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화
인사
불존은 재밌는 얘기를 해주겠다고 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하지만 듣는 이들은 지루함을 넘어 졸리기까지 했다.
불존의 기준에서만 재밌는 얘기였기 때문이다.
오직 공우만이 진지한 얼굴로 듣고 있었는데, 다른 이들이 보기엔 가식으로만 느껴졌다.
뭐, 불존의 엄청난 근육을 생각하면 생존본능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으려나.
그래도 불존의 목소리가 종이 울리는 것처럼 컸기에 다들 잠에 삐지는 것만큼은 피할 수 있었다.
차라리 목소리라도 작아서 잠이라도 들었으면 좋으련만.
결국 참다못한 정광이 나섰다.
“선사(禪師)님. 재미도 없고 시끄럽기만 한데요.”
“……!”
다들 환청을 들은 줄로만 알았다.
아무리 정광이라도 해도 너무 버릇없는 말 아닌가!
‘……아니지. 사형이시라면…….’
‘……진옥룡이라면 그러고도 남지, 암.’
정광에게 단련된 백승무와 자오는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뚝 멈췄다.
동시에 그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미친!’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그래도 불존은 불존이었다.
별호가 아깝지 않게 여전히 담담한 표정이었다.
다행이다 싶어 작게 한숨을 내쉬는데…….
‘이, 이 기운은?’
‘제길. 열 받을 만하지.’
눈동자만 간신히 굴려서 보니, 공우의 승복이(僧服) 바람을 맞은 것처럼 펄럭이고 있었다.
내공을 일으킨 것이다.
‘진옥룡 저자가 감히!’
공우는 사조에게 말도 안 되는 불경을 저지른 정광을 용서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불존의 손짓에 억지로 분노를 삭여야 했다.
빙그레 웃어 보인 불존은 시선을 돌려 정광에게 말했다.
“나름 조용히, 조곤조곤 얘기하고 있었다만.”
“그 ‘나름’이 문제죠.”
“그럼 목소리는 제외하고. 솔직히 말해보거라. 꽤 재밌지 않았느냐?”
“……진심이세요?”
“음. 얘기를 이해하지 못해서 지루하게 느낀 건가.”
정광은 황당한 표정으로 불존을 바라봤다.
아무리 봐도 진심으로 보였다.
“하아. 제가 짧게 축약해서 말해보죠.”
정광의 입에서 불존이 말한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아주 오래전, 중원의 역사였다.
“……수(隋)나라에 반기를 든 이연의 아들 이세민이 전투에서 위험에 처했을 때, 소림사의 승려분들이 나타나 그를 구출한 거죠. 훗날 그의 가문이 수나라를 무너뜨리고 당(唐)나라를 건국하자 태종(太宗)이 된 이세민이 소림사에 갖은 혜택을 줬고요.”
혜택도 보통 혜택이 아니었다.
관직을 내리는가 하면 승병을 조직하고 훈련하는 것을 허했다.
고기와 술을 자유롭게 즐기는 것은 물론, 살인을 해도 탓하지 않을 것을 공표했다.
이 모든 것을 칙령에 담아 비석에 새겼는데 포상치고는 너무 과한 감이 있었다.
“……이런 대단한 선물들을…… 원치 않은 것들을 받게 된 소림은 극도로 자중하게 됐고요.”
소림사는 부처를 모시는 절이었다.
그런 과도한 향락과 권리를 얼싸 좋다 하며 받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 수많은 전답(田畓)과 노비들을 거절하긴 아까웠…… 거절할 순 없었겠죠. 당태종의 체면을 세워줘야 했으니까요.”
“내 분명 말했거늘, 노비들을 모두 풀어준 건 빼먹었구나.”
“갈 데가 없어서 대부분 소작농이 됐다면서요.”
“노비와 소작농은 엄연히 다르다.”
“하긴. 아직도 소림과 함께하고 있다는 게 사실이면 대우는 박하지 않았나 보네요. 어쨌든 그래서…….”
막대한 재물과 토지, 눈치 안 보고 무예를 닦을 수 있는 권리를 받은 소림은 눈부신 속도로 발전했다.
이는 다른 문파들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한마디로 배가 아팠던 것이다.
‘소림이 저러는데 우리라고 못할쏘냐.’
너도나도 황실과 관에 줄을 대었다.
뇌물을 바치고 그보다 더한 혜택을 받아냈다.
눈먼 나랏돈이 무림에 넘쳐나게 되었고, 자연히 무림의 세는 나날이 커져갔다.
하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는 법.
당나라가 멸망하고 새로운 나라가 들어섰다.
무림 문파들의 선택은 뻔했다.
“……너도나도 새로운 황조(皇朝)와 줄을 대려 했죠. 경쟁자가 너무 많아서 자기들끼리 치고받으며.”
새로이 건국된 송(宋)나라는 그 상황을 이용했다.
혜택을 뿌려서 무림 문파들 간에 싸움을 부추긴 것이다.
나중에 무림이 정신을 차렸을 때, 그들은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그래도 아예 바보들만 있었던 건 아니라서 다행이려나. 이러다 공멸할 걸 깨달은 무림은 협의했죠. 황실과 관에 상관치 않기로. 뭐 황실도 아쉬웠지만 그쯤에서 멈추는 게 좋다고 판단했고요. 더 흔들어 봐야 반란밖에 안 일어날 테니.”
“맞다. 관과 무림은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의 시초가 그것이지.”
불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치자 정광이 눈살을 찌푸렸다.
“근데 이거. 세간에 널리 알려져 웬만하면 다 아는 거잖아요. 뭐 하러 이렇게 긴 얘기를 하세요?”
“진짜는 지금부터니라.”
정광은 입을 떡 벌렸다.
아니, 그럴 거면 진작에 하지 이게 뭐 하는 짓이란 말인가!
‘이놈의 영감탱이가! 이거 혹시 말벗이 없어서 오늘 다 풀려고 하는 거 아니야?’
정광이 불신을 키우는 것과 상관없이 불존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런 연유로 무림은 관을 멀리했지. 하지만 이번 황조가 들어서며 또 문제가 생겼다.”
이민족인 몽고를 밀어내고 중원을 차지한 새로운 황조는 민심을 수습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들이 새로운 나라를 건국하는 데 있어 사교(邪敎)의 도움을 적지 않게 받았기에 민초들이 경원(敬遠)했기 때문이다.
정광도 익히 아는 얘기였다.
‘그 사교 놈들. 본교의 한 지파가 갈라져 나간 것들인데 꼴좋게 됐지.’
새로운 황조는 그들을 도왔던 사교를 때려잡았다.
아예 깡그리 몰살시킨 것이다.
황권에 위협되는 세력을 제거하고 민심도 끌어당기는 일거양득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론 부족했지.”
“당연하죠. 누가 봐도 토사구팽이잖아요.”
“그래. 그래서 그들은 새로운 방법을 썼다.”
다름 아닌 불교와 도교를 지원하는 것이었다.
오래전부터 민초들에게 뿌리박힌 종교들이었기에 당연한 판단이었다.
“그 대표로 본사와 무당파(武當派)에 과도한 혜택이 내려졌지.”
“아아. 곤륜에도 조금만 좀 주지.”
“……그러게 말이다.”
“어쨌든 그 얘기 하려고 하신 거세요?”
“무얼 말이냐?”
“소림과 무당으로선 황제의 체면 때문에 거절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받자니 다른 문파들이 질시할 게 뻔하고. 뭐 결국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 나대지 않고 쥐죽은 듯 조용하게 지내야 했다. 이런 거요.”
“……표현은 좀 그렇다만 잘 아는구나.”
“근데 재밌는 얘기는 언제 나와요?”
“지금부터.”
“진짜 믿어도 되죠?”
“그렇게 또 많은 시간이 흘렀다. 본사와 무당은 산에 칩거한 채 수양에 힘썼지. 본사에선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됐다며 기뻐하신 분도 많았다더군. 승려의 본분에 맞는 일이었으니까.”
“저기요, 선사님.”
“하지만 말이다. 다들 너무 꽉 막히게 되었어.”
불만을 표하려던 정광은 손뼉을 치며 동의했다.
“와! 제 말이!”
“산에 틀어박혀서 불경을 읽고 수양하는 승려들은 천하에 넘쳐난다. 우리가 왜 무공을 익히겠느냐? 쓰기 위함이야. 본인의 몸을 건강하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속세의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함이란 말이다.”
“알면서 왜 안 하세요?”
“……이건 내 생각일 뿐이다. 다른 이들은 다른 것이지.”
잠시 말을 끊었던 불존은 허허로운 웃음을 지었다.
“내가 걱정하는 건 하나다. 지금의 소림은 너무 한쪽으로 치우쳤어. 다른 면은 볼 생각조차 못 할 정도로.”
순간, 불존의 눈이 빛났다.
“그렇게 오랫동안 고민하던 차에 공우에게서 네 얘기를 들었다. 너는 생명도 구하고 축원도 하고 했는데, 이 녀석은 잘난 척밖에 한 게 없더구나.”
공우가 벌게진 얼굴로 뭐라 하려 했으나 정광이 더 빨랐다.
“그죠. 참 답답하더라고요.”
“그래. 너와 본사의 녀석들을 합쳤다가 반으로 나누면 딱 좋을 것 같단 말이지.”
“그거, 저 욕하신 건가요?”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느냐.”
불존의 표정이 근엄해졌다.
“얼마 안 되는 시간이지만 너를 지켜본 결과, 네 도가 힘없고 선량한 이들에겐 해를 끼치지 않을 거라 믿게 되었다.”
“안목이 있으시네. 역시 괜히 불존이 아니시구나.”
“……그래서 말인데.”
“네.”
“함께 소림에 가자꾸나.”
“네? 갑자기 얘기가 왜 그렇게 되죠?”
“본사의 녀석들에게 너 같은 이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다. 네게도 득이 될 것이야.”
“어떤 점이요?”
“천하공부출소림(天下工夫出少林)이란 말이 있지. 소림을 구경하고 싶지 않느냐? 다른 이들은 못 들어가는 곳까지 말이다.”
천하의 모든 무공은 소림에서 나왔다는 유명한 말이었다.
비밀스러운 곳까지 견식을 할 기회를 준다 하니 웬만한 무인이라면 껌뻑 죽을 일.
하지만 정광은 웬만한 무인이 아니었다.
“아뇨.”
“……천하공부출소림이란 의미를 모르는 것이냐?”
“소림 무공은 천축(天竺)에서 오신 달마대사(達磨大師)께서 전한 것들이잖아요. 천하공부출소림이 아니라 중원공부출소림이 맞는 말이죠.”
“……그건 그렇다만…….”
“천축 무공을 구경할 수 있으면 모를까, 중원 무공이야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불존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자 정광이 정리했다.
“이제 말씀 끝나셨죠? 사제, 자오. 술이랑 고기 좀 더 가져오세요.”
“네? 네, 네. 알겠습니다, 사형.”
놀라서 허둥거리는 백승무와 달리, 자오는 이미 주문하러 달려가고 있었다.
얼마 안 가 탁자 위에 새로운 요리들과 술병들이 깔렸다.
“자. 본격적으로 가보죠.”
정광은 호기롭게 말하며 소매를 걷어붙였다.
그 순간, 어떻게 정광을 설득하나 고민하던 불존이 눈을 빛냈다.
정광의 손목에 채워져 있는 사불주(邪佛珠). 즉, 반불(半佛)을 봐서였다.
“……그것은 항마주(降魔珠) 아니더냐?”
동시에 정광의 눈도 번뜩였다.
어느새 그는 술잔을 내려놓고 불존의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거, 이름이 항마주에요?”
“……그렇다.”
“아아. 원래 이름이 그건가. 사불주보단 듣기 좋네.”
정광은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물었다.
“정확한 효능이 뭐예요? 어떻게 쓰는 거죠?”
“모른다.”
“에이. 마음 상하셨구나. 사과드릴게요. 그러니 좀 알려주시죠.”
백승무와 자오의 얼굴이 또 하얗게 질렸다.
안 상했던 마음도 상할 판 아닌가.
하지만 역시 불존은 불존이었다.
“정말 모른다. 사제가 연구하던 서책에 그려져 있는 걸 봤을 뿐이야.”
정광은 불존을 빤히 바라봤다.
그리고 곧 확신하게 되었다.
‘거짓이 아니군.’
그렇다면 소림사에서 이것에 대해 뭔가 알고 있다는 건데…….
‘그냥 이대로 쓸까?’
불존에게 아쉬운 소리 하기 싫어서 그럴까 했는데 생각해 보니 아까웠다.
‘응삼이를 팰 때 느꼈지만, 마공을 강하게 쓰면 마기가 그대로 드러난단 말이지.’
소림에 가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어쩐다.’
어쩌긴.
주고받는 게 세상의 이치 아닌가.
덤으로 소림도 구경하고.
정광은 선심 쓰듯 말했다.
“선사님. 우리 거래할까요?”
불존은 바로 알아들었다.
“거래라 하긴 그렇고, 서로 돕는 거로 하자꾸나.”
“믿을게요.”
“나도 믿으마.”
믿는다 해놓고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군. 밖에서 기다리마. 푹 자고 내일 아침에 나오너라.”
불존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 하는데 정광이 만류했다.
“선사님, 잠시만요. 세부 논의를 해야죠.”
“……세부 논의?”
“소림에서 며칠 묵어야 해요?”
“……글쎄다. 충분할 때까지?”
“그렇게 두루뭉술하게 했다간 나중에 서로 의기만 상해요. 최대 닷새로 잡죠.”
“……보름.”
“통 크게 양보하겠습니다. 칠주야. 됐죠?”
“……그러자꾸나.”
“이제 식사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데. 저, 절밥 싫거든요.”
“……그래서?”
“산에서 사냥해서 먹을게요.”
“……본사 경내(境內)에선 안 된다.”
“산 깊숙이 들어가면 된다는 말씀이네요?”
“……아미타불.”
“시원시원하셔서 좋네요. 그럼 이것도 해결됐고. 또 뭐가 있더라…… 아!”
정광의 말에 불존의 눈매가 떨렸다.
“이제 일행인데 노숙하실 순 없잖아요. 제가 지불하죠. 나중에 소림에 청구하는 거로. 괜찮죠?”
“……나와 공우의 몫만 말이냐?”
“이런 부분의 계산은 은근히 세속적이시네. 그래요, 그럼. 사제, 들었지?”
“……네.”
“전부 빠짐없이 잘 기록해.”
백승무는 붉어진 얼굴을 푹 숙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 후로도 몇 가지 논의가 더 이뤄졌다.
모두 마치고 나니 하늘이 어둑어둑해진 상태.
행화촌에서 하루를 묵은 그들은 날이 밝자마자 거하게 먹었다.
불존과 공우도 불러서 함께.
“와아. 선사님 진짜 잘 드시네요. 소채가 그렇게 많이 넘어가세요?”
“소채만 먹는다 하지 않았더냐.”
가볍게 대답한 불존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배도 채웠으니 그만 가자꾸나.”
“네.”
전과는 다르게 다섯 명이 한 무리가 되어 움직였다.
발걸음을 옮기던 정광은 얼마 못 가 중얼거렸다.
“막상 가려니 좀 그러네.”
“뭐가 말이냐?”
“너무 멀어서요.”
“……금방이야. 그리고 같은 구파일방 아니더냐. 인사나 한번 하는 거라 생각하거라.”
불존의 ‘인사’라는 말에 정광은 한 사람을 떠올렸다.
‘그놈, 지금쯤이면 인사할 때가 됐을 텐데. 잘하려나?’
* * *
호남성(湖南省)에 있는 사마련(邪魔聯)의 한 전각.
화려한 의자에 앉은 중년인이 앞에 선 이를 보며 말했다.
“소식도 없더니 갑자기 나타났구나.”
“죄송합니다, 사부님. 사정이 있어 서신을 못 보내 드리고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상소운은 그의 말대로 바삐 온 게 틀림없었다.
거지보다 못한 행색이 그 사실을 증명했다.
그 모습을 보던 중년인은 내심 혀를 찼다.
‘손 하나를 흘리고 와? 게다가…….’
분위기까지 바뀌었다.
안 물어봐도 대충 짐작이 갔다.
“실패했군.”
“그렇습니다. 그보다 말입니다…….”
상소운이 혼탁한 눈을 끔뻑이며 건조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만.”
“말해라.”
드넓은 전각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던 상소운이 일어섰다.
그리고 중년 사내를 향해 걸었다.
“이 공자. 멈추시오!”
주위에 있던 무인들이 병기를 뽑으며 제지하려 했으나 중년인의 손짓에 움직임을 멈췄다.
주변 반응에 아랑곳않고 중년인의 코앞까지 다가온 상소운은 손목이 잘려져 나간 왼팔을 들어 중년인의 입을 찔렀다.
“이거나 처먹어라!”
황당한 외침과 어울리지 않는, 혼신의 공력을 담은 찌르기였다.
그러나.
서걱.
“커헉!”
상소운의 왼팔이 어깨부터 잘려 나갔다.
사각.
“끄악!”
오른팔 역시 그렇게 되었다.
스으윽.
“아아악!”
두 다리도 마찬가지였다.
“끄흐흐흐…….”
상소운은 사지가 잘린 채 바닥에서 꿈틀거렸다.
“어딘가 이상하다 했더니…… 미련한 놈. 마공에 당하다니.”
수도(手刀)에 묻은 피를 털어낸 중년인이 몸을 일으켰다.
그는 오연한 눈빛으로 상소운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누구한테 당했지? 천마신교의 마인이냐?”
“주, 주인님입니다…… 크흑.”
“……네게 무엇을 하라 했느냐?”
“제, 제 팔로 사마련의 쥐새끼에게 인사를 하라 했습니다.”
“……그리고?”
마공을 펼친 이가 일부러 그랬는지, 정체는 숨기면서 그 외의 것들은 순순히 알려준다.
중년인에겐 안 좋은 일이었다.
“까, 까불지 말고 찌그러져 있어, 이 새끼야…… 끄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