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화
재밌는 생각
오래간만에 땀도 제대로 흘렸건만 맥없이 끝나 버린 싸움에 흥이 식어버린 정광이었다.
얻은 게 꽤 있었다 해도 반질거리는 대머리가 열일곱 개나 남았는데!
하지만 현오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자 흥이 돌아왔다.
“항마주에 대해 말씀해 주시려는 거죠?”
“허허. 급하기는. 으음.”
완전히 몸을 일으켜 앉은 현오가 인상을 찌푸렸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허리가 결려서였다.
정광은 재빨리 그에게 달라붙어 추궁과혈을 했다.
탈진해서 쓰러진 뒤 불존에게도 받았었지만, 정광의 손길이 더해지자 현오의 얼굴에 혈색이 짙어졌다.
“그만. 그만하면 충분하다.”
“네.”
“정광아. 고맙다.”
“뭘요. 주고받는 건데요.”
“허허. 그렇다기엔 내가 네게 받은 게 너무 크구나.”
정광이 대체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눈만 멀뚱거리자 현오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아. 아.”
정광의 표정이 변했다.
“……또 치병 걸린 척하시려는 건 아니죠?”
“무어라? 허허허.”
현오는 자신이 생각해도 우스운지 웃다가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주 오래전 대월씨국(大月氏國)에서 부처의 말씀을 전하고 있던 천축의 고승 가섭마등(迦葉摩騰)과 축법란(竺法蘭)이 후한(後漢) 명제(明帝)가 보낸 사신의 간청을 받아 백마(白馬)에 사십이장경(四十二章経)과 불상을 싣고 중원에 들어왔다.”
그들은 낙양에 이르러 중원 최초의 사찰(寺刹)인 백마사(白馬寺)를 세웠다.
그곳에서 머물며 사십이장경을 중원어로 번역하던 그들은 의욕에 가득 차 있었다 한다.
부처의 말씀을 이 넓은 땅에 퍼뜨려 보다 나아진 세상으로 만들고야 말겠다고.
“불교가 중원에 전파된 것은 그보다 더 오래전이었으나, 두 고승 덕분에 활발히 퍼지게 되었지. 이는 거듭되는 천하의 혼란 때문에 민초들이 의지할 대상을 찾고 있던 상황과 맞물려서 그렇기도 했을 것이야.”
“저기요, 선사님. 그래서 항마주는요?”
“흘흘. 곧 나오느니라.”
백마사가 세워진 낙양에 불교 신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에 고무된 가섭마등과 축법란은 두 번째 사찰을 세우기 위해 산서성으로 향했다.
하지만 황도(皇都)인 낙양과 그곳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들이 대월씨국에서 낙양까지 이르며 봐왔던 민초들의 삶도 그리 좋진 못했으나, 북방의 유목민과 다투고 약탈이 횡행했던 산서성은 비참한 지경이었다고 한다.”
사람들의 마음에는 악이 싹터 있었고, 타인을 해쳐 이득을 취하는 악인이 가득했으며, 여러 사교가 암약함은 물론 사술과 요법이 넘쳐났다고 한다.
그야말로 사마(邪魔)의 땅.
결국 오대산에 도착해 현통사(顯通寺)를 세우는 동안 두 고승은 스스로를 지키고 악을 정화(淨化)하기 위해 법보(法寶)를 만들었다 한다.
그것이 항마주(降魔珠)였다.
‘이게 그렇게 거창한 거라고?’
정광은 손목에 찬 항마주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사기와 마기를 어느 정도 지울 수 있는 것으로만 알았는데 무슨 놈의 정화씩이나 나오는지.
정광이 의아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현오가 덧붙였다.
“단 하나만 만들었던 건 아니다. 몇 개를 만들어내 불심(佛心)을 전파하는 승려들에게도 내렸다고 전해지지. 하지만 지금은 네가 가진 것만이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래도 악을 정화한다니. 무척 거창하네요.”
“두 고승의 행적을 지켜본 이가 기록한 서책에 그렇게 쓰여 있을 뿐 확실한 건 아니다. 정화시키는 게 아니라 굴복시키는 것이라 적힌 서책도 있어. 같은 것을 봐도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이고, 때론 과장하기도 하는 법 아니더냐.”
“그야 그렇죠.”
두 고승의 신통함을 부각하기 위해 꾸며낸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광은 이미 항마주의 다른 효력을 알고 있었기에 흥미가 돋은 상태.
자연히 호기심 어린 얼굴이 되었다.
그 모습을 본 현오는 겸연쩍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처음엔 널 오해해서 항마주에 관한 얘기를 꺼내기 쉽지 않았다. 악을 정화하든 굴복하든 정말 가능하다면, 악인의 손에 들어가면 모든 악인의 위에 설 수 있게 되지 않겠느냐.”
하늘의 장난일까?
그런 것이 만악의 근원이라 불렸었던 진천마, 현생엔 도사로 태어난 정광의 손에 들어왔다.
하늘의 장난에 놀아날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궁금증이 솟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악이란, 그렇게 쉽게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잘 알기 때문이었다.
‘해보면 알겠지. 정말 되면 사마련 놈들한테 쓰는 것도 재밌겠는데. 아. 자오한테 먼저 써볼까?’
정광은 고개를 주억거리다 물었다.
“그래서 이거, 어떻게 쓰는 거예요?”
현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른다.”
“……네?”
“내가 아는 건 거기까지야.”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현오는 어이없어하는 정광을 보며 웃었다.
“흘흘. 그래도 어느 곳에 가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는지는 안다.”
“어딘데요?”
“뻔하지 않느냐? 항마주가 만들어졌던 곳. 오대산 현통사에는 더 많은 기록이 남아 있다 들었다.”
“음. 일리 있네요.”
정광의 얼굴이 풀렸다.
마침 한번 갔던 곳이라 길도 알고 거리도 멀지 않다.
어차피 남는 게 시간이다.
잠깐의 수고쯤이야 무슨 대수랴.
가는 김에 분주(汾酒)도 한 번 더 맛보면 되고.
정광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현오는 그가 작별을 고하려 한다는 걸 알아챘다.
“……이게 마지막이겠구나.”
정광이 소림을 다시 찾지 않을 거란 것이 아니라 현오 자신의 생이 얼마 남지 못해 한 말이었다.
정광도 그를 진맥해 봤기에 그 의미를 알아들었다.
“극락에서 다시 뵙죠. 저는 아마 천천히 갈 테지만.”
“흘흘. 지옥이 아니길 빌어다오.”
“뭐 어디가 됐든…….”
정광이 씩 웃었다.
“잘 가세요.”
현오도 눈가에 주름을 잡으며 웃었다.
“잘 있거라.”
떠나는 자가 잘 가라고.
남는 이가 잘 있으라고 인사했다.
정광은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 * *
정광은 기분 좋은 얼굴로 암자를 나왔다.
기다리고 있던 백승무와 자오가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
정광이 저런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이유를 물었다간 이상한 일에 휘말리곤 했기에.
대신 이곳까지 안내했던 승려가 말을 걸었다.
“아미타불. 기분이 좋아 보이십니다. 말씀은 잘 나누셨는지요.”
“네.”
“떠나시기 전에 사숙조께서 한번 뵙고 싶다 하셨습니다.”
“누구신데요?”
“강호에서 불존이라 불리시는 현강 사숙조십니다.”
“아. 멀리 계시나요?”
“아닙니다. 지척에 계십니다.”
“그래요, 그럼.”
승려는 백승무와 자오에게 양해를 구했다.
“실례지만 진옥룡만 모셔오시라 했으니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두 사람이 거부할 이유도, 명분도 없었다.
바로 승낙하자 승려는 정광을 안내해 불존의 처소에 도착했다.
“들어가시지요.”
“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정광이 묵었던 방과 비슷한 작은 방이었다.
앉아 있는 불존의 거대한 체구 때문에 더 비좁게 느껴질 정도였다.
“찾으셨어요?”
“그래, 앉거라.”
정광이 앉자 불존은 감사부터 표했다.
“여러모로 고맙구나.”
“뭘요.”
“내가 뭘 고마워하는지 제대로 알곤 있는 게냐?”
“아뇨.”
“하하하하.”
작은 방이 크게 울릴 정도로 웃던 불존이 말을 이었다.
“그래. 그게 너다운 거겠지. 어쨌든 도움을 받았으니 보답으로 작은 것이나마 주고 싶구나. 어허. 전표 같은 건 아니니 그리 눈을 빛내진 말고.”
“그럼 대환단(大還丹)인가요? 아니면 소환단(小還丹) 여러 개?”
“……근래 들어 깨달은 게 하나 있느니라. 너는 기(氣)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실망한 정광은 간단하게 대답했다.
사실 너무나 뻔한 거라 길게 대답할 수도 없었다.
“천지만물(天地萬物)이 움직일 수 있게 하는 힘이요.”
“그래. 맞다.”
“설마 그걸 깨달으신 거세요?”
“……그 기는 자연에서 생성되는 자연지기(自然之氣)와 사람과 짐승이 가지고 태어나는 선천지기(先天之氣)로 나뉜다. 자연의 것은 무한하나 사람의 것은 타고난 것이라 한계가 있지.”
그래서 무인들은 내공심법을 이용해 자연지기를 받아들여 단전에 쌓는다.
그것이 바로 내공이었다.
“자연지기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내공심법에 따라 정공(正攻), 마공(魔功), 사공(邪功)으로 바뀐다. 그리고 셋 중 무엇을 익혔냐에 따라 그것만 쓸 수 있게 되고.”
정광은 어이가 없었다.
어?
아닌데?
우웅. 우웅. 우웅.
심지어 품속에서 쥐죽은 듯 지내던 역천경조차 뭔 소리냐고 울어댈 정도.
이렇게 정광과 역천경이 황당해하는 와중에도 불존의 말은 이어졌다.
“헌데 갑자기 의문이 들더구나.”
그럼 그렇지.
그래도 십존씩이나 된다는 양반이 그걸 이제야 깨닫다니 원.
안쓰러운 얼굴로 불존을 보던 정광은 눈을 살짝 크게 떴다.
불존의 말 때문이었다.
“천하의 그 무엇보다 순수한 기가 자연지기다. 그나마 정공이 셋 중 가장 바른 것이라 하나 어차피 사람에 의해 가공된 것. 자연지기를 그대로 쓸 수 있지는 않을까?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
“순수한 만큼 다른 힘들을 압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불가에서 말하는 부처나 도가에서 말하는 신선이 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지도. 물론 늙은이의 망상일 수도 있지. 그래도 쇠약해져 가는 내 몸과 달리 언제나 변함없는 자연을 보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
정광은 생각에 빠졌다.
불존의 이론 중 상당 부분은 잘못된 것이었지만, 자연지기를 그대로 쓸 수 있진 않을까 하는 의문은 제법 그럴듯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네. 불경을 많이 읽어서 머리에 든 게 많은 건가? 재밌는 생각이야.’
이번 생도 무척 길 것이 분명했다.
가끔 무료해질 때마다 탐해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정광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두 손을 모았다.
“무량수불. 감사합니다.”
“허허. 뭔가 깨달았느냐?”
“아뇨. 앞으로 가지고 놀아봐야죠.”
불존의 입가에 큼지막한 미소가 걸렸다.
“그래. 도는 그렇게 탐하는 것이지. 그건 그렇고 네가 이리도 정중하게 행동하는 건 처음 보는구나.”
불존은 정광이 미처 모르고 있던 사실을 일깨워 준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가 되었다.
이런 대접을 받을 만했다.
물론 지금만.
“저 갈게요. 잘 계세요.”
“그래. 멀리 안 나가마.”
“아. 탁발(托鉢) 다니셔야 한다고 했죠? 불쌍한 시주님들. 너무 고생시키지 마세요.”
“……그래. 명심하마.”
불존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뒤 불경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정광은 싱긋 웃은 뒤 방을 나갔다.
선선한 산바람이 그를 반겼다.
“흐으으읍.”
가슴 가득 그것을 집어넣었다.
곧 혼탁한 사바세계로 내려갈 것이기에 마지막으로 티 없이 맑은 기운을 느끼기 위함이었다.
‘아. 까먹을 뻔했네.’
정광은 기다리고 있던 승려에게 부탁했다.
“방장님을 뵐 수 있을까요?”
“가능할 겁니다. 가시지요.”
“그 전에 아까 그 암자에 들러야 해요. 사제도 데려가야 하거든요. 아. 가는 김에 자오도 챙겨야겠네.”
정광은 현오의 암자로 가서 백승무에게 이것저것 설명했다.
그리고 얼굴이 파랗게 질린 백승무와 애써 덤덤한 표정을 짓는 자오를 데리고 소림 방장을 만났다.
“아직 안 갔군. 무슨 일인가?”
방장이 부리부리한 눈을 끔뻑거리며 묻자 정광이 대답했다.
“사제가 말씀드릴 거예요.”
“……?”
백승무는 여전히 파랗게 질린 얼굴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
“……혀…… 혀…….”
“……혀? 혹시 혀가 잘못됐나?”
그럴 리가 있나.
백승무는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현오 선사님을 모시는데 들어간 부대비용(附帶費用)을 청구하러 왔습니다.”
어리둥절해 하던 방장은 자세한 사정을 들은 뒤 파안대소(破顔大笑)를 터뜨렸다.
“그러세. 얼마면 되겠는가?”
백승무의 대답을 듣자 방장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어쨌든 그는 모든 금액을 보상해 줬다.
“자네가 또 오면 소림이 휘청할지도 모르겠군.”
진심 가득한 그의 농에 정광은 당당히 대답했다.
“뭘요. 소림이 얼마나 부자인데요.”
“그래, 어디로 갈 생각인가?”
“오대산 현통사요.”
“현오 사제가 그리 가라던가?”
“네.”
정광은 숨길 것도 아니라 있는 그대로 말했다.
잠시 뭔가 생각하던 방장이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자네 홀로 가면 도움을 받기 힘들 걸세. 초면 아닌가. 공우를 데려가게. 도움이 될 걸세.”
“고룡 그분이요? 좀 답답하던데요.”
“무슨 말인지 아네. 하지만 자네 덕분에 바뀌었어. 불편하진 않을 걸세.”
정광은 잠시 생각하다가 승낙했다.
그의 강압이 아닌, 현통사의 자발적인 도움을 받는 게 더 나아서였다.
“네. 그렇게 해요. 지금 출발해도 돼요?”
“이왕이면 사흘 뒤에 가는 게 어떻겠나. 안 그래도 십팔나한과 몇몇 이들이 산서성으로 갈 예정일세. 중간에 길이 갈리겠지만 잠시나마 대련도 하고 서로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네만. 다. 치. 지. 않. 는. 선. 에서 말일세.”
정광으로선 나쁘지 않은 얘기였다.
어느 정도 나한진을 훔쳐내긴 했지만, 제대로 파헤칠 기회였으니까.
이런 정광의 말도 안 되는 능력을 방장이 알 리가 있나.
단지 소림이 자랑하는 십팔나한진이 정광의 상식을 깬 공격에 깨지자 더 많은 경험을 쌓게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한 제안이었다.
이렇게 두 사람의 의견이 일치했다.
‘다치지 않는 선’이라는 부분에서 의견이 좀 엇갈렸지만, 정광이 시원하게 양보함으로써 매듭지어졌다.
찰과상 정도는 괜찮은 것으로.
“근데 십팔나한이나 되는 정예가 산서성엔 무슨 일로 가는 거예요?”
“무림맹에서 요청이 있었네. 태원(太原) 석가장(石家莊)이 사마련이 세운 지부 때문에 애를 먹고 있으니 좀 도와달라고 말일세.”
석가장이라.
정광의 기억에 있는 이름이었다.
육방칠단삼장(六幇七團三莊) 중 삼장에 속한 명문가.
무림맹에서 요리 잘하는 일반 무인 장이에게 맞고 뻗었던 놈이 그곳의 막내 공자라 했던가.
“무림맹도 어지간히 급했나 보네요. 조용히 있는 소림에 부탁을 다 하고.”
“중원 곳곳에서 도발은 물론 싸움까지 시작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근데 그렇게 가셔도 돼요?”
소림이 세력을 늘리거나 이권을 탐하려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받음을 말함이었다.
“자네를 만나기 전까진 그럴 생각이 없었지. 하지만 이제는 아닐세. 무림맹의 공식적인 청이니만큼 오해의 여지도 적을 터. 물론 의심하는 이는 있겠지만 해야 할 일은 하려고 하네.”
“무림맹과 전서구라도 주고받으시려고 사흘 뒤에 출발하신다는 건가요?”
“자네는 정말 당할 재주가 없군. 정확하네.”
사흘쯤이야.
정광으로선 아무래도 좋을 일이었다.
아니, 곤륜이 힘을 쓸 일이 줄어들었을지도 모르니 좋은 일이라 할까.
“근데 제가 좀 할 일이 있어서요. 먼저 내려갈게요.”
“무슨 일…… 아닐세. 그냥 모르는 게 나을 것 같군.”
과연 소림 방장.
사흘 후에 어디서 만날지를 약조한 뒤, 정광 일행은 산을 내려갔다.
세 명 중 정광의 얼굴만 밝게 빛나고 있었다.
* * *
키가 껑충한 노인이 많은 이들을 이끌고 하북성의 한 장원에 나타났다.
문을 지키고 있던 무인이 놀란 얼굴로 허리를 꺾었다.
“부, 부련주님을 뵙습니다!”
노인은 건조한 음성으로 말했다.
“문을 열어라.”
“네, 넷!”
“그리고 지부의 인원을 다 모아.”
“아, 알겠습니다!”
장원에 들어선 노인은 두 손을 매만졌다.
해야 할 일을 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