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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회귀백서-306화 (306/346)

무림회귀백서 306화

103장 팔한지옥(八寒地獄)(3)

“화옥이 왜 이런 곳에?”

“역시. 자네도 알아봤군.”

태상장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화옥(火玉)은 원래 화산의 화구 안에서나 발견되는 보물이었다.

다른 말로 열양천옥(熱陽天玉)이라고도 하며 강력한 극양지기를 품고 있었다.

이것은 지고의 영약이면서도 독약이기도 했는데 그 효능을 보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만했다.

“화옥은 그것을 섭취하면 일시적으로 내력이 증가하며 신체의 잠재력을 전부 폭발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지.”

문제는 그것이 일회성이기 때문에 약효가 지속되는 시간 내에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만 그 후에는 혈맥과 경혈의 파괴로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운이 좋아 살아남는다 해도 다시는 무공을 사용할 수 없는 폐인이 되기에 죽음을 불사한 자만이 먹을 수 있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자연적으로 생성된 것은 아니고 이곳에 갇혔던 이들 중에 저것을 가지고 있던 자가 있었던 모양이야.”

화옥은 이러한 빙지(氷地)에서도 꿋꿋하게 열기를 내뿜어내었다.

“흐음. 그런데 왜 이걸 보여준다고 하신 겁니까?”

“화옥을 자세히 보게. 꽤나 오랜 시간 이곳에 있었는지 한기와 어울러졌어.”

다른 말로 하자면 극도로 치우쳐졌던 양기가 음기와 만나면서 조화를 이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섭취하게 되더라도 죽지 않는 천고의 영약이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것은 전부 가정일 뿐이고 하나뿐인 목숨을 그것에 실험해 볼 만큼 멍청하지 않았다.

그런 진백천의 생각을 읽었는지 태상장로는 설명을 이었다.

“나 같은 늙은이야 저것에 욕심이 없지. 하지만 자네는 달라.”

태상장로는 습관적으로 부러진 수염이 있던 자리를 쓰다듬었다.

“내 나이 정도가 돼서 죽을 때가 되면 어느 정도 천기를 읽을 수 있게 되지. 내가 이곳에 갇혀서 저것을 발견하고 자네가 나를 구하러 이곳에 온 게 단순히 우연 같나? 아니야. 전부 저것을 자네에게 인도하기 위한 하늘의 뜻이야.”

“그 하늘의 뜻이 저를 얼어 죽게 만들려는 거라면요?”

“허허. 나를 한번 믿어보게, 내가 설마 자네를 죽게 만들겠나?”

진백천은 다시 고개를 돌려 화옥을 쳐다봤다.

자세히 보니 확실히 일반적으로 붉기만 한 화옥과 달리 푸른색이 일부 섞인 상태였다.

‘일단 챙기면 쓸 곳이 있겠지.’

“알았어요. 제가 챙길게요.”

“지금 꺼내서는 안 돼.”

“그건 또 왜요?”

“이 막힌 감옥에 한풍이 어디서 불어온다고 생각하나?”

다름 아닌 화옥 때문이었다.

화옥으로 인해 막혀 있던 빙지의 음기가 가득 찰 때마다 한 번씩 터져 나오며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것이 바로 한풍이었다.

“지금 화옥을 꺼내려 하다가는 직격으로 한풍에 맞고 자네라도 버티지 못할 거야.”

“그러면 결국 그 한풍인지 뭔지가 지나가고 나서야 꺼내야 한다는 말씀이시네요?”

“그렇지.”

그것도 다시 음기가 쌓이기 전인 짧은 찰나였다.

태상장로는 말귀를 잘 알아듣는 진백천을 보며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아니. 그럼 애초에 그걸 견뎌내야 한다는 말인데 그것도 방법이 있으신 거죠?”

그는 아주 당당히 고개를 저었다.

“그거야 자네가 해내야지. 나라고 다 알겠나?”

“…….”

* * *

진백천은 태상장로를 비롯해 적의단 무인들을 서둘러 위로 올려보냈다.

귀식대법으로 몸을 움직이지 않은 시간이 꽤 되었지만 개방의 무인들답게 금세 몸을 회복했다.

가장 먼저 올라간 것은 적의단 단주인 편관이었다.

“손을 잡아줄 테니 모두 내 뒤를 쫓아와라.”

“네. 사형!”

통로가 있는 곳까지는 진백천이 몸을 잡고 던져주었다.

그가 박아놓은 쇠창살을 붙잡고 원숭이처럼 위로 올라갔다.

“자 다음!”

적의단의 무인들을 전부 올리고 그다음은 장개의 차례였다.

상대적으로 무공이 떨어지는 그였기에 표정이 어두웠다.

“힘들면 나랑 같이 올라갈까?”

“……한풍이 불어닥친 후에 올라간다 하지 않았냐?”

장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의 손에 몸을 맡겼다.

“어엇!”

곧 몸을 휘적거리며 쇠창살에 매달렸다.

엄살을 부렸지만 먼저 간 소방방의 손을 잡고 곧잘 위로 올라갔다.

이제 남은 것은 태상장로뿐이었다.

“업히세요. 저 위까지 모셔드릴게요.”

“고맙네.”

진백천의 내력으로 몸이 제법 회복되었다고 하지만 쇠창살을 잡고 올라갈 정도는 아니었다.

태상장로가 등에 업히자 그는 땅을 박차며 단숨에 통로까지 올라갔다.

동시에 쇠창살을 밟으며 도홍경이 있는 방까지 올라섰다.

“장씨가 오면 안전한 곳에 숨어 있어. 나는 한풍이 불고 나서 올라올 테니까.”

진백천은 태상장로를 내려놓고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후우. 이렇게까지 얻으려는데 별 볼 일 없기만 해봐라.’

그는 다시 아래로 내려가면서 한풍을 버텨낼 방법에 대해 생각했다.

한풍이 불고 나서 곧바로 화옥을 꺼내려면 귀식대법 같은 수는 안되었다.

‘그렇다고 맨몸으로 버티기는 무리고 역시 벽을 쌓는 수밖에 없나?’

화옥의 상태를 보면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다.

진백천은 검을 꺼내 들며 벽을 갈라냈다.

쿠웅-

두툼하게 잘라낸 돌로 벽을 삼중으로 쌓았다.

영구적인 것은 무리더라도 단 한 번 막아내는 용도로는 충분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진백천의 커다란 착각이었다.

드드드득-

빙지의 음기가 한계까지 쌓이자 화옥이 거칠게 떨리며 감옥 내부에 있는 한기가 요동쳤다.

그리고 곧 화옥이 있는 방향에서 한기의 파도가 넘실대며 감옥을 뒤덮기 시작했다.

한풍이라 그래서 단순히 바람이 불어온다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곧 감옥이 희뿌연 안개 같은 한기로 휘몰아쳤다.

눈 속에서 귀식대법으로 버티던 태상장로를 비롯해 장개는 그것을 몰랐었다.

‘젠장. 이러면 벽을 세운 의미가 없잖아.’

까드드득-

한풍에 닿은 벽이 산산 조각나며 부서져 내렸다.

그런데도 진백천은 이를 악다물면서도 한기를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한풍이 불어닥치기 시작한 지금 화옥을 빼내야 했다.

‘어쩔 수 없지.’

우우웅-

진백천은 태허무극진결을 전력으로 끌어올리며 전신에 삼매진화를 일으켰다.

화르르르륵-

전력을 다한 것 치고는 그의 불길이 한풍에 닿자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그렇다고 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베어져라!’

호무살(虎武殺).

진백천은 호무살로 한기를 가르며 앞으로 질주했다.

다행히 의념의 비수는 한풍을 반으로 갈라냈다.

순간적으로 한풍이 밀려난 그 틈으로 손을 뻗어 화옥을 움켜쥐었다.

치지지직-

‘크윽!’

화옥의 열기로 손이 타들어 갔지만 억지로 참아내며 구슬을 뺐다.

동시에 밀려드는 한풍을 피하며 출구로 향했다.

쩌적-

한풍에 닿은 옷이 과자처럼 박살처럼 허공에 흩어졌지만 신경 쓸 새도 없었다.

화무살을 재차 시전하며 따라붙는 한풍을 잘라냈다.

파도처럼 그의 뒤로 몰려드는 한기가 소름 끼치는 소리를 냈다.

진백천은 쇠창살을 밟으며 통로 위를 섬전처럼 뛰어올랐다.

백면섬보(百面閃步).

그리고 통로를 벗어나자마자 곧바로 문을 닫으며 뒤로 물러났다.

콰드드드드드득-

문에 성에가 맺히며 순식간에 얼어붙는 광경은 생각보다 더 끔찍했다.

“하아하아.”

진백천은 거친 숨을 내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혹시나 한풍에 의해 폐가 얼어붙을까 봐 숨까지 참고 있었던 탓이었다.

그 사이 화옥은 언제 그랬냐는 듯 열기를 잃고 평범한 구슬처럼 변했다.

“후우. 목숨을 걸 만한 가치가 있길 바라마.”

진백천은 화옥을 품속에 넣고 운기조식을 하며 내력을 갈무리했다.

그리고 다가오는 발걸음을 느끼며 눈을 떴을 때는 장씨가 와 있었다.

“정말이군!”

“뭐가 정말입니까?”

“한풍을 겪고도 살다니. 허허.”

그는 도홍경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오면서도 진백천이 살아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놀랍군, 놀라워. 중원인들은 자네처럼 다 무모하고 강한가?”

“그건 아니죠.”

그는 새로운 눈으로 진백천을 보며 자신의 겉옷을 벗어주었다.

한풍에 의해 나체나 다름없었다.

“제 일행은 어디 있어요?”

“창고에 있네. 텅텅 빈 창고만큼 감시가 덜한 곳도 없거든.”

그들은 셋째 공자인 설궁한을 만날 생각이라 그랬다.

장씨를 통해 이미 서신을 셋째 공자 측에 전달한 상태였다.

‘지금 와서 뭔가를 더 해보려는 것은 아닐 테고. 그라도 피신시키려는 셈인가?’

진백천은 대충 태상장로의 의도를 짐작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참. 거기 남아서 한풍까지 이겨내면서 뭐한 거냐?”

“아아. 운명의 상대를 좀 찾았죠.”

의미심장한 표현에 그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딱히 더 설명하지는 않았다.

창고로 가자 하루 만에 제법 안색이 좋아진 이들이 그를 반겼다.

“화옥은?”

태상장로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진백천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했다.

“그나저나 설궁한인지 뭔지한테 가겠다면서요?”

“맞아. 셋째 공자는 이곳에 있다가는 분명 오래지 않아 죽을 게 분명하니까 말이야. 혹시라도 우리와 함께 중원으로 가지 않겠냐고 물어볼 셈이야.”

그들은 진백천의 예상대로 딱히 이곳에서 뭔가를 더 해볼 생각이 없어 보였다.

북해빙궁의 무인들도 그렇고 대놓고 활동하는 마인들을 이겨낼 가능성이 전혀 없음을 알아챈 것이다.

“설류운 그 친구가 안다면 슬퍼하겠지만 어쩌겠나. 힘없는 나를 탓해야지.”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태상장로님과 저희 모두 필사적으로 그를 도왔지 않습니까.”

그들이라고 이곳에 와서 아무것도 안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목숨을 걸고 설궁한의 편에 서서 작전을 짜고 마인들을 몰아내려 했다.

하지만 그것을 시행하기 직전에 오히려 공격을 당한 것뿐이었다.

“그렇다면 내부에 배신자가 있었다는 거예요?”

진백천의 물음에 편관이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애매합니다.”

그들의 작전은 마인들에게 반감을 가지던 빙궁의 무인들을 도와 둘째인 설모한부터 몰아내려 했다.

만약 배신자가 있었다면 그들 중 하나여야 하는데 빙궁의 무인들은 전부 처형되었고 그들은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남은 것은 삼공자인 설궁한뿐이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을 도우려는 이들을 배신할 이유가 없었다.

‘흐음. 뭔가 구린 냄새가 나는데?’

이것은 단지 이번 한 번의 이야기로 시작된 의심이 아니었다.

북해의 마을에서 촌장에게 빙궁의 이야기를 들을 때부터 조금씩 위화감이 들었다.

‘서로 대립하는 형제들. 누구보다 뛰어난 힘을 가진 첫째와 간교한 둘째 그리고 가장 힘없는 셋째.’

만약 궁주가 되기를 원했다면 첫째인 설시한은 진즉에 남은 둘을 처리하고 빙궁을 정상화해야 했다.

실제로 그럴 만한 힘도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그는 단지 포악하게만 행동하며 딱히 남은 동생들을 처리하려 들지 않았다.

‘둘째인 설모한이 데리고 있는 마교의 마인들이 꺼려졌다면 셋째인 설궁한이라도 먼저 끝냈어야 맞지.’

더구나 설궁한은 다른 이들을 공격하려다 발각되었으니 더더욱 말이다.

‘그런데도 셋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상황을 방관하는 느낌이라?’

거기에 마교까지 껴서 더러운 수레바퀴처럼 굴러가니 뭔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셋째부터 만나봐야겠는데?’

진백천이 함께 가겠다고 하자 태상장로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창고지기라는 저자를 통해 서신을 보냈으니 곧 연락이 올 거야.”

그 날 저녁.

태상장로의 말대로 누군가가 그들을 데리러 찾아왔다.

설궁한의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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