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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회귀백서-289화 (289/346)

무림회귀백서 289화

97장 사냥꾼 소탕? 박멸!(2)

궁귀는 나름 자신의 신법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진백천의 뒤를 쫓으면서 철저히 박살 났다.

“완전히 유령이나 다름없군.”

가볍게 산보나 걷는 모습과 다르게 아무리 뛰어도 그의 뒤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심지어 전혀 지쳐 하는 기색도 없이 나무 위에 서서 기다리는 친절함을 보이기도 했다.

“하암. 평소에 운동 좀 하지, 뭐 이렇게 느려?”

사냥꾼들을 향해 하는 말이었지만 궁귀는 그 말을 듣고 뜨끔했다.

“이것들이 향하는 방향이 근거지가 맞나?”

“……해천(解天)으로 향하는 것을 보면 맞습니다.”

“해천? 그 계곡의 이름인가 보지?”

진백천은 계곡이 보이는 방향으로 고개를 틀었다.

그리고 정말로 보이기라도 하는 듯이 어둠 속을 응시했다.

궁귀는 그 모습에 설마 보고 있는 걸까? 의문이 들었지만 차마 묻지는 못했다.

다만 진백천은 뭔가를 봤는지 피식 웃었다.

“웅선이라는 놈도 참으로 대단하네.”

“왜 그러십니까?”

“어떻게 자라왔으면 저렇게 사람의 생명을 함부로 생각할 수 있을까 싶어서.”

어둠 너머로 해천 계곡을 훑어보던 진백천은 어렵지 않게 웅선을 찾았다.

왜냐하면 그는 사냥꾼들이 실패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석문을 열고 분주히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위협할 진백천이나 누구라도 오면 언제라도 화약을 터뜨릴 수 있게 준비했다.

하지만 그의 행동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수하들을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베어 죽이다니.’

금마왕을 닮은 덩치와 창을 쓰는 겉모습이었지만 그 속은 좁아터진 모리배였다.

혹시라도 사냥꾼들이 자신을 쫓아 석문 뒤로 쫓아올까 봐 살수를 날렸다.

놈은 일부로라도 더 잔인하게 행동했다.

“쯧. 저런 놈은 그냥 죽이면 아까울 정도지.”

진백천은 안력에 집중하며 석문 너머의 길을 살폈다.

그 통로의 출구는 자신이 지금 있는 곳과 멀지 않았다.

순간 좋은 생각이 떠오른 그는 이대로 사냥꾼들을 쫓아가는 대신 궁귀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동안 저놈들한테 원한이 많이 쌓였지?”

“물론입니다.”

“사냥꾼놈들을 최대한 저 계곡에 숨어들게 만들어. 얼마 지나지 않아서 폭발할 테니까.”

“……폭발이라니 그게 무슨……?”

궁귀는 깜짝 놀랐지만 이어지는 진백천의 설명에 혀를 내둘렀다.

“……수하들까지 전부 죽일 생각을 하다니. 가히 끔찍한 자로다.”

“그놈은 내가 맡을 테니까. 사냥꾼들은 당신이 맡아. 화살 몇 발이면 금방 겁에 질려서 옴짝달싹 못 할 테니까.”

적어도 패배와 공포에 찌든 이 밤만큼은 더더욱 그랬다.

궁귀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냥꾼들의 뒤를 쫓았다.

그는 양떼를 모는 개처럼 능숙하게 사냥꾼들의 뒤를 재촉했다.

긴장이 풀릴 때쯤 어둠을 가르는 화살 소리는 신경이 곤두서기에 충분했다.

“궁귀가 쫓아온다! 얼른 계곡으로 가!”

“웅선님이라면 저놈들을 없애주실 거다!”

놈들은 그저 그런 희망 섞인 소리나 내뱉으며 어둠 속을 걸어갔다.

그리고 웅선은 그런 놈들을 내려다보며 석문 안으로 들어섰다.

그의 굴 앞은 이미 베어 넘긴 수십의 사체로 수북이 쌓인 상태였다.

“쯧. 한심한 놈들. 저렇게 꼬리나 달고 오다니!”

그는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곧바로 석문을 굳게 틀어막았다.

그리고 그 안에 수북이 쌓여 있는 화약에 불꽃을 붙였다.

치이이이익-

기다란 끈을 타고 화약을 터뜨리기까지 적어도 일다경(一茶頃, 15분)은 걸렸다.

그 정도면 놈들을 계곡으로 끌어들이고 자신은 빠져나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어떻게든 폭발에서 살아남았다고 해도 가파른 계곡에서 일어나는 산사태에서는 벗어날 수 없었다.

뒤늦게 자신의 굴로 들어오는 사냥꾼들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놈들은 사라진 웅선에 우왕좌왕하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멍청한 놈들.”

그는 사냥꾼들을 비웃으며 뒤돌아섰다.

한 번씩 땅을 밟을 때마다 몸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가 마침내 통로 끝에 도착해서 석문을 밀고 나왔을 때 거친 폭발음이 들리며 땅이 흔들렸다.

콰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은 그것으로 끝이 나지 않았다.

계곡의 파괴되었던 돌들이 비산하며 산사태가 되어 주변을 뒤엎었다.

만약 그 안에 있었다면 결코 살아남기 힘든 재해였다.

“쯧. 이 정도면 확실히 꼬리는 잘려나갔겠지.”

웅선은 진동이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나 무너진 통로를 만족스럽게 쳐다봤다.

그리고 익숙하게 자신이 미리 표기해놨던 바위를 향해 다가갔다.

“이거군.”

바위에 달라붙은 이끼를 떼어내자 아랫부분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가 이미 오래전에 봐두었던 철광석이었다.

그 누가와도 쉽게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바위가 필요했고 때마침 이것을 발견했다.

“단순히 땅 밑에 파서 물건을 숨기면 어떻게든 훔쳐가는 놈들이 생겨나기 마련이지.”

그게 아니더라도 그곳에 있는지 확인하다 보면 뱀 같은 놈이 보물을 노릴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그가 생각한 방법은 바위 밑에 물건을 숨겨두는 것이었다.

그는 창을 내려놓고 바위에 다가가 양손으로 아래를 붙들었다.

이 거대한 철광석을 완전히 옆으로 치우려면 그조차도 전력을 다해야 가능했다.

“흐으읍!”

전력을 다해 내력을 끌어올리며 앞으로 밀었지만, 바위는 조금도 꿈쩍하지 않았다.

점점 두 눈에 핏발이 서며 이가 갈렸다.

“끄으으윽!”

드드드득-

바위는 점차 그 밑이 들리며 조금씩 옆으로 밀려갔다.

그렇게 완전히 옆으로 치워졌을 때는 거의 반시진이나 걸렸다.

“허억허억. 힘을 많이 소비해서인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무겁지?”

웅선은 얼굴에 타고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땅을 파내자 곧 그가 숨겨두었던 금괴부터 그의 밑천이 드러났다.

위장하기 위한 호패와 차명으로 사두었던 장원들의 위치가 담긴 문서였다.

“흐흐흐. 이것들만 있으면 언제든 새 신분으로 살 수 있다.”

웅선은 흙을 파내고 금괴들을 집어 들었다.

그 양이 어찌나 많은지 흐린 달빛을 받아 주변이 반짝였다.

“내 보물들!”

“호오. 어지간히 모으기도 했네.”

그리고 웅선은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면서도 반사적으로 바닥에 내려놨던 창을 더듬거렸다.

하지만 창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거 찾냐?”

목소리는 방금까지 낑낑거리며 옮겼던 바위 위에서 들려왔다.

진백천은 놈이 바위를 옮길 때부터 그 위에 앉아서 놈을 내려다보던 중이었다.

평소보다 무겁다고 생각한 것은 당연히 그의 무게였다.

“……네놈은 누구지?”

“누구긴. 대충 짐작하고 있잖아?”

달빛에 등진 진백천의 얼굴은 검게 음영으로 가려진 상태였다.

웅선은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는 척하면서 그를 파악하려 했다.

-관군인가? 그건 절대 아니야. 설마 암살자?

놈은 생각대로 뒤가 구린 게 많은 듯 쉬지 않고 진백천의 정체라 생각하는 후보를 수도 없이 떠올렸다.

“잘 생각해 봐.”

“크흠! 네가 누군지는 몰라도 이 보물 중 일부를 나눠주지. 모르긴 몰라도 나를 죽이라는 의뢰금보다 수십 배는 많을 거다.”

“흐음. 많긴 많아.”

진백천이 긍정적인 대답을 하자 웅선이 그러면 그렇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뒤로 슬쩍 물러나는 척하며 허리춤의 단도를 뽑아냈다.

절독이 발라진 비수였다.

“자. 내려와서 황금을 가져가라. 나는 물러나 있을 테니.”

놈은 얼굴과 다르게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역시나 들려오는 속마음은 너무나도 뻔했다.

-내려와서 고개를 숙이는 순간 목덜미에 비수를 꽂아주마!

‘그러면 어디까지 추해지는지 확인해 볼까?’

진백천은 놈의 창을 들고 그대로 바위 아래로 내려갔다.

웅선은 자신 앞에 뚝 떨어지는 그를 보고 제법 놀란 표정이었다.

얼핏 호리호리해 보였던 몸은 자신보다도 훤칠했고 내려다보는 눈은 호랑이처럼 번뜩였다.

순간 자기도 모르게 주춤거렸다.

그에 반해 진백천은 성큼 다가오며 창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푸욱-

“창은 돌려주지. 너무 무거워서 별로야.”

“……고맙군.”

진백천은 씨익 웃으며 웅선의 보물을 뒤적였다.

황금 덩어리들이 섞이며 그 뒤의 다른 것들도 전부 드러났다.

“후우. 이렇게까지 모으려면 꽤나 힘들었겠어?”

“힘들었지.”

놈은 진백천이 마치 자신의 물건처럼 보물을 살피는 게 여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억지로 만든 미소로 얼굴이 떨렸다.

-……건방진 놈. 창을 준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지.

서서히 창끝으로 기운이 어리며 휘두를 기회를 엿볼 때 진백천은 놈의 얼굴을 향해 황금 한 덩이를 집어던졌다.

투욱-

단순히 던진 것이라고 하기에는 다분히 기습적이었고 공격이라고 하기에는 내력이 조금도 담겨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을 받느라 창에 애써 모았던 내력이 흩어져 버렸다.

“뭐 하는 거지?”

“아아. 그놈이 유난히 크고 빛깔이 좋아 보여서 말이지.”

“……그런데?”

눈치 빠른 웅선은 진백천의 말투에서 괜한 불쾌함을 느꼈다.

“뭐가 그런데야. 네놈이 목숨 대신 나누자며. 그게 네놈 몫이니까 가지고 꺼져.”

“…….”

진백천의 말에 웅선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과장해서 혼자 질 수조차 없을 정도의 황금과 보물 중에 황금 덩이 단 하나였다.

자연스레 얼굴이 일그러지며 쥐고 있던 창에서 내력이 거미줄처럼 피어올랐다.

“……네놈…….”

“창 휘두르면 죽어.”

단순히 경고라고 하기에는 담담한 말투였다.

그러나 금방이라도 창을 휘두르려던 웅산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흐음. 확실히 기감이 좋은 건가? 바로바로 반응하네.’

진백천은 오히려 놈이 화를 내며 달려들기를 바랐다.

어차피 살려 보낼 생각 따위는 없었기에.

웅산은 억지로 화를 가라앉히며 창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뒤돌아섰다.

-……보물 따위 목숨보다 소중하지 않으니…….

쐐애애애액-

하지만 놈의 속마음과 다르게 벼락처럼 뒤돌아서며 창을 내질렀다.

그의 뛰어난 기감도 보물에 대한 욕심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공기를 찢으며 뻗어오는 창은 확실히 위력적이었다.

진백천은 검을 뽑아 들며 옆으로 빗겨냈다.

드드득-

검신과 창날이 부딪치며 거친 불똥이 튀었다.

웅선은 진백천이 성큼 다가오자 재빨리 반대 손으로 비수를 휘둘렀다.

비수에는 스치기만 해도 온몸이 마비되는 절독이 묻어 있었다.

벼락처럼 떨어지는 그의 왼손은 정확히 가슴팍을 스치고 지나갔다.

스걱-

베이는 소리를 들은 그는 뒤로 물러나며 진백천 비웃었다.

“크큭. 잘난척하더니 꼴좋군. 곧 네놈은 살려달라고 빌게 될 거다.”

“내가 왜?”

“그거야. 내 비수에는 절독이…….”

하지만 말을 내뱉던 웅선은 문득 바닥에서 번뜩이는 뭔가를 발견했다.

바로 자신이 방금 휘둘렀던 비수였다.

그리고 그 비수를 자신의 왼손은 여전히 꽉 쥔 채였다.

“허억!”

그제서야 자신의 왼팔을 들어 올린 그는 손목이 잘려나갔음을 알아차렸다.

“대, 대체 언제?”

“재미없으니까 이제 슬슬 끝내자. 몸 풀 상대도 안 되는 것 같고.”

“잠, 까아안……!”

웅선은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듯 남은 손으로 창을 휘둘렀다.

“크윽. 내,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하지만 진백천은 놈에게 관심 없다는 듯이 그대로 뒤돌아서며 멀어졌다.

창은 그의 등에 닿지 못했다.

스걱-

대신 피륙이 갈리는 느낌과 함께 그의 목덜미에 붉은 실선이 그어졌다.

어떻게든 목을 붙잡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상처가 벌어지며 떨어져 나간 그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투욱-

아직까지도 멍한 표정의 얼굴은 데구르르 굴러 방금까지 자신이 파던 보물구덩이까지 가서야 멈췄다.

“쯧. 죽어서도 황금 사이로 기어들어 가네.”

그리고 얼마 뒤 계곡에 갔던 궁귀가 찾아왔다.

후련한 표정을 보니 사냥꾼들은 전부 처리가 된 듯 보였다.

그는 웅산의 머리와 황금 덩이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저게 다 뭡니까?”

“아아. 보물.”

진백천은 그중에 웅산의 머리만 발로 툭 쳐냈다.

궁귀는 황금빛이 주는 매료감에 잠시 멍하니 쳐다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이내 진백천에게 다급히 뭔가를 말했다.

“……계곡에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계곡에? 왜? 거기서 황금이라도 나온 거야?”

웃자고 한 소리였지만 궁귀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놀랍게도 웅산이 터뜨린 계곡은 금맥(金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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