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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회귀백서-290화 (290/346)

무림회귀백서 290화

97장 사냥꾼 소탕? 박멸!(3)

“정말이네?”

진백천은 궁귀를 따라 산사태가 일어난 계곡으로 향했다.

웅산이 제법 폭약을 많이 모아두었는지 폭발의 위력은 엄청났다.

계곡의 절반이 뒤집히며 원래의 모습을 완전히 사라졌다.

진백천은 그런 흙 사이에 박혀 있는 돌을 끄집어냈다.

한 측면이 황금색으로 반짝였다.

“여기가 금맥(金脈)이었다 이거지?”

“그런 것 같습니다.”

때마침 어둠이 가시며 새벽의 태양이 지평선 너머로 천천히 올라왔다.

흉측하게 파괴된 계곡은 곧 햇빛에 쓰이며 화려하게 반짝였다.

금을 함유한 돌들이 흙 사이로 빼꼼히 고개를 내민 상태였다.

‘흐음. 이 정도라면 광산이 세워질 게 분명해.’

“이 산의 주인이 있나?”

“제가 알기론 없습니다. 대신 오래전부터 교하 마을에서 관리를 해왔습니다.”

그곳을 떠올린 진백천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관군도 제대로 없는 곳에서 이런 금맥을 관리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괜히 흑도방파에 의해 암살당하고 홀라당 넘겨지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마을의 이장이 누구야? 아무리 저렇게 작은 마을이라도 큰 도시와 연락을 하는 자는 있겠지?”

“물론입니다.”

궁귀는 잠시 어색한 표정을 짓더니 자신이라고 소개했다.

“……아무래도 제가 마을의 이런저런 일을 처리하다 보니…….”

“그래? 잘됐네.”

진백천은 그 길로 곧바로 황실상단에 연락을 넣었다.

이런 금맥은 민간인보다 황실에서 관리하는 편이 제일 좋았다.

괜히 여러 놈의 이목을 끌어 위험에 처하는 것보다는 소유권을 넘기고 마을의 발전을 위하는 게 그들에게도 좋을 테니까.

다행히 셈이 빠른 궁귀는 진백천의 의도를 잘 알았고 그렇게 하기로 했다.

“어차피 단순 관리하는 업무였기에 소유권을 주장하기도 어려울 거야. 내가 말을 잘해놓을 테니까 너무 아쉬워 마.”

“네. 알겠습니다.”

순순히 대답하는 궁귀는 그런 것과 별개로 다른 의미로 진백천에게 또 한 번 놀랐다.

아무렇지도 않게 황실상단에 연락을 하더니 정말 하루가 안 돼서 관리들이 도착했다.

단순히 금맥을 확인하러 왔다기에는 그 규모가 상당했다.

“잠깐 이야기하고 올 테니까 마을 사람들 좀 다독여놔.”

진백천은 궁귀를 떼어놓고 관리들에게 다가갔다.

괜히 대화 중에 그의 정체가 드러나면 곤란했다.

“……표기장군!”

마차에서 뛰어내리듯 나오는 자는 다름 아닌 동창인 홍 내관이었다.

황실에서 그의 안내를 맡았던 자이기에 얼굴이 익었다.

그는 고유빈에게 직접 명령을 들었는지 붉어진 얼굴로 다급하게 진백천에게 고개를 숙였다.

“홍 내관. 오랜만이네, 안 본 사이에 더 좋아졌어.”

“과찬이십니다. 표기장군에 대한 이야기는 공주님에게 전부 들었습니다.”

홍 내관을 따라온 동창의 무인들은 마을을 훑어보고는 마뜩잖은지 그 옆에 직접 천막을 쳤다.

그리고 그곳으로 진백천을 모셨다.

“유빈에게는 어디까지 들었어?”

“표기장군께서 금맥을 발견하셨다는 말과 함께 그곳을 황실상단이 관리해 주셨음 했다는 말뿐이었습니다.”

거기에 진백천을 깍듯이 모시라는 말이 있었지만 굳이 그것까지는 말하지 않았다.

-……공주님의 태도로 볼 때 두 분의 연은 이미 이어진 것이나 다름없으니 부마가 되시는 건 확실하겠지.

그것뿐만 아니라 그가 황실로 조만간 복귀하면 관군을 지휘하는 대장군으로 임명이 될 것이란 것쯤은 기정사실처럼 떠돌았다.

홍 내관의 입장에서는 그의 눈빛 한 번만 숨소리 한번에도 파뜩 긴장하고 들어야 했다.

이러한 속마음을 모조리 들은 진백천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맞아. 괜한 어중이떠중이들이 나서는 것보다 황실에서 나서주면 확실하니까.”

진백천은 우선 금맥이 있는 장소를 알려주며 확인부터 하라고 말했다.

그가 보는 것과 전문가가 보는 것이 다를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금맥을 보고 온 황실의 사람들이 돌아왔다.

전문가부터 금맥을 확인한 자들 전부 다 흥분한 기색이었다.

“역대 최고로 큰 매장 규모입니다! 이 정도면 족히 50년 이상 쉬지 않고 파내도 문제없어 보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지질을 검사하고 땅을 파내봐야 하겠지만 지금은 웅선 그놈이 친히 박살을 내준 상태였다.

굳이 그럴 것도 없이 매장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흐음. 좋네. 덕분에 결론이 빨라지겠어.”

황실상단의 책임자는 홍 내관이었지만 실상은 진백천의 말대로 따르는 모양새였다.

“황실상단이 전적으로 금맥을 관리하고 대신 그 이익금에서 일할 정도는 마을의 발전을 위해서 써주었으면 하는데? 너무 적은가?”

진백천의 물음에 홍내관은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일 할은커녕 일 푼만 해줘도 지금의 마을보다 몇십 배는 더 좋게 꾸밀 수 있었다.

“그러면 광산 문제는 되었고. 혹시 모를 놈들이 괜히 끼어들지 모르니 이곳에 정도회 분타를 둘 거야.”

물론 그 유지비는 광산의 이익에서 충당할 생각이었다.

이것을 발견한 것이 진백천인데 굳이 무일푼으로 모든 것을 황실상단에 안겨 줄 마음은 없었다.

그리고 정도회 분타를 이곳에 두려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만이 아니었다.

‘정도회 분타가 이곳에 있으면 북해나 북쪽으로 향하는 상단들이 공격당하는 것을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겠지.’

더구나 북해와 흑룡강과 요녕으로 향하는 길목의 한 중심이니 분명 마을은 점점 크게 발전할 것이 분명했다.

이러한 것들만 생각해도 정도회가 이곳에 머무는 것은 충분히 타당했다.

또한 당천아라면 이러한 거점을 이용해 운룡상단을 효과적으로 운용할 터였다.

“그러한 것들은 전부 말씀하신 대로 전하겠습니다.”

홍 내관이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밖을 쳐다보자 곧 상다리 흐드러지게 차려진 음식이 들어왔다.

이런 외지에서 어떻게 준비했을까 싶은 것들이었다.

“표기장군을 모신다고 하여 특별히 유명한 숙수를 데려왔습니다. 물론, 마을 사람들에게도 잔칫상을 차려줬습니다. 무척이나 경사스러운 날이니 말입니다.”

“호오. 홍 내관 전에도 느꼈지만 역시 눈치가 빨라.”

“저야말로 영광입니다아.”

-후우. 표기장군께서 헐벗은 이를 돕기를 좋아하는 것은 이미 유명하지. 무리해서 재료를 사 온 게 이렇게 빛을 보는구나!

그렇지 않아도 새벽 내내 움직였더니 배가 고팠다.

진백천은 사양치 않고 눈앞에 놓인 음식을 천천히 즐겼다.

* * *

마을의 변화는 즉각적으로 일어났다.

황실상단이 고용한 인부들이 마을로 몰려와 사람들이 머물 집과 도로를 새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 비용은 전부 황실상단의 돈으로 이루어졌다.

이 같은 행동은 전부 진백천에게 잘 보이기 위한 홍 내관의 생각이었다.

그 덕분에 좋아진 것은 마을 사람들이었다.

“황실에서 우리가 살 집을 만들어 준다고?”

“그것도 모자라서 생업에 복귀하기 전까지 식량도 준다더군!”

당장 내일 뭘 먹을까 고민하며 사냥꾼들을 두려워하던 마을 사람들이었다.

이러한 걱정이 단번에 사라지자 몇몇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감사해 했다.

이것이 전부 진백천 혼자로 인한 변화인 것을 아는 궁귀는 새삼스레 막사를 쳐다봤다.

방금까지 그와 식사를 하던 곳이었다.

“……궁귀! 이게 다 어떻게 된 거냐? 황실은 또 뭐고 사냥꾼들은 어떻게 됐어? 아니, 애초에 건물은 왜 지어주고 음식은 대체 왜…….”

장수객이 궁금한 게 산더미인 듯 이것저것 중구난방으로 물었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그저 모든 것을 비밀로 하라는 진백천의 말만 있을 뿐이었다.

그저 장수객의 어깨를 두드리며 원래 머무는 집으로 향했다.

그곳도 곧 무너지고 새로운 집이 생겨나겠지만, 오늘 하루 술 한잔하기에는 충분했다.

“뭐냐. 왜 말이 없어? 설마 사냥꾼들이 머리라도 때린 거냐?”

“…….”

그리고 그 시간.

진백천은 홍 내관과 독대 중이었다.

다른 이들이 함부로 들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북해빙궁에 가 있던 동창 중 하나가 홍 내관이었다고?”

“네. 그렇습니다.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에 저는 빠져나왔습니다.”

이것은 진백천도 전혀 모르던 사실이었다.

단순히 태상장로 일행이 그곳에 있던 동창의 무인들과 궁주를 돕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북해빙궁은 어때?”

“최근 들은 소식으로는 태상장로와 그 일행이 붙잡혀 지하 감옥에 갇힌 모양입니다.”

“흐음. 궁주는?”

“저도 그 이후로는 제대로 소식을 듣지 못했습니다.”

송구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는 홍 내관의 말에는 거짓이 없었다.

그렇다면 북해빙궁의 일도 서서히 절정으로 다가가는 중이었다.

이대로 궁주가 죽는다면 그를 돕던 태상장로를 비롯해 전부는 처형당할 게 분명했다.

“흐음. 북해빙궁의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지. 그나저나 황실상단에서 하나 더 해줄 일이 있는데.”

“무슨 일이든 말씀만 해주십시오.”

“별건 아니고 황금 좀 사줬으면 해서.”

단순히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황금을 사달라는 말에 홍 내관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막상 그 황금의 양을 본 홍 내관은 그답지 않게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이게…… 다 황금…… 입니까?”

“맞아. 원래 여기 있던 인신매매 조직이 가지고 있던 건데 들고 가기가 힘들어서 말이지.”

해가 뜬 지금 와서 다시 보니 그 양이 어마어마했다.

생각해 보면 단순히 인신매매 조직으로 이만한 황금을 쌓기는 무리였다.

어쩌면 웅선은 이곳에 금맥이 있음을 알고 노예처럼 부리는 이들로 조금씩 황금을 캐냈을지 몰랐다.

“……전표로도 괜찮으시겠습니까?”

“황실상단이라면 충분히 믿고 받을 수 있지.”

홍 내관은 황금의 양을 정확히 세서 전표로 대신 계산했다.

그가 가지고 다니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해서 며칠이 걸려 전표를 받아 건네야 했다.

그 양이 무려 금자 10만 냥이었다.

“후우. 가볍게 좋네.”

말이 황금에 비해 가벼운 것이지 전표라고 해도 그만한 양이면 종이라도 무거웠다.

특별히 액수를 증액한 전표가 아니었다면 품속에 다 넣기도 힘들었다.

진백천은 가슴을 토닥이며 무척이나 기뻐했다.

다시 두툼해진 가슴만큼이나 마음도 풍족해진 기분이었다.

그는 기분 좋게 금자 10냥씩 꺼내 도홍경과 중혁에게 건넸다.

그간 고생한 것에 대한 값이었다.

“형님! 더 열심히 모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짜식들. 겨우 그걸로 뭘 그렇게 기뻐하냐.”

진백천은 대인배 같은 미소를 보이며 마을을 떠났다.

궁귀는 그의 마차가 사라질 때까지 멀리서 배웅했다.

“……흐음. 대체 저분의 정체가 뭐길래.”

“뭘 혼자서 그렇게 중얼거려?”

방금까지 새로 지어진 건물을 둘러보던 장수객이었다.

“또 저분에 대해 생각하는 거냐? 그냥 귀인이라고 생각하고 말아. 우리야 집도 새로 얻고 사냥꾼들도 없애줬으니 좋은 거지.”

“귀인이라.”

더는 고민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맞아. 귀인이지.”

궁귀는 그렇게 답을 내리며 뒤돌아섰다.

그의 시야로 환하게 웃고 떠드는 마을 사람들의 얼굴이 보였다.

전과 달리 무척이나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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