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회귀백서 344화
119장 결전
“천마가 이미 부활했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
마뇌는 그 말이 충격이었는지 공격하던 것도 잠시 잊고 멈춰섰다.
진백천은 그 틈을 노려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뒤이어 검왕을 비롯해 황대원을 비롯해 모두가 그녀를 제압하려 했다.
우드드득-
하지만 살이 찢기고 뼈가 부러져도 진백천을 향한 시선에는 변함이 없었다.
“어서 대답해!”
그녀의 몸은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스스로 회복이 되며 정상으로 돌아왔다.
마뇌 스스로조차 제어하지 못하는 힘이었다.
오히려 제압하려던 이들이 풍겨오는 힘에 뒤로 튕겨 나갔다.
“커헉!”
동굴의 벽에 반쯤 박힌 채 진백천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전과 다른 마뇌의 얼굴이 보였다.
그녀는 분명 고통스러워하는 중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육체의 고통 따위가 아니었다.
‘심독(心毒).’
천강시가 되고 마기자의 술법으로 영생을 얻은 그녀였지만 천마란 존재가 끊임없이 고통을 주었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진백천은 이것이 기회임을 깨달았다.
‘천마가 마뇌의 심독이라면 그것을 확실히 인지해 주면 될 뿐!’
진백천은 그녀에게만 들릴 정도로 조용히 속삭였다.
“천마의 심장을 가진 악인곡의 아이가 새로운 천마가 되었지!”
“헛소리! 악인곡의 소문은 거짓이었다!”
그녀라고 그것을 알아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어린 신체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붕괴되듯 쓰러진 것으로 알고 있었다.
물론 소악마가 미리 손쓴 거짓 보고였다.
마뇌가 거칠게 부정했지만 진백천의 목소리에서 귀를 뗄 수가 없었다.
“놈은 내 꿈속으로 친히 찾아와 이 위치를 알려주며 너를 처리하라고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이곳을 찾을 리가 없지!”
진백천의 말은 효과가 대단했다.
마뇌는 곧 망연자실해 하며 고개를 떨었다.
“그럴 리가…….”
힘이 빠진 목소리처럼 심독은 강하게 퍼지며 마뇌를 오염시켰다.
진백천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천마신공의 마기를 끌어내 마뇌의 몸에 쏟아 넣었다.
‘마기자에게 통했으니! 마뇌에게도 통하겠지!’
그러한 진백천의 생각은 적중했다.
심독에 찌든 마뇌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검었던 머리가 푸석해지고 피부가 가뭄이 찾아온 논처럼 쩍쩍 갈라졌다.
노파가 되어버린 마뇌는 영생을 얻은 자로 보이지 않았다.
“십만대산에 펼쳐 놓은 마기자의 대법을 해체할 방법을 말해.”
“……천마가 살아났다니. 그럼…… 나는…….”
하지만 이미 혼이 나간 듯 마뇌는 대답이 없었다.
끊임없이 똑같은 말을 되뇌일 뿐이었다.
여전히 대답 없는 그녀에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말했다.
“말해주면 부활한 천마가 누군지 알려주지.”
그 말에 비로소 반응하며 진백천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떨구었다.
소용없었나 싶었지만 작은 목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술법의 발동은…… 마교주의 죽음으로 되지. 그가…… 술법의 중심…….”
“뭐?”
진백천은 그것을 듣고서 곧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뒤늦게 일행들이 진백천을 따라왔다.
마뇌는 한참이나 그 자세로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지막 떠나던 진백천이 전음으로 한 말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악인회(惡人會) 소악마.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동굴 안쪽으로 향했다.
이미 그녀의 머릿속에는 마교든 술법이든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오로지 되살아난 천마를 만나봐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 * *
밖으로 향한 진백천은 전투가 벌어지는 곳으로 질주했다.
마기는 이미 하늘을 가득 덮은 지 오래였다.
만약 마뇌의 말대로 마천영의 몸에 술법이 새겨져 있고 그가 죽음으로써 발동이 된다면 일대에 있는 모두가 술법에 휘말리게 될 터였다.
‘그렇게 되면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술법의 희생양이 되어버려.’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마교주는 절대 이곳에서 죽으면 안 되었다.
하지만 그런 것을 모르는 화산신검은 마천영을 향해 흰빛을 뿌려댔다.
한눈에 봐도 전력을 다한 일검이었다.
“허억! 멈춰요!”
하지만 그의 외침에 이미 허공을 벤 그의 검이 멈출 리 없었다.
순간 어둠이 갈라지며 화산신검의 검이 하늘을 갈랐다.
그 끝에 있던 마천영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뭐라 할지 마천영은 입가에 피를 흘리는 것을 끝으로 아무렇지 않았다.
“어림없다!”
그는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며 느릿한 걸음을 내디뎠다.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
땅이 갈라지며 벌어진 그 틈으로 마기가 솟구쳤다.
주변에 있던 무인들이 마기와 충격이 휩쓸리며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하지만 마천영도 결코 정상은 아니었다.
압도적인 무위 이전에 그의 얼굴은 검게 죽어가는 중이었다.
단지 어딘가 영혼 없는 인형처럼 반복적으로 주먹을 내뻗으며 무인들을 공격했다.
‘마뇌가 마천영에게도 손을 써놓은 게 틀림없어.’
그렇지 않고서야 동귀어진(同歸於盡)의 자세로 저토록 달려들 리 없었다.
진백천은 재차 부딪치려는 화산신검과 마천영을 향해 몸을 날렸다.
‘젠장. 중간에 끼어들었다가는 내가 살아남기 힘들어!’
마천영의 앞에서는 화산신검의 검이 뒤에서는 사자혁의 회천극상룡천(會千極上龍天)이 뻗어왔다.
문제는 적당히 하라고 말할 수조차 없었다.
둘 다 서로에게 칼이고 송곳이었기에 말렸다가는 결국 치명상으로 돌아올 터였다.
‘그렇다고 마천영의 편을 들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진백천은 앞으로 질주하면서 머릿속을 빠르게 회전했다.
그 틈에 마천영이 허공에서 빛살 같은 마기를 사방에 뿌려댔다.
별다른 동작 없이 내지른 공격에 주변의 무인들이 당황하며 몸이 꿰뚫렸다.
“커헉! 조심해!”
“물러서!”
쉴새 없이 뻗어오는 마기에 진백천은 앞으로 달려나가며 검을 휘둘렀다.
우우우웅-
파류식(破流式).
마기를 빨아들임과 동시에 마천영에게 돌려보냈다.
마천영이 마기를 막아내며 몸이 가볍게 허공으로 떠올랐다.
‘젠장. 어쩔 수 없지.’
진백천은 강하게 땅을 박차며 그 뒤를 쫓았다.
“회주 조심하게!”
뒤에서 경호성이 들려왔지만 진백천은 멈출 수 없었다.
‘최대한 이들에게서 떨어뜨려 놔야 돼.’
아수라파천권(阿修羅破天拳).
“커헉!”
짧은 순간에 마천영의 주먹이 가슴팍을 파고들었다.
진정한 천마신공의 마기와 아수라파천권의 주먹은 진백천의 반탄지기라도 견딜 수 없었다.
내력이 흩어지며 믿고 있던 호연보의조차 사슬이 끊어지며 으스러졌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천마신공의 마기는 다른 이들과 달리 진백천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파강식(破彊式).
두 자루의 검에서 동시에 뿜어진 강기가 마천영을 휘감으며 더욱 허공으로 띄어 올렸다.
순식간에 10장 이상 밀려나며 이제 아래쪽의 무인들이 얼추 인형처럼 보일 정도가 되었다.
“끝까지 가보자!”
마천영의 주먹과 진백천의 종마검이 부딪치며 충격파가 퍼졌다.
그토록 단단하던 종마검이 단숨에 산산 조각나며 허공에 흩어졌다.
하지만 덕분에 머리로 향하던 주먹을 옆으로 흘릴 수 있었다.
“젠장. 얼마나 내력이 많은 거냐!”
천지만독수(天支萬毒手).
평소 진백천이 듣던 말을 그대로 내뱉으며 상체를 쳐올렸다.
조금의 표정 변화도 없는 마천영의 얼굴이 넘실거리는 독으로 가려졌다.
마천영에게 천지만독수의 독이 통하지 않을 것쯤은 당연히 예상했다.
그는 자꾸 밀려나는 것이 귀찮은지 손바닥을 뻗었다.
천마극장(天魔極掌).
순간 하늘을 덮을 듯한 마기의 손바닥이 진백천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아래서 뻗어온 화산신검의 빛줄기와 사자혁의 수십 자루의 무기가 손바닥을 찢어냈다.
진백천이 왜 자꾸 그를 하늘로 들어 올리는지 몰라도 눈치 빠른 그들은 도와주는 중이었다.
‘좋았어!’
아래를 내려다본 진백천은 이제 얼추 개미처럼 보이는 무인들을 보며 침을 삼켰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진백천은 남은 한 자루의 검을 들어 올리며 기수식을 취했다.
이미 전신의 내력을 끌어올린 상태라 그의 몸은 마천영과 마찬가지로 두둥실 떠 있는 상태였다.
마천영은 기계처럼 마기를 끌어올리며 주변을 어둠으로 물들였다.
무저갱 같은 눈동자에는 조금의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이번에야말로 정말 끝이다.”
진백천은 길게 숨을 내뱉으며 검 끝으로 마천영을 가리켰다.
끝이라는 의미에는 이 정마대전도, 끊임없이 반복되던 회귀도 포함이었다.
그가 하려는 것은 태천검(台千劍)의 마지막 초식이며 마음으로 적을 베어내는 심검(心劍)이었다.
우우우우웅-
독고구검에 태허무극진결(太墟無極進結)의 내력이 스며들어 가면서 잘게 떨렸다.
처음으로 사용하는 초식이 걱정이었지만 호무살과 비슷한 것임을 알고 자신이 있었다.
그의 상단전은 이미 완성되었다고 소악마조차 놀랐으니까.
“가보자.”
그의 말에 대답하듯 하늘을 덮은 마천영의 마기가 그를 향해 별다른 초식도 없이 쏟아졌다.
본능만 남은 마천영이었지만 처음으로 전투 중에 불길함을 느꼈다.
단지 준비 동작만 가진 진백천을 보고서였다.
두두두둑-
진백천의 몸이 격하게 떨리며 전신에 구멍이 뚫리며 핏방울이 튀었다.
호연보의는 걸레짝이 난 지 오래고 반탄지기의 내력은 한 줌도 남기지 않고 이미 상단전에 스며들었다.
그의 검이 때가 되었음을 알리듯 떨림이 멈추었다.
그 올곧은 직선의 검 끝은 마치 무엇을 베려 하는지 묻는 듯했다.
‘내가 베려는 것은…….’
진백천은 검을 그대로 일직선으로 내질렀다.
멋도 없이 그저 평범한 공격.
‘……저자의 목숨!’
파천식(破天式).
단순히 검을 밀어내는 것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힘이 많이 들어갔다.
손이 덜덜 떨리며 상단전의 과부화로 머리가 깨질 듯 아파 왔다.
세상이 점점 느려지는 것 같은 기시감이 들며 이내 세상이 멈췄다.
언젠가 한 번 겪었던 이상 현상이었다.
모든 것이 멈춘 이곳에서 유일하게 사고하는 것은 진백천뿐이었다.
마천영은 공포에 찌든 얼굴로 검에서 도망치려 했다.
-정말 저자를 벨 텐가?
어딘가에서 질문이 들려왔다.
그것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누군지 알아챘다.
바로 심상세계에서 보았던 백발의 노인이었다.
‘베어야 하니까요.’
-자네도 알 테지만 저자를 베어내면 술법이 폭발하고 자네는 휩쓸리게 될 거야. 아마도 죽게 되겠지. 이번에는 과거로 돌아가는 회귀 또한 없어.
‘이게 모두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에요.’
물론 죽는 것에 대한 공포가 없다고 하면 거짓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저하기에는 진백천은 너무 많은 세월을 살아왔고 그의 뒤에 소중한 이가 많았다.
이번을 마지막으로 모두를 구하고 끝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야기의 행복한 결말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행동하던 것과 다르게 이타적이군.
백발의 노인의 모습이 보이진 않아도 목소리에서 기꺼워하는 것이 전해졌다.
-자네의 마음은 충분히 잘 들었네. 그것이 자네의 마지막 선택이라면 나도 거기에 힘을 보태지.
진백천의 세맥 곳곳에 잠들어 있던 기운이 일어나며 손으로 전해졌다.
마치 백발의 노인이 손을 함께 잡고 밀어주는 느낌이었다.
그러자 멈춰 있던 검이 다시 천천히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드드득-
독고구검은 마기에 부딪히며 서서히 갈라지며 그 끝이 부스러졌다.
하지만 파천식과 호무살의 힘이 담긴 심검(心劍)은 멈추지 않았다.
멈췄던 시간이 다시 흘러가기 시작하며 검에서 시작된 빛이 마기를 찢어내며 사방으로 비쳤다.
화아아아아아악-
그리고 빛이 사라졌을 때, 마천영은 숨이 끊긴 상태였다.
동시에 마뇌가 그에게 심어놓은 술법이 발동되며 주변의 모든 생명력을 빨아들였다.
그것은 진백천이라 해도 어쩔 수 없었고, 곧 생명력을 빼앗겼다.
그는 쭈글쭈글한 목내이가 되어 손끝 하나 까닥이지도 못하게 되었다.
‘끄으윽!’
상공에 떠 있던 그의 몸이 천천히 중력의 힘을 받으며 떨어졌다
힘없이 반개한 그의 시야로 어둠을 사그라뜨리며 피어오르는 태양이 보였다.
문득 그 빛 속에서 고유빈의 얼굴이 보이는 듯했다.
‘……보고…… 싶군.’
진백천은 바싹 마른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잡을 것처럼 휘적이다 정신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