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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회귀백서-296화 (296/346)

무림회귀백서 296화

99장 황금마전(黃金魔殿)(5)

“그 전에 질문이 있는데 말이지.”

“질문? 언제까지 내가 질문 따위를 받아줘야 하지?”

“돈만 있으면 받아주는 거 아니었나?”

진백천은 새지도 않고 전표를 꺼내 탁상 위에 올려놓았다.

거칠었던 금노산의 표정이 순간 자기도 모르게 온화해졌다.

과연 돈이라면 뭐든지 다 용납하는 자다웠다.

“쯧. 물어봐라.”

“광인이 된 자들은 다시 원래대로 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금노산의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민감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질문을 해올지 몰랐다는 듯 흥미를 보였다.

“흐음. 그 질문에 대한 답의 값은 무척이나 비싸다.”

그는 진백천이 어디까지 돈을 꺼내놓을지 궁금해했다.

금노산의 시선이 노골적으로 그의 품으로 향했다.

돈을 아끼는 수전노 같은 모습을 가진 진백천이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일에서였다.

지금과 같이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 앞에서는 한낱 돈 따위가 앞설 순 없었다.

‘네놈 같은 쓰레기와 다르게 말이지.’

진백천은 품속에 손을 넣어 잡히는 대로 전표를 꺼내 흩뿌렸다.

그것을 지켜보는 금노산의 미소가 점점 짙어졌다.

“이렇게까지 알고 싶어 하는데 알려주겠다.”

그리고 이내 진백천과 시선이 마주칠 때쯤 되자 미소는 커다란 비웃음이 되어 돌아왔다.

“나는 결코 내 것이 된 자들을 풀어주지 않는다. 애초에 금제를 풀 방법 따윈 만들지 않았지. 아니, 내 금제를 풀려고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뇌가 곤죽이 되어 흘러내리게 만들었다. 나는 결코 내 손에 들어온 것을 놓치지 않아! 한 번 광인은 죽을 때까지 광인이다!”

그는 거칠게 탁상을 내리치며 소리쳤다.

광기 어린 외침에 주변에 서 있던 광인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동시에 금노산의 전신에서 황금빛 광휘가 터져 나오며 주변을 휘감았다.

이 틈을 노려 진백천을 향해 용혼금제를 사용한 것이다.

‘더러운 기분이군.’

작정한 듯 어제 그에게 시도했던 것과 차원이 다를 정도로 강력한 금제였다.

뇌리로 금노산의 의지가 자꾸 파고들었다.

하지만 단순히 고개를 저은 것만으로도 용혼금제의 기운은 사라졌다.

“역시 평범치 않은 놈이구나! 네놈 정도면 내 광인들을 이끌 자격이 있다! 어떠냐? 아직도 나와 손잡을 생각이 없는 것이냐?”

진백천은 그제서야 금노산이 왜 이렇게 자신에게 너그러우며 포섭하려 하는지 알았다.

놈은 마교를 비롯해 마뇌와 자신을 노리는 이들로 인해 십이금천각에서 벗어날 용기가 없었다.

대신 무공이 강한 진백천을 앞세워 광인들과 함께 대외적으로 싸워줄 인물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지금 당장 금제가 통하지 않더라도 조금씩 곰팡이가 좀먹듯 꼬아낼 생각이겠지.’

다만 진백천은 굳은 표정으로 바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금제를 풀 수 없다는 말은 결코 거짓이 아닌 듯 보였다.

설령 풀 수 있는 일말의 방법이 있다고 해도 금노산은 죽을 때까지 알려주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의 소유욕은 광적이니까.’

그렇다면 최소한 광인들이 더 늘어나는 것만이라도 막아야 했다.

지하에 납치된 자들뿐만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광인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터였다.

진백천은 지금 상황에서 선택을 해야 했다.

복잡한 그의 시선에 덜덜 떨고 있는 광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

그들 중에는 어제 고기를 썰어주던 아이와 마찬가지로 어린아이들도 보였다.

평생을 금노산의 명령을 듣는 노예로 사는 것은 결코 저들이 원하는 삶은 아닐 게 분명했다.

진백천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모두를 구할 수는 없어. 그렇다면 저들에게 최소한의 평화를 안겨주는 게 최선이겠지.’

그러려면 남은 선택은 단 하나였다.

‘금노산을 죽인다.’

광인을 풀 방법 따위를 위해서 놈에게 베풀 아량은 싸그리 지워야 했다.

그리고 선택을 내린 진백천의 행동은 빨랐다.

질끔 감았던 눈을 뜸과 동시에 검을 뽑아 들며 탁상을 통째로 잘라냈다.

스걱!

날카롭게 솟은 검기가 금노산의 가랑이를 노렸지만 그 정도쯤은 막아내며 뒤로 물러섰다.

동시에 주변의 광인들이 파도처럼 진백천을 일시에 덮쳤다.

‘미안하지만 너희들까지 생각하며 싸울 겨를이 없다!’

파강식(破彊式).

검 끝에서 터져 나온 강기의 파도가 광인들을 거침없이 쓸었다.

진백천은 재차 검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금노산을 향해 뻗어갔다.

하지만 그 순간 몸이 무거워지며 몸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드드드득-

금노산이 부리는 십이금천각의 힘이었다.

‘겨우 이 정도로 나를 막을 거라 생각했다면 오산이지.’

진백천은 태허무극진결의 내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며 몸을 억누르는 힘을 이겨냈다.

그의 눈동자가 은은히 백색으로 일렁였다.

내력이 담긴 독고구검은 어느샌가 금노산의 목덜미 바로 아래까지 뻗어간 상태였다.

“허억! 이놈이!”

금노산은 진법의 힘을 이겨내며 다가오는 진백천에 경악하며 어울리지 않게 민첩하게 뒤로 물러났다.

이대로라면 겨우 가슴을 베어내는 게 전부였다.

‘아직 끝이 아니다.’

진백천에게는 여전히 놈의 몸을 꿰뚫을 공격이 남아 있었다.

진법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무엇보다 날카로운 비수였다.

호무살(虎武殺).

진백천의 상단전이 활짝 열리며 미간 바로 앞에서 두 자루의 비수가 만들어졌다.

달빛처럼 서늘하며 지독할 정도로 날카로운 비수였다.

두 자루의 비수는 그대로 공간을 찢어발기듯 금노산을 향해 쏘아졌다.

각각 심장과 머리를 향해서였다.

“허억!”

하지만 십이금천각의 진법으로 강해진 금노산은 정확히 비수를 알아봤다.

반사적으로 몸을 비틀며 오른손으로 용혼금제의 힘을 쏟아냈다.

그 덕분에 두 자루의 비수가 옆구리와 오른손을 잘라내는 것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젠장.’

여기까지가 겨우 단 한 호흡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안채가 박살이 나며 금노산은 튕겨 나가듯 십이금천각 사이에 놓인 권좌에 앉았다.

잘린 오른손과 꿰뚫린 옆구리에도 불구하고 안정을 찾은 듯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놈! 나를 죽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놓쳤구나!”

소란을 들은 광인들이 쉬지 않고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하나같이 전부 마검을 들고 있는 광인들이었다.

그 수가 무려 500명에 가까웠다.

“네놈이 어떻게 호무살을 사용했는지 몰라도 이것만은 약속하마. 살지도 죽지도 못하게 만들어 피 한 방울까지도 나를 위해 사용하게 만들어 주겠다. 알았느냐?”

그의 말에 반응하듯 12개의 황금 기둥이 점점 빛을 발했다.

그리고 진백천을 억누르는 진법의 힘도 점점 강해졌다.

파사의 기운이 담겨 있는 태허무극진결의 내력은 그 자체만으로 진법의 기운을 어느 정도 저항했다.

‘제법 몸이 무겁지만 그렇다고 버거울 정도는 아니야.’

성의 길이란 길에서 전부 나타나는 광인들은 끔찍했다.

마치 병정개미들처럼 일사불란하게 진백천을 노려보며 다가왔다.

진법의 힘에 영향을 받는 것은 유일하게 그뿐인 듯했다.

‘우선 금노산을 최우선으로 노린다.’

그가 재차 호무살을 날렸지만 한 발은 그 주변에 있던 광인이 몸으로 막아내었고, 나머지는 진법의 힘으로 사그라들었다.

광인들은 육탄으로라도 공격을 막으려는 것인지 금노산 주변을 에워쌌다.

‘아무래도 멀찍이서 공격하기에는 한계가 있겠어.’

죽은 광인의 몸에서 흘러내린 피가 황금 계단을 타고 흐르며 기괴해졌다.

“당장 저놈의 팔과 다리를 베어 내 앞에 대령해라.”

“네. 금왕이시여!”

외치는 목소리만으로 주변이 우웅- 거리며 울렸다.

광인들은 개개인으로 결코 진백천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아무리 마검을 들고 겁 없이 달려든다 해도 그들과 진백천 사이에는 하늘과 땅 만큼의 수준 차이가 존재했다.

그중에 그나마 유일하게 경계해야 할 이들은 갑옷을 입은 20명의 광인이었다.

능숙하게 검기를 뿜어내며 진백천의 몸에 칼을 꼽을 기회를 노렸다.

“어림없다!”

진백천이 강하게 진각을 밟자 주변의 광인들이 몸을 휘청이며 쓰러져나갔다.

그때 그의 시선으로 십이금천각 뒤편으로 몰래 움직이는 도홍경과 중혁의 모습이 보였다.

둘은 진백천을 제압하라는 명령이 떨어지자 광인들이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편하게 움직였다.

-형님. 진법을 부술 수는 없어도 잠깐이나마 약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신 조금 시간이 걸려요!

-얼마나?

-일식경(一食頃, 30분) 정도는 필요합니다!

-최대한 끌어볼 테니까 걱정 마.

진백천은 최대한 내력을 보존하며 광인들을 경계했다.

광인들을 밀어내며 버티는 것은 그에게 그다지 힘이 드는 일은 아니었다.

적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그를 향해 공격을 뻗을 수 있는 공간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고착되어가자 금노산은 못마땅해했다.

“쯧. 멍청한 놈들! 버러지 같은 놈들아. 몸에 칼을 박지 못할 거면 차라리 폭사(爆死)라도 해라! 함께 죽으란 말이다!”

금노산의 명령에 가장 앞에 서 있던 광인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설마?”

진백천은 거칠게 흔들리는 광인의 내력에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뒤편의 광인도 마찬가지로 몸을 떠는 중이었다.

“미치겠군.”

콰아앙!

진백천의 독백과 함께 광인들이 하나둘씩 폭사하기 시작했다.

내력이 크지 않기에 강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것만으로도 진백천에게 충격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생각보다 더 미친놈이군. 이들에게 폭사공(爆死功)을 심어놨다 이거지?”

폭사공.

말 그대로 몸을 폭파하는 수법이었다.

몸에 쌓인 내력으로 스스로의 몸을 터뜨리는 자폭의 수였다.

정신 멀쩡한 사람이라면 웬만해서는 절대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광인들은 금노산의 한마디에 망설이지 않고 달려들며 조금이라도 진백천에게 가까워지면 몸을 터뜨렸다.

콰앙!

피와 살점이 마치 비수처럼 진백천을 향해 뻗어왔다.

‘젠장!’

문제는 폭사공으로 터지는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그 틈을 타 검을 내지르는 20개의 마검이었다.

진백천이 폭사공에 의해 흔들리자 선명히 맺힌 검기가 그의 몸을 베어내기 시작했다.

-도홍경 아직 멀었지?

-아직입니다!

진백천은 바로 앞에서 터지는 광인을 피해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20명의 광인이 똑같이 뛰어오르며 검을 내질렀다.

검 끝에서 수십 가닥의 강기가 진백천을 향해 뻗어왔다.

전력을 다한 듯 강기의 다발은 단순히 밀어낼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크윽! 해보자 이거지?”

웬만해서는 단 한수로 이 모든 공격을 막을 순 없었다.

하지만 진백천에게는 아직 공개하지 않은 수가 존재했다.

한 자루의 검으로 사방 어디에서 뻗어오는 공격을 막아내며 상대의 힘을 빌려 공격을 되돌려 보낼 수 있는 초식.

‘심상세계에서 충분히 연습했다.’

진백천의 검이 허공을 헤엄치듯 부드럽게 나아갔다.

사방에서 뻗어오는 강기에 비하면 너무나 여유로운 움직임이었다.

파류식(破流式).

휘이이이익-

검신에서 뻗어 나온 기운이 강기와 폭사공으로 뻗어오는 뼈와 살점을 강하게 이끌었다.

흡자결과 비슷하면서 더 강력한 움직임이었다.

주변의 모든 것이 마치 물결처럼 진백천의 검로를 따랐다.

‘공격을 방향을 바꾸었으니 이제 튕겨내면 될 뿐!’

검로를 따라오는 진백천의 내력이 파르르 떨리며 들끓었다.

하지만 흔들리되 무너지지는 않았다.

“하앗!”

진백천은 강하게 기합을 터뜨리며 공격을 밀어냈다.

파바바바밧!

각각의 강기와 뼈와 살점은 자신을 쏘아냈던 그 자리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물론 진백천의 내력이 담겨 조금 더 강하고 폭력적이었다.

하늘에서 쏟아진 파류식의 폭격에 광인들의 몸이 거칠게 흔들리며 피를 쏟아냈다.

폭사공을 시전하려던 광인들은 그대로 목숨을 잃고 쓰러졌다.

하지만 그것도 강기를 뿜어냈던 광인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 이놈이!”

놈들은 자신이 쏘아냈던 강기 다발에 거칠게 베이며 전신이 핏덩이로 변해갔다.

지켜보고 있던 금노산마저 눈을 부릅뜨고 놀랄 정도의 어마어마한 위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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