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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회귀백서-338화 (338/346)

무림회귀백서 338화

116장 압도적 무위(1)

“박살 낼 자신이 있다? 정도회의 회주는 무공 실력 대신 입놀림으로 얻어지는 자리인가 보군? 이리도 허언이 심한 자라니! 하하하하!”

“특별히 혓바닥은 가장 마지막에 불태워주도록 하지!”

화마왕의 전신에서 치솟은 화염이 사방으로 넘실대며 진백천을 향해 쏟아졌다.

위험천만한 순간이었지만 심드렁한 진백천의 얼굴을 보자니 그런 것 같지도 않아 보였다.

휘이이익-

단순히 세게 휘두른 일검에 화염이 반으로 갈리며 크게 요동쳤다.

검압(劍壓)과 검풍(劍風)만으로 벌어진 일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재차 공세를 이어가려던 화마왕은 찌르듯 번져 나가는 기묘한 위화감에 눈을 가늘게 떴다.

주변이 푸른 물감에 물들어가듯 진백천의 내력으로 차올랐다.

5마 중에서도 내력으로 가장 자신 있던 화마왕은 왠지 모르게 자존심에 금이 가며 이죽였다.

“영단을 얼마나 먹었으면 이런 무지막지한 내력이지?”

“알아서 늘던데 왜?”

“건방지군. 하지만 싸움은 내력의 양으로 하는 게 아니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진백천의 도발적인 눈빛에 화마왕은 참지 못하고 앞으로 달려들었다.

금마왕이 뒤늦게 참전하려 했지만 이미 둘은 격돌한 뒤였다.

콰아아앙-

화염과 백색의 강기가 맞부딪치며 눈이 시릴 정도로 빛이 났다.

“별거 없는데?”

“건방진 놈!”

화마왕의 오른 주먹이 화염으로 가득 차며 진백천을 향해 휘둘렀다.

조혜사태조차 일격을 버티지 못하고 팔이 으스러졌던 공격이었다.

하지만 진백천은 기다렸다는 몸을 움츠렸다.

‘이미 그 초식은 아까부터 지켜봤지.’

사실 초식이랄 것도 없이 염형태혈공(炎型太穴功)의 화기를 끌어모아 후려치는 것이었지만 내력의 운용은 이미 파악한 지 오래였다.

진백천은 낮게 숙인 자세에서 화마왕이 더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

“이놈! 겁이라도 먹은 것이냐!”

그는 대꾸조차 하지 않고 기다리다 마침내 주먹이 바로 코앞까지 뻗어왔을 때 검을 내질렀다.

파초식(破招式).

검에 담긴 것은 선발제인(先發制人)의 묘리.

검 끝에서 흘러넘친 기운이 화마왕의 화기를 뚝뚝 잘라냈다.

잘려나간 화기가 거칠게 퍼져 나가며 여기저기 불똥이 튀었다.

화마왕은 급격히 약해지는 자신의 공격에 당황했다.

“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

“아까부터 느끼는 거지만…….”

화기를 잘라낸 진백천은 머리 위로 검을 번쩍 들어 올렸다.

화마왕의 주먹과 달리 여전히 기세가 살아 있었다.

“너는 너무 말이 많아.”

진백천의 검이 재차 허공을 가르며 벼락처럼 떨어져 내렸다.

이번에는 화기가 목적이 아니었다.

스걱!

화마왕의 두꺼운 팔이 그대로 검에 찢겨 나가며 피가 튀었다.

하지만 역시나 5마 중 하나인 화마왕이랄까.

그는 자신의 팔이 잘려나가는 와중에도 반격을 시도했다.

“늦었어!”

진백천은 한번 잡은 공세의 끈을 놓지 않았다.

파강식(破彊式).

거칠게 물결치는 강기의 파도가 둘 사이를 가득 메우며 화마왕에게 쏟아졌다.

“어림없다아!”

화마왕이 버텨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미 그의 시야는 진백천의 강기로 가득 차올랐다.

그의 화기로는 겨우 막아내는 것이 최선이었다.

“커헉!”

콰과과곽-

화마왕은 바로 앞에서 포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몸이 흔들리며 뒤로 밀려났다.

그의 무릎까지 땅속에 처박히며 바닥이 붉게 물들었다.

“이노오오옴!”

분노에 찬 호통에 돌아온 것은 조금 전보다 더 크고 위압적인 강기였다.

어느샌가 머리 위로 떠오른 진백천은 백색의 눈동자를 번뜩이며 검을 내리그었다.

“한 번에 끝날 리가 없잖아?”

“크아아악!”

화마왕은 강기에 파묻히며 땅속에 처박혔다.

화염으로 둘러싸여 있던 그의 몸은 이제 피로 붉게 물들어갔다.

그 와중에도 그는 본능적으로 공격이 끝나는 순간 남은 한 손을 뻗었다.

염화지(炎火指).

손가락은 정확히 진백천의 심장을 노렸다.

낮게 번뜩이는 진백천의 눈빛을 눈치채지 못했다.

우드득-

“이게 무슨?”

화마왕은 순간 지금의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당연히 진백천의 몸을 뜯어내고 심장을 잿가루로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우그러진 것은 바로 자신의 손가락이었다.

진백천의 전신을 감싼 것은 반탄지기(反彈之氣).

하지만 그것만 있었다면 어떻게든 상처를 낼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다만 그 안에 호연보의(護燃保衣)도 입고 있었기에 조금의 상처도 용납되지 않았다.

“갑옷?”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화마왕이 중얼거렸지만 대답 대신 날라온 것은 진백천의 검이었다.

머리 위에서는 독고구검이, 아래쪽에서는 종마검이었다.

화마왕은 피할 수 없음을 느끼고 다급히 내력을 끌어올렸지만 전신은 이미 텅텅 빈 상태였다.

“……네놈은 대체 내력이 얼마나 있길래…….”

그의 마지막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스걱-

위아래에서 뻗어온 두 자루의 검은 그의 몸을 토막 내며 지나갔다.

서서히 붉게 실금이 가지던 화마왕의 목이 옆으로 밀려나며 떨어져 내렸다.

진백천의 검에는 핏물조차 묻어 있지 않았다.

“후우. 별거 아닌데?”

진백천의 이죽임에 금마왕은 낯빛을 굳힐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만큼 방금 진백천이 보여준 모습은 도저히 그 나이대에 어울리지 않는 침착함과 연륜, 내력이었으니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군.”

“뭐가?”

진백천은 가볍게 심호흡을 했다.

그것만으로도 전신의 10갑자 내력은 굳이 운기조식을 하지 않아도 전신을 휘돌며 회복되기 시작했다.

오기조원(五气朝元)에 다다른 그의 상단전과 하단전은 이미 의식하는 것만으로 내력이 순환하는 경지에 다다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것을 모르는 금마왕은 스스로 회복하는 모습에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정도회는 너 같은 자를 키워낼 여력이 없다.”

그것은 의심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법이었다.

아무리 덩치 좋은 개가 새끼를 낳는다고 해도 그 새끼가 호랑이가 될 수는 없었다.

정도회는 아무리 좋게 봐도 들개 이상의 가치를 가지지 못했다.

적어도 금마왕과 마교의 시선으로 봤을 때 말이다.

‘맞는 말이긴 하지.’

하지만 진백천은 굳이 자신의 비밀을 알려주면서까지 금마왕의 호기심을 풀어줄 생각은 없었다.

“글쎄. 나는 스스로 커서 말이지.”

“말해주기 싫다 이거군. 쯧. 상관없다. 내가 직접 네놈은 붙잡아 이야기를 들으면 될 테니까.”

그 무엇보다 강한 금강석.

그 금강석을 전신에 두른 듯한 금마왕은 진백천의 공격이 아무리 날카롭다 해도 자신이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남은 마인들을 전부 불러냈다.

그러자 족히 수백여 명의 마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성도에 남아 있던 자들을 십만대산으로 납치해가고 남은 이들이었다.

“……더럽게 많군.”

“지금이라도 항복하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X랄.”

살의가 가득한 눈으로 하는 말 따위를 믿을 정도로 진백천은 어수룩하지 않았다.

그때 당염이 비틀거리며 진백천의 곁으로 다가왔다.

“쉬시지. 왜 움직여요.”

“어차피 죽으면 푹 쉴 거 지금은 안 쉬어도 된다.”

잠깐 사이에 운기조식을 했는지 얼굴에 핏기가 돌았다.

그는 금마왕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조심스럽게 진백천에게 말했다.

“금마왕의 전신은 그야말로 금강석과 다름없다.”

“알아요. 전에 한 번 붙어 봤었거든요.”

진백천의 말에 금마왕의 눈이 가늘어졌다.

당염은 금마왕을 노려보며 말했다.

“저자의 몸에 조금이라도 구멍을 뚫을 수 있겠냐? 암천혈룡비를 한 번 더 사용하마.”

“몸은 괜찮으시겠어요?”

“당연하지! 제대로 된 암천혈룡비라면 저놈을 단숨에 찢어놓을 수 있다. 아까는 불완전했기에 그런 거야!”

진백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금마왕과는 꼭 해보고 싶은 게 있었다.

‘늘어난 호무살이 이자에게 얼마나 통하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지.’

전에는 전력을 다한 호무살의 비수가 그의 심장을 꿰뚫지 못했다.

진백천은 상단전에 내력을 불어넣으며 의념상의 비수를 만들어냈다.

그의 미간 앞에서 그 어느 때보다 더 날카로운 세 자루의 비수가 떠올랐다.

금마왕은 그 기운을 느꼈는지 눈살을 찌푸렸다.

“흐음!”

분명 어디선가 느껴봤던 기묘한 기운이었다.

그는 애써 불안감을 감추며 마인들에게 뒤편에서 지켜보는 자들을 죽이라고 명령을 내렸다.

“전부 죽여라.”

“존명(尊命).”

진백천은 마찬가지로 수라검대에 명령을 내렸다.

“강량호. 봐주지 말고 전부 쓸어버려.”

“알겠습니다. 회주님!”

숫자는 적어도 풍기는 기세는 절대 지지 않았다.

그리고 때마침 마인들 뒤편으로 나뉘었던 수라검대도 도착했다.

그런데 나타난 이들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다름 아닌 청성파의 무인들도 모든 전력을 이끌고 나타난 것이다.

“대청성파 무인들은 들어라! 진백천 회주를 도와 마인들을 토벌한다!”

가주인 막여해의 외침에 일대 제자들이 검을 거칠게 뽑아 들었다.

무림대회에서 가져왔던 복마검(伏魔劍)이 아니라 청성의 문양이 새겨진 그들의 검이었다.

일대제자 벽호일은 과거의 오명을 씻어내기 위해서라도 더 크게 소리치며 기세를 끌어올렸다.

“이 정도면 우리도 질 것 같지 않은데?”

금마왕은 비틀린 웃음을 지으며 창을 휘둘렀다.

금빛으로 물든 두 눈동자가 살기로 일렁였다.

회륜강(會輪强).

거칠게 휘두른 창에서 뻗어 나온 강기가 거칠게 회전하며 진백천을 노렸다.

“전신이 갈기갈기 찢기고도 건방질 수 있는지 보자꾸나!”

언젠가 과거에도 똑같은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났다.

그리고 그의 공격은 이미 과거에 한 번 받아봤기에 충분히 익숙했다.

어떻게 뻗어올지 정도는 예측될 정도로.

진백천은 단숨에 창의 간격으로 뛰어들어 가며 검을 뻗었다.

“어리석은 놈!”

파초식(破招式).

벼락처럼 뻗은 검이 창끝을 쳐내자 파사(破邪)의 기운이 금마왕에게 파고들었다.

그제서야 어딘가 익숙한 기운임을 느끼고 금마왕이 다급하게 물러섰다.

“허억! 이 기운은?! 설마 네놈이?”

“맞아. 내가 그놈이야.”

진백천이 씨익 웃으며 보이지 않는 비수를 쏘아냈다.

호무살(虎武殺).

금마왕은 막아내려 하지 않고 다급하게 몸을 틀었다.

보이지도 않는 호무살을 본능적으로 피하는 것을 보면 역시 대단한 감각이었다.

금마왕은 전신의 기세를 끌어올리며 진백천에게 틈을 주지 않으려 했다.

흡천강(吸天强).

창에서 시작된 강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주변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흐아아압!”

끈끈한 실 같은 기운이 진백천을 비롯해 모든 것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바닥에 박히듯 널브러져 있던 그 기운에 휩쓸리며 강기에 빨려 들어갔다.

화마왕의 사체는 곧 창에 갈가리 찢기며 피 안개가 되어 사라졌다.

금마왕은 잠시도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듯 더더욱 내력을 쏟아부었다.

곧 하늘이 금빛으로 물들었다.

“틈을 주지 못하면 그 기이한 수도 못쓰겠지!”

아마도 진백천의 호무살도 하나의 초식이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금마왕은 놀랍게도 흡천강을 시전 중인 상태에서 또 다른 초식을 사용했다.

분암창(忿巖槍).

금빛의 강기가 진백천을 향해 뻗어왔다.

기습에 가까운 공격이었지만 그는 아직도 진백천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는 이미 또 다른 비수를 내지른 상태였다.

그것도 무려 남은 두 자루 전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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