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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회귀백서-292화 (292/346)

무림회귀백서 292화

99장 황금마전(黃金魔殿)(1)

진백천은 흑룡강에 도착해서 크게 놀랐다.

길림과는 전혀 달리 도시는 화려했고 상권도 몹시나 잘 발달되어 오고 다니는 이들도 많았다.

이렇게 놀란 것은 진백천만이 아니었다.

“얼마 전까지만 이렇게까지 번성한 도시는 아니었는데 특이하군!”

“우리야 도시가 크면 클수록 좋지 뭐 어떤가?”

상단의 사람들로 보이는 자들은 시끌벅적한 도시에 만족했다.

그의 예상대로라면 이 마음 자체는 황금마전이 인위적으로 꾸며놓은 곳임이 틀림없었다.

진백천은 객잔에 들어서며 주변을 살폈다.

혹시나 흘러들어오는 정보라도 듣기 위해 상단전을 활짝 열었다.

그러자 한 가지 특이한 점이 발견되었다.

주루와 객잔의 일하는 이들의 속마음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대체 뭐지?’

무공이 뛰어난 건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일반인들에 가까운 이들이었지만 마치 마음속이 검게 칠해진 듯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손님. 어서 오세요.”

감정 없이 웃으며 반기는 모습이 순간 인형처럼 느껴져서 역한 기분이 들었다.

“……큰 방으로 하나. 식사는 내려와서 먹지.”

“네. 알겠습니다.”

멀어지는 점소이를 보며 진백천은 이유 모를 위화감에 사로잡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감을 넓히며 객잔 주변을 살폈지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단순히 일하는 자들뿐만 아니라 돌아다니는 사람들과 술을 마시는 자들까지도 전부 다 똑같았다.

‘속마음이 전혀 들리지 않아.’

방금 큰 도시에 만족하며 들어섰던 이들만이 이곳의 유일한 평범한 자들이었다.

‘……기괴하군.’

“형님 왜 그러세요?”

“아무것도 아니야.”

눈치 빠른 도홍경 또한 점소이나 다른 이들을 보고 다른 점을 알아내지 못했다.

그렇다는 것은 술법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약물?’

하지만 약물치고는 다들 평범하게 웃고 떠들며 움직였다.

아무렇지 않은 척 술을 한잔 걸치고 있던 진백천은 기감을 날카롭게 하고 주변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얼핏 흑룡강성의 성주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진백천을 제외한 유일하게 평범한 일행이었던 자들이었다.

“뭐? 이곳의 성주가 그렇게 돈이 많다고?”

“물론입니다. 도시 사람들 전부가 그분에게 돈을 받고 일하고 있습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소문에는 성을 금으로 칠할 만큼 돈이 많으니 가히 금왕(金王)이라 스스로 칭한다고 했다.

더구나 마음에 드는 자들에게는 아낌없이 베푼다고 하니 돈을 쫓는 상단의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전부 혹했다.

“왜? 공자님께서도 성주님을 만나보고 싶으십니까?”

“소개시켜줄 수 있겠나?”

“당연하죠. 성주님께서도 공자님들을 보면 반가워하실 겁니다.”

‘이곳의 성주라면 황금마전의 주인인 금노산(金老山)일 확률이 높겠지.’

그들은 금노산에게 데려가려고 하는 모습이 꽤나 의심스러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들을 안내해 줬던 점소이가 진백천에게 다가왔다.

“공자님들. 식사는 입맛에 맞으시는지요?”

그는 주문하지 않은 고기볶음을 내려놓았다.

“고기볶음은 우리가 주문한 게 아닌데?”

“압니다. 공자님. 이건 흑룡강의 성주님께서 주시는 호의입니다.”

“성주?”

생뚱맞은 소리에 도홍경이 올려다보자 점소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사를 늘어놓듯 말했다.

전부 상단의 사람들에게 했던 것과 비슷한 내용이었다.

그 마지막은 결국 성주가 돈을 벌 기회를 줄 테니 한번 만나보는 게 어떻냐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지.”

진백천이 흔쾌히 알았다고 하자 점소이가 활짝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들을 지켜보는 시선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진백천은 괜한 의심을 사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술을 마시며 왁자지껄 떠들었다.

대신 속으로는 황금마전과 금노산에 대해 빠르게 짚어보는 중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놈들은 단지 더러운 짓을 아무렇지 않게 해대는 상단일 뿐이었지. 이렇게까지 특이한 일을 벌이는 놈들은 아니었어.’

아무래도 이번 회귀에서 뭔가 다른 변화가 생긴 게 틀림없었다.

더구나 속마음이 읽히지 않는 이들에 대해서는 뭔가 떠오를 듯 말 듯 답답했다.

그렇게 한참 술을 마시던 도중 마침내 금노산과 관련된 새로운 단어가 불쑥 생각났다.

‘광인(狂人)!’

금노산이 부리던 노예들의 명칭이었다.

* * *

광인들은 말 그대로 미친 자들이었다.

금노산의 말이라면 불구덩이에도 뛰어들었고 어떤 명령이든 고민 없이 행했다.

그렇기에 광인이라 칭해졌지만 딱히 무서운 존재들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조금 전의 점소이와 마찬가지로 무공을 약한 자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에 무척이나 아쉬워했다고 했지.’

그의 마지막을 똑똑히 지켜본 고유빈의 말에 의하면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그 누구도 자신의 광인들을 이겨낼 수 없을 거라 소리쳤다고 했다.

결국 온몸이 잘리고 몇 번이나 으깨지고 나서야 죽음을 맞이했다.

‘만약 이번 생에서 그 변화가 빨리 와서 새로운 광인들을 만들어냈다면?’

터무니없는 의심은 아니었다.

실제로 흑룡강에서 이렇게 화려한 도시는 생겨난 적이 없었으니까.

진백천은 술에 취한 듯 일행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그제서야 그들을 지켜보던 시선이 사라졌다.

“후우. 끈질긴 놈들이네.”

진백천은 그 말과 함께 곧바로 술기운을 날려 보냈다.

도홍경과 중혁 또한 진백천을 따라 정신을 차렸다.

“이제부터 내 말 잘 들어.”

진백천은 그들에게 황금마전과 광인에 대해 말해주었다.

이 도시에 있는 이들이 전부 그러한 광인일지도 모른다는 것도 함께였다.

“광인이요? 어쩐지. 그래서 그렇게 기괴하게 웃던 거였나.”

둘은 도시 전체가 그렇다는 말에 소름이 끼치는지 슬쩍 창문을 닫아버렸다.

“내일 성으로 가더라도 긴장 풀지 말고 있으라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들은 방금까지 생겼던 들뜬 감정을 가라앉히며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점소이는 예의 그 똑같은 웃음으로 진백천의 일행을 깨웠다.

“공자님들. 성주님이 기다리십니다.”

“금방 내려가지.”

흑룡강성으로 향하는 이들은 진백천 일행뿐만이 아니었다.

도시 곳곳에서 그들과 비슷하게 소개를 받겠다는 자들이 줄지어서 성으로 향했다.

‘전부 평범한 이들이다.’

성문 앞에서부터 그들을 안내한 것은 흑룡강의 관리였다.

평범한 관리는 아닌 듯 허리춤에 칼을 차고 무척이나 거친 외모였다.

그뿐만 아니라 성을 지켜선 자들 또한 중원인들과 달리 거구에 몸도 우락부락했다.

‘소수민족들인가?’

“이쪽이다. 나를 따라와라.”

다짜고짜하는 반말에 몇몇의 사람들이 불쾌해했지만, 관리는 그딴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두꺼운 성문을 지나자 눈에 들어온 것은 화려한 장식물들과 황금빛 기둥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둥이 눈에 들어온 것은 그 겉면이 전부 황금으로 칠해져 있기 때문이었다.

“……대단하군. 대체 황금이 얼마나 많길래 저 기둥을 저렇게 다 바른단 말이지?”

하지만 그런 놀람은 겨우 시작일 뿐이었다.

작은 문을 지날 때마다 기둥이 하나씩 더 보였고 금노산이 머무는 성의 중심까지 들어갈 때쯤에는 총 12개의 기둥이 보였다.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오는군.”

“단순히 겉면만 칠한다 해도 몇 관이 들지 모르겠어.”

“소문대로 엄청난 부자인가 보군!”

그런 놀람은 곧 기대감으로 변했다.

사람들은 어서 빨리 성주를 보고 싶어 했지만 아직 또 하나의 문이 남아 있었다.

바로 거대한 황금의 문이었다.

실제 황금은 아니었고, 청동으로 만든 문에 도금을 한 것이었다.

“……저 문을 열 수나 있으려나?”

“문 두께만 봐도 일반적으로 열 수 있는 문이 아니야. 딱 봐도 장식품이군.”

그리고 그런 예상을 맞추듯 관리가 바로 옆에 난 쪽문을 열었다.

“이쪽이다.”

문 안으로 들어서자 눈에 들어온 것은 황금으로 물든 세상이었다.

멀리서부터 보았던 황금 기둥부터 바닥과 전각조차 전부 황금이었다.

그리고 기둥을 따라 황금의 계단이 위로 뻗어 있고 그 가장 높은 곳에는 황금의 권좌가 놓여 있었다.

금노산은 그곳에 앉아서 들어온 자들을 오연히 내려다봤다.

“금왕이시여! 손님들을 데려왔습니다!”

관리는 그를 보자마자 두 무릎을 꿇으며 소리쳤다.

금노산은 노인이라 불리기 힘들 정도의 거구의 남자였다.

그의 뒤편으로는 광인들로 보이는 무인들 수십 명이 줄지어 서 있었다.

도시에 있던 광인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내력이 느껴졌을 뿐만 아니라 황금 기둥과 계단에서 왠지 모를 꺼림칙함이 전해졌다.

“십이금천각(十二金天閣)에 온 것을 환영한다.”

단순히 말한 것만으로도 주변이 지잉- 거리며 울려댔다.

하지만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그의 온몸에 걸려 있는 황금 장신구였다.

‘이 내력. 확실히 평범한 성주는 아니야.’

그것을 느낀 것은 중혁과 도홍경도 마찬가지였는지 복잡한 시선을 보내왔다.

“모두 나에게서 황금을 받고 싶다고?”

그의 질문에 사람들은 하나둘씩 무릎을 꿇었다.

돈 앞에서는 자존심 따위는 져버린 지 오래였다.

“물론입니다! 어떤 일이든 시켜만 주십시오!”

“호오. 어떤 일이든? 너희들도 전부 말이냐?”

금노산이 두꺼운 금반지로 가득 끼운 손가락으로 뒤편의 이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렇습니다! 저희는 상단을 운영하는 자로서 어떤 것도 유통할 수 있습니다!”

“저희도 그렇습니다!”

“크하하하하! 황금을 위해서 어떤 것도 할 수 있다는 네놈들의 욕심이 피부가 저릿할 정도로 느껴져서 기분이 더럽구나! 참으로 죽이고 싶을 만큼!”

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금노산이 관리를 쳐다보자 광인들이 기다란 황금의 쟁반을 가지고 왔다.

쿠웅-

여럿이서 들지 않으면 옮기지 못할 만큼 크고 무거워 보였다.

“자. 그렇다면 이 금노산을 위해 얼마를 내놓을 수 있는지 앞에 꺼내놓아 보거라! 그 성의를 보아 나도 결정을 내려주지!”

“……지금 저희보고 돈을 내놓으라는 말씀이십니까?”

누군가의 질문에 금노산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당연하지 않으냐! 설마 이 금노산이 어중이떠중이들까지 받아줄 거라 생각한 것은 아니겠지?”

“……그, 그것은 물론입니다만…….”

“싫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저 문을 열고 나가거라!”

그가 가리키는 것은 두꺼운 황금 문이었다.

한마디로 나갈 생각은 말라는 뜻이기에 하나둘씩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꺼내놓았다.

대부분은 은자 100냥을 넘지 못했다.

“은자 100냥이라. 그것이 전부이더냐?”

“그렇습니다.”

금노산은 별말 없이 옆에 서 있던 광인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남자의 목이 잘려나갔다.

쟁반 위에는 돈 대신 머리가 올려졌다.

“흐흐흐. 돈이 없다면 머리로 대신하면 된다. 머리는 두당 금자 100냥으로 쳐주마!”

“……형님!”

도홍경은 갑작스레 벌어진 살인에 다급히 진백천을 쳐다봤다.

이대로라면 이곳에 있는 자들은 전부 목이 잘려나갈 것이 분명했다.

‘도시에 모여드는 이들을 이런 식으로 모조리 죽이거나 광인으로 만드나 보군.’

그들이 갖고 있는 것들은 전부 빼앗으면 그만이니 금노산에게는 일석이조였다.

이곳에 대한 소문이 그동안 나지 않던 것도 전부 살아 돌아온 자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제, 젠장! 나는 이대로 당하지만은 않아!”

그때 사람들 사이에서 누군가 검을 뽑아 들고 금노산이 있는 계단 위로 뛰어올랐다.

그만 붙잡으면 이 성을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제법 실력이 있는 자인지 계단을 밟고 나아가는 신법이 보통은 뛰어넘었다.

하지만 금노산은 여전히 여유롭게 그자를 내려다봤다.

‘마치 뭔가를 기다리는 듯한…… 설마?’

순간 십이금천각의 황금 기둥에서 기묘한 일렁임이 일어나더니 남자를 향해 쏟아졌다.

남자는 뛰어오던 그 자세 그대로 바닥에 처박히며 온몸이 으깨졌다.

“크하하하하! 멍청한 놈이 벌레처럼 으깨졌구나! 이놈은 머리마저 사라졌으니 금자 100냥치도 못한다! 다른 이들이 나눠서 내거라!”

‘진법!’

도홍경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술법의 대가인 그조차도 함부로 볼 수 없는 최상급의 진법이었다.

그것도 무척이나 잔악하고 강력했다.

-저거 해제할 수 있겠어?

-중원의 방식이 아니라 꽤나 시간이 걸리겠는데요? 저도 처음 보는 진법이라.

‘어쩐지 꺼림칙한 기운이 느껴진다 싶더니 진법이었다니. 아무래도 싸우는 건 최대한 피해야겠어.’

진법은 둘째치고 뒤편에 선 광인들의 실력도 모르는데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

“나설 자는 아무도 없느냐? 그렇다면 전부 목을 베어다 황금 쟁반에 올리는 수밖에!”

사람들은 금노산의 서슬 어린 목소리에도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금자 100냥을 품속에 넣고 다니는 자들은 드물었다.

그때 사람들 사이로 아무렇지 않게 걸어나는 자가 있었다.

‘쯧. 이들을 전부 죽게 만들 수는 없겠지.’

진백천은 쟁반 앞에 서서 거침없이 전표를 흩뿌렸다.

전표는 죽은 이의 피에 닿으며 점점 붉게 물들었다.

“대충 금자 1만 냥인데. 이 사람들 목숨값으론 충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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