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화 (23/79)

“형, 안돼! 못 견딘다 말이야.”

“놔, 이 자식아! 아파도 좋다. 타서 사라져도 좋다. 다시 한 번 그 눈빛을 볼 수 있다면 난 없어져도 좋아.”

“씨팔! 또 기회가 있을 거야. 가지 말란 말이야.”

“으아아아아!”

햇볕을 바라보던 운청산은 눈앞에서 갑자기 그늘이 지자 하늘을 가린 원흉들을 올려다보았다. 운화인의 손을 잡은 봉운정이 눈물 

그득한 얼굴로 운청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운청산은 멀뚱히 그 얼굴을 쳐다보다가 얼굴을 찡그리며 두 걸음을 옮겨 

다시 햇볕을 바라보았다. 

봉은정은 고여 있던 눈물을 주르륵 흘려보내고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운청산을 응시했다.

‘제가 왔어요. 나와 봐요, 그날처럼. 제가 안아줄 수 있게 나와 보란 말이에요. 왜? 안보이나요? 제발, 날 

그때 봉운정은 손에서 지긋한 압박감이 느꼈다. 운화인이 입술을 꾹 다물고 그녀의 손을 꼭 쥐며 그녀를 다독였던 것이었다. 

봉운정은 슬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때였다. 

“으으으으, 시더, 시더어어어!”

봉운정은 깜짝 놀라 운청산을 바라보았다. 순간 머리를 감싸 쥐던 운청산이 휘청거리다가 엉덩방아를 찧고는 벌떡 일어섰다. 

“우운-저엉!”

봉운정이 운화인의 손을 놓고 운청산에게로 달려가려 했다. 그 순간 운청산이 갑자기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운 

신음을 토했다. 

“끄아아아아아아.”

봉운정은 놀라서 멈칫 제자리에 멈춰 섰다. 운청산의 두 눈이 하얗게 타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솟구치고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여보!”

봉운정은 급히 달려가 운청산을 감싸 안았다. 그 순간 운청산이 정신을 잃고 축 늘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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