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화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정광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봤다.
어느새 무표정한 인상의 무인들이 그의 일행을 포위하고 있었다.
‘싸우자는 건가?’
익히 접해본 사마련의 기운이다.
그것도 정말 제법인 수준.
게다가 제법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의 노인도 있다.
정리하자면 마음껏 패도 되는, 손맛 좀 느낄 만한 놈들이 한가득하다는 말이다.
‘나쁠 건 없긴 한데.’
그렇다고 좋을 것도 없다.
그야 그렇다 쳐도 그의 일행이 감당할 수 있는 자들이 아니었다.
‘먼저 칠까?’
선수필승(先手必勝).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크게 손해 볼 일은 없는 격언이다.
대충 마음을 정하고 움직이려 하는데.
수하들보다 천천히 달려온 노인이 입을 열었다.
“네가 진옥룡이냐?”
“그런데요.”
“나는 사마련의 부련주, 가균이다.”
정광의 눈이 살짝 커졌다.
인상하며 기세하며 얼음덩어리인 줄 알았건만.
알아서 소개도 하고, 보기보다 예의 있는 늙은이 아닌가.
“네.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반갑다?”
“그럼 불쾌하다고 할까요?”
“…….”
가균은 말없이 정광을 바라봤다.
‘내 신분을 들으면 놀라는 게 당연한 일. 헌데 금세 평정을 되찾아? 게다가 도발까지 하고?’
정말 소문대로 종잡을 수 없는 놈이었다.
물론 정광도 가균을 종잡을 수 없는 늙은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싸울 것처럼 다짜고짜 포위해 놓고 왜 가만히 있어?’
정광은 참을성이 많지 않았다.
먼저 입을 연 건 당연히 정광이었다.
“근데 무슨 일이세요?”
“…….”
“무량수불. 답이 늦으시네.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 그만 갈게요.”
정광이 두 손을 모은 뒤 걸음을 옮기려 하자 가균이 물었다.
육성이 아닌 전음으로.
-너는 마인이냐?
-아뇨.
전생엔 마인 중의 마인이었지만 지금은 도사일 뿐이다.
그래서 당당히 대답했고 가균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마인은 자부심이 대단해 자신이 마인임을 부정하지 않는데…….’
그렇다면 우연히 익혔을지도 모르는 일.
-마공을 익혔느냐?
-아뇨.
거짓은 아니었다.
익히고 자시고 할 것 없이 정광의 혼 자체에 마(魔)가 담겨 있었으니까.
가균도 거짓이 아닐 거라 믿었다.
사실 그의 질문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주워 익힌 마공으로 본련의 정예를 몰살시킬 순 없지.’
무엇보다 정광에게서는 마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애초에 정파명문 곤륜의 제자가 마공을 쓴다는 건 불가능한 일 아닌가.
그렇다고 정광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지운 건 아니었다.
세상엔 상식으로 판단할 수 없는 일들이 꽤 있다는 걸 알 만큼 가균은 신중하고 똑똑한 자였다.
‘다른 쪽을 찔러야겠군.’
그는 흔들리는 눈으로 가만히 서 있는 자오를 가리켰다.
“자오는 본련의 소속. 데려가겠다.”
자오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반면에 정광의 눈은 가라앉았다.
“안 돼요.”
“어째서지?”
“자오는 제 사람이거든요.”
“본련의 녀석이다.”
“오래전에 개과천선했는데. 자오, 그렇죠?”
정광과 시선이 마주치자 흔들리던 자오의 눈이 안정을 찾았다.
부련주와 그 수하들을 보자마자 자신의 운명이 어찌 될지 알아차렸지만, 또 자신이 개과천선했지는 모르겠지만, 정광의 ‘내 사람’이라는 말은 가슴을 채우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는 안 열리는 입술을 억지로 열어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옥룡의 말씀대로 저는 사마련이 아닌, 진옥룡의 사람입니다.”
긴장한 얼굴로 사방을 경계하면서도 자오의 어깨를 두드리는 백승무와 달리, 공우는 무척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금이야 아니다 하더라도 사마련 출신이었다니…….’
하지만 곧 고개를 저어 부정적인 생각을 털어냈다.
공우 그 자신도 과거와 달라져 있었다.
앞으로는 더 달라질 것이었다.
‘아미타불. 내가 하면 남도 할 수 있고, 내가 하고자 하면 남도 하고자 할 수 있다. 왜 나와 남을 다르게 보려 하는가?’
자신에게 적용한 기준은 타인에게도 적용시켜야 맞는 것이다.
그래야 스스로를 부정하지 않고 남도 인정할 수 있다.
작은 깨달음에 공우의 눈이 깊어졌다.
물론 가균은 아니었다.
“재밌군. 저 녀석에게 무슨 쓸모가 있기에 내 사람이란 표현을 쓰지?”
“쓸모요?”
“그래. 소용이 있으니까 감싸는 것 아니냐.”
“음…… 자오는 맛있는 반점과 좋은 숙소를 잘 찾아요.”
가균은 마음속으로 인정했다.
그의 수하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했다.
정파명문인 곤륜의 제자이자 중원의 떠오르는 신성 진옥룡이 겨우 그런 이유로 사마련의 무인을 거둘 리가 없지 않은가.
“그것뿐이냐?”
“말도 많죠.”
“…….”
“아. 그건 단점인가.”
정광은 어깨를 으쓱한 뒤 물었다.
“지금 자오를 내놓지 않으면 안 보내주겠다, 이거죠?”
“그렇다.”
그럼 싸워야 할 수밖에.
그때, 자오의 전음이 들려왔다.
-진옥룡. 싸울 생각 마십시오. 도주해야 합니다.
-왜요?
-부련주는 엄청난 고수입니다. 그의 직속 수하들인 천랑대(天狼隊)도 마찬가지고요.
-천랑대!
-역시 아시는군요. 그들은 천랑대라는 이름처럼 대단한…….
-와. 부끄럽지도 않나. 어떻게 그런 이름을 짓죠?
-……제가 지은 게 아닙니다만. 사실 사마련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제 생각에는…….
정광은 자오의 전음을 한 귀로 흘리며 상황을 정리했다.
‘마인이며 마공이며 묻는 걸 보면 돼지 그놈 때문에 쫓아온 게 맞군.’
당연히 증거는 없을 것이고 자오를 잡아 문초(問招)하려는 것이리라.
‘수준도 높고. 때깔이 좋은 걸 보니 제대로 먹고 쉬면서 쫓아왔네.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줄 아는 놈들이라. 꽤 번거로운 싸움이 되겠는걸.’
모두 자오 덕분이었다.
-……그런 것입니다. 이해하셨습니까? 진옥룡, 도주해야 합니다.
마침 자오의 전음이 끝났다.
그의 표정엔 정광을 걱정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하지만 정광이 도망갈 리가 있나.
가균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갈게요.”
“안 된다.”
“그럼 싸워야겠네요.”
“그래.”
가균은 수하들에게 명했다.
“자오를 생포해라.”
“존명!”
옷자락을 펄럭이며 날아오르려던 수하들이 멈칫했다.
어느새 정광이 자오 앞에 서서 그의 단전에 손을 대고 있어서였다.
가균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단전을 파괴해 폐인으로 만들려는 것이냐?”
“설마요.”
정광은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한 뒤 자오에게 물었다.
“해약 먹는 날, 내일이죠?”
“그, 그렇습니다만…….”
“좀 당겨먹죠.”
“……네?”
정광은 자오의 단전에 내공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전신의 세맥으로 퍼뜨린 뒤, 곳곳에 숨어 있던 만성독약(慢性毒藥)의 독기를 촉발시켰다.
자오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끄아아아아악!”
목불인견의 참상이었다.
어찌나 고통스러워하는지 보는 이가 고통스러워할 정도로.
묵묵히 그 모습을 보던 가균이 물었다.
“뭐 하는 짓이지?”
정광의 답은 간결했다.
“만성독약을 촉발시켰는데요.”
“……왜?”
“부련주님이 데려가지 못하게 하려고요.”
정광의 독에 대한 지식과 내성은 천하의 사천당문이 인정할 만큼 대단했다.
이미 강호에 퍼질 대로 퍼진 소문이라 가균 역시 알고 있었다.
“……네 해약이 없으면 잡아가 봐야 소용없다, 이 말이군.”
“그렇죠.”
“재밌어. 아주 재밌어. 나머지 둘은 어쩔 것이냐?”
나머지 둘인 백승무와 공우가 바짝 긴장했다.
여차하면 인질로 잡아 정광의 행동을 제약하겠다는 의미 아닌가.
‘웃기는 소리. 순순히 당해줄 줄 아냐.’
‘아미타불. 살계를 열어야겠구나.’
백승무는 투지를 일으키며 흑우를 잡았고, 공우는 양 소매를 걷어붙이며 내공을 끌어 올렸다.
정광은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덕담을 건넸다.
“무량수불. 사제, 죽으면 복수해 줄 테니까 편하게 눈 감아. 스님도 마찬가지고요.”
“…….”
정광은 가균을 노려보며 경고했다.
“저 두 사람. 죽음을 각오한 거 보이시죠? 쉽게는 못 죽일 겁니다.”
“……황당해하고 있는 것 같다만.”
“그거야 당연하죠. 천랑…… 아. 말하기도 부끄럽네. 그런 이름을 가진 분들이 떼로 포위하고 있는데 누가 안 그러겠어요.”
“……저들을 사로잡고 널 협박하면 어쩔 것이냐?”
“뭘 어째요.”
정광이 씩 웃었다.
“튀었다가 그쪽을 쫓아다니며 사냥해야지.”
가균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정광은 그러고도 남을 자였다.
‘청해성 전역을 주파하며 협행을 하고 곤륜에서는 용이 되어 날아올랐다지. 경공만큼은 내 위일지도 모르겠구나.’
그렇다면 답은 하나.
정광만 공격하면 된다.
생각은 복잡했지만 말은 간단했다.
“곤륜의 진옥룡을 잡는다.”
“존명!”
정광이 끼어들었다.
“길 좀 열어주세요. 필요 없는 사람은 좀 빼고 싸우죠.”
“……열어라.”
“존명!”
포위망 한 곳이 빠끔히 열렸다.
백승무와 공우는 분한 얼굴로 그 길을 걸었다.
백승무에게 마혈과 아혈이 짚인 채 업힌 자오는 너무나 고통스러워 분할 겨를도 없었고.
그들이 빠져나가자 가균의 명이 이어졌다.
“네 명만 감시해.”
“존명!”
천랑대 중 넷이 떨어져 나가 백승무 일행을 포위했다.
이렇게 크고 작은 두 개의 포위망이 완성됐다.
정광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도망갈 사람들이 아닌데. 속고만 사셨나. 의심이 많으시네요.”
“만에 하나란 게 있지.”
순간, 정광이 움직였다.
가균은 급속도로 확대되는 정광을 보며 도를 뽑아 들었다.
우우웅-
진기를 밀어 넣자 도가 거칠게 울었다.
천하의 그 무엇이라도 베어버릴 기세였다.
‘와라!’
가균이 일도양단의 기세로 도를 떨쳐내려던 그 순간, 일직선으로 달려오던 정광이 방향을 틀었다.
‘……!’
이미 정광은 천랑대원과 부딪치고 있었다.
아니, 그가 아니라 그의 허리춤에서 튀어나온 황금색 용이!
서걱-
천랑대원 두 명의 병기가 잘렸다.
정광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병기만 내주고 피해? 운룡이 어떤 놈인지 아는 건가?’
몸째로 두 동강 내려 했거늘, 두 무인은 몸을 뒤로 굴러 피해냈다.
천랑대원 몇 명이 날카롭게 외쳤다.
“철혈장주가 직접 만든 병기다! 신검이니 주의해!”
정광의 예상대로였다.
그리고 가균이 뒤에서 덮쳐온 것도 예상하던 바였다.
무시무시한 기운이 정광의 허리를 베어오고 있었다.
‘역시 밑에 애들한테만 맡기는 바보가 아니네.’
게다가 강했다.
차륜전에 말려들었다가 가균에게 계속 공격을 당하면 필패(必敗).
천랑대를 최대한 빨리 치고 상대해야 했다.
‘땀깨나 흘리겠는걸.’
땀 정도가 아니라 내공을 쏟아내야 했다.
비룡축전(飛龍逐電)!
섬전 같이 옆으로 이동해 간발의 차이로 피한 뒤, 용형보(龍形步)를 밟아 천랑대원 사이로 스며들었다.
마치 구렁이가 담을 넘듯 부드러운 보법에 당황할 만도 하련만.
천랑대원들은 즉시 거리를 벌리며 병기를 휘둘렀다.
특별한 진법을 펼치는 건 아니었으나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움직임이었다.
정광은 살짝 감탄했다.
‘경험이 많구나!’
정광도 경험이 많았다.
사람 죽이는 경험도 천하제일!
환(幻)을 버리고 쾌(快)만을 이용해 일직선으로 짓쳐 들었다.
운룡이 다시 한번 황금빛을 이끌며 날아올랐다.
사아악-
천랑대원 셋의 머리통이 허공에 떠올랐다.
그사이 네 개의 병기가 정광에게 쏟아졌지만 허리를 틀고 고개를 숙이며 모두 피해냈다.
하지만 뒤에서 또 짓쳐 든 가균의 일격은 막을 수 없었다.
콰직!
가균의 눈이 커졌다.
그의 도가 양단한 것은 목이 없는 세 개의 시신이었다.
‘어느새!’
세 개의 시신과 자리를 바꿨던 정광이 이형환위를 펼쳐 반대편 포위망에 나타났다.
그의 손에 들린 운룡이 열세 번의 변화를 일으켰다.
운룡십삼검(雲龍十三劍).
곤륜이 자랑하는, 정광에 의해 새롭게 태어난 아름다우면서도 멋진 검무였다.
여러 병기가 종잇장처럼 잘려 나가고 병기의 주인 역시 두 동강 났다.
그 와중에도 신음 한마디 안 뱉는 천랑대원들이었으나 그들의 눈에서는 공포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죽여!”
“죽어라!”
그 공포심은 순식간에 전염되어 불필요한 외침으로 튀어나왔다.
그래도 투지만큼은 대단했기에 정광의 오른손에 들린 운룡이 미친 듯이 움직여야 했다.
그리고 한 무인이 그 틈을 노려 정광의 옆구리를 찔러왔다.
날이 새파랗게 서린 단창이 그대로 박히려는 그때.
정광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대주쯤 되나? 뭐 이리 빨라?’
생각도 잠시.
정광의 두 발이 기묘하게 움직이며 단창을 흘려냈다.
그의 비어 있던 왼손이 빳빳하게 펴지더니 우아한 호선을 그리며 무인의 가슴을 찍어 버렸다.
상청인(上淸印).
정광의 정명한 정종 내공이 무인의 가슴을 파고들어가 심장을 으깼다.
“쿨럭!”
재빨리 가슴을 틀어 비켜 맞았으나 엄청난 충격.
무인은 피를 토하며 주저앉으려 했으나 그럴 수 없었다.
정광은 그의 뒷덜미를 잡고 뒤로 돌렸다.
가균의 도가 그를 꿰뚫었을 때, 정광의 신형은 반대편의 포위망에 나타나 있었다.
그곳에서도 살육이 일어났다.
가균은 굳은 얼굴로 정광을 노려봤다.
‘천살성(天殺星)의 살기를 가진 도사라더니…….’
사람을 죽임에 망설임이 없다.
그렇다고 즐기는 것도 아니요, 그저 해야 할 일을 하는 모습이다.
품고 있던 의심도 사라졌다.
‘정공으로 저런 무위를 보이는데 마공을 익힐 이유가 없지.’
애초에 말도 안 됐던 가정이 무너졌다.
남은 길은 지금도 경악스러운 정광이라는 싹을 밟는 것.
그리고 해약을 얻어내 자오를 고문해야 한다.
‘헌데 저런 실전경험은 어디서 어떻게 얻은 걸까?’
전생에서란 걸 알 수는 없는 노릇.
더 생각하기엔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너무 빨라. 이러다간 피해만 커진다.’
정광의 움직임은 대단했다.
신법이며 보법이며 무림일절이라 할 만했다.
그래도 가균은 자신이 있었다.
내력만큼은 그가 위인 것이 확실했기에.
정광은 무리하고 있었다.
조금씩 가빠지는 숨소리와 미세하게 둔해지는 검격이 그 증거였다.
‘그렇다면…….’
가균은 천천히 정광에게 다가가며 외쳤다.
“옥쇄(玉碎)!”
“존명!”
천랑대원들은 일제히 외친 뒤 이를 악물었다.
기세는 물론 움직임까지 달라졌다.
그들은 생사를 도외시한 채 정광에게 달려들었다.
가균은 걸음을 옮기며 확신했다.
‘이번엔 못 빠져나간다! 틈만 보이면 직접 끝내주마!’
그의 예상대로였다.
정광은 천랑대원들에게 갇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니, 어찌할 바를 모를 정도로 좋아했다.
‘이제야 겨우 이렇게 나오는구나!’
그래, 사파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
적이고 아군이고 간에 걸리적거리는 건 다 베어버리는 정신!
거리를 두면서 깔짝거리면 이쪽도 피곤하다.
내공에는 한계가 있으니 빨리 처리해야 했고, 바로 이게 정광이 원하던 상황이었다.
‘제대로 한 번 써보겠네.’
가균의 판단은 틀리지 않은 것이었지만 한 가지를 몰랐다.
정광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하압!”
정광의 입에서 처음으로 기합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그의 몸이 눈부신 황금빛에 휩싸였다.
정광은 운룡과 하나가 되어 사방을 휩쓸었다.
핏줄기가 비산했다.
천랑대원들은 팔다리가 날아가면서도 기어코 일격을 먹였다.
하지만…….
쩡!
까앙!
모두 부러지거나 튕겨 나갔다.
정광이 도복 속에 입은 철혈무쌍용갑(鐵血無雙龍甲) 때문이었다.
“보, 보의?”
“말도 안 돼!”
정광의 생각으로도 그랬다.
“그냥 도마뱀 내의인데요?”
진짜 보의면 충격도 안 받아야 하거늘, 자상만 면했지 꽤 아프지 않은가.
내상을 입었지만 손발은 멈추지 않았다.
순식간에 근방의 천랑대원들을 몰살시킨 정광은 위를 올려다보며 웃었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일그러진 얼굴로 떨어져 내리며 도를 내려치는 가균이 보였다.
운룡이 금룡이 되어 솟구치며 그를 마중했다.
서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