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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회귀백서-316화 (316/346)

무림회귀백서 316화

108장 남만야수궁의 쥐새끼(2)

“십이지괴랑 마교가 한패라고요?”

“정확히 말하자면 백서왕과 한패지. 놈과 손을 잡았으니.”

백서왕은 어릴 때부터 앉은뱅이였다.

웃기게도 그렇게 된 이유가 자신이 만들어놓은 기관진식이 잘못 작동되면서였다.

그때부터 그는 불구가 된 자신의 다리를 고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 어떤 유명한 신의도 반신불구가 된 그를 고칠 수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마교에서 그에게 다리를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모양이다.”

“보나 마나 그 대가는 야수궁을 집어삼키고 지시대로 움직이라는 거겠죠.”

“맞다.”

놀랍게도 마교의 방법은 차도가 있었다.

감각조차 없던 나무토막 같던 다리가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론 마교에서 주는 약을 먹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쯧. 마교의 개가 된 거군.’

“그리고 십이용천공(十二龍天功)을 생각하면 너도 돕는 게 좋지 않겠냐? 나머지 뱀, 개, 돼지, 쥐 자리의 무공은 전부 백서왕이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십이용천공은 또 다른 의미로 큰 유혹감이었다.

호무살과 용혼금제, 그리고 나머지 4개만 얻으면 진백천은 그것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후반부의 6초식은 그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진백천은 길게 한숨을 내뱉으며 물었다.

“하아. 서신은 바로 보낼 수 있는 거죠?”

“물론이다! 잘 생각했다! 으하하하하!”

도광귀는 진백천이 물음에 도와준다는 것임을 알고 기쁘게 웃었다.

“예림아! 이제 마을로 가자!”

“벌써요? 아직 화풀이하려면 멀었는데.”

아쉽다는 듯 말하는 소공녀 앞에는 이제 그 얼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뱀 가면이 존재했다.

‘……소공녀라기에는 하는 행동이 소광귀인데?’

예림은 자신의 주먹에 묻은 피를 뱀 가면의 옷 위에 쓱쓱 닦아내며 씨익 웃었다.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듯한 미소였다.

* * *

광동성(廣東省) 렴강(廉江).

강이 끝나는 하구.

그곳에서 물고기를 잡는 노인은 오늘도 낚싯대를 들고 강가에 왔다.

바다와 이어지는 이곳에는 제법 물고기들이 모여들었고 하루 종일 잡으면 바구니가 묵직해질 정도였다.

“오늘따라 잠잠하군.”

평소라면 멀리서부터 물고기가 펄떡이며 뛰어오르는 모습이 보였어야 했다.

하지만 오늘은 단지 강물이 흐르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런 날은 유독 물고기가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감뿐이 아니었다.

“꽁치겠어.”

한시진 넘게 낚시대를 드리웠지만 송사리 하나 잡히지 않았다.

“오늘은 그냥 가야 하나.”

노인이 그런 고민을 하는 사이 어디선가 땅이 뒤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얼핏 들으면 짐승의 울음 같기도 했다.

크드드드드득-

“허억! 이게 무슨 일이냐!”

동시에 땅이 떨리며 노인의 몸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아니, 그의 몸이 밀려났기보다는 땅 자체에서 일어난 현상이었다.

노인이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하고 바닥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엎드렸다.

“처, 천지신명이 놀라셨나! 으허어억!”

몸이 휘청이며 흔들리길 한참.

마침내 땅이 멈췄을 때 노인이 고개를 들자 강가로부터 한참이나 떨어진 곳에 밀려나 있었다.

방금까지 그가 앉아 있던 곳은 밀려든 땅으로 완전히 강가가 사라진 후였다.

“……하마터면 죽을 뻔했구나!”

노인은 부들거리는 다리를 움켜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곧 자신의 앞에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를 보고 움찔 놀랐다.

뒤돌아서자 그를 맞이한 것은 거대한 동굴의 입구였다.

한눈에도 평범하지 않은 철문에는 피같이 붉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마기자의 비동을 여는 자가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이 된다!]

수많은 자가 찾아 헤매던 마기자의 비동이 마침내 세상에 드러난 순간이었다.

이 같은 사실은 곧 사람들의 입을 타고 강호 전역에 흘러나갔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곳곳에서 무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천하제일인을 꿈꾸는 자들부터 그 안에 담긴 비급과 영약의 일부라도 얻고 싶어 하는 자들이었다.

* * *

진백천은 도광귀와 소공녀를 따라 곧바로 마을로 이동했다.

그곳은 백서왕이 아닌 야수궁의 궁주를 따르는 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뱀 가면을 피해 그들이 향하고 있던 곳이기도 했다.

“여기서 한시진 정도 걸어가야 한다. 밀림이니까 이해해라.”

해안가를 지나 밀림 안으로 들어가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발이 푹푹 빠지고 사방에서 늪지 특유의 눅눅한 냄새가 피어올랐다.

더구나 햇빛마저 강렬하니 야수궁의 사람들이 왜 그렇게 살이 검게 타고 옷은 간편히 입는지 알 것 같았다.

여기저기 머리카락처럼 처져 있는 덩굴은 그렇다 치고 독물과 동물들의 기척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하지만 그것도 곧 왕왕이가 앞서나가자 사라졌다.

“왕왕!”

성인 허벅지 두께만 한 뱀도 왕왕이의 짖음에 고개를 돌려 피해갔다.

그도 그럴 것이 개가 짖는 것에 내력이 담겨 있었다.

“우리 왕왕이 대단하지? 늑대와 개의 혼혈인데 어릴 때 야수궁의 영단을 집어삼켜서 저래.”

예림은 묻지 않아도 진백천의 옆에 다가와 왕왕이의 자랑을 했다.

그것뿐만 아니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반말을 해댔다.

궁주의 유일한 딸로 오냐오냐하면서 자란 탓이었다.

딱히 그것을 제외하면 예의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나저나 정도회의 회주라고?”

“그런데?”

그 짧은 사이에 도광귀가 말했는지 예림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말했다.

단순히 진백천에 대한 궁금증뿐만 아니라 강호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물어댔다.

“언젠가 나도 이 지긋지긋한 밀림에서 벗어나서 꼭 강호에 나가볼 거야! 무슨 말인지 알지?”

“잘 모르겠는데.”

“당신처럼 야수궁의 여협으로 이름을 날릴 거라고! 악인들이 나만 보면 다들 손을 부들부들 떨걸?”

진백천은 도광귀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가 삼촌이라 부르는 도광귀가 무려 십대악인 중 하나라는 걸 알면서 하는 소리인지 궁금했다.

“왜 웃어? 실력 좀 있다고 나 무시해?”

“나 정도면 무시해도 되지 않나?”

“……그건 그렇지.”

의외로 납득도 빨라서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마을까지는 별문제 없이 도착했다.

상처를 입은 야수궁의 무인들이 도광귀와 예림을 보고 기뻐했다.

“도 장로님! 소공녀님! 무사히 빠져나오셨군요!”

“야율도 무사해서 다행이야.”

“모두 도 장로님이 그들의 이목을 끌어주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야율은 기다란 창 여러 자루를 등에 멘 자였다.

그는 새로운 얼굴인 진백천을 보고 경계했다.

도광귀가 직접 설명을 해주고 나서야 경계를 풀며 인사했다.

“……정도회의 회주님이시라니. 저는 야수궁의 야율이라고 합니다.”

공손한 말과 태도와 달리 악수를 하는 그의 손은 진백천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내력이 들어간 악력이었다.

‘이런 식으로 간을 보는 건가?’

진백천은 피하지 않고 마찬가지로 내력을 뿜어냈다.

호승심에 차 있던 야율의 얼굴이 순식간에 사색이 되며 뒤로 물러났다.

“흐음!”

아무렇지 않게 뻗어낸 내력에 오른손이 저릿해서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단 한 번의 내력 교환으로 서로의 실력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졌다.

“……과연 회주님이십니다.”

“그런 말을 자주 듣는 편이지.”

야율을 비롯해 야수궁의 무인들은 옷차림답게 성격도 호쾌했다.

진백천이 강자라는 사실을 알자 곧바로 깍듯하게 대했다.

도광귀는 야율에게서 전서구 한 마리를 받아서 진백천에게 건넸다.

“운남성의 하오문 분타로 곧장 날아가는 전서구다. 바로 날려 보내기만 하면 된다.”

야수궁은 워낙 밀림에 있다 보니 이런 식으로 전서구를 미리 받았다가 날려 보내는 방식을 사용했다.

진백천은 안내해 준 방으로 들어가서 서신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혹시나 가짜 서신이라 생각할까 봐 이런저런 사담을 추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살왕과 싸우다 배에서 떨어진 뒤 운남성의 해안가에 도착. 다행히 살왕은 죽였음. 야수궁의 사람들과 함께 있다가 광동으로 곧바로 이동하겠음. 참고로 통통이는 나와 함께 있으니 걱정하지 말 것.]

진백천은 자신이 쓴 서신을 읽어보다가 왠지 모를 아쉬움에 마지막 한 줄을 더 추가했다.

[……폐관한다고 거짓말한 거 미안. 내 마음 알지?]

마지막 한 줄은 황대원을 비롯해 자신이 정도회에 있다고 아는 자들을 위한 것이었다.

진백천은 전서구 다리에 서신을 묶고 창문을 열었다.

바로 날려 보내려다 왠지 밀림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괜히 매나 더 큰 새에게 잡아 먹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내력을 전해주면 괜찮으려나?”

진백천은 전서구의 몸을 잡고 조심스럽게 내력을 불어넣었다.

양손이 밝게 빛나며 스며들었다.

그러자 전서구는 힘을 주체할 수 없는지 날개를 파드득거렸다.

“쉬지 않고 날아가라.”

창문 밖으로 날리자 쏜살같이 날아올랐다.

그 모습을 보면 내력의 효과는 분명 있는 듯했다.

하지만 진백천이 생각한 것보다 그의 내력은 더더욱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냈다.

전서구는 잠시도 쉬지 않고 날갯짓을 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 힘이 나는지 지친 기색도 전혀 없었다.

겨우 반나절도 채 걸리지 않아서 하오문 분타에 도착했다.

퍼드득-

몸에 기억된 대로 전서구들이 모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횟대에 앉은 다른 전서구들이 기운에 밀려 구석으로 도망쳤다.

운남성 하오문 분타주는 유난히 힘이 넘치는 전서구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흐음. 뭐냐 이놈은? 야수궁에서 고추장이라도 먹여서 보냈나?”

서신을 떼서 살펴본 분타주가 깜짝 놀랐다.

“……정도회 회주가 운남성에 있다고?”

단순히 정도회나 진백천에 대해 언급된 것 전부 특급 정보로 하라는 하갈후의 명령이었다.

이건 무려 그가 직접 보내는 서신이었다.

분타주는 곧바로 특급서신을 작성해 하오문 본타에 보냈다.

그리고 진백천이 보낸 것은 다른 전서구를 통해 호북의 정도회로 날려 보냈다.

특별히 기운이 넘치는 놈들이었다.

적어도 이틀이면 정도회에 들어가게 될 터였다.

“……과연 폭풍을 부르는 자라고 하더니. 운남에서는 대체 어떤 일을 벌일지 궁금하군.”

하오문에서는 이미 야수궁의 일을 파악한 지 오래였다.

백서왕의 실력이 뛰어나기도 했고 야수궁이 버틸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

하지만 진백천이 끼어들었으니 그 모든 가능성을 다시 처음부터 살펴야 했다.

그만큼 그가 가지는 무력과 머리는 보통이 아니었다.

뭔가를 골똘하게 생각하던 분타주는 문득 자신이 뭔가를 빼먹었다는 기시감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이내 살왕에 대해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살왕이 죽었다고……?!”

진백천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진백천의 무위는 이제 5왕급에 다다랐다고 봐야 했다.

“허허. 대단하구나. 대단해. 최연소 5왕이라니!”

살왕이 죽었다는 사실은 하오문을 통해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대부분은 믿기 힘들다는 반응이었지만 거기에 진백천의 이름이 끼자 대충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 * *

진백천은 마을에서 쉬는 동안 청서생을 살펴봤다.

갑자기 무슨 조화로 이런 변화를 일으켰는지 알아봐야 했다

“흐음. 전보다 덩치도 커졌고 기운도 넘쳐난단 말이지.”

몸을 이리저리 만지자 통통이가 버둥거리며 반항했다.

-이거 놔!

“어쭈? 이제 까분다 이거지?”

-……흥! 주인 때문에 죽을 뻔했다고!

“내가 뭘?”

청서생은 더듬거리는 속마음으로 바닷속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그의 품속에 있다가 여러 차례 죽을 뻔했다.

그것도 익사와 불에 타죽는 것 사이에서 반복이었다.

겨우 살아남은 통통이는 배고픔의 그의 품속을 뒤지다 마음에 드는 것을 보고 먹어치웠다.

“……혹시 그거 둥근 패였냐?”

-모른다! 그냥 먹는데 소리를 질러댔다!

“소리를 질러댔다고?”

그제서야 진백천은 청서생이 먹은 게 뭔지 알아냈다.

“흑마패(黑魔牌)를 먹어치우다니. 허허.”

고루혈마(骷髏血魔)가 가지고 다니던 마교의 신물이었다.

원래였다면 감히 통통이가 먹을 수 있을 리 없겠지만 10갑자에 다다른 태허무극진결로 인해 극도로 약해진 상태였다.

통통이는 그 틈을 타 흑마패를 씹어먹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이 마기와…….

-흥. 어쨌거나 건들지 마!

……싸가지의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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