렸다.

“지부장님. 이거 어떡해요?”

송훈은 차가운 얼굴로 걸어 나왔다.

“어떡하길 원하느냐?”

정광은 왜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한 얼굴로 대답했다.

“도박장의 관례대로…… 아니, 엄격한 율법대로 처리해 주셔야죠.”

“…….”

송훈은 신기도수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지, 지부장님. 죄송합…….”

송훈의 허리춤에서 빛이 번뜩였다.

쉬이익-

“끄아악!”

손목이 잘린 신기도수가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깨끗이 절단된 손목에서 피가 폭포수처럼 떨어져 내렸다.

놀란 노름꾼들이 기겁하며 물러섰다.

송훈은 오연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정광에게 시선을 돌렸다.

정광은 송훈을 노려보며 경악한 음성으로 외쳤다.

“도박에서 장난을 쳤다고 손목을 자르다니!”

송훈은 마주 노려보며 씹어뱉듯 말했다.

“이것이 도박장의 법이다. 왜. 두려우냐?”

정광은 여전히 경악한 얼굴로 되물었다.

“겨우 손목이에요? 어깨쯤은 자르는 게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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