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남성 북동쪽에 위치한 계족산(鷄足山).
헉! 헉! 헉! 헉! 헉!
스무 명 가량의 젊은 도인들이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만 같이 가쁜 숨을 토하며 계족산 삼골령(三骨嶺)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땅에 닿는 순간 묘하게 비틀리는 발목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틀림없이 대점창의 탄현신법(彈絃身法)이었다. 순간적인 움직임이
가장 빠르다는 점창(點蒼)의 비전경공 탄현신법, 그것이 있음으로 해서 쾌검 사일검법(射日劍法)이 강호를 진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곤륜의 비붕신법이나 무당의 유운신법과 같은 평이한 경공이 없어 장거리 이동시에는 애를 먹는 점창파 제자들이건만,
숨이 넘어갈 정도로 무리해 가면서 탄현신법을 펼치는 이유를 알 도리가 없었다.
계족산이 어딘가. 구대문파의 하나인 대점창의 본산 점창산에서 겨우 이백여 리 떨어진 곳이었다. 그곳이라면 점창의 제자들이
거들먹거리며 다녀도 모자랄 곳이었다.
그러나 분명히 현실이었다. 일류라 불러도 모자랄 스무 명의 점창제자들이 허연 먼지조차 털지 못하고 쉬지 않고 달리고
있었다.
헉! 헉! 헉! 헉!
벽운은 지쳤다. 발목이 뻐근한 것은 둘째 치더라도 가슴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무려 이백 리나 되는
길을 숨 한 번 돌리지 못하고 달리고 있었다.
더 이상은 무리였다. 장차 점창을 떠받치는 기둥이 될만하다 하여 따로 점창오영(點蒼五英)이라 불리는 이들의 막내인 그라도,
이제 나이 열여덟, 동행들 가운데 가장 어렸다.
벽운은 점차 뒤로 쳐져갔다. 단 반각이라도 지끈거리는 발목을 주무르고 숨을 돌리고 싶었다.
쫙!
“큭!”
벽운(碧雲)은 등짝에서 퍼지는 고통에 신음을 토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칼날 같은 목소리가 그의
오른쪽 귀에 꽂혔다.
“달려라, 이놈! 네 놈 목숨 살리려고 기꺼이 희생하신 존장들을 벌써 잊었느냐? 더 이상 어리광은 받아줄 수 없다. 네 두
어깨에 점창의 재건이 걸렸어. 가슴이 터지더라도 달려, 이놈!”
벽운은 보지 않아도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벽운은 고개를 비틀어 점창의 미래라 칭송받는
점창일수(點蒼一秀) 벽령(碧靈)을 바라보았다. 칼날 같은 목소리와는 달리 눈에는 하얀 물막이 차올라 있었다.
벽운은 그 눈물 속에서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그의 사부 창현진인(蒼玄眞人)의 죽음을 볼 수밖에 없었다. 벽운으로서는 하나도
감당하지 못할 수십 줄기의 검기에 맞닥뜨려놓고도 끝내 살아달라는 말을 눈으로 토하며 당당하게 맞서나가던 스승.
벽운의 눈에서 주르륵 눈물을 흘러나왔다. 벽운은 도포자락으로 눈물을 훔치면서 발끝에 힘을 주었다. 터져버릴 것 같은 가슴을
억눌렀다.
“으아아아아아아!”
벽운이 무리의 앞쪽으로 튀어나갔다. 순간 힘을 잃고 뒤쳐지려던 제자들이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점창의 대제자 벽령은 쏘아져 나가는 사제들을 바라보다가 눈을 질끈 감아 눈물을 바람에 날려버렸다. 그리고 허공에서 몸을
휘돌려 그가 넘어선 계족산을 바라보았다.
오늘 아침은 참으로 즐겁고 경사스러운 날이었다. 비록 문파 사람들만 불러 조용히 치러졌으나 어쨌든 대점창의 장문인의 일흔세
번째 생신 축하연이었으니 떠들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떠들썩함이 갑자기 비명으로 바뀌었다. 속가들이 검을 빼들었고
문파 내에서도 동조가 있었다. 그리고 또 다시 파도처럼 몰려오는 백의의 무리들이 있었다.
사백 칠십여 명의 점창 문인들이 피 흘린 그 혈풍은 계족산 초입까지 이어졌다. 그의 바로 등 뒤에서 사숙들이 하나 둘씩
무너져갔다. 마지막 남은 존장이라고는 오직 한 사람, 그의 사부이자 점창의 지존인 창현진인뿐이었다.
벽령의 검을 빼앗고 점창의 장문지보인 용상(龍翔)을 건넨 창현진인은 홀로 삼족령 입구에 남았다. 안 된다고, 안 된다고
부르짖었지만 점창지존의 마지막 명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겨우 스물 남은 젊은 제자들을 거느리고 점창을 재건해야하는 막중한 임무가 그의 일신에 달렸기에, 벽령은 스승을 남겨두고
도주할 수밖에 없었다.
벽령은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구대문파의 하나인 점창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배신자들이 생길 수 있었는지, 대점창이
어떻게 그리도 간단하게 무너져버릴 수 있었는지 정녕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악몽 같은 현실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악몽이었다. 깨어나고 싶었고 또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 깨는
순간 대점창은 집도 절도 없는 스무 명의 젊은이들의 소문파로 전락하리라.
벽령은 눈에 다시 뿌연 물막이 차올랐다. 벽령은 계족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창현진인의 환영에게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머리 속에 점창의 모든 것이 들어있으니 반드시 살아남아서 점창을 재건하고 말겠다고
약속했다.
계족산을 완전히 벗어나 금강 포구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벽령의 불안감은 갈수록 고조되었다.
금강 포구에서 금사강을 타고 삼백 리만 더 가면 운남을 벗어나 사천에 이를 수 있으리라. 그런데 불안하게도 바람이 배의
속도를 더디게 할 것이 뻔한 동풍이었다.
‘마지막 한 고비다. 이 고비만 넘기면 사제들을 모두 이끌고 사천에 이를 수 있다. 불안해하지 말자. 아직은 추격대가
보이지 않으니 여유가 있어.’
벽령은 스스로를 다독이며 금강포구를 향한 마지막 고개를 넘었다. 벽령은 우뚝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금강포구에 배가
없었다.
‘아차! 시간이 미시 말 아닌가? 이 시간에 배를 구할 수 있을 리가 없건만, 실수다.’
사제들이 불안한 눈으로 벽령을 돌아보았다. 벽령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다시 드러난 그의 두 눈에는 한 점 불안감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사제들을 다독이는 대신 내려다보이는 금강포구의 주변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그의 눈이 한곳에 고정되었다. 다른 이들도
벽령의 시선을 따라 그곳을 주시했다.
포구 서안의 낮은 구릉 위에 수목림이 형성되어 있었다. 하늘을 향해 꼿꼿하게 서있는 나무들, 어림짐작해도 이 장에서 삼
장에 이르는 작지 않은 나무들이었다.
벽령은 한 마디 말도 없이 그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의 사제들도 벽령의 뜻을 쉽게 알아차리고 뒤따랐다.
숲에 이르러 살펴보니 운남의 특산 계피나무들이었다.
벽령이 사제들을 살피며 말했다.
“뗏목을 만들 시간조차 없다. 두 그루면 버텨 설만 하니 그리 준비하고 간단히 노를 만들어라.”
벽령의 사제들은 대답하는 시간마저 아깝다는 듯 바로 검을 뽑아들었다. 청기가 몇 차례 번득이고 나무들이 쓰러졌다. 옷자락을
찢는 사람도 있고, 가지를 쳐내는 사람도 있었으며 검으로 노를 만드는 사람들도 있었다.
두 그루의 나무를 묶은 간이 뗏목 열 개가 만들어졌다.
“잘 들어라. 이것으로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원래 계획은 사천 초입까지 배로 이동하려 했으나, 무조건 도강을 목표로
한다. 잘못하여 한 자리에 모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때는 무조건 성도로 가라. 사천무림맹에 이르기 전에는 절대 쉬지
마라.”
벽령은 말을 끝내는 순간 대답을 듣는 대신 그가 지나왔던 고개 정상을 바라보았다. 벽령의 눈빛이 급격히 흔들렸다. 그의
사제들도 눈길을 틀었다.
백의사내들이 막 고개에 올라서서 포구를 훑어보고 있었다. 선두의 사내와 벽령의 눈이 마주쳤다. 거리는 이백여 장, 보일
턱이 없는데도 벽령은 사내의 미소를 보고 있었다.
벽령은 어금니를 깨물면서 쥐어짜듯 말했다.
“가!”
제자들이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간이 뗏목을 들고 벼랑에서 뛰어내렸다.
첨벙거리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벽령은 줄달음질쳐 내려오는 백의인들을 노려보다가 벽운과 함께 뗏목을 들고 십여 장 벼랑
아래로 뛰어내렸다.
숨 몇 번 몰아쉴 짧은 시간이 흐르고 칠팔십 명은 되어 보이는 백의인들이 방금 벽령이 서있던 곳에 이르렀다.
입주변이 철사같이 빳빳한 수염으로 뒤덮인 사십 대 초반의 중년인이 금사강을 횡단하는 뗏목들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제기랄! 늙은이 하나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끝내 놓치고 말았군. 하기야 잔챙이들 몇 놓쳤다고 별 일 있겠어? 잡아도
그만 놓쳐도 그만이야.”
말과는 달리 중년인은 많이 아쉬운 듯 계속 쩝쩝대다가 강 하류로 눈길을 틀었다.
“어라? 아직은 놓친 게 아닌 것 같군. 막내사제가 여기 있었던가? 못 오게 한다고 징징대더니만 결국 끝 맛은 보는구나.
하지만 점창일수, 만만치는 않을 거야.”
강 하류에서 제법 규모가 큰 배 한 척이 동풍을 받아 강을 거슬러 올라오고 있었다. 선수에 검은 활을 든 백의인이 서있고
그 주변으로도 삼십여 명의 백의궁수들이 서있었다.
거리는 백여 장, 거기에 강폭 또한 백여 장에 이르렀다. 뗏목은 어쩔 수 없이 조금씩 하류로 떠내려가고 배는 올라오고
있으니 도강이 끝나기 전에 결국 만나게 되리라.
“얘들아, 쉬어라. 잠시 구경이나 하다가 가자꾸나.”
중년인은 벼랑 끝에 주저앉아 두 발을 건들거렸다.
화살비가 떨어져 내렸다. 그러나 점창제자들에게 있어 그것이 위협이 될 수는 없었다. 노를 들어 간단히 후려쳐버리고 다시
노를 저었다.
그때 무언가가 물살을 가르며 전광석화와 같이 첫 번째 뗏목을 향해 다가왔다.
“안돼!”
뗏목 행렬의 가장 후미에 있던 벽령이 부르짖었다. 제일 첫 뗏목의 앉아있던 점창제자는 소리에 놀라 본능적으로 노를 들어
자신의 몸통으로 날아오는 검은 그림자를 막았다.
퍼퍼퍽!
노가 끄트머리부터 터지기 시작하더니 끝내 손바닥이 날아가고 손이 터지고 어깨가 뜯어져 버렸다. 청년은 입에서 울컥 피를
토하면서 균형을 잃고 강물로 빠져버렸다.
끼이악!
까마귀 울음 같은 소음이 귀청을 흔들었다. 아마도 그것이 뒤늦게 들려온 화살 나는 소리리라.
벽령은 배를 노려보았다. 거리는 아직 칠십여 장. 누가 있어 칠십여 장의 거리에서 직선으로 화살을 날리고, 공기의 파동을
일으켜 하얗게 물살을 갈라놓을 수 있단 말인가.
벽령은 급히 뗏목과 강과의 거리를 눈대중했다. 남은 거리가 팔십 장에 이르렀다. 물살로 미루어 보아 도강 전에 만날 수밖에
없으리라.
벽령은 등에서 용상검을 꺼내어 벽운에게 건넸다.
“네 검을 다오!”
벽운은 얼떨결에 검을 바꾸었다. 순간 벽령이 벽운의 목깃을 잡아 비틀었다.
“대사형!”
“검은 벽송에게!”
벽령의 말이 끝나는 순간 벽운은 이미 허공을 날고 있었다. 창응칠식(蒼鷹七式)의 절초 비응선전(飛鷹旋轉)을 펼쳐 앞쪽
뗏목에 무사히 내린 벽운은 그의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벽령의 얼굴을 확인했다.
벽령은 벽공장으로 강물을 후려쳐 쏜살같이 앞으로 나아가 어느새 세 번째 뗏목 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또 다시 화살비 떨어지는 와중에 마귀의 발톱 같은 검은 화살이 두 번째 제자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벽령이 검을 위에서 아래로 세차게 휘둘렀다. 세파란 청기가 반원을 그렸다가 물을 후려치는 순간 푸르스름한 검막이 검은
화살과 두 번째 제자 사이를 갈라놓고 다시 푸른 강물을 솟구쳐 올라 검막 뒤로 물막을 쳤다.
그러나 역시 역부족이었다. 검막이 뚫리고 물막이 뚫렸다. 두 번째 제자가 어금니를 악다물고 검을 내뻗었다. 그의 검에서
청기가 일렁이는 순간.
챙!
“큭!”
검은 화살은 검을 부러뜨리고 비켜나가면서 두 번째 제자의 어깨의 살점을 그득 물고 사라졌다.
그도 물에 빠졌다. 그러나 다른 한 팔로 뗏목을 겨우 붙잡은 탓에 뒤따르던 제자의 손에 구해져 뗏목 위로 올랐다.
“기력이 다해도 좋다. 벽공장을 사용해 도강하라.”
벽령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물줄기가 허공으로 치솟아 오르고 여덟 개의 뗏목이 쏜살같이 움직였다. 그러나 벽령은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뗏목을 비틀어 배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물결 따라 벽령의 뗏목이 배를 향해 나아갔다. 배와의 거리는 육십여 장. 이제는 검은 화살을 재는 백의청년의 얼굴이
확연하게 보였다.
청년이 눈에 이채를 띄며 입가에 묘한 미소를 그렸다. 청년은 시위를 당겨 벽령의 사제들을 향해 겨누었다. 그때 벽령이 검을
허공에 들어 이 장이 넘는 검강을 일으켰다. 청년은 미소를 지으며 벽령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활의 방향을 틀었다.
순간 화살을 날리려던 다른 백의인들이 일제히 활을 거두고 한발 물러섰다.
시위를 잡고 있던 백의청년의 왼손 끝이 살짝 흔들렸다. 벽령은 검을 자전시키며 앞으로 내뻗어 휘돌렸다.
휘류류류류!
검강이 휘도는데 따라 선풍이 일어 벽령의 전신을 감싸고 강물마저 딸려 올라와 바람과 함께 휘돌았다.
“큭!”
뗏목의 끝자락까지 밀려간 벽령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터지고 선풍이 걷히며 물방울이 떨어졌다. 검은 화살도 검강으로 펼쳐내는
회풍무류검(廻風舞柳劍)까지는 뚫지 못했다. 그러나 하체가 불안정한 벽령 역시 그 한 번의 충돌로 커다란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벽령은 급히 발길을 옮겨 뗏목의 앞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힐끔 사제들을 바라보았다. 강의 삼분지 이 이상을 넘어가고
있었다.
다시 백의청년을 바라보았다. 청년이 웃으며 벽령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거리는 오십여 장. 이미 호신강기마저 꿰뚫을 것
같은 화살의 위력은 더욱 강해지리라.
그때 청년이 다시 활을 겨눴다. 그리고 바로 시위를 놓았다. 벽령도 다시 검을 들었다. 화살은 보이지 않으나 이미 물살이
갈라지고 있었고 벽령도 정수리가 바늘 끝으로 찔리는 듯한 통증이 느끼고 있었다.
벽령은 오직 그 한 점을 향해 검을 뻗었다. 청기는 정확하게 화살의 중심을 갈랐다. 그러나 그 힘은 여전해서 두 개로
변해버린 화살은 벽령의 두 귀와 머리카락들을 잘라내고 사라졌다.
벽령의 두 귓불에서 떨어져 내린 핏방울이 처음 그의 어깨를 적시는 순간 뗏목이 좌우로 갈라졌다. 화살이 일으킨 공기의
파동이 뗏목을 지탱시키던 옷자락마저 잘라버렸던 것이었다. 벽령은 두 발끝으로 뗏목을 지탱하면서 중앙으로 이동했다. 이제
거리는 삼십여 장. 백의청년이 다시 화살을 재고 있었다.
순간 벽령은 천근추의 공력을 일으켰다. 뗏목이 물 안으로 짓눌리는 순간 벽령은 갑자기 몸을 가볍게 하여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두 개의 계피나무가 물을 박차고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벽령은 창응칠식의 절초 비응번신(飛鷹翻身)을 펼쳐 허공에서 몸을
뒤집었다. 그의 눈앞에 나무의 밑동이 보였다.
벽령은 왼손으로 밑동을 후려쳤다. 순간 나무는 거대한 화살이 되어 배를 향해 날아갔다. 벽령이 물을 박차고 남은 하나의
나무 위로 내려서는 순간 백의청년의 손끝이 들렸고, 벽령은 본능적으로 철판교를 펼쳐 몸을 눕혔다.
왼쪽 가슴에서 불로 지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는 순간 피가 솟구쳤다. 젓꼭지 부근을 꿰뚫은 화살이 어깨뒤쪽으로 빠져나가면서
가슴 속의 모든 근육들을 무력화시키고 모든 살점들을 훑어가버린 것만 같았다.
끼이이이이악!
뒤늦게 화살소리가 귓전을 스치는 순간,
꽝!
배에서도 엄청난 폭음이 들려왔다.
벽령은 아픔을 참고 배를 응시했다. 그가 날린 나무화살이 뱃전에 틀어박혀 있었다. 물보다 한 자 정도 높이 박혀 있어서
당장 침몰하지는 않겠지만 속도를 빨리하거나 방향을 틀게 되면 바로 물이 스며들리라.
벽령은 뿌옇게 흐린 눈으로 사제들을 찾았다. 거의 강가에 이르러 있었다. 벽령의 입가에 만족스런 미소가 어렸다.
벽령은 눈에 힘을 더하여 이제 이십여 장 앞까지 도달한 배를 살폈다.
뱃전에 서있던 백의청년이 고개를 저으며 선수 아래쪽을 살폈다. 다시 고개를 든 백의청년은 벽령을 향해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차다가 결국 미소를 지으며 활을 내려놓고 박수를 쳤다.
청년이 벽령에게 올라오라는 듯 손짓했다. 벽령으로서는 거부할 수 없는 일이었다. 수영을 한다 해도 강가에 도달하기 전에
화살을 피할 수가 없으리라. 아니, 이미 죽음의 강에 한 발을 담고 있는 상태니, 강가에 이르지도 못하고 기력이 다하리라.
벽령은 통나무 위에 가만히 서 있다가 배가 오 장 앞에 이르자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통증은 전신을 낱낱이 분해해 버릴
것만 같은 지독한 고통으로 변해버렸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벽령은 이를 악물어 고통을 참고 그가 박아 넣은 통나무를
밟았다.
우지직, 소리와 함께 구멍이 커졌다. 그 순간 벽령의 신형은 백의청년의 바로 앞에 이르러있었다.
벽령은 저절로 구겨지는 상체를 억지로 폈다. 그때 백의청년이 또 다시 커져버린 구멍을 내려다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다시
벽령을 바라본 청년이 고개를 저었다.
“어이! 당신이 종남일수 벽령자 맞지? 당신 정말 어쩔 수 없는 양반이로구만. 더 이상 쫓을 생각이 없었는데, 이러면
마음이 달라지지.”
청년은 다시 철궁을 들어 화살을 재고는 이제 강가에 도달한 벽령의 사제들에게 활을 겨눴다. 순간 벽령의 검에서 푸른 청기가
솟구쳐 올랐다.
청년이 철궁을 내리면서 미소 지었다. 육 척에 이르는 장신에 화사한 미소가 돋보이는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아! 장난이었어. 그나저나 당신, 대단해. 내 오호궁(烏號弓)을 그 가까운 거리에서 막아내다니, 쯧 수련을 게을리
했더니만. 아마 뭍에서 만났다면 오십 장 안에 들어서는 순간 바로 줄행랑쳤을 거야. 근데 그 검 이제 놓지. 무서워서,
원.”
청년은 말을 하면서 활시위를 풀었다. 순간 철궁이 퉁, 소리를 내며 일자로 펼쳐졌다.
흐트러지려는 기색을 억지로 감추며 벽령은 청년의 해사한 얼굴을 직시하고 고개를 저었다.
“무인이 검을 놓을 때는 흙으로 돌아갈 때뿐이지.”
청년은 벽령의 발밑에 흥건하게 고인 핏물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멋 부리지 말라구. 그 몸으론 무리야. 할 만큼 했으니까 이제 편히 쉬어. 나 정말 당신, 죽이고 싶지 않아.”
벽령이 처음으로 입가에 미소를 지었으나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고맙지만, 스승의 죽음을 뒤로 하고 도주했다.”
벽령은 절로 빠져나가려는 검파를 고쳐 쥐고 공력을 주입했다. 벽령의 검신에서 차가운 청기가 감돌았다.
백의청년은 아쉬움을 미소에 담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백의청년은 철궁을 봉처럼 들어보였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내가 마지막이었어. 사제들을 뒤쫓는 이는 없을 거야. 안심하고 편히 가라구.”
벽령은 처음으로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고맙군. 이름이 뭔가?”
“백영담. 초출이라 별호는 없어.”
벽령이 억지로 미소를 유지하며 다시 말했다.
“오호궁이랬지? 그럼 오호신궁이라 하게.”
“원수에게 신궁이라? 고마워. 잘 쓰지.”
벽령이 엄숙한 표정으로 검을 들었다. 그러나 검신에서 솟구치는 검기보다 공력을 운용함으로써 흘러나오는 피가 더 많았다.
겨우 검신을 벗어났던 청기가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줄어들어갔다.
백영담은 고개를 저으며 철봉을 들었다.
“잘 가게.”
백영담의 철봉이 휘돌며 정확하게 벽령의 가슴을 가리켰다. 벽령은 철봉 끝에서 휘돌아 날아오는 무형의 힘을 느끼면서도 검을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죽는 그 순간에도 검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를 했을 뿐이었다.
벽령의 가슴 앞 옷자락이 나선형으로 휘말리는 순간 그의 칠공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벽령은 주춤 두어 발을 물러섰다가 힘없이
주저앉았다. 그리고 힘이 빠지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감싸 쥐고 절을 하듯 고개를 숙였다.
백영담은 씁쓸한 표정으로 벽령의 시신과 꼿꼿하게 서있는 검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제기랄! 죽으면서도 멋 부리는군. 쯥, 미소가 멋있긴 멋있었어.”
* * *
천하산수승재촉(天下山水勝在蜀).
하늘 아래 빼어난 산수는 모두 촉에 있다는 말처럼, 사천의 산수 빼어남은 고금의 시인묵객들을 통하여 이미 인정받은
사실이다. 그 가운데서 아미산(峨眉山)은 그 수려함이 천하제일이라 하여 삼협, 청성, 검각과 함께 촉지사절(蜀之四絶)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미산은 원래 세 개의 산, 즉 관우의 수염이 늘어지듯 부드럽게 이어지는 대아산(大峨山), 이아산(二峨山),
삼아산(三峨山)을 하나로 묶어 부르는 이름이다. 그 수염 한 가닥 한 가닥마다 보현보살(普賢菩薩)의 설법에 감화된 사람들이
지은 불교사찰이 백여 개나 연이어져 있어, 아미산은 또한 천하제일의 불교도량으로도 불린다.
백여 개나 되는 불교사찰들 가운데서 강호인들이 구대문파의 하나로 숭앙하는 아마파는 사실 세 곳에 불과하다. 대아산 정상의
금정(金頂)에 위치한 아미정종 광명사(光明寺)가 첫째요, 이아산 정상에 위치한 백운사(白雲寺)가 둘째며, 삼아산에 위치한
관음사(觀音寺)가 마지막이다.
이 가운데 백운사는 정종 광명사에 종속된 지파(支派)에 불과하나, 비구니들의 사찰 관음사는 천하제일 아미창(峨眉槍)의
본산으로 엄밀히 따지자면 광명사와는 별개의 사찰이다. 그러나 내왕이 잦다 보니 세상의 시선으로는 세 개의 사찰이 모두
하나로 인식될 뿐이다.
한 여인이 광명사로 오르는 계단에 멈춰 서서 멍하게 서있었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흑의무복을 입고, 하얀 건으로 이마와
머리카락을 함께 묶고, 등에는 가늘고 긴 세 자 가량의 검은 바랑 같은 것을 메고 있는데, 바람에 날려갈 것만 같은 체형과
하얀 얼굴과는 대조적으로, 서 있는 모습은 사뭇 당당했다.
그녀의 이름은 나라연(羅摞緣), 관음사의 실질적인 일인자라 할 수 있는 신수사태(神水師太)의 속가제자였다.
나라연은 서늘하게 느껴지는 눈빛에 흐릿한 슬픔을 담고 세상을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아쉬웠다. 관음사에서 올려다보는 금정은
얼마나 아름답던가.
울긋불긋한 꽃과 나무가 어울려 잔치를 여노라니 바위도 흥에 겨워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때로 밤이 되어
만월이 금정을 스치고 지나노라면 보현보살께서 친림하시어 만천하를 자비로 물들이는 것 같았다.
늘 바라만 보다가 처음으로 금정에 오르건만, 금정은 나라연의 짝사랑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짙은 안개로 아름다운 자태를
감추어 나라연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연아. 무슨 생각을 하느라 이 사부를 기다리게 하느냐?”
아미정종 광명사의 산문 앞에서 초로의 비구니가 내려다보며 말했다. 나라연은 따뜻한 목소리에 흠칫 정신을 차리고 금정에 대한
서운함마저 지워버렸다.
“갑니다, 사부님.”
나라연은 오른발 끝으로 바닥을 찍어 솟구쳤다. 그녀의 신형이 제비처럼 날렵하게 움직이다가 한점 흐트러짐도 없이 부드럽게
내려앉으니 어느새 십여 계단을 지나 비구니, 신수사태의 옆에 이르러 있었다.
신수사태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하게 하였더냐?”
나라연은 서늘한 눈망울에 정을 담고 고개를 저었다.
“별 것 아닙니다. 안개가 야속해서요.”
신수사태가 마음을 익히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쉬워할 것 없느니라. 가까이 다가갈수록 흠집마저 커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니더냐. 금정의 아름다움은 본사에서 볼
때야 말로 극치라 할 것이다.”
나라연이 눈으로 웃으며 수긍한다는 뜻을 표했다. 신수사태가 눈가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오호호! 연아, 네가 상대를 잘못 찾았구나. 어찌 스승에게 눈웃음을 치지? 그러고 보니 우리 연아도 이제 평생반려를 찾을
땐가?”
나라연의 얼굴에 홍조가 어렸다.
“아이, 사부님께서 제자를 놀리십니까?”
신수사태는 여전히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연아. 사람 또한 아름다운 풍광처럼 곧잘 상대를 속인단다. 그러니 사랑을 찾을 때는 조심하여야 하느니라. 아름다운
겉모습에 취해 사랑하다가, 익숙해지면 단점이 더 커 보이는 것은 사람도 마찬가지. 사람을 고를 때는 겉만 보지 말고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먼저 알아보아야 하느니라.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은 질리지 않는 법이다. 알겠느냐?”
나라연이 붉게 물든 얼굴로 신수사태에게 바짝 붙어 어깨로 가볍게 밀었다.
“오호홋! 빙정화라 불리는 우리 연아가 이렇게 부끄러워할 때도 있다니, 내 본사로 돌아가거든 모두에게 말해 주어야겠구나.”
“사부니임!”
나라연이 낮게 외치자 신수사태가 웃음을 미소로 바꾸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알겠다. 가자꾸나. 잘못하면 여기서 저녁 공양을 받아야할지 모르니 서두르는 게 났겠어.”
나라연이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왜요? 여기서 저녁공양을 받으면 안 되나요?”
신수사태가 먼저 산문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내가 비록 음식타박을 하지는 않으나 비구들이 만든 음식은 차마 못 먹겠더구나. 너는 아마 입도 못 댈 것이니라.”
신수사태가 멀찍이 앞서 가며 고개를 저었다.
승려들이 신수사태를 알아보고 합장으로 인사했다. 신수사태는 일일이 답례하고 광명사의 내전 깊숙한 곳으로 이동했다. 광명상의
작은 후문을 통해 산길로 나선 신수사태는 익숙한 발걸음으로 미로 같은 산길을 지나 작은 암자에 이르렀다.
동자승이 나와 신수사태를 맞이했다. 동자승은 신수사태와 나라연을 이끌고 암자의 뒤로 돌아갔다. 동자승이 손을 뻗었다.
동자승의 손길 끝에 나라연보다 작아 보이는 노스님이 쪼그리고 앉아 텃밭의 돌을 골라내고 있었다.
“혜법(慧法) 큰스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신수사태는 노스님이 등을 보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극히 공경하는 태도로 합장하고 허리를 접었다.
노스님이 호미를 내려놓고 일어섰다. 그리고 두 손을 등 뒤로 돌리고 허리를 뒤로 제쳤다.
“에고, 허리야.”
노스님이 돌아섰다. 오 척 단구에 주름살투성이의 얼굴이었으나 나라연은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왠지 빛이 난다고 생각했다.
그때 노스님이 말했다.
“오! 신수 아니신가? 여전히 아름답구먼.”
“호호홋! 그렇게 말씀하셔도 이제는 당황하지 않습니다.”
신수사태가 웃음 짓자 노스님도 빙긋 웃으며 말했다.
“분칠도 안하면서 낯가죽이 두꺼워 지셨는가?”
신수사태가 못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실소했다.
“허리도 성치 않다 하시면서 웬 밭일이십니까?”
노스님이 먼저 손짓으로 암자의 좁은 마루를 가리켜 앉기를 청하고 자신도 그쪽으로 움직였다. 신수사태가 노스님의 맞은편에
앉자 노스님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며칠 전에 꿈을 꾸었어. 지옥엘 갔었지. 살가죽을 벗기고 철삭으로 후려치는 걸 보니 무간지옥(無間地獄)이더군. 그런데 그
고통을 받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우리같이 민머리더구먼. 무서웠지만 그래도 궁금하니 어쩌겠나? 옥졸에게 물어보았지. 평생
수도만 하고 산 중들이 무슨 큰 죄를 지었다고 무간지옥에 떨어졌냐고. 그랬더니 옥졸이 노납을 무섭게 노려보며
대답해주더구먼. 땀 흘려 농사짓지도 않고 먹기만 하고, 베도 짜지 않으면서 입기만 하고, 엄연히 계율이 있는데 살생을
하니, 어찌 무간지옥에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었어. 깨고 나니 정말 무섭더군. 그래서 앞으로는 뼈다귀가 움직일 때까지
만이라도 밭을 일구리라 작정을 했지.”
신수사태는 믿지 않았다. 원래 농을 즐기는 성격이라 늘 속아왔던 탓이었다. 더군다나 무간지옥이 어딘가. 팔열, 팔한의
십팔지옥 가운데서도 최악의 지옥이 무간지옥이었다. 끊임없이 고통 받는다 하여 무간이며, ‘아비규환(阿鼻叫喚)’할 때의 그
아비지옥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그곳에서 불제자가 고통을 받는다 하니 정녕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신수사태는 탐색하는 눈으로 노스님을 살폈다. 그러나 노스님의 얼굴은 여전히 심각했다.
“정말이십니까?”
“어허! 불제자가 어찌 동도의 말을 의심하누? 아미타불! 거짓이거든 노납은 무간지옥에 이르기 전에 발설지옥(拔舌地獄)을
경험해야 하지 않는가?”
그 순간 노스님의 눈가에 흐릿한 웃음기가 어렸다.
신수사태가 합장을 하며 불호를 외웠다.
“아미타불! 매 번 그렇게 거짓말을 하시면 정녕 발설지옥에 떨어지실 겁니다.”
노스님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지옥에 가지 않으면 누가 있어 그 사람들을 구제하리오. 아미타불! 근데 무슨 일로 오셨는가?”
신수사태는 노스님이 온화한 표정으로 묻자 고개를 돌려 나라연을 불렀다. 나라연이 합장하여 깊숙이 허리를 접었다.
“오호! 어여쁘구나. 세상 총각들 애간장이 닳겠어.”
나라연의 얼굴이 또 다시 붉어졌으나, 신수사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빈니의 미진한 제잡니다, 큰스님.”
노스님은 또 다시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런! 또 노납을 잡술사로 타락시키러 왔구먼.”
신수사태가 미소 짓자 노스님은 잠깐 동안 나라연의 얼굴을 주시하고 말했다.
“흠! 스승과 제자가 궁합이 아주 잘 맞는구먼. 제대로 만났어. 그러나 수삼 년은 더 기다려봐야 명확해질 것 같구먼.”
신수사태는 놀란 얼굴로 노스님을 직시했다. 전에 없던 모호한 대답이었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무엇을 더 기다리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신수사태가 다시 물으려 했다. 그때 노스님이 정색하여 미간을 찌푸리며 신수사태와 나라연의 얼굴을 번갈아 주시했다.
“얼른 돌아가 보게.”
“예?”
신수사태가 의아한 얼굴로 노스님을 응시했다.
“어허! 농을 한 벌이라. 왜 보자마자 몰라봤을까? 관음사에 변이 생길 것 같구먼. 두 사람의 찰색에서 모두 나타나니
틀림없을 걸세. 뒤로 복호승(伏虎僧)들을 보낼 테니 자네들 먼저 급히 가시게.”
말을 끝내는 순간 노스님이 먼저 일어나 몸을 날렸다. 이번에는 결코 장난이 아님을 깨닫고 두 사람은 허겁지겁 노스님의 뒤를
따랐다.
람이 귀찮아 세상 속으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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