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0화 (30/79)

  

 푸른 산에 먹장구름 드리워지니 

 운청산이 태악도인의 동부에 드나든 지도 벌써 칠 년. 그 동안 동부의 모양이 많이 바뀐 것 같았다. 동부를 밝히는 횃불의 

 수가 반쯤으로 준 것도 같았고, 바닥과 천장에 박혀있던 날카로운 종유석들이 제법 많이 사라지고 굵고 튼튼한 놈들만 

 남아있었다.

 그러나 운청산은 칠년이 지나도 한결 같았다. 언제나처럼 그 자리에서 운공삼매에 빠져 있었다. 운청산은 가늘고 긴 숨을 

 토하고서 운공조식을 마치고 눈을 떴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어둠에 익숙해진 순간 그의 눈에 보인 것은 십여 장 앞에 서서 

 운청산을 응시하고 있는 태악도인이었다. 

 “오너라.”

 태악도인이 무정한 음성으로 말했다. 운청산은 그 뜻을 익히 아는 듯, 즉시 일어섰다. 

 열아홉 운청산은 평범했다. 오척 일곱 치 정도의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에, 보면 두어 번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적당히 잘 

 생긴 얼굴이었다. 정작 그를 특징짓는 것은 이마를 가로지르는 굵은 주름살 하나와 짧지 않은데도 굵어서 짧게 보이는 

 목이었다. 거기에 무심한 두 눈을 더하면 나이답지 않게 조숙하게 보이는 인상이었다. 

 조금 헐렁하다 싶은 운청산의 흑의 득라가 바람도 없는데 일렁이기 시작했다. 무심하던 그의 눈빛에도 강한 신광이 어렸다. 그 

 눈이 태악도인의 눈과 마주쳤다. 

 파르르륵!

 옷자락 펄럭이는 소리가 나는 순간, 운청산의 신형이 순간이동을 한 듯 태악도인의 앞에 나타났고 동시에 두 손이 달아 

 태악도인의 상반신을 후려쳤다. 운룡대팔식 가운데 하나인 잠룡출곡(潛龍出谷)에 육양수의 가장 빠른 수법인 

 육양교격(六陽交擊)이 동반된 것이었다. 

 태악도인은 제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오른손을 들어올려 좌우로 흔들었다. 운청산의 손에서 뻗어 나온 푸른 기운이 

 태악도인의 소맷자락이 일으키는 바람에 튕겨났다. 그 순간 태악도인의 왼손이 운청산의 가슴을 후려쳤다. 

 운청산은 파랗게 달아오른 두 손을 교차하여 태악도인은 손을 막았다. 

 팡!

 운청산의 신형이 뒤집혔다. 허공에서 공중제비를 돈 운청산은 바닥에 삐죽 튀어나온 종유석을 밟고 횡으로 세차게 휘돌며 

 태악도인에게로 쇄도했다. 

 다시 이장 앞으로 다가선 운청산의 신형이 검은 안개가 되어 좌우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셋, 다섯으로 쪼개어진 운청산의 

 신형은 마침내 일곱으로 흩어져 태악도인을 감쌌다. 바로 그 순간 일곱의 운청산이 동시에 두 손을 내뻗었다. 운룡대팔식 

 가운데서도 익히기가 난해하다는 회룡산형(廻龍散形)과 육양수의 구룡십팔뇌격(九龍十八雷擊)이 어우러진 것이었다.

 쉐쉐쉐쉐쉐쉐쉑!

 비록 운청산의 화후가 부족하여 열네 개의 수영밖에 그려내지 못하였다 하나 그 열넷의 푸른 수영들이 일신에 집중된다면 누구도 

 편할 수 없으리라. 그러나 태악도인은 여전히 무심한 눈으로 오로지 중심에 있는 운청산만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상반신만 

 좌우로 비틀어 두 손을 움직였다. 

 파파파파파파팡!

 천수관음(千手觀音)이라도 된 듯 열네 개의 팔들이 그의 주위를 휘도는 순간 연이은 충돌음이 들려왔다. 중앙에 위치한 

 운청산의 눈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던 태악도인의 두 눈에서 기광이 감돌았다. 공격이 모두 막혔다면 다른 수를 생각해 

 보아야 하건만 운청산의 신형이나 눈빛은 변함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태악도인은 왼발 뒤축으로 바닥을 찍으며 갑자기 뒤로 몸을 날렸다. 바로 그 순간 좌우로 흩어졌던 운청산의 산형들이 꺼져가는 

 대신에 전면의 운청산으로부터 네 개의 푸른 수영들이 연달아 태악도인의 가슴으로 날아갔다. 

 미처 방비를 하지 못한 태악도인은 허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네 개의 수영들을 피해내고 반원을 그리며 운청산의 옆구리로 

 짓쳐들었다. 

 운청산은 천근추를 시전하여 급히 땅에 내려서는 즉시 옆으로 퉁겼다. 그러나 태악도인의 신형은 허공에서 선회하여 운청산의 

 뒤를 따랐다. 운청산은 청룡구전의 신법을 펼쳐 허공에서 이리저리 몸을 비틀고 방향을 바꾸어 천장의 종유석 뒤로 휘돌았다. 

 그러나 태악도인의 추격을 피하기는 역부족이었다. 

 태악도인이 오른손을 내뻗어 운청산의 등을 후려쳤다. 그 순간 운청산은 종유석을 잡아 급격히 꺾여 들어갔고 금새 태악도인의 

 옆구리를 내찼다. 

 태악도인이 왼손을 뻗어 운청산의 발바닥을 막아내자 반대로 종유석을 휘돈 운청산이 다시 두 발을 교차하여 태악도인을 

 공격했다. 

 운청산의 두 발은 십자로 교차하고 갈지자로 휘저으며 난마처럼 뒤엉켰다. 바로 곤륜의 유일한 각법(脚法)인 회련각(廻連脚) 

 중에서도 난마천각(亂麻千脚)이었다. 

 태악도인은 두 손으로 전신을 후려 차는 운청산의 두 발을 일일이 막아내고 허공 중에서 오른발을 차올려 운청산의 허리를 

 찍었다. 그때 운청산은 두 손을 허리 밑으로 돌려 발을 막고 천정까지 튀어 올랐다.

 몸을 비틀어 천장을 박찬 운청산이 두 손으로 태악도인의 머리를 짓누르자 태악도인은 격공장을 터뜨려 옆으로 튕겨나가며 

 종유석을 밟아 운청산에게로 되튕겨 나왔다.

 운청산이 다시 천근추의 공력을 일으켜 바닥을 밟았다. 그 순간 운청산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태악도인은 허공에서 갑자기 

 종적을 감추어버렸다. 

 바닥에 내려선 운청산은 태악도인을 찾지 못하자 오히려 눈을 감고 두 귀를 활짝 열었다. 

 파드드득! 파드드득! 

 옷자락 펄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그것으로 태악도인의 존재를 찾아낼 수는 없었다. 전후좌우에서 거의 동시에 

 연속하여 들려오니 오히려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태악도인이 공격가능한 곳에 위치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 태악도인이 펼치는 신법은 운룡대팔식 

 가운데서도 절초라 할 수 있는 용음진천(龍吟震天), 지금의 운청산으로서는 공력이 모자라 펼칠 수 없는 절기였다. 

 용음진천은 실제의 위치와 다른 소리가 오히려 방향에 혼돈을 주는 절정의 신법이어서 야간이나 어두운 곳에서 유용한 신법인데, 

 용의 울음소리가 하늘을 진동시킨다는 과장된 초식 명처럼, 근접하여 있다면 옷자락 소리와 발놀림 소리가 지금처럼 작게 들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미 수십 차례 용음진천의 수법에 당한 바가 있는 운청산은 또 다시 당할 수 없다는 심정으로 이를 악물었다. 그는 아예 

 귀까지 닫아버리고 득라를 벗어 전신을 드러냈다. 운청산은 피부에 다가오는 공기의 파동을 느끼기 위해 전신모공을 긴장시켰다. 

 그때였다. 등이나 옆구리가 아닌 가슴에서 차가운 공기가 느껴졌다. 운청산은 뒤로 몸을 날리는 동시에 정면으로 두 손을 

 연달아 내뻗었다. 수십 개의 조영이 오직 전면으로만 뻗어나갔다. 육양수의 육양교격, 구룡십팔뇌격과 함께 

 용호풍운조(龍虎風雲爪) 가운데서도 곤륜권장팔절(崑崙拳掌八絶)로 따로 꼽히는 천호만조(千虎萬爪)였다. 

 푸른 수영이 구름을 이루는 와중에 태악도인이 있었다. 마치 구름 속을 헤집는 운룡처럼 꿈틀대며 수영의 틈새 사이사이를 

 헤집은 태악도인이 두 손을 갈퀴처럼 만들어 교차했다가 휘돌렸다. 

 운청산은 공기의 파동에 휘말려 자신이 옆으로 뒤집히고 있다고 느꼈다. 실제로 그는 이백칠십도를 휘돌아 땅바닥에 가슴을 

 찍었다. 

 “큭!”   

 오만상을 찌푸리고 상반신을 일으킨 운청산은 자신이 무엇에 당했는지 생각해 보았다. 

 천호만조를 헤집었던 그 신법은 다름 아닌 운룡대팔식 가운데 비룡산운(飛龍散雲), 거기에 용호풍운조 가운데서도 가장 

 단순하면서도 빠른 수법인 선전건곤(旋轉乾坤)이 이어졌었다. 

 ‘하! 또 당했어. 그나저나 많이 봐주셨군. 손속이 과하지 않았다면 머리로 땅을 찍었을 것이 아닌가.’

 운청산은 씁쓸한 미소를 머금고 일어섰다. 바로 이장 앞에 태악도인이 무심한 얼굴로 서 있다가 운청산이 자신을 바라보자 

 말했다. 

 “구룡십팔뇌격을 그런 식으로 펼친 것은 칭찬해 줄만한 일이었다. 용정태극(龍停太極)과 용음진천을 제외한 운룡대팔식의 

 대부분을 수습한 것도 지금의 네 공력으로는 나쁘지 않은 진전이구나.”

 운청산의 무표정한 얼굴에 미약한 움직임이 있었다. 기뻤다. 귀곡산인과 태악도인은 칭찬을 모르는 사람들이었기에 더욱 기뻤다. 

 그러한 마음을 알아차린 듯 태악도인의 입술도 미약하게나마 꿈틀거렸다. 

 운청산은 훌쩍 물러서서 그가 운공하던 장소로 돌아가 검을 집어 들었다. 태악도인이 따라붙었다. 그도 손을 뻗어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검을 손바닥 안으로 빨아들였다. 

 운청산이 태악도인을 응시하며 눈빛을 빛내자 태악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챙! 

 발검하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운청산의 검극이 태악도인의 가슴을 향해 벼락같이 뻗어나갔다. 

 챙! 

 태악도인은 검을 뽑자마자 손바닥 안에서 검을 훼르륵 휘돌려 운청산을 향해 십자를 그리며 마구 휘둘렀다. 단번에 이장을 

 뻗어나가는 단 한 줄기 청광을 향해 수십 줄기 검풍이 휘몰아쳤다.

 운청산이 펼친 것은 사우팔절검(四友八絶劍) 가운데 가장 빠른 유성분천(流星分天)이었고, 그에 대항한 태악도인의 초식은 같은 

 사우팔절검 가운데서 풍뢰교연(風雷交宴)이었다.    

 사우팔절검은 태악도인의 필생심력이 담긴 검법이었다. 그의 회한이 담긴 검법이기도 했다. 

 곤륜의 절검 가운데 하나인 분광뇌풍검법(分光雷風劍法)을 참오하고 발전시켜 만들어낸 태악도인의 독문검법 사우팔절검. 

 태을진인만이 완성을 보았기에 태을검이라고도 불리는 태허도룡검(太虛屠龍劍)을 끝내 얻지 못하고 하는 수 없이 갈고 또 닦은 

 검법이 바로 사우팔절검이었다. 

 풍(風), 뇌(雷), 성(星), 전(電)의 사우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여덟 가지 초식. 그러나 태허도룡검이 

 선검(仙劍)이라면 패검(覇劍)이라고 불릴 수밖에 없는 검법이었다. 

 어느 초식하나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사우팔절검 가운데 두 초식이 격돌하자 태악도인의 입가에는 두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미소가 어렸다.

 끝내 태허도룡검을 얻지 못한 슬픔과 평생에 걸쳐 만든 사우팔절검을 제대로 후인에게 전해주었다는 기쁨이 어울린 미소였다.  

 반대로 운청산의 얼굴을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그가 펼친 유성분천이 풍뢰교연의 회오리 속에서 완전히 소멸된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고 풍뢰교연의 여력이 여전히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음을 보고 있는 까닭이었다. 

 운청산은 천기구궁신보(天機九宮神步)를 밟아 왼쪽으로 이동하는 동시에 오른발 끝을 축으로 하여 전신을 휘돌리며 검풍을 

 일으켰다. 사우팔절검 가운데 풍륜화망(風輪化網)이었다. 

 풍뢰교연의 검파가 풍륜화망의 힘을 뚫지 못하고 비켜 흘러갔다. 그 순간 운청산의 신형이 허공에서 반원을 그리며 태악도인의 

 뒤로 날아갔다.

 쿠릉!

 운청산의 검이 휘돌며 낮은 검명을 토하는 순간 두 줄기 검기가 태악도인을 향해 뻗어나갔다. 순간 태악도인은 부드럽게 뒤로 

 물러서며 아홉 번이나 잇달아 검을 위아래로 휘둘렀다. 

 쿠르르릉!   

 뇌성이 이는 순간 운청산의 눈앞에서 태악도인이 사라지고 오직 푸른 기운만이 그의 뇌전교격(雷電交擊)을 맞이했다. 

 쾅!

 폭음과 함께 작은 종유석들이 후두둑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운청산의 신형도 뒤로 퉁겨져 두 사람의 거리가 오장이나 

 벌어졌다.

 운청산이 흩어진 기운을 다시 모아 쇄도하려는 순간 태악도인이 검을 늘어뜨리고 동부의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운청산도 기운을 

 풀어버리고 고개를 돌렸다. 

 동부 안으로 사람이 들어서고 있었다. 바로 귀곡산인이었다. 

 태악도인은 한 동안 기다리다가 귀곡산인이 십장 앞에 이르자 말했다. 

 “무슨 일이오?”

 귀곡산인은 예의 무심한 어조로 대답했다. 

 “시간이 다되었다.”

 태악도인이 눈살을 찌푸리며 시간을 가늠해보았다.

 ‘흥이 났었나 보군.’

 태악도인은 새삼스럽게 운청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에 말했다. 

 “가 보아라.”

 운청산은 검을 검갑에 넣고 두 손으로 검을 쥔 채 허리를 접었다. 

 “수고하셨습니다.”

 태악도인이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운청산이 귀곡산인에게로 다가갔다. 귀곡산인이 운청산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면서 말했다. 

 “먼저 가 있거라.”

 운청산은 두 말 않고 허리를 접어보이며 귀곡산인을 스쳐지나갔다. 

 태악도인이 의아한 눈빛으로 귀곡산인을 응시했다. 귀곡산인이 잠시 기다렸다가 운청산이 완전히 동부를 벗어나자 물었다.

 “저 아이, 어떤가?”

 태악도인은 대답하지 않고 눈살을 찌푸렸다. 운청산을 가르친 것이 칠년 째였다. 그 동안 귀곡산인은 단 한 번도 운청산의 

 진전을 물어본 적이 없었건만 지금 심각하게 묻고 있었다. 

 태악도인은 귀곡산인이 가만히 기다리고 있자 할 수 없이 말했다. 

 “좋소. 남을 가르친다는 것이 생각처럼 귀찮거나 따분한 일은 아닌 것 같소. 흥이 나려하오.”

 운청산의 진전이 남다르다는데 태악도인은 오히려 심각한 얼굴로 되물었다. 

 “조금 세세히 말해다오.”

 태악도인은 기묘한 눈빛으로 귀곡산인을 바라보다가 그가 표정을 바꾸지 않자 말했다. 

 “물으시오. 답할 테니.”

 귀곡산인이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물었다. 

 “호흡은?”

 “한 호흡에 칠전(七轉)이오.”

 귀곡산인이 잘 모르겠다는 듯 의아함을 드러내며 다시 물었다. 

 “칠전? 그것이 많이 빠른 건가?”

 “구전태허선공은 말 그대로 선공. 내 나이 서른 다되어 칠전에 이르렀소.”

 사실이었다. 구전태허선공은 그 자체로 곤륜의 최고선법이며 태허도룡검과 운룡대팔식을 펼치는데 있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내공심법이었다. 안에서 빠르고 끊임없는 도도한 기운이 흐름으로서 밖에서 세참과 끈질김으로 표현된다. 

 구전태허선공이 없이는 태허도룡검과 같이 처음과 끝이 따로 없는 검법과 운룡대팔식과 같이 허공을 유영하는 신법을 펼칠 수 

 없는 것이다. 

 한 호흡지간에 기를 순환시키는 수에 따라 그 진전을 쉽게 알 수 있는 구전태허선공은 한 호흡에 아홉 번 기를 돌릴 수 있는 

 순간이면 곧 연신환허(煉神還虛) 지경에 이르러 전신세맥(全身細脈)마저 남김없이 타통할 수 있다. 그리되면 남는 것은 오직 

 깨달음이어서 언제 태허의 단계에 돌입할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었다. 

 태악도인은 놀라는 귀곡산인에게 부언했다. 

 “오전(五轉)이면 운룡대팔식에 입문할 수 있고 칠전이면 용음진천과 용정태극을 제외한 나머지 육식을 연환할 수 있으며, 기를 

 밖으로 드러낼 수 있소이다.”

 귀곡산인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태악도인은 태을진인에 근접하는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모자란 것은 오직 한 가지, 

 선근(仙根)뿐이었다. 그런 태악도인이 서른 다 되어 이룬 것을 운청산이 열아홉에 이루었다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반선 형님의 금액고를 먹었다면서요? 애초에 자질이 있는 아이인데 거기에 내가 종일 붙어 가르치니 당연한 결과 아니오?”

 태악도인은 자신이 오늘따라 말이 많아졌다고 자각하면서도 다시 말했다. 표현이 서툴기는 하지만 그 역시도 운청산이라는 존재가 

 기꺼웠다. 

 엄전한 성격인 듯 하나 비무에 돌입하면 문득 느껴지는 그 치열한 투쟁심이 반가웠다. 전력을 다한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으나, 

 그래도 조금만 더 가르친다면 젊은 날의 그 비무의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 느꼈기에 운청산이 예쁘게 여겨졌다. 

 귀곡산인이 눈을 뜨고 다시 물었다. 

 “다른 것은 어때?”

 “무공 말이오? 그쪽도 빠르오. 한 번 보면 대강을 알고 두 번 보면 이해하며 세 번 보면 대충 흉내 내더이다. 초식 

 하나를 붙잡고 오래 가르칠 필요가 없소. 노력하는 아이기도 하지만 즐기는 녀석이기도 하오. 이미 사우팔절검을 칠할 이상 

 수습했소.”

 순간 귀곡산인의 얼굴에 흐릿한 안타까움이 서렸다. 

 “태허도룡검이 아니라 사우팔절검인가?”

 질문의 진의를 파악한 태악도인이 차가운 눈빛을 드러내며 말했다.

 “왜 선검이 아니라 패검이냐를 묻는 것이오? 흠, 내가 제대로 모르는 것을 가르칠 수는 없는 법 아니오? 귀곡 형님의 뜻을 

 생각해서 태허도룡검의 구결은 알려주었소.”

 귀곡산인은 다시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곧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돌아섰다. 

 태악도인은 오늘따라 이상하게 느껴지는 귀곡산인의 등을 바라보다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무슨 일이오, 형님?”

 귀곡산인이 비스듬하게 돌아서며 말했다. 

 “아직 잘 모르겠어. 느낌이야. 입곡 후로 그 아이 상이 점점 바뀌고 있네. 아무래도 내가 섣부른 판단을 한 것 같아.”

 그 말을 끝으로 귀곡산인은 동부 밖으로 나가버렸다. 홀로 남은 태악도인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귀곡산인의 마지막 말을 

 되새기며 생각에 잠겼다. 

 보기 드물게 심각한 표정을 짓고 태악도인의 동부를 나선 귀곡산인은 귀부로부터 들려나오는 금음(琴音)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초가을 만월 아래 대숲을 스쳐지나가는 시원한 바람소리 같은 금음이 때로 세차게 때로 부드럽게 이어져 나오고 있었다. 

 “어풍행(御風行)인가! 내색도 없더니 역시 갑갑했던가? 어쨌든 좋구나.”

 심란했던 마음이 금음에 실려 날아가 버린 것만 같았다. 귀부로 다가가는 귀곡산인의 입가에 맺힌 미소가 점점 짙어졌다. 

 귀곡산인은 운청산이 처음 음을 배우던 때를 떠올렸다. 

 오음(五音)과 변음(變音)을 가르치고 십이율(十二律)의 음양과 장단(長短)을 가르칠 때는 일사천리(一瀉千里)였다. 그러나 

 소(簫)를 시작하자 당연히 엉망이어서, 호연은 감히 머물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버렸고 반선 역시 오다가도 발길을 돌렸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운청산이 소를 불거나 금을 타면 호연은 운청산의 발아래 누워 지그시 눈을 감았다. 반선 역시 

 감탄하여 지난 번 약재를 취하고 돌아왔을 때는, 오동나무로 표면을 만들고 가래나무로 바닥을 만든 금에, 금옥(金玉)으로 

 휘(徽)를 삼고, 사천의 현사(絃絲)로 현을 만든 칠현금(七絃琴)과 고태(古態)가 나는 옥소(玉簫)를 사가지고 왔었다. 

 애초에 풍류를 가르칠 생각이 아니라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음률을 가르친 귀곡산인도 운청산이 금을 타면 가끔은 흥이 나서 

 옥소를 입에 가져갔다. 지금도 만약 귀부 안에 있었다면 옥소를 들어 운청산의 음률에 동조했으리라. 

 금음에 발을 실은 듯 부드럽게 귀부에 이른 귀곡산인은 어풍행이 끝나고 새로운 곡이 시작되자 걸음을 멈춰 세웠다.

 “허! 저 놈도 나처럼 심란한 것인가, 난데없이 추야가(秋夜歌)를?”

 추야가는 원래 따로 가르친 것이 아니었다. 추야가는 원래 금으로 성공하겠다고 대처에 나선 젋은이가 기원(妓園)에서 악사로 

 허송세월을 보내고 병들어 고향에 돌아오니, 어머니 죽고 없고 빈집만 덩그렇게 남아 있었다는 늙은 악사의 회한을 담은 

 곡이었다. 귀곡산인이 젊은 시절 들었던 것을 어느 울적한 날에 한 번 탔을 뿐인데, 지금 운청산이 그대로 재현해 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귀곡산인은 그 애절함이 왠지 마음에 들어 귀부로 들어가지 않았다. 자신의 존재를 느끼는 즉시 금음이 끊어질 것을 

 저어한 것이었다. 

 귀곡산인은 귀부를 등진 채 뒷짐을 지고 낮게 중얼거렸다.

 “눈 내리뜨고 손 가는대로 자유롭게 이어지니

 마음 속 한없는 사정을 모두 토해내려는 듯 하다

 가볍게 누르고 천천히 비벼 쓰다듬고서 다시 타니

 처음에는 예상우의곡을 다음에는 육우곡을

 굵은 현은 떠들썩 소나기 내리는 듯 

 가는 현은 하늘하늘 귀에 속삭이는 듯

 떠들썩 하늘하늘 뒤섞여 연주되니 

 크고 작은 진주를 백옥쟁반에 떨구는 듯하여라

 꽃 아래 한가로이 우짖는 꾀꼬리인 양 

 얼음 밑 흐느끼며 흐르는 샘 여울인 양

 찬 물줄기 얼어붙듯 현의 가락 뒤엉키고 

 엉킨 소리 끊어져 잠시 뒤 멎고 만다

 별안간 엉킨 슬픔 남모르는 한스러움

 이 때라면 소리 없는 것이 소리 있는 것보다 낫구나

 갑자기 은항아리 깨지며 물 쏟아지는 듯

 갑옷 입은 기마 병사 창칼을 휘두르는 듯

 연주 끝나 채 거두며 가슴 근처의 현을 긁자 

 네 현이 일시에 울며 비단을 찢는 듯하여라.”

 백거이(白居易)의 비파행(琵琶行)의 일부였다. 비록 운청산이 뜯는 것은 칠현금이었지만 그 곡조 애절함과 비통함이 비파행의 

 싯구와 너무나 잘 어울려 자신도 모르게 읊조렸던 것이었다.   

 곡이 끝났다. 금음에 젖어있던 귀곡산인은 문득 귀부로 몸을 틀었다. 

 “나 젊어서 저런 곡을 좋아했던가? 아니군. 나이 서른이 다되어서도 영웅행(英雄行)이나 천마종웅가(天馬從雄歌)를 즐겼다. 

 그런데 오늘 저 녀석의 금음은 오직 서정만을 담고 있구나. 그 소리 맑아 좋기는 하다만 사내의 웅자는 드러나지 

 않으니---. 내가 저리 가르친 적이 없건만---.”

 귀곡산인은 고개를 저으며 귀부 안으로 들어섰다. 호연이 물기어린 눈을 귀곡산인에게로 돌렸다. 운청산도 귀곡산인을 발견하고 

 일어서려 했다. 

 귀곡산인은 손을 흔들고서 말했다. 

 “되었다. 앉아 있거라. 그런데 무슨 일이 있더냐?”

 운청산은 의아함을 담은 눈빛으로 귀곡산인의 눈을 직시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귀곡산인이 운청산의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

 “갑자기 가르친 적도 없는 추야가를 뜯는 이유를 묻는 것이니라.”

 운청산은 무심한 눈빛으로 돌아가 고개를 저었다. 

 “그냥 저도 모르게---.”

 귀곡산인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지. 허나 네 나이에 어울리는 곡이 아니다. 네 금음이 비록 곡에 충실하여 듣기는 좋았으나 추야가를 지은 

 이의 심사를 가슴으로 이해하지 못하니 그 정서를 십분 담아내지는 못했다. 너라면 차라리 풍인송(風人松)이 좋았으리라.”

 운청산은 문득 귀곡산인이 추야가 뿐만이 아니라 전곡인 어풍행 역시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듣지 않았다면 굳이 

 풍인송을 거명할 필요가 없으리라. 

 운청산이 쑥스러움에 눈을 내리까는 순간 귀곡산인이 아직도 물기를 품고 있는 호연을 보며 말했다. 

 “어쨌든 귀신은 몰라도 미물은 감복시키니, 이제는 네 음률이 내 기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늘부터는 진정으로 

 율여(律呂)를 강(講)하리라.”

 운청산이 흐트러졌던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자세를 바로 하자 귀곡산인이 말을 이었다. 

 “율여라 함은 곧 조화로운 소리를 이름이다. 소리는 무엇이더냐? 성(聲)도 소리요, 음(音)도 소리니라. 조화롭다는 것은 

 무엇이냐? 음양이 상생한다는 뜻이라 했다. 곧 율여라 함은 음양이 조화로운 성음이니라. 성음은 음(陰)의 음(音)과 

 양(陽)의 성(聲)으로 가를 수 있고, 성(聲)의 양(陽) 가운데도 음양이 있고 음(音)의 음(陰) 가운데서도 음양이 

 있음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소리에는 탁청(濁淸)이 있으니 곧 탁이 음이요, 청이 양이 된다. 사람을 보자. 여자는 

 음이요 남자는 양인데, 여자의 성은 청하고 남자의 성은 탁하다. 곧 음양이 조화롭다. 이것이 바로 율여의 기본 이치니라.”

 귀곡산인은 말을 끊고 운청산을 살폈다. 아무리 말수가 적다하여도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는 성정은 아니었다. 무표정하나 

 진지함이 느껴지는 운청산의 얼굴을 확인하며 귀곡산인은 손을 뻗어 칠현금을 빨아들였다. 그리고 굵은 현으로 탁하고 낮은 

 음만을 연속 뜯었다가 얇은 현으로 청하고 높은 음만을 반복적으로 뜯은 후에 다시 한 번 운청산을 살폈다. 

 귀곡산인은 청탁고저를 섞어가며 금을 뜯고서 운청산을 살폈다. 운청산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이자 귀곡산인은 다시 말을 이었다. 

 “이렇듯 조화니라. 음률, 인성은 물론 양천음지(陽天陰地)의 감응에 있어서도 조화니라. 천지도 음성(音聲)이 좋으면 

 안온하고, 음양조화가 깨져 좋지 못하면 괴변이 일어나는 것도 여기서 나온 이치다. 일찍이 고대의 성인들은 오로지 천지만물의 

 생성사멸(生成死滅)이 음양에서 나오는 기의 작용에 의한 것임을 깨달으신 후에, 천지만물의 수(數)와 그 변화로부터 나오는 

 용수(用數)를 법칙으로 하여 율여를 만드시고 천하를 다스리셨다.”

 귀곡산인의 율여에 대한 강의는 두 시진에 가깝도록 이어졌다. 역수와 용수의 세목에 들어가서 운청산이 가끔 질문을 던질 때 

 말고는 끊임이 없었다.

 “이렇게 고대의 성인들이 율여를 만드셨으니, 후생(後生)이 다만 깨치게 되면 귀신을 부리는 것은 물론이고 천지만물이 

 돌아가는 이치마저도 한 눈에 꿰게 되리라.”

 순간 무심하던 운청산의 두 눈에 기광이 감돌았고 귀곡산인도 그것을 보았다. 귀곡산인은 운청산 모르게 낮은 한숨을 토했다. 

 나이답지 않게 속을 알 수 없는 무심함을 보이는 운청산이 귀신, 혼령, 이매망량을 언급할 때면 동요를 보임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귀곡산인은 다시 말을 이었다. 

 “허나 내가 전에 필법(筆法)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귀신과 통하고 귀신을 부리는 필법은 따로 있다 하였다. 이는 아무리 

 머리로 알고 있어도 덕이 없는 자에게는 연이 닿지 않는다 하였지? 율여도 마찬가지니라. 사람과 귀신을 공히 감복시키려 할 

 때는 조화가 이루어져야 하고, 귀신과 통하려 할 때는 음음(陰陰)함을 알아야 하며 귀신을 부리려 할 때는 음음함 속에서도 

 강양(强陽)함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인세에 그것을 능히 아는 자 과연 몇이나 되겠느냐? 혹시 안다 해도 덕이 없는 자가 

 귀신과 통하고 귀신을 부리려 하면 그 해가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옴이니 덕을 쌓지 못한 범부는 함부로 행할 바가 아니니라.”

 귀곡산인이 경계의 말을 덧붙였음에도 운청산의 눈은 갈망으로 불타고 있었다. 귀곡산인은 잠시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조용히 

 말했다. 

 “오늘은 이만 하자꾸나. 쉬어라.”

 운청산의 눈빛에서 실망감이 드러나고 곧 그마저도 잦아들었다. 운청산은 탁자에서 옥소를 들고 일어나 귀곡산인에게 허리를 

 접어보이고 동부를 나섰다. 

 호연마저 운청산의 뒤를 쫄쫄 따라나서는 것을 보면서 귀곡산인은 한동안 눈빛에서 심사 복잡함을 털어내지 못했다. 호연과 

 운청산이 완전히 사라지자 길게 한 숨을 내쉰 귀곡산인은 무릎 앞에 놓인 칠현금을 쓰다듬다가 결국 타기 시작했다. 

 시원한 바람을 따라 솔밭 사이를 거니는 듯, 느리지만 청아한 곡조가 흘러나왔다. 어풍행 뒤로 이어지길 바랐던 바로 그 

 풍인송이었다. 

 “이제야 겨우 가르치는 재미를 알았는데, 그만 두라니요? 그리는 못합니다.”

 태악도인은 눈을 부릅뜨며 귀곡산인을 노려보았다. 귀곡산인은 대답 없이 지그시 눈을 감았다. 태악도인이 다시 소리쳤다.

 “원하지 않았던 일이오. 그러나 두 분께서 강권했기에 할 수 없이 했었소. 그만 두라 하는 것 역시 이제는 원하지 않는 

 일이오. 두 번이나 원치 않는 일을 할 수는 없소이다.”

 귀곡산인이 다시 눈을 떴다. 그의 눈빛이 전에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나 역시 그 아이를 아껴. 내가 사람을 두고 이런 심정이 될 줄은 나도 몰랐어. 그래서 그만 두라 부탁하는 것이야.”

 태악도인은 내심 크게 놀랐다. 귀곡에 들어온 지도 사십 년이 넘었다. 그러나 그 동안 귀곡산인으로부터 진정어린 부탁을 

 받아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태악도인은 부탁을 들어줄 마음이 없었다. 

 “아끼니까 그만두라? 어불성설(語不成說)이구려. 그럴 수 없소이다. 나는 보고 싶소. 과연 선연(仙緣)이 닿은 아이는 

 어떻게 태허도룡검을 얻는지, 어떻게 대사형의 경지에 이르는지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소이다.”

 귀곡산인은 고개를 절래 흔들었다. 

 “그 아이가 처음 입곡했을 때는 나처럼 산인(山人)이 될 운명이었어. 허나 귀곡의 영기와 금액고의 효력을 얻고 또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의 영향으로 그 운이 바뀌었어. 그 아이는 결국 곤륜을 떠나게 될 것이야. 풍운 속으로 뛰어들고 말 

 것이야. 그래서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태악도인은 완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더더욱 그만 둘 수 없지요. 내가 가르친 아이요. 세파 휩쓸려 피 흘리도록 놓아두지 않을 거요.”

 귀곡산인이 약한 눈빛을 버리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왜 몰라? 아직도 눈치 채지 못했단 말인가? 그 아이는 선천적으로 인당이 열려 있어. 구전태허선공이 구전에 이르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나로서도 짐작조차 못한단 말이야. 이제 겨우 열아홉 백지 같은 아이야. 세상 속에서 어찌 변할지 

 몰라. 너는 금강탁(金剛琢)도 차지 않은 손오공에게 여의봉(如意棒)을 넘겨 줄 생각이냐? 세상을 어지럽힐 악선(惡仙)이 

 되면 어찌할 셈이야?”

 태악도인은 한참동안 귀곡산인의 붉은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후! 결국 나 같은 놈이 될까 두렵다는 소리구려. 아니지. 내게는 금강탁에 필적하는 대사형이 있었지. 나는 그 아이의 

 성정으로 악선이 될 수 있다고 생각지 않소. 그런데 형님은 그 아이가 두렵다? 제어하지 못할 괴물이 될까봐? 흐흐흐, 

 천하의 귀곡산인이 열아홉 어린아이를 두려워한다? 흐하하하! 우습소. 천지자연의 이치를 꿰뚫어 본다는 형님이 십 년을 넘도록 

 가르쳐 온 아이가 어떤 아인지도 모르다 하니 정말 우습구려. 언젠가 내게 천망회회라 하셨지요? 하늘이 그 아이의 명운을 

 바꾸었다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지 않으시오? 흐하하하하! 나는 못하오. 차라리 곤륜이 낳은 괴물이 천하를 

 휘젓는 모습을 보고 싶소이다.”

 처음에는 회한 섞인 낮은 음성이었다가 끝에 가서는 광소를 토하고 이어 정색을 하며 귀곡산인의 부탁을 거절한 태악도인은 

 옷자락까지 펄럭이며 돌아서서 자신의 동부를 빠져나가버렸다. 

 태악도인의 거처에 홀로 남은 귀곡산인은 낮은 한숨을 토하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래. 네 말이 옳을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내가 능히 알지 못하니 더 불안한 것을 어쩌란 말이냐? 어찌 해야 하는가? 

 내 손으로 천하를 뒤흔들 물건을 만들어 내야 하는가? 내가 제어하지도 못할 괴물을?”

 *댓글로 달았더니 반복적인 질문을 받게 되네요. 

 요번 주 연재 분량까지 일이 권으로 묶어 유월 말일 경 축간 예정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예정입니다. ^^;;;;

푸른 산에 먹장구름 드리워지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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