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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회귀백서-309화 (309/346)

무림회귀백서 309화

104장 대환장 통수전(3)

삼천영이 익힌 무공은 귀귀백서(鬼句魄書)로 마교 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는 마공이었다.

마공인 동시에 술법이 합쳐져 귀신을 다루며 악귀와 같은 힘을 갖게 만들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죽은 자들에 귀신을 씌어 조종할뿐더러 자신의 몸에 귀신을 부르기도 하였다.

설류운의 몸에 벌인 대법 또한 강제로 귀신을 씌어 정신을 흐리게 만드는 수법이었다.

“허억! 죽은 자가 움직인다!”

“신경 쓰지 말고 베어내라!”

방금 죽였던 자가 피 묻은 이를 드러내며 달려드는 광경은 누가 봐도 소름이 끼쳤다.

하지만 설궁한은 손수 움직이는 시체를 박살 내며 빙궁의 무인들을 독려했다.

“하찮은 마교의 사술일 뿐이다! 멈추지 마라! 저자만 죽이면 된다!”

“흐흐흐. 나만 죽이면 된다고? 그것이 네놈들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다!”

구촉비전에 이어 귀기까지 뒤집어쓴 삼천영의 움직임은 정말로 귀신과도 같았다.

길쭉한 팔을 휘두를 때마다 팔다리가 잘려나가며 핏물이 튀었다.

귀기 어린 안광과 마주치는 자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떨며 경직을 일으켰다.

“전부 죽어라! 죽어서 나와 함께 가자!”

삼천영의 외침은 거짓이 아니었다.

놈의 손에 죽은 이들은 하나같이 곧 다시 일어나며 방금까지 동료였던 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다만 삼천영이 부리는 자들보다 빙궁의 무인들 수가 월등히 많았다.

거기에 더해 몰려드는 이들에 의해 포위는 점점 두터워졌다.

-형님. 저대로 끝나는 거 아닙니까?

-천살대의 무인이 겨우 저렇게 끝날 리 없지.

진백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귀기가 폭발하듯 치솟으며 사방을 뒤덮었다.

순간적으로 몸이 굳은 이들의 가슴팍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며 몸을 비틀거렸다.

삼천영은 피를 볼수록 점점 잔악하고 빨라졌다.

-저것도 술법의 일종이지?

-마공과 술법이 합쳐진 것 같은데요.

-깨부술 수 있겠어?

잠시 생각하던 도홍경은 고개를 저었다.

-십이금천각과 같이 진법이라면 모르겠는데 무공이라 힘들어요.

-그렇다면 저건?

진백천의 손가락은 이제 막 별궁으로 들어서는 무인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 외견이 조금은 특이했다.

백발에 핏줄이 비쳐 보이는 살결, 얼굴에는 가면을 쓴 무인이었다.

그런데 두 눈이 온통 검은자로 가득했다.

-……저거 설마?

-설마가 맞을 거야.

빙마가 된 설류운 궁주였다.

* * *

태상장로는 사실 진백천의 말에 반신반의했다.

그가 봐왔던 설궁한에 대한 믿음이 어느 정도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진백천의 말이 만약 사실일 경우 그가 감수해야 할 피해가 너무 크기에 우선 그의 작전에 따르기로 했다.

-태상장로님. 저자가 삼천영입니다.

아직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설궁한은 자신을 발견하고 전음을 보냈다.

그가 눈짓으로 가리키는 자를 확인한 태상장로가 가볍게 침음성을 내뱉었다.

삼천영의 전신에서 풍기는 마기에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진한 피 냄새라니. 얼마나 많은 살인을 저질렀기에!’

다른 이들은 몰라도 기운에 민감한 그는 그 사실을 똑똑히 알아차렸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변관과 소방방이 슬쩍 다가오며 물었다.

태상장로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우선은 회주의 말에 따라야지.”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진백천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인이 칼을 뻗어오면 장내는 순식간에 활화산처럼 끌어 올랐다.

빙궁의 무인들과 마인들이 한데 엉키며 싸움이 일어났다.

곧 빙궁의 삼 형제마저 싸움에 가담했다.

“마인들을 모조리 쓸어버려라!”

앞에 나서서 싸우는 설궁한은 그들이 알던 모습이 아니었다.

손에 피를 묻히기를 꺼리지 않고 거칠게 마인들을 처리하는 모습은 얼핏 포악해 보이기까지 했다.

‘저자에게도 감춰진 모습이 있었군.’

그리고 곧 삼천영은 사기를 마음껏 드러내며 무인들을 도륙했다.

그것뿐만 아니라 사술을 사용해 죽은 자들을 이용하기까지 했다.

단지 여기까지였으면 그다지 놀라지는 않았을 터.

곧 별궁의 문이 열리며 빙궁의 무인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으음?”

그런데 그사이에 낀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가면을 썼지만 그가 못 알아볼 리 없었다.

“……설마 설류운 자넨가?”

그의 오래된 친구는 검게 변한 눈으로 강시가 된 상태였다.

두 눈이 부릅떠져 있었지만, 그는 꾹 참았다.

아직 진백천이 말한 그들이 나설 때가 아니었다.

* * *

설류운이 빙마가 되어 나타난 것에 놀란 것은 태상장로뿐만이 아니었다.

삼천영마저 그를 발견하고 비릿하게 웃었다.

광대가면에 유일하게 뚫린 두 개의 구멍으로 눈이 반달로 휘어졌다.

“흐흐흐. 설궁한. 빙마를 믿고 이렇게 나오는 거였나? 속이 음흉한 놈답게 대법을 연구하고 있었구나!”

설궁한은 딱히 대답 없이 빙마에 명령을 내렸다.

그의 피로 이뤄진 대법이었기에 빙마는 자신의 명령만 듣게 되어 있었다.

“당장 저자를 내 앞에 꿇려라!”

원래 자신의 아버지였지만 수하를 대하듯 아무렇지 않은 태도였다.

설류운은 그대로 땅을 박차며 삼천영을 향해 섬전처럼 떨어져 내렸다.

그의 양손에서는 삼 형제와 같은 빙백신공의 한기가 일렁였다.

다른 점이라면 전신에 쌓인 빙정의 기운으로 인해 하얗다 못해 푸르렀다.

“허억! 저건 빙결쇄권(氷結殺拳)?!”

두 주먹이 삼천영의 머리를 노리며 허공을 격했다.

콰아아앙!

삼천영은 손날을 세워 단숨에 내질렀지만 오히려 얼어붙으며 한참을 밀려 나갔다.

“흐흐흐. 과연 빙마군!”

처음으로 웃기만 하던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설류운은 과연 궁주답게 북해빙궁의 모든 무공을 자유자재로 펼쳤다.

손가락을 뻗자 일직선의 지공이 여러 가닥으로 뻗으며 삼천영의 전신을 꿰뚫어 버렸다.

“저건 한음지(寒陰指)다!”

“대체 저자가 누구기에……!”

의아해하던 빙궁의 무인들은 곧 익숙한 체형과 눈에 그가 빙궁의 궁주임을 알아챘다.

하지만 단 한마디 없이 설궁한의 말만 듣는 것을 의아해했다.

“흐흐. 강하구나! 네놈이 북해의 마을에 있는 화로까지 직접 박살 내면서 만든 보람이 있었어.”

“닥쳐라!”

삼천영은 빙마에게 당하면서도 입을 멈추지 않았다.

설궁한은 어떻게든 놈을 빨리 처리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구촉비전을 너무 우습게 생각한 것이었다.

삼천영은 곧 한기에 익숙해지는 모습을 보이며 빙마의 몸에 상처를 내기 시작했다.

인형이 되어버린 탓에 가공할 한기와 내력과 달리 공격이 단순해진 탓이었다.

“네놈은 나 삼천영을 너무 우습게 봤다. 뒤에서 어떤 꿍꿍이를 꾸미는지 정녕 몰랐을 것 같으냐?”

삼천영은 손을 길게 내젓자 반달형의 수강(手强)이 허공을 가르며 지켜보던 무인들의 몸을 토막 냈다.

그들이 죽자 오히려 힘을 얻은 삼천영의 몸이 빠르게 회복이 되었다.

“흐흐흐흐. 나를, 아니 마교를 배반하면 북해빙궁은 멸문지화만 따를 뿐이다. 이제 그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입만 살았군. 어서 저놈을 처리해!”

설궁한은 당당한 삼천영의 태도가 불안했다.

빙마를 계속해서 재촉했지만 삼천영의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온 귀기에 움찔하는 모습을 보고 당황했다.

“빙마에 손을 써놓은 것은 네놈만이 아니지! 너희들은 북해빙궁 최고 무인의 손에 전부 죽게 될 것이다! 그리고 빙마는 마교를 위해 몸을 불사르며 싸우게 될 것이다! 흐흐흐흐”

그의 말이 명령이라도 되듯 빙마가 서서히 몸을 떨었다.

그리고 이내 몸을 돌려 빙궁의 무인들을 노려봤다.

두 눈이 마주친 설모한은 덜덜 떨면서 소리쳤다.

“……궁한. 이게 어떻게 된 거냐? 아버지는 네가 처리하기로 했잖아!”

“닥쳐! 이 멍청한 새끼야!”

다급하게 설궁한이 그의 입을 막았지만 이미 모든 무인이 들은 후였다.

“……삼공자 그게 대체 무슨 말입니까?”

“방금 분명히 삼공자가 궁주님을 처리했다고……!”

하지만 그가 변명을 하기도 전에 설류운, 이제는 빙마가 되어버린 그가 빙백신장을 쏟아냈다.

우연인지 아닌지 한기가 방금까지 겁에 떨던 설모한의 몸을 덮쳤다.

“끄아아악! 사, 살려……!”

쩌저저적-

한순간에 얼어붙은 설모한의 겁에 질린 표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리고 뒤이어 유난히 새하얀 주먹이 머리를 박살 내며 지나갔다.

동시에 설류운의 가면이 벗겨지며 얼굴이 드러났다.

역시나 쓰러졌다는 궁주였다.

“……정말 궁주님이시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빙마는 무인들의 외침에도 흔들리는 기색 하나 없이 공격을 이어나갔다.

“빙마! 멈춰라! 내 말을 들어!”

설궁한이 외쳤지만 돌아온 것은 허공을 가르는 주먹이었다.

그는 다급하게 바로 옆에 있던 설시한을 방패 삼아 피했다,

“허억! 개 같은 자식……!”

콰드드득!

설시한의 상체가 박살이 나며 피와 살점이 튀었다.

빙마가 되어버린 설류운은 그 전에도 강했지만, 지금은 지치지 않는 신체와 내력까지 갖추게 되었다.

태상장로가 다급하게 진백천을 쳐다봤다.

-회주! 어떻게 좀 해보게! 이러다 전부 죽겠어!

-그러지 않아도 슬슬 나설 생각이에요.

진백천의 여유로운 대답에 태상장로는 자기도 모르게 안도했다.

왠지 그라면 저토록 강한 설류운이라도 제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진백천은 가볍게 목을 까딱이며 앞으로 나섰다.

누구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도홍경. 우선 크게 한방 갈 테니까. 바로 준비해.”

“네. 형님.”

도홍경은 등 뒤에서 붉은색의 목검인 성령목부를 꺼내 들었다.

내력을 불어넣자 성령목부의 겉면의 써진 붉은 글씨가 불타오르듯 일렁였다.

“후우. 이거 조만간 또 새겨넣어야 할 텐데…….”

“두둑하게 줄 테니까 걱정 말고.”

“죽을 각오로 해보겠습니다!”

도홍경의 옆에서는 묵빛의 권갑(拳甲)을 착용한 중혁이 자세를 잡았다.

혹시라도 도홍경이 공격받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전부터 느꼈지만 둘은 제법 괜찮은 한 쌍이었다.

“후우. 간다.”

진백천의 몸이 순간 희끗해지며 빙궁의 무인들을 덮치려던 빙마의 허리를 쳐냈다.

쿠웅!

어느샌가 그의 양손에는 독고구검과 종마검이 들린 채였다.

‘적어도 십대악인, 아니, 5마(魔)급의 무인을 상대한다고 생각해야 돼.’

이것도 그나마 이지가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렇게 측정한 것이었다.

만약 정신이 멀쩡했다면 5마가 아니라 5왕보다 더 높이 두고 싸워야 했다.

빙마는 튕겨나면서도 갑자기 나타난 진백천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 끝에 맺힌 것은 한음지였다.

“초식은 이미 파악이 끝난 지 오래야.”

파강식(破彊式).

진백천이 들고 있는 양 검에서 강기의 폭풍이 터져 나오며 빙마를 덮쳤다.

바닥이 움푹 파이며 빙마가 그 안에 처박혔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강기의 파도는 빙마가 어떻게 반응하기도 전에 그를 땅속으로 밀어 넣었다.

쿠구구궁-

“저자는 또 누구지?”

“쓰는 무공으로 보면 중원인이다!”

갑작스러운 진백천의 등장에 모두가 당황했다.

하지만 압도적인 위력으로 빙마를 몰아붙이자 멍하니 지켜보기만 했다.

진백천은 빙마가 쓰러진 때를 노려 그에게 달라붙었다.

“빙정을 얼마나 먹었는지 몰라도 내력이라면 나도 지지 않거든.”

그를 붙잡을 시간을 벌기 위해 진백천이 선택한 것은 바로 내력 싸움이었다.

손을 맞잡음과 동시에 내력을 쏟아부었다.

드드드드득-

빙마의 검은 눈과 반대로 진백천의 두 눈은 백색으로 빛났다.

태허무극진결의 내력과 빙백신결의 내력이 맞부딪치며 물결 같은 파동이 일어났다.

그리고 바닥에 처박혔던 설류운의 몸이 조금씩 떠오르며 둘은 마주 선 자세가 되었다.

맞잡은 두 손 사이로 희뿌연 수증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크윽!”

그리고 도홍경은 진백천이 말하지 않아도 수증기를 가르며 허공에서 떨어져 내렸다.

그는 양손으로 성령목부를 꽉 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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