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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회귀백서-288화 (288/346)

무림회귀백서 288화

97장 사냥꾼 소탕? 박멸!(1)

상단전은 더 이상 의념의 공간이 아니었다.

독립적으로 떨어져 있던 곳이 각각의 혈맥과 이어져 쉬지 않고 내력이 드나들었다.

변화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3갑자 정도 되던 천마신공의 마기가 1갑자 미만으로 줄어들면서 대신 태허무극진결의 내력이 5갑자까지 늘어났다.

묵직해진 기운이 전신을 휘돌 때마다 몸이 부웅 뜨는 듯한 기시감이 전해졌다.

‘과연 태허무극진결이야. 다른 기운들과 충돌이 전혀 없어.’

만약 천마신공의 마기가 주도권을 쥐었다면 깨어나기는커녕 그의 몸은 또 다른 전쟁터로 변해 버렸을 터였다.

진백천은 어쩐지 분노로 포효하는 검은 용이 떠오르며 실소가 나왔다.

‘쓸모없는 시간이 아니었다. 태천검을 점검하고 3초인 파류식(破流式)을 완벽히 익혀냈으니까.’

그것뿐만 아니라 마지막 4초를 위한 48번째 동작까지도 대략적이나마 알아두었다.

지금은 비록 무리라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파천식(破天式)을 시전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몸을 휘돌던 진기를 단전에 담자 마치 몸 안에서 작은 벼락이 치듯 떨려왔다.

‘……지금이라면 금마왕(金魔王)을 베어낼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었지만 이미 확신은 충분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극단적으로 늘어난 상단전으로 인해 호무살을 여러 번 사용해도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단순히 비수 하나만이 아니었다.

우우우웅-

진백천이 집중하자 그의 미간 앞에 두 개의 비수가 동시에 생겨났다.

전부 금마왕의 심장을 빗겨났던 물리력이 담긴 비수였다.

‘이렇게 만들어내는데도 그다지 어렵지 않아.’

그가 눈을 감고 내력을 풀어내자 비수가 바람에 사그라들듯 사라졌다.

그제서야 진백천은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완전히 파악을 끝내며 한가지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나는 강해졌다.’

그것도 지금까지 강해졌던 것보다 더더욱 더.

그리고 이러한 강함을 시험해 보기에 적절한 상대도 있었다.

‘사냥꾼들이라고 했지?’

궁귀에게 듣기론 결코 작은 크기가 아니었다.

그런 놈들 뒤에 어쭙잖은 놈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곳을 박살 내다보면 새로운 힘에 익숙해지겠지.’

그의 눈이 어둠 속에서 별빛처럼 반짝였다.

* * *

길림 해천(解天).

해발고도가 약 3리(里, 1,000m)가 넘는 산과 구릉에 연결된 가파른 계곡이었다.

그곳은 큰 풀과 작은 바위들로 덮여 언뜻 보면 미로와도 같았다.

그런 복잡함이 인신매매 조직이 이곳에 자리 잡은 주된 이유였다.

인신매매를 주로 하는 조직답게 그 규모가 상당했는데 이 넓은 계곡에 모여 있는 사냥꾼들의 수만 족히 100여 명이 넘었다.

인질의 수까지 합치면 200을 넘으니 마을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 계곡에서 거친 음성이 터져 나왔다.

“뭐라고? 흑갈이 죽었다고?”

곰 가죽을 뒤집어쓴 거구의 남자는 스스로를 웅선이라 불렀다.

원래는 산적질을 하다 이곳에 자리를 잡고 인신매매 조직을 만들었다.

원래 싸움을 좋아하고 잔인한 자라 사람을 죽이거나 매매하는 일에 어떤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했다.

“누가 흑갈을 죽였느냐? 궁귀냐?”

“궁귀가 아니었습니다. 처음 보는 자였습니다.”

“이름조차 알아보지 않고 왔단 말이지? 내 아우인 흑갈이 죽었는데도 말이야!”

웅선은 거칠게 포효하듯 소리치며 손에 들고 있던 뼈다귀를 휘둘렀다.

방금까지 뜯어먹던 노루의 다리뼈였다.

묵직한 내력이 담긴 뼈가 방금 말하던 사냥꾼의 머리를 그대로 으깨 버렸다.

“당장 가서 놈을 잡아 와!”

웅선이 다시 한번 소리쳤지만, 사냥꾼들은 땀을 삐질 흘릴 뿐 미동이 없었다.

그들이 가봤자 어차피 죽음뿐이라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진백천이 내뿜던 살기와 기세는 뇌리에 새겨질 정도로 강렬했다.

웅선은 그 모습을 보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나보다 그놈이 더 무섭다는 거구나! 그동안 가만히 있었더니 나에 대한 무서움을 잊은 것이냐!”

앉아 있던 자리를 박차며 벽에 박혀 있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그러자 박혀 있던 것이 뽑혀 나오며 굴이 잘게 떨렸다.

이내 그의 손에 들린 것은 기다란 창이었다.

웅선은 뽑힌 창을 거칠게 휘둘렀다.

스걱!

바로 앞에 있던 사냥꾼 둘의 목이 잘려나가며 머리가 허공에 떠올랐다.

그제서야 사냥꾼들은 굴 밖으로 뛰쳐나갔다.

혼자 남은 웅산은 언제 화를 냈냐는 듯이 자리에 앉으며 생각에 빠졌다.

“쯧. 궁귀보다 더한 놈이 나오다니. 대체 어떤 놈이지?”

단순무식하고 거친 겉모습과 달리 그는 무척이나 여우 같은 자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슬비도 제대로 피하기 힘든 이런 곳에 자리를 잡을 리 없었다.

“슬슬 이곳도 버릴 때가 된 것인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굴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곳에는 자신이 아니면 열 수 없는 거대한 석문이 존재했다.

그 석문 뒤에는 그가 꾸준히 모아온 폭약과 함께 계곡 밖으로 빠져나가는 통로가 존재했다.

관군이 쳐들어온다면 폭약을 터뜨려 전부 죽이고 자신은 통로로 유유히 탈출할 생각이었다.

“조직으로 벌어들인 돈이야 전부 금괴로 바꿔 외딴곳에 파묻어두었으니 걱정할 것도 없다.”

그만한 돈과 자신의 무력이면 이깟 조직 따위야 다시 세우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웅산은 아쉬운 듯 석문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어떤 놈이든 와봐라. 결국엔 이곳에서 산채로 파묻힐 될 테니.”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자신의 화려한 자리에 앉아 노루 고기를 뜯었다.

도망칠 통로 근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의 좁은 속내를 담대함으로 애써 감추며 말이다.

* * *

운기조식을 끝낸 진백천은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늘어난 내력과 달라진 몸 상태에 익숙해지기 위해 대주천(大周天)을 여러 번이나 반복했다.

겨우 내력조절에 감을 잡았을 때는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였다.

‘밤인가?’

얼핏 벌어진 나무 벽 틈으로 짙은 어둠이 보였다.

지금이라도 눈을 붙여도 되겠지만 진백천은 그러지 않았다.

아주 미세하게나마 전해지는 파공성 때문이었다.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안력을 집중하니 곧 사냥꾼들과 싸우고 있는 궁귀가 보였다.

‘내가 먼저 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알아서 와준다 이거지?’

사냥꾼들은 어둠을 틈타 마을로 몰려온 듯했다.

진백천은 귀신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도홍경과 중혁은 그간 피곤했는지 여전히 귀신처럼 자는 중이었다.

그들을 굳이 깨울 것 없이 혼자 움직였다.

‘어차피 해가 뜨기 전에 다 해결될 테니까.’

진백천의 신형이 궁귀가 있는 마을의 정문으로 향했다.

궁귀는 임시로 복구해놓은 목책 위에서 쉬지 않고 화살을 쏘아 보내며 마을을 지키는 중이었다.

‘사람들은 미리 한곳에 대피시켜놨나 보군.’

하지만 상황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뒤편에 멘 화살통에는 채 화살이 몇 발 남아 있지 않았다.

“궁귀의 화살이 무한정일 리 없다!”

“얼마 안 남았다! 멈추지 마!”

더구나 이번에는 사냥꾼놈들도 작정했는지 그 수가 끝이 없었다.

오합지졸이 섞여 있다고 하지만 어둠 속에 보이는 놈들만 해도 족히 수백 명이었다.

이대로라면 궁귀는 그렇다 쳐도 마을에 숨어 있는 사람들은 모조리 몰살이었다.

진백천은 슬슬 자신이 나서야겠다고 생각하며 목책 위로 올라갔다.

“저놈들은 한밤중에 왜 이렇게 몰려온 거야?”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궁귀가 흠칫 놀랐지만 이내 진백천인 것을 알고 고개를 숙였다.

“아무래도 아까 흑갈이 죽으면서 복수를 하려는 모양입니다.”

“흑갈? 머리에 문신 있던 놈? 그놈이 중요한 놈이었나?”

“저놈들의 수장인 웅선의 동생 같은 자였습니다.”

진백천은 웅선이라는 자에 대한 특징을 물었지만 궁귀도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다.

“놈은 계곡에서 단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겁쟁이 새끼네.”

혹시나 해서 둘러봤지만 어둠 속에서 그럴 만한 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자신의 수하들만 보내고 계곡에 틀어박혀 있음이 확실했다.

“우선은 저놈들부터 쫓아내고 보자고.”

“어떻게…….”

진백천은 궁귀의 물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목책을 밟고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사냥꾼들은 당당히 걸어오는 그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낮에 진백천을 보지 못한 이들은 겁대가리를 상실한 놈이 혼자 다가온다고 생각한 것이다.

“정신 나간 놈이군! 죽어라!”

사냥꾼 중 하나가 들고 있던 꼬챙이 같은 무기를 내질렀다.

그 끝이 갈고리처럼 휘어 있어서 한번 파고들면 빼낼 때 살점이 뭉텅이로 찢기는 잔악한 무기였다.

놈은 곧 고통에 비명을 질러댈 모습을 기대했다.

하지만 진백천의 몸이 희끗한다 싶더니 그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어느샌가 그의 손에는 꼬챙이 같은 무기가 들려 있었다.

“꼭 지들 같은 무기만 사용하네.”

진백천은 놈을 비웃으며 그대로 꼬챙이를 허벅지에 꽂아 넣었다.

“끄아아아악!”

그동안 그 많은 이들의 살점을 뜯어내며 웃어댔을 놈이 겨우 자신의 허벅지에 생긴 상처에 비명을 질러댔다.

진백천은 그것으로 멈추지 않고 꼬챙이를 잘 빼내지 못하게 끝부분을 옆으로 휘어 버렸다.

“네놈은 아무래도 천천히 고통받다 죽어야겠다.”

“자, 잠깐! 사, 살려줘!”

그 이후에는 마찬가지로 사냥꾼들을 똑같이 괴롭혀주었다.

철 그물을 든 놈에게는 똑같이 철 그물을 덮어주었고, 쇠사슬을 휘두르는 놈에게는 똑같이 쇠사슬을 휘둘러 주었다.

물론 놈들이 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힘이 들어간 상태였다.

“다들 한꺼번에 덮쳐라! 적은 겨우 한 명이다!”

“동시에 공격해!”

사냥꾼들은 이대로 당하기만은 억울한지 사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해왔다.

철 그물이 여러 겹으로 펼쳐져 하늘에 가득 찼고, 그 사이에서는 꼬챙이와 쇠사슬이 허공을 가르며 뻗어왔다.

“후우. 적당히 지들만큼만 상대해 주니까 기어오르는 꼴이 퍽이나 웃기네.”

진백천은 여유롭게 뒷짐을 지며 그저 강하게 진각을 밟았다.

콰아아앙!

제1초.

혈홍각출 시산육혼(血紅脚出 尸山肉魂).

붉은 피가 치솟니 시체와 영혼이 떠돈다!

심상세계에서 숙련도가 늘어난 것은 태천검뿐만이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덜하긴 했지만, 동자승에게 배운 혈강옥불상의 무공도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태허무극진결의 내력이 강해져서 그런지 그 특유의 사특함도 상당히 사그라들었다.

“허억! 지, 지진이다!”

“조심해!”

진백천의 강한 진각에 사방에서 달려들던 사냥꾼들이 휘청이며 바닥에 쓰러졌다.

하지만 그 뒤에 일어난 일에 비하면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진각으로 인해 갈라진 틈으로 검붉은 색의 가시가 솟구쳤다.

붉은 강기는 주변의 사냥꾼들을 모조리 꿰뚫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허공을 덮쳐오던 철 그물도 모조리 찢어냈다.

“……괴, 괴물……!”

검은 하늘은 순간 붉은 가시와 사냥꾼들의 피로 인해 노을처럼 물들었다.

곧 붉은 가시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은 진각을 밟기 전처럼 뒷짐을 진 진백천뿐이었다.

그 이외에는 모두 온몸이 꿰뚫린 채 바닥에 널브러진 상태였다.

‘확실히 강해졌어.’

담담히 생각하는 그와 다르게 주변의 살아남은 사냥꾼들은 전부 경악했다.

“저, 저런 자를 어떻게 상대하라고……!”

“다들 도망가라! 웅선님께 돌아가!”

살아남은 사냥꾼들은 각자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계곡으로 도망쳤다.

올 때와 다르게 사지 멀쩡히 돌아가는 이들은 겨우 십여 명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 그들은 진백천이 일부로 살려놓은 자들이었다.

‘굳이 힘들게 심문을 하지 않아도 이렇게 하면 우선인지 뭔지 한테 쉬지 않고 달려갈 테니까.’

진백천은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그들의 뒤를 쫓았다.

목책 위에 홀로 남겨진 궁귀는 잠시 멍하니 주변의 광경을 바라봤다.

“……엄청나군. 단 한 수에 이 많은 이들을 처리하다니. 천하제일인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그는 잠시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다 정신을 차리고 멀어지는 진백천의 뒤를 황급히 따랐다.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몰라도 그래야만 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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