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화
불필요한 살생
따뜻한 분위기에 빠져 있던 사람들이 놀란 얼굴로 일제히 외쳤다.
“버, 범이다!”
당황도 잠시.
그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움직였다.
“선사님. 이쪽으로 오십시오. 위험합니다.”
현오를 부축하며 걸음을 옮기려는 노인이 있는가 하면.
“얘들아! 어서 뛰어! 이쪽이다!”
양손을 입에 모으고 소리쳐 꼬마들을 창고 쪽으로 모는 청년도 있었다.
“이봐! 어서 창을!”
“네!”
사내들은 나무를 대충 깎아 만든 창을 꼬나쥐고.
“광주리도 서둘러!”
“지금 가요!”
아낙네들은 자갈이 든 광주리를 질질 끌고 나와 나눠 들었다.
이런 일련의 모습을 지켜보던 정광은 마음속으로 칭찬했다.
‘제법 훈련이 잘돼 있네. 한두 번 겪은 일이 아닌가 본데.’
정광의 시선이 포효가 들려온 곳으로 향했다.
전답 끝에 있는 야산 중턱에, 큰 범 한 마리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상한 놈이네.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짖어? 그것도 대낮에?’
범은 생각보다 사람을 잘 습격하지 않는다.
사람이 무리를 짓고 있을수록 그렇다.
하지만 굶주리거나 한 번이라도 맛을 보게 되면 주저하지 않고 덤벼든다.
‘맛이야 모르겠다만, 다른 짐승들을 잡는 것보단 훨씬 쉬워서겠지.’
특히 늙어서 쇠약해진 범일수록 그랬다.
‘다른 범에게 밀려난 놈일 수도 있는데. 그렇다는 건…….’
주위 산에 범이 더 있다는 얘기.
정광이 두 눈을 번뜩였다.
‘범 가죽을 여러 개 얻을 기회다!’
한편, 현오는 소작농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범도 문제지만 이들의 대응이 너무 익숙하구나.’
지금은 문제없었다.
정광이 있었으니까.
현오는 자신을 데려가려는 노인에게 고개를 저어 보였다.
“지금은 괜찮소. 저 세 명은 무림인들이외다.”
“아!”
정광, 백승무, 자오를 보는 사람들의 눈에 안도의 빛이 스쳤다.
현오는 이렇게 사람들을 안심시킨 뒤 물었다.
“이런 일이 한두 번 있었던 게 아닌가 보오. 혹 호환(虎患)을 당한 이가 있었소?”
“다행히 그렇진 않습니다.”
“헌데 어찌 이리 익숙하오?”
“얼마 전부터 계속 범 한 마리가 위협을 하여 이렇게 된 것입지요.”
“자주 그랬단 말이구려.”
“그렇습니다, 선사님.”
“평소와 비교하면 오늘은 어떤 편이오?”
잠시 생각하던 노인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점점 심해졌는데 오늘은 더 그렇군요. 이상할 정도로 말입니다.”
현오는 노인의 어깨를 쓰다듬어 진정시켰다.
다행히 노인의 떨림은 곧 잦아들었다.
“왜 소림에 도움을 청하지 않으셨소이까?”
잠시 눈을 굴리던 노인이 더듬대며 대답했다.
“……그, 그거야 선사님들의 청정을 깰까 봐…… 저희 같은 것들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기면 곤란해서 그랬습지요.”
현오는 내심 탄식했다.
‘본사가 코앞에 있는데도 이러다니. 이 거리감을 어이할꼬.’
현 황조(皇朝)에게 과도한 혜택을 받은 소림은 꼭 필요한 일 외에는 바깥출입을 삼갔다.
얼마 전, 그의 사형인 불존이 공우와 함께 오대산 현통사에 다녀온 것도 평소 친분 있던 고승이 입적해서였다.
대신 개인의 수양에 힘쓰고 참배객들을 맞이하는 데 신경을 썼는데, 이게 문제였다.
‘참배를 하려면 일상에 여유가 있어야 하는 법. 이렇게 힘없고 힘든 이들은 그럴 기회조차 없는 것이거늘.’
그날 일해 그날 벌어먹는 이들이 생업을 팽개치고 산을 오르기란 요원한 일이다.
결국 소림은 민초들에게 경외의 대상이 됐을 뿐 그 속에 녹아들어 따스한 손길을 베풀지는 못하게 된 것이다.
‘아차. 이럴 때가 아니지.’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도 범이 소란을 부리는 것으로 보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를 상황.
정광 일행은 소림의 손님, 이 일은 소림이 나서야 했다.
현오는 품속에서 작은 목패(木牌)를 꺼내 노인에게 쥐여줬다.
“발이 빠른 이에게 이걸 들고 본사로 가라 하시오. 현오라는 이름과 함께 이것을 내밀면 사정을 들어줄 것이외다.”
“어, 어떤 사정을 말씀드리라는 것이신지…….”
“있는 그대로요. 얼마 전부터 계속 범에게 위협을 당하고 있다 말하시오. 지금은 그 정도가 더 심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고.”
“저, 저희 같은 것들 때문에 굳이…….”
현오가 얼굴을 굳혔다.
“저희 같은 것들 때문이라니. 생(生)의 무게는 모두 같소이다. 어서 서두르시오.”
“가, 감사합니다 선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노인은 감격한 얼굴로 연신 허리를 숙인 뒤, 호리호리한 청년에게 목패를 건네며 설명했다.
청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감격한 얼굴로 현오에게 허리를 숙여 보이고는 나는 듯 뛰어갔다.
무공을 모르는 청년의 뜀박질이었을 뿐이지만 청년의 기분은 정말 날고 있으리라.
그 뒷모습을 보던 현오는 가슴에 납덩이가 놓인 것 같았다.
‘이대론 안 돼. 깨어나야 해.’
사형인 불존은 무인으로서의 협행을, 사제인 현오는 승려로서의 본분을 행하길 원했다.
그 둘은 결국 소림의 변화로부터 시작되는 것.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아! 그러고 보니 사형께서 그를 데려오신 이유가……?’
자신의 상세를 살피고 깨달음을 주기 위해서만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 사형께서도 변화를 원하시지. 굳어버린 본사를 바꾸려면 파격이 필요하다!’
현오의 시선이 정광을 찾았다.
파격 하면 정광 아닌가.
역시 그는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무량수불.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벼, 별말씀을…….”
정광은 소작농들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들은 뒤 신이 난 목소리로 외쳤다.
“사제! 자오! 범 잡으러 갑시다!”
“버, 범 말씀입니까?”
“진옥룡, 저는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정광이 호쾌하게 웃었다.
“하하하! 바로 갑시…… 아. 아니지. 사제.”
“네?”
“사제는 여기 남아서 선사님이랑 다른 분들 지켜. 자오는 나와 함께 가고요.”
재깍 고개를 숙이는 자오와 달리 백승무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왜 저는 남기십니까?”
“사제는 흑우니까.”
“네?”
정광이 눈짓으로 백승무의 애검 흑우를 가리켰다.
“그거 썼다간 범 가죽이 엉망진창이 될걸. 가치가 폭락할 게 분명한데 그럴 이유가 없잖아.”
“……아. 그렇군요.”
정광의 깊은 뜻을 깨달은 백승무는 허탈한 얼굴이 되었다.
그와 달리 자오는 자신의 양 옆구리에 매달려있는 쌍단봉(雙短棒)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만큼 자신의 주병기가 둔기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운 날이 없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했다.
‘자, 잠깐. 내가 왜 이런 생각을!’
왜긴.
길들여졌으니까 그렇지.
어쨌든 정광은 현오에게 출정할 것임을 천명했다.
“선사님. 범 잡아 올게요.”
“소림으로 사람이 갔다. 아이들을 데려올 것이야. 왜 굳이 가려 하느냐?”
“뻔히 보이니까요.”
“무슨 의미지?”
정광은 왜 당연한 걸 묻냐는 듯 설명했다.
“오시면 뭐해요. 살계(殺戒)가 어쩌고 불살(不殺)이 저쩌고 하면서 멀리 쫓아내고 끝내려 할 텐데요.”
“…….”
“딴 놈은 모르겠지만 저 녀석은 미친 것 같은데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잖아요. 확실히 잡아야죠.”
“…….”
현오는 할 말이 없었다.
그가 몸담은 소림은 그러고도 남을 곳이었으니까.
‘할 말이 없구나…….’
정광이 범을 잡으러 떠나는 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하려면 범을…… 아니, 산을 걱정해야지 정광을 왜 걱정하겠는가.
그래도 엉뚱한 일을 또 벌일지 몰라 부탁을 하려는데.
“그럼 이따 봬요.”
“……!”
정광은 짧은 말을 남기고 자오와 함께 떠났다.
목적지는 범이 보이는 야산이었다.
* * *
자오가 정광에게 구박받으며 살아서 그렇지, 그의 실력은 강호에서 대접받을 정도는 되었다.
짧은 시간 동안 눈부시게 발전한 백승무도 웬만한 명문정파의 제자 수준은 되었고.
그들 중 홀로 정광을 따라온 자오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무림인의 추종술(追從術)과 사냥꾼의 추종술은 여러모로 다르지.’
그래도 상대를 쫓는 기술인 것은 매한가지기에 기본만큼은 같다.
보이는 흔적과 보이지 않는 흔적을 찾아 따라가는 것.
이게 기본이자 핵심이다.
‘짐승을 쫓는 건 오랜만이군.’
자오는 첩보와 암살을 위한 전문적인 수련을 받은 무인이었다.
당연히 추종술에 해박했고 산에서의 생존 훈련도 받은지라 짐승을 쫓는 것은 물론 가죽을 벗기는 솜씨 또한 일품이었다.
그런 그가 범을 쫓아 산에 들어섰다는 건 활약할 기회를 얻었다는 의미!
마침 범은 원래 있던 자리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내 가치를 진옥룡에게 제대로 각인시킨다!’
신중하면서도 자신 있게.
자오는 내공을 끌어 올리는 것은 물론 전신의 감각을 날카롭게 세웠다.
오감이 활성화된 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범의 발자국을 매만졌다.
‘멀리서 봤을 때도 컸지만 상당한 크기군. 이동 방향은…….’
비록 수풀에 가려져 보이진 않았으나 자오는 생생한 기운을 느꼈다.
이는 범의 기운을 실제로 느낀 게 아니라 발자국의 방향, 꺾어진 나뭇가지, 공기에 떠다니는 냄새, 짐승의 습성에 대한 지식이 이합집산을 반복하여 종합적인 결론으로 도출된 것이었다.
“진옥룡, 찾았습니다. 방향은 바로 …….”
정광은 이미 그쪽으로 가고 있었다.
“……어, 어떻게?”
턱이 빠져라 입을 크게 벌렸던 자오가 간신히 물었지만, 정광의 대답은 간단했다.
“기운이 느껴지니까요.”
“……아.”
자오는 갖가지 방법을 총동원하여 내린 결론을 기운이라 표현했는데, 정광은 정말로 기운을 느꼈단다.
“뭐 해요? 빨리 안 오시고.”
“……가, 갑니다.”
자오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정광을 따랐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전신을 팽팽하게 긴장시켰다.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 안 돼. 빠릿빠릿하게 가자.’
정광은 느긋하게 걷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속도는 무척 빨랐다.
자오는 열심히 신법을 펼쳐야 했다.
얼마 안 가 그들은 산 정상 근처에 있는 작은 동굴 앞에 서게 되었다.
“어우. 노린내.”
정광의 말대로였다.
노린내가 훅 끼쳤다.
수풀 속에 숨어 있던 범이 달려와서였다.
“진옥룡!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아뇨.”
정광이 오른손을 들었다.
그 손은 후려쳐오는 범의 앞발을 부드럽게 밀어 방향을 바꾼 뒤 범의 뺨을 후려쳤다.
짜악!
“끄헝!”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정광은 뺨을 후려쳤던 손을 위로 들어 올리더니 수도로 만들어 범의 머리를 내려쳤다.
뽀각.
맑고 고운 소리가 나며 범이 축 늘어졌다.
상황을 모두 지켜본 자오는 한 가지 의문에 휩싸였다.
‘왜 직접 나선 거지?’
사실 정광이 범을 죽인 수법은 무척 놀라운 것이었다.
짐승의 몸 구조는 사람과 달라 질기고 단단하기 그지없다.
범이라면 특히 더 그렇다.
가볍게 머리뼈를 부순 것만 해도 대단하건만 딱 부술 만큼만, 피는 물론 뇌수도 안 튀게 힘을 쓴 건 더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정광이니까’로 모두 정리될 수 있는 일.
반면 ‘정광이기 때문’에 귀찮은 일을 스스로 한 게 이해가 안 갔다.
게다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정신을 차린 자오가 재빨리 가죽을 벗기려 하는데 정광이 말렸다.
“내가 할게요.”
“억!”
“왜요?”
“아, 아닙니다!”
놀라운 일이 두 번이나 반복됐다.
자오가 경악했으나 정광은 별것 아니라는 듯 넘겼다.
“싱겁기는.”
그리고 범 앞에 쭈그리고 앉아 품속에서 비수를 꺼냈다.
철혈장에서 얻었던, 현철을 통째로 벼려 만든 비수였다.
“아. 그러고 보니 이놈 이름을 안 지었네.”
잠시 고민하던 정광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넌 이제부터 소운룡(小雲龍)이다. 자오, 어때요?”
어떻긴.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이름에서부터 벌써 작은 구름에 휩싸인 용이 현세에 내려와…….”
“자오. 요놈 다리 좀 잡아주실래요.”
“네! 이미 잡고 있습니다!”
스으윽-
정광이 소운룡을 밀어 넣자 두부를 찌르는 것처럼 부드럽게 범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역시 철혈장이라니까.”
정광으로선 흔치 않은 칭찬.
그럴 만했던 게 소운룡은 대단한 비수였다.
정광이 그리 큰 내력을 안 썼는데도 범의 가죽을 깨끗이 벗겨냈다.
아니, 더 대단한 건 정광의 손놀림이었다.
어찌나 세밀하면서도 빠르게 비수를 움직이는지 순식간에 범은 벌거숭이가 되어버렸다.
자오는 어이가 없었다.
‘벌써?’
그다음은 뼈였다.
정광이 비수를 움직일 때마다 범의 뼈에서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뼈에 기름기 한 점 안 남을 정도로 깨끗하게.
‘……말도 안 돼. 이건 감각으로 될 일이 아닌데…….’
분명 많은 경험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건만.
정광은 태연히 해내고 있었다.
‘아! 곤륜산에 있을 때도 몰래 사냥해서 먹었겠지. 그래서 그런 것이로구나!’
이는 자오가 정광의 치열하고 살벌했던 전생을 몰라서 하는 오해였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얼추 됐네. 자오, 이것 좀 잡아보실래요?”
“아, 알겠습니다.”
자오가 범의 뼈를 잡자 정광이 범의 힘줄로 그것을 감았다.
얼마 안 가 거대한 무언가가 완성됐다.
자오는 그것을 바라보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지, 지게?”
그랬다. 그것은 지게였다.
정광은 그곳에 호피(虎皮)와 남은 호골(虎骨)을 모조리 쏟아부었다.
고기도 적당히 넣었음은 물론이고.
그리고 자오를 멀뚱멀뚱 바라봤다.
자오는 그제야 깨달았다.
‘아! 이걸 지게 하려고 다른 일은 전부 직접 했구나!’
재빨리 어깨에 지고 정광이 놓친 점까지 말했다.
“다른 것들은 챙기지 말까요?”
“호피와 호골이 최고죠. 나머지야 뭐 미신에 관계된 것들이거나 별반 쓸모없는 것들이고. 고기는 가져가서 몸보신 좀 하려고 챙긴 거예요.”
“……진옥룡께서도 몸보신 같은 것을 하셔야 합니까?”
“저 말고 마을 노인들이랑 애들 주려고요. 소작농치곤 잘 먹는 것 같은 데 고기 구경은 어디 제대로 해봤겠어요?”
“…….”
자오는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악귀 같은 진옥룡이었지만 힘없는 이들에게는 의외로 자상한 면이 있어서였다.
덕분에 힘이 솟았다.
“제가 길을 열겠습니다. 가시지요.”
자오가 앞장서는데 정광이 불렀다.
“어디 가세요?”
“네? 그야 마을로…….”
“그놈 뒤통수 보세요. 움푹 패였죠? 다른 놈한테 얻어터지고 정신이 나갔었던 것 같은데 그놈도 잡아야죠.”
“아, 알겠습니다. 한 마리쯤 더 지는 거야…….”
“아까 마을 분한테 물어보니까 두 마리 더 있다던데.”
“…….”
“가시죠. 이러다 해 떨어지겠어요.”
“……알겠습니다.”
정광과 자오는 산 두 개를 더 넘었다.
그리고 처음 잡았던 것보다 더 큰 범을 두 마리 더 얻을 수 있었다.
자오가 진 지게로는 감당을 못할 크기였고, 자연히 그는 등뿐만 아니라 가슴에도 지게를 하나 더 지게 되었다.
‘힘없는 이에게 따뜻하긴 개뿔!’
자오는 젖먹던 힘까지 다하여 간신히 마을에 도착했다.
소림승들이 와 있었는데, 그중 강퍅하게 생긴 중년의 승려가 지게를 보고 혀를 찼다.
“쯧쯧. 이런 불필요한 살생을 하다니…….”
불필요한?
개고생했건만 불필요한 살생이라고?
자오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솟았다.
동시에 정광의 입에서 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일은 다 끝났는데, 불필요하게 오셔서 불필요한 말씀을 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