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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회귀백서-310화 (310/346)

무림회귀백서 310화

104장 대환장 통수전(4)

성령목부는 설류운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잘게 떨렸다.

이내 빙마의 몸에 깃든 삼천영의 기운을 갈라내며 빙마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검게 물들었던 눈동자가 흔들리며 뿜어내던 내력도 덩달아 주춤했다.

‘지금이다!’

진백천은 그때를 노려 빙마를 향해 모든 내력을 쏟아부었다.

태허무극진결의 기운이 그의 몸을 휘저으며 삼천영이 남긴 대법의 잔재를 태워냈다.

치이이익-

마치 타들어 가듯 귓구멍과 입에서 연기가 흘러나왔다.

삼천영은 그 모습을 보며 불같이 화를 내며 달려들었다.

“감히 방해를 하다니!”

반사적으로 그를 막으려던 빙궁의 무인이 순식간에 토막이 나며 잘려나갔다.

하지만 삼천영의 손끝이 도홍경에 닿기 전에 묵빛의 권갑이 거칠게 튕겨냈다.

중혁은 단 한 번의 충돌로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지만 쓰러지지 않고 재차 주먹을 들어 올렸다.

“건방진……!”

수강이 재차 허공을 갈랐지만 이번에는 중혁 혼자가 아니었다.

어느 틈에 다가온 태상장로와 적의단의 무인들이 그 옆에 자리했다.

“더러운 마교의 종자야! 물러서라!”

강룡십팔장(降龍十八掌).

태상장로는 단번에 거친 장기를 뿜어냈다.

그것뿐만 아니라 소방방을 비롯해 적의단의 무인들이 달려드니 삼천영은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에 설류운의 한쪽 눈동자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흐흐흐. 그래 봤자 잠시뿐이다. 내 대법을 풀 수 있는 자는 세상에 많지 않아! 결국 계속해서 날뛰는 빙마를 제어하다 죽고 말 것이다!”

진백천은 그런 삼천영의 목소리 따위는 들리지도 않았다.

단지 계속해서 몸을 떠는 설류운에게만 집중했다.

도홍경의 술법과 자신의 내력으로 어떻게든 대법을 지우려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비등비등해. 이대로면 실패야.’

진백천의 내력이야 그렇다 쳐도 도홍경의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었다.

손이 덜덜 떨리는 것을 보면 슬슬 한계에 도달한 듯 보였다.

그때 진백천의 뇌리에 문득 얼마 전에 얻은 용혼금제(龍魂禁制)가 떠올랐다.

‘상대의 정신을 금제하는 무공. 그렇다면 대법의 기운만도 따로 금제할 수 있지 않을까?’

즉흥적으로 떠오른 수였고 단 한 번도 시도해 본 적 없었다.

하지만 왠지 가능할 것만 같았고 대법이 약해진 지금이 기회라면 기회였다.

‘그래. 한번 해보자.’

진백천의 두 눈동자가 서서히 황금빛으로 일렁이며 설류운을 향해 뻗어 나갔다.

설류운은 점점 최면에 걸린 것처럼 얌전해지며 그를 멍하니 쳐다봤다.

‘정신이 아닌 사특한 마기만을 억눌러야 한다.’

그의 의지는 하나의 명령이 되어 설류운의 정신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곧이어 그의 전신에서 폭발하듯 빙정의 기운이 솟구쳤다.

“물러나!”

그 기운으로 인해 진백천과 도홍경이 떨어져 나갔지만 설류운도 전과는 달랐다.

진백천의 명령을 듣는 것처럼 스스로 대법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커헉!”

한차례 진한 피를 토해낸 그는 숨을 헐떡이며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설류운의 두 눈을 본 진백천은 자기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통했다!’

두 눈은 더 이상 검게 물든 상태가 아니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설류운은 모든 상황을 지켜볼 수 있었는지 곧바로 삼천영을 향해 빙백신장을 뻗어냈다.

콰드드득-

기습에 가까운 공격에 그의 광대가면이 산산조각 나며 떨어져 나갔다.

붉게 물든 두 눈처럼 귀신과도 같은 인상이었다.

삼천영은 중원인들과 더불어 빙마까지 정신을 차리자 자신의 패배를 직감하고 뒤로 물러섰다.

“지금은 그냥 물러서지만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호기로운 말과 달리 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삼천영이 사라졌다고 해서 모든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구석에 숨어 있던 설궁한은 빙궁의 무인들을 밀쳐내며 궁주에게 다가가려 했다.

그런 그를 막은 것은 태상장로와 적의단이었다.

“그만하지.”

“뭘 그만해? 외지인이면 끼어들지 말고 비켜라!”

비키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 풍겨내는 한기는 덤이었다.

그런 설궁한에 맞서며 적의단도 기세를 끌어올렸다.

지금까지 그의 가면 쓴 모습에 이용당해 왔음을 알게 되었으니 결코 좋은 감정일 리가 없었다.

설궁한은 그 기세에 움찔 놀라면서도 자신을 쳐다보는 설류운을 향해 소리쳤다.

삼천영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까지 자신의 명령을 들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빙마! 이들을 공격해라! 반항하면 죽여도 좋다!”

설류운은 역시나 무표정하게 천천히 다가왔다.

“빙마가 있는 한 그 누구도 나를 함부로……!”

짜아악!

하지만 설류운이 휘두른 손에 맞은 것은 적의단이 아닌 설궁한이었다.

제법 내력이 실려 있었는지 한쪽 뺨의 살점이 다 터져나가며 바닥에 처박혔다.

설궁한은 피가 흐르는 뺨을 움켜쥐고 그를 올려다봤다.

그제서야 모든 대법이 사라졌음을 알아챘다.

“……아, 아버지……?”

“빙궁의 무인들은 당장 이놈을 가둬라. 반항하면…….”

설류운의 싸늘한 눈빛이 그를 한차례 훑었다.

더는 아버지로서의 정은 보이지 않았다.

“……죽여도 좋다.”

“잠, 잠깐 그게 무슨……? 아버지!”

빙궁의 마인들은 그를 죄인처럼 구속하며 끌고 갔다.

계속해서 아버지인 설류운을 부르짖었지만 그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대신 감정을 알 수 없는 얼음과 같은 눈으로 주변을 돌아봤다.

“자네 괜찮은가?”

태상장로의 물음에 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빙정의 기운 탓인지 단순한 한숨에도 공기가 얼어붙으며 서리가 생겼다.

“아무래도 정신이 없군. 잠깐만 빙궁을 돌아볼 시간을 주겠나?”

“그러게.”

설류운은 태상장로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빙궁의 무인들과 가주전으로 향했다.

오랫동안 비워놨던 그곳에 불이 들어옴과 동시에 북해빙궁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려왔다.

그동안 삼 형제에게 동조했던 자들과 빙궁을 갉아먹던 기생충들을 과감히 처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과연 북해빙궁이군. 바로 이렇게 과감히 나오다니.”

“그렇다고 해도 상황은 나아지겠죠?”

“그렇겠지. 틀어막고 있던 빗장만 연다고 해도 지금보다는 훨씬 좋아질 거야.”

공식적으로 교역을 열고 상단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북해의 사는 사람들의 삶이 나아질 것은 분명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진백천은 잠시 화장실을 간다는 핑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그가 향하는 방향은 그 정반대였다.

‘불씨를 남겨놓을 수 없지.’

진백천은 상단전에 숨겨진 천마신공의 마기를 끄집어냈다.

만마의 종주인 천마신공답게 먹이가 되는 마기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냈다.

역시나 그의 예상대로 빙궁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 * *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다니. 어처구니가 없군.”

빙궁을 벗어난 삼천영은 아직까지도 이렇게 된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무려 3년이나 걸려서 자신이 쌓아놓은 대법이었다.

거기에 수십 개의 빙정의 기운까지 들였으니 결코 깨질 거라 생각해 본 적조차 없었다.

“목검을 휘두르던 도사놈은 그렇다 쳐도 그 앞에 있던 놈은 뭐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강력한 무공과 내력.

거기에 자유자재로 빙마를 상대하며 마지막에는 흔들리던 대법을 싸그리 지워 버리는 기이한 술수를 사용했다.

“빙궁의 무인은 아니고 개방도 더더욱 아니다. 분명 평범한 놈이 아니야.”

전혀 예상치 못한 놈들로 인해 모든 계획이 무산되었지만 그렇다고 좌절하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별궁에서 빠져나가면서도 삼천영은 설류운의 몸에 남은 대법의 잔재를 느꼈다.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닌 뭔가로 인해 억눌린 상태였다.

“그렇다면 다시 기운을 불어넣는다면 언제고 빙마가 될 거란 뜻이지.”

빙궁을 쥐도 새도 모르게 다니는 것은 그에게 식은 죽 먹기만큼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다시 귀귀백서의 기운을 쌓으려면 그만큼의 피와 죽음이 필요했다.

그런 삼천영에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바로 북해의 마을이었다.

부서진 화로, 추위에 얼어가는 이들.

분명히 제대로 된 반항도 못 하고 자신의 먹이가 될 터였다.

스스슥-

하지만 귀신처럼 눈밭을 이동하던 삼천영은 순간 뭔가를 느끼고 제자리에 멈춰섰다.

그는 자신의 손을 들어 올리곤 고개를 갸웃거렸다.

손이 자기도 모르게 덜덜 떨리는 중이었다.

“……왜…… 이러는 거지?”

손에서부터 시작된 떨림은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그것은 신체적인 것뿐만이 아니었다.

주변으로 차오르는 어둠에 그는 화들짝 놀라며 위를 올려다봤다.

선명히 비춰야 할 달이 검게 좀 먹는 무엇인가로 서서히 가려졌다.

다급하게 어둠 속으로 몸을 감추려 했지만 실패하며 눈밭 위로 튕겼다.

우우우웅-

“평범한…… 어둠이 아니다. 이것은 마기…… 그것도 아주 순수한…….”

다급하게 삼천영이 자신의 마기를 끌어올렸지만 오히려 주변의 어둠은 그것은 즐기듯 집어삼켰다.

모래처럼 산산이 부서지는 기운에 허탈함마저 맴돌았다.

그런 어둠 속을 가르며 모습을 드러낸 자가 있었다.

천마신공을 오랜만에 끌어낸 진백천이었다.

“……당신은 누구지?”

“한눈에 알아보던 사천영하고는 다르네. 약간 멍청한가 봐?”

사천영마저 알고 있자 삼천영의 얼굴은 조금 더 굳어졌다.

진백천이 나타나자 마기가 짙어졌다.

하늘을 올려다봐도 달빛조차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마기였다.

“……진백천.”

삼천영은 그제서야 마뇌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빙마에 팔려서 자신과는 마주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눈앞에 나타나자 마뇌가 왜 그렇게까지 말했는지 알 것 같았다.

“사천영을 죽였다면 그의 마기도 흡수했나?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멀쩡하냐고?”

진백천의 두 눈이 강렬한 빛을 냈다.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빛이 나는 것은 그의 눈동자뿐이었다.

“글쎄. 내 원래 내력이 강해서? 다행히 너 정도까지는 집어삼켜도 괜찮을 것 같단 말이지.”

사천영과 달리 삼천영의 마기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혹시나 전처럼 천마신공이 집어삼킨다 해도 7갑자에 이르는 태허무극진결에 반도 다다르지 못했다.

삼천영은 서서히 다가오는 마기에 당황하며 고개를 저었다.

“……잠깐! 나를 살려주면 시키는 대로 다 하겠다! 마뇌를 배신하라면 배신하고 무공을 알려달라면 전부 주겠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커헉!”

마기가 이내 그를 집어삼키기 시작하자 삼천영은 거칠게 몸을 떨며 진백천을 향해 달려들었다.

선천진기(先天眞氣)마저 전부 끌어올린 삼천영은 빙마에게 펼쳤던 것과 똑같은 대법을 진백천에게 쏟아냈다.

귀기 어린 눈동자가 일순간 마기마저 가르며 진백천의 눈동자로 뻗어갔다.

“흐흐흐! 놈 걸렸구나!”

그것은 삼천영의 착각이었다.

오히려 진백천의 두 눈에서 뿜어지는 용혼금제(龍魂禁制)가 삼천영의 기운을 찢어내며 그의 뇌리로 칼날처럼 꽂혔다.

“허억!”

-그대로 가만히 있어.

삼천영은 자신의 뇌리에 울리는 명령을 충실히 따랐다.

콰드드득!

천마신공의 마기는 그 흉포함을 감추지 않고 삼천영을 집어삼켰다.

살점이 뜯기고 뼈가 조각나며 어둠 속에서 피의 꽃이 피어올랐다.

조금의 흔적도 없이 모든 것이 파쇄되었을 때 마침내 마기는 다시금 진백천의 몸으로 얌전히 스며들었다.

“후우.”

마기의 양이 제법 늘긴 했지만 그의 예상대로 태허무극진결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한동안은 마기가 난리 칠 걱정은 필요 없겠어.’

마기가 사라지자 다시금 청명한 달빛이 쏟아져 내렸다.

그것을 무심히 올려다보던 진백천은 비둘기를 발견했다.

평범한 비둘기는 아닌 듯 유난히 털이 많았다.

‘으음? 전서구?’

아마도 삼천영이 그 목적지였던 듯 전서구는 내려오지 못하고 계속해서 주변을 빙글빙글 맴돌았다.

진백천은 전서구가 도망가기 전에 호무살로 놈을 잡아냈다.

푸드득-

떨어진 새의 발목에는 역시나 손가락 한마디 크기의 서신이 달려 있었다.

그것을 펼쳐서 읽어본 진백천이 눈살을 찌푸렸다.

다름 아닌 마뇌가 직접 삼천영에게 보낸 서신이었다.

그런데 그 안에 담긴 내용이 의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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