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림회귀백서-317화 (317/346)

무림회귀백서 317화

108장 남만야수궁의 쥐새끼(3)

진백천은 통통이에게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마기를 내뿜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놔주었다.

이번에는 자신의 몸 상태를 살필 차례였다.

대충 정신을 잃었을 때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것만으로 자신의 몸 상태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우선 내력이 다시 한번 크게 늘었어.’

상단전에서 천마신공을 집어삼키면서 7갑자로 늘어났던 태허무극진결이었다.

여기서 더 늘어봤자 얼마나 그럴까 싶었지만 무려 10갑자에 가까웠다.

단순히 단전과 전신에 흩어진 내력을 소주천하는 것만으로도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내력이 기경팔맥(奇經八脈)을 타고 돌아다니는 것만으로 반탄지기가 일어나며 전신을 보호했다.

‘호연보의가 아니더라도 웬만한 공격에는 다칠 리 없겠는데?’

뱀 가면이 팔뚝을 물었을 때 독니가 파고들지 못하게 막은 것이 다름 아닌 이 반탄지기였다.

“후우.”

내력을 갈무리하며 눈을 뜨자 어두웠던 실내가 순간적으로 환하게 비추었다.

그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채 때문이었다.

‘내력의 양뿐만 아니라 전신의 혈도를 막고 있던 벽이 완전히 뚫린 느낌이야.’

단전에 있던 내력이 단순히 생각만으로 오른손으로 맺히며 빛무리가 올라왔다.

아주 찰나의 순간에도 승부가 갈리는 고수들의 싸움에서 이 같은 차이는 큰 결과를 만들어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더니 이렇게 기연이 찾아오려고 그동안 개고생을 한 거였나?’

진백천은 정수리 쪽의 백회혈(百會穴)에서 간질간질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곳에 정신을 집중하자 주변 일대가 직접 눈을 뜨고 지켜보는 것처럼 온전히 뇌리에 들어왔다.

도광귀와 이야기 중인 야율과 야수궁의 무인들이었다.

그들은 궁주가 잡혀 있는 백서왕의 지하 궁전에 어떻게 쳐들어갈지 작전을 짜는 중이었다.

‘보이는 모습이 훨씬 더 선명해졌어.’

진백천은 그들에게서 시선을 떼고 눈을 떴다.

바뀐 몸으로 아직까지 확신을 하기 어려웠지만 회귀 전과 비교한다 해도 역대 가장 강해진 것만은 확실했다.

‘그러고 싶지 않지만 다시 회귀를 한다 해도 지금만큼 강해질 수는 없을 거야.’

진백천은 자리에서 일어나 도광귀에게 향했다.

왕왕이 먼저 그를 발견하고 꼬리를 살랑거리며 다가왔다.

“왕왕!”

-주인은 내 거니까 괜히 가까이 오지 마! 개 냄새 싫어!

통통이가 얼굴만 쏙 내밀고 기세를 돋웠지만 왕왕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더 친해지고 싶은지 가까이 다가와 머리를 문질렀다.

그 모습을 보고 예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흐음. 신기하네. 왕왕이가 착하긴 해도 이렇게까지 사람을 잘 따르지 않는데.”

그 말이 빈말은 아닌 듯 야율을 비롯해 야수궁의 무인들이 신기해했다.

그들은 왕왕의 머리조차 쓰다듬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렇게 순진한데?”

진백천이 턱을 쓰다듬자 살랑이던 꼬리가 조금 더 빠르게 움직였다.

“……왕왕아! 낯선 사람한테 그러면 안 돼!”

물론 예림이 금방 일으켜 세웠지만 사람들은 충격적인 표정으로 쳐다봤다.

왕왕이의 본 모습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확인할 수 있었다.

도광귀가 혹시나 해서 만져보려 했지만 이를 드러내며 격렬하게 으르렁댔다.

삽살개 같은 푸근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북실거리던 털이 곤두서며 숨기고 있던 어금니를 드러냈다.

털에 가려져 있던 얼굴이 드러나자 그 자체로 거대한 야수였다.

“으르르르르-”

손이라도 댔다가는 금방이라도 손목째 뜯어버릴 것만 같았다.

“허참. 이렇게 사나운 놈이 회주한테만 꼬리를 저리 흔들다니. 신기하군.”

도광귀는 진백천에게 야율과 함께 세운 작전을 설명했다.

처음 목적지는 바로 야수궁이었다.

야수궁은 백서왕이 집어삼키면서 예전의 모습을 잃은 지 오래였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던 야수들과 따스한 태양 대신 각종 기관진식과 독물들이 자리를 잡았다.

놈은 자신이 머무는 지하뿐만 아니라 야수궁 또한 쥐굴처럼 만들려 했다.

“그곳에는 백서왕을 제외한 십이지괴가 자리 잡고 있다. 너와 내가 놈들을 상대하는 동안 나머지 야수궁 무인들은 야율과 이들이 처리할 거다.”

“어렵지 않네요.”

백서왕은 자신이 만든 지하 궁전에 있다고 하니 야수궁부터 탈환하고 기회를 노려볼 생각이었다.

“야수궁 주변에 펼쳐진 기관진식은요?”

“대부분의 위험한 기관진식은 해체했다. 그것만으로도 많은 수의 무인들이 다쳤지. 통제에서 풀려난 야수와 독물들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큰 문제 없을 거다.”

진백천은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곧바로 움직이기로 했다.

야수궁의 무인들은 반격한다고 하자 다들 격하게 환영하며 무기를 집어 들었다.

특이한 것은 그들은 전부 밀림의 동물을 옆에 끼고 있었다.

야율의 경우에는 표범이었고, 대부분 육식동물이었다.

“신기하지? 야수궁은 어릴 때부터 동물과 함께 자라는 풍습이 존재하지. 그래서 무공도 동물과 함께 펼치는 것도 존재한다. 야수궁의 무인들을 상대하기 어려운 이유지.”

밀림에서는 창이나 무기를 휘두르는 무인보다 숨어서 기회를 노리는 표범이 더 무서운 법이었다.

-내가 더 세다. 저놈들보다!

진백천이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자 통통이가 고개를 쏙 내밀며 말했다.

“알았으니까 그만 좀 나와. 그리고 사람들 있는 데서 마기 내뿜지 말라고 했지?”

머리통을 딱- 소리 나게 후려치자 먼지가 털리듯 통통이의 몸에서 마기가 흩어졌다.

제법 진득한 마기였지만 진백천의 태허무극진결의 내력에 저항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회주 이제 움직이자.”

“그러시죠.”

밀림에서 움직이는 방법도 특이했다.

아까처럼 걸어서 움직이지 않고 동물을 타고서였다.

진백천은 야율의 표범 위에 함께 올라탔다.

크르르르-

놈은 사람을 태우는 게 익숙한지 흔들리지 않게 빠르게 이동했다.

야수궁에 가까워지기 시작하자 주변의 풍경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내리쬐는 햇빛을 일부러 가린 듯 거대한 목책이 여기저기 세워져 있고 그 뒤로 그림자 진 곳에 기괴한 식물들이 심어져 있었다.

“저것들은 함부로 건들면 안 된다. 백서왕이 심어둔 독초들이야. 쥐새끼가 야수궁을 쥐굴로 바꾸려는 거지.”

“저딴 독초는 왜 심어두는 거예요?”

“저것들은 무인들을 경계하기 위한 게 아니야. 야수들을 노린 거지.”

도광귀의 말뜻은 곧 확실하게 드러났다.

수풀이 흔들리며 늑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무인들이 데리고 다니는 야수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크르르르르-

비틀거리며 침을 뚝뚝- 흘리는 모습은 한눈에도 정상이 아니었다.

“독초를 먹은 놈이야. 독 때문에 흉포해져서 아무나 공격하지. 그것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통증을 느끼지도 못해서 죽이지 않으면 멈추지 않아.”

“한 마리가 아닙니다!”

야율의 외침대로였다.

늑대들은 떼를 지어 다녔다.

안타까운 것은 모습을 드러낸 놈들 전부 다 독초를 먹은 상태였다.

남만에 사는 야수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야수궁의 무인들로써는 무척이나 가슴 아픈 상황이었다.

“독초를 먹은 이상 전부 죽여야 해.”

하지만 그들이 나서기 전에 먼저 앞으로 뛰쳐나가는 존재가 있었다.

“크아아아악!”

방금까지 얌전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던 왕왕이었다.

갈기를 흩날리며 이를 드러낸 모습은 그 어떤 야수보다 더 살기가 넘쳤다.

거칠게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기운이 피어오르며 몸이 부풀었다.

드드드득-

이내 완벽하게 변한 왕왕은 완벽한 야수의 왕이었다.

왕왕은 먹었던 영약 덕분에 자유자재로 내력을 뿜어내며 고수급 무인에 다다를 정도로 강해졌고 다른 야수들과 다르게 왕왕은 내력에 무척이나 민감했다.

그리고 그러한 살기는 같은 야수들에게는 더더욱 효과적이었다.

왕왕이라는 이름이 사실 야수왕에서 따온 것임을 알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크르르르-”

왕왕이 나서자마자 늑대들은 이성을 잃은 상태임에도 몸을 움츠러들었다.

그런데도 놈들이 물러서지 않자 왕왕이 벼락처럼 달려들며 가장 앞에 있던 늑대의 목을 물어뜯었다.

별달리 반항할 새도 없이 목뼈가 부러지며 몸이 축 늘어졌다.

왕왕의 거친 기세에 늑대들이 비로소 머리를 숙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진백천은 풍속에서 고개를 쏙 내밀고 구경하는 통통이의 머리를 톡 치며 물었다.

“아직도 이길 자신 있어?”

-……친구끼리는 싸우는 거 아니다!

* * *

그 후로도 독초를 먹은 야수들의 몫은 왕왕이었다.

가끔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놈들도 존재했지만 전부 왕왕이가 단숨에 처리했다.

뒤따르는 이들은 별다른 걱정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야율의 표범은 과연 밀림에 사는 동물답게 덩굴과 늪지대에서도 능숙하게 나아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야수궁에 도달할 수 있었다.

“회주님. 저곳이 바로 야수궁입니다.”

궁이라고 했지만 거대한 기둥이 세워져 있고 그 안에 돌판이 깔려 있는 정도였다.

밀림에서 동굴과 함께 어울려 사는 그들답게 따로 자연광경을 헤치지 않았다.

야수궁에 도착하자 진백천과 도광귀는 바닥에 내려서며 따로 움직이기로 했다.

“십이지괴가 있는 곳까지 안내해 주마.”

공격의 시작은 야율을 비롯해 야수궁 무인들이었다.

그들은 익숙하게 담을 뛰어넘으며 그 안을 지키고 있던 자들을 공격했다.

“야율이다! 야율이 쳐들어왔다!”

“어서 장로님들께 알려라!”

남아 있던 자들은 야율과 무인들처럼 제대로 싸울 수 없는 자들인지 숫자만 많고 오합지졸들이었다.

그들의 가장 큰 힘인 야수들은 왕왕이가 나서자 하나같이 꼬리를 말고 도망쳤다.

그들은 숫자가 적어도 그들을 압도하며 상황을 주도했다.

“이곳은 저들에게 맡기고 움직이자.”

진백천은 그들을 내버려 두고 도광귀와 함께 야수궁의 가주전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각각 개, 돼지 가면을 쓴 자들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도광귀! 이놈이 어디라고 여길 다시 나타나느냐!”

“백서왕님께 사지가 찢겨 죽고 싶나 보지?”

방금까지 거나하게 한잔하고 있었는지 주변이 술판으로 지저분하게 흐트러진 상태였다.

“네놈들이야말로 쥐새끼한테 달라붙어서 꽤나 꼴이 보기 좋구나!”

“크하하하! 그거야 당연히 그렇지않느냐! 백서왕님이 야수궁을 지배하실 분이니까 말이다!”

진백천은 혀를 차며 그들을 둘러봤다.

금노산처럼 야망도 없고 도광귀처럼 제멋대로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욕심이나 또 다른 것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속마음이 적나라하게 들려왔다.

‘뭔가를 얻기에는 벌레 같은 놈들.’

“이 개돼지들 십이용천공 익힌 것 맞아요?”

“맞다.”

“그렇기에는 너무…… 개돼지인데요?”

“정확히 봤다! 저놈들은 십이용천공을 더 익히기보다 이곳에 눌러앉을 생각만 하는 놈이었으니까!”

진백천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쳐다보자 그들이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도광귀와 함께 왔지만 아무런 기세도 느껴지지 않기에 단순히 시종 같은 놈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허리춤의 두 자루의 검도 그렇고 눈을 보니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위화감이 들었다.

“네놈은 누구냐?!”

“나? 개돼지 잡는 사냥꾼인데?”

“건방진……!”

개 가면을 쓴 자가 내력을 끌어올리며 땅을 박찼다.

개 같은 모습으로 전력 질주하며 진백천을 향해 다가갔다.

그 움직임이 제법 빨랐지만 그래 봤자 발밑에서 꿈틀대는 지렁이였다.

“이놈들은 상단전의 무공이 아닌가 보군.”

개 가면은 투견과도 같은 빠른 움직임에 집요한 공격.

그리고 돼지 가면은 두꺼운 피부에 모든 공격도 막아내는 외공(外功)이었다.

‘둘 다 나한테는 그다지 필요 없겠어.’

진백천이 아무런 반응도 없자 개 가면은 이죽이며 그를 비웃었다.

“멍청한 놈! 너무 빨라서 반응조차 못 하는구나!”

그의 손이 진백천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뱀 가면처럼 상처하나 남기지 못했다.

오히려 놈의 손가락이 반탄지기에 튕겨 나가며 퉁퉁 부었다.

“외공을 익혔나 보군! 하지만 내 견우살(犬羽殺)에는 안 된다!”

맹견적아(猛犬赤牙).

개 가면이 진백천의 등 뒤로 돌아가며 목덜미를 노리며 손을 뻗었다.

하지만 더는 받아주고 싶지 않았기에 그의 손을 우그러뜨리며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단단한 바닥에 처박으며 머리를 꽂아 넣었다.

놈은 잠시 부르르 떠는 것을 끝으로 움직임을 멈췄다.

“…….”

진백천은 가볍게 무위를 들어낸 것뿐이지만 뒤에서 지켜보던 도광귀를 비롯한 돼지 가면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놀랐다.

개와 돼지가 다른 십이지괴에 비해 약하다고 해도 이렇게 쉽게 쓰러질 이들은 아니었다.

도광귀도 이들을 제압 못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로 압도적이지는 못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더 강해졌군. 허허.”

돼지 가면은 진백천을 노려보며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다.

자신의 피부를 금강석처럼 단단하게 만들며 쿵쿵거리며 달려들었다.

그가 한 발자국씩 뗄 때마다 바닥이 움푹 파였다.

“깔아 뭉개주마아아!”

“후회할 텐데?”

“닥쳐라아아!”

놈은 그대로 뛰어오르더니 말 그대로 진백천을 깔아뭉개려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거대한 덩치는 뛰어오른 상태 그대로 허공에 멈춰섰다.

진백천이 뛰어오른 놈을 그대로 호무살의 기운으로 휘감아 들어 올린 탓이었다.

“뭐, 뭐냐!”

양팔과 다리를 휘적였지만 돼지 가면의 몸은 멈춰 서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묻는 말에 대답하면 편히 내려줄게. 그게 아니면 꽤나 힘들어질 거야.”

진백천은 백색으로 빛나는 눈으로 담담하게 말했다.

“크크큭. 무슨 수를 썼는지 몰라도…….”

퍼어억-

돼지 가면의 복부에 주먹이 팔꿈치까지 들어갔다 빠져나왔다.

금강석 같은 피부도 단 주먹 한 방에 산산이 깨져 버렸다.

“커헉!”

놈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먹은 것을 전부 토해냈다.

“내가 묻는 말에만 대답해.”

“……이…… 개 같은 놈이…….”

“개 같은 놈은 저기 쓰러져 있잖아. 멍청한 돼지야.”

진백천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소매를 걷었다.

“결국 처맞아야 말을 듣는다 이거지? 오랜만에 써보는 건데 힘 조절이 잘 될지 모르겠네.”

돼지 가면은 재차 몸을 버둥거렸지만 소용없었다.

놈의 투실투실한 살점 위로 진백천의 두 주먹이 연속으로 뻗어 나갔다.

딱히 초식조차 없는 주먹질이었다.

하지만 그 한방 한방에 담긴 내력으로 인해 전신의 뼈마디가 산산이 부서져 나갔다.

걸개구타권(乞丐毆打拳)이 끝나자 진백천은 호무살의 기운을 거둬들였다.

쿠우웅-

거구의 몸이 바닥에 떨어져 내리며 희뿌연 연기가 피어올랐다.

“후우. 이제 조금 대답할 생각이 드냐?”

“으으으…….”

“백서왕인가 뭔가 지금 어딨어?”

놈은 진백천이 다시 주먹을 쥐고 다가가자 필사적으로 입을 열었다.

“……지하궁에…… 갔다!”

“지하궁? 언제 올라오지?”

“……소공녀를 잡으면…… 올라온다고 했다.”

역겹게도 60이 넘은 백서왕은 어린 소공녀에게 음심(陰心)을 품고 있었다.

진백천은 그 사실에 미간을 찌푸렸다.

“연락하는 방법은?”

“가주전…… 위에 달린 줄을 잡아당기면…… 그가 올라온다.”

돼지 가면이 말한 줄은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진백천은 곧바로 줄을 잡아당기지 않았다.

이놈에게서 더 알아낼 것도 있었고, 야수궁의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는 기다려야 했다.

괜히 놈이 수상함을 눈치채고 지하궁인지 뭔지에 숨어들면 그만 피곤해졌다.

“후우. 뒷마무리 좀 부탁드릴게요.”

진백천이 손바닥을 털면서 말하자 도광귀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시진이 끝나기 전에 야율을 비롯해 소공녀와 무인들이 야수궁을 정리하고 가주전으로 들어섰다.

“적들이 모조리 투항했습니다!”

개, 돼지 가면이 여기서 진백천에게 처참히 깨진 이상 당연한 결과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