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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회귀백서-285화 (285/346)

무림회귀백서 285화

96장 궁귀와 사냥꾼들(3)

진백천이 사라진 것을 안 중혁은 곧바로 궁귀를 따라가려 했다.

그런 중혁을 말린 것은 도홍경이었다.

“지금 이 몸 상태로 가서 뭘 어쩌겠다고? 우선 상처 회복부터 해.”

“……회주님이 위험합니다.”

“너보단 덜 위험해. 형님에게 위해를 끼칠 생각이었다면 이 자리에서 죽였겠지. 공손히 안고 간 걸 보면 그럴 의도는 없을 거야.”

공손히는 아니었지만 그의 말에 중혁은 다소 안정을 찾았다.

“지금은 조금 더 침착해질 필요가 있어.”

확실히 어른은 어른이었다.

도홍경은 중혁의 흥분을 가라앉히면서 냉철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둘이 가는 와중에 갑자기 공격이 쏘아졌다.

화살은 도홍경이 아닌 중혁을 노렸다.

만약 단순히 약탈을 하거나 살인을 하는 놈이었다면 쓰러진 도홍경을 가만히 두고 갈 리 없었다.

‘그렇다고 중혁이 누군가에게 원한을 샀을 리 없고…….’

도홍경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깃털과 몸을 꿰뚫었던 화살을 확인했다.

보통 활은 전략 물자로 민간에서 함부로 만들지 못했다.

“역시. 상대는 군부에서 머물던 자임이 틀림없어. 보통 사냥꾼들이 만드는 화살이 아니야.”

단순히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 만든 화살이 아닌 사람을 꿰뚫기 위해 만드는 군용 화살이었다.

이런 오지에서 직접 이렇게 만들 자라면 군부 출신이 아니고서는 말이 되지 않았다.

“……군부 출신의 인물이 우리를 왜 공격합니까?”

“상황을 비추어봤을 때 우리가 아닌 형님을 노린 걸 수도 있지.”

그렇지 않고서 도홍경을 살려주면서 진백천만 데려갔을 리 없었다.

이것 또한 오해로 인해 벌어진 일이었지만 거기까지는 짚어낼 수 없었다.

도홍경은 자리에 주저앉으며 짐에서 이런저런 물건들을 꺼냈다.

금창약을 비롯해 응급약품과 배를 채울 육포 따위였다.

“이리 앉아.”

도홍경은 입안에 육포를 밀어 넣으며 대충 붕대로 칭칭 감은 중혁의 상처에 꼼꼼히 금창약을 발랐다.

“이렇게 대충 하면 지금은 편해도 나중에 감염돼서 상처를 도려내야 할지도 모른다.”

중혁은 이럴 시간이 없다고 말하려다 대신 육포를 입에 넣었다.

급해지려는 마음을 도홍경과 같이 풀어내려 애썼다.

“급하면 될 것도 안 된다. 차라리 그 확실히 작전을 짜고 움직이는 편이 더 좋아.”

“……알겠습니다.”

금창약을 발라주던 도홍경은 벌써 아물기 시작하는 중혁의 상처를 보며 혀를 찼다.

구촉비전의 능력이라고 하지만 과연 괴물 같은 회복력이었다.

‘이 정도면 얼마 쉬지 않아도 되겠어.’

그에 비하면 자신의 상처는 감염이 안 되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도홍경은 아끼지 않고 금창약을 듬뿍 발랐다.

진통성분으로 인해 그나마 몸의 떨림이 멈췄다.

“움직이자.”

궁귀의 흔적을 따라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흔적은 작은 마을로 이어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척이나 평범해 보였다.

“저 안에 회주님이 계시겠죠?”

“그렇겠지. 좁아서 훑어보는 건 오래 걸리지 않겠어.”

문제라면 그들의 시선을 피해 진백천을 빼내는 것이었다.

고민에 빠진 도홍경을 보며 중혁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제가 놈들의 시선을 끌겠습니다.”

“위험해.”

“아니요. 이게 최선입니다.”

중혁은 상당히 아문 자신의 상처를 보였다.

“저는 형님과 다르게 아까와 같은 상처쯤은 별거 아닙니다. 제가 시선을 끄는 동안 회주님을 부탁드립니다.”

도홍경은 중혁이 왜 이렇게까지 무리하려 하는지 잘 알았다.

아마도 자신의 실수로 진백천이 이들에게 납치되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쯧. 알았다. 괜히 버티지 말고 적당히 살피다 도망쳐. 나 누군지 알지? 작정하고 움직이면 아무도 나 못 알아봐.”

도홍경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중혁은 어렴풋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회주님을 찾으면 내가 신호를 보낼게.”

“네.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둘은 찢어졌다.

도홍경은 은신부와 은형부로 몸을 감싸며 사라졌고 중혁은 정문으로 당당히 향했다.

그 전에 품속에 손을 넣어 정도회에서 나올 때 약왕단주에게 받았던 단약을 꺼냈다.

혹시 모르니 입안에 털어 넣으며 우물우물 씹었다.

몸 안으로 단약의 기운이 스며들면서 구촉비전의 내력을 한층 더 뜨겁게 날뛰었다.

“후읍.”

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마을 안으로 뛰쳐들어갔다.

이제 시선을 끌어야 할 때였다.

“허억! 누, 누구냐!”

목책 위에 나무 창을 들고 있던 자가 뒤늦게 중혁을 보고 소리쳤다.

하지만 그의 몸은 이미 마을 안으로 들어선 후였다.

사람들이 무기를 들며 그에게 다가왔다.

하나같이 무공을 익힌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일반인들이었다.

“이, 이놈! 당장 마을에서 나가라! 안 그러면 궁귀 어르신이 네놈을 혼쭐낼 것이야!”

“그렇게까지 약탈해갔으면서 또 와서 행패더냐!”

사람들은 모를 말만 소리쳤지만 그 와중에 궁귀라는 단어가 그의 귀에 칼날처럼 틀어박혔다.

“궁귀인지 뭔지 하는 자를 불러와! 그렇다면 가만히 물러가겠다!”

중혁은 다가오는 남자의 창을 단숨에 빼앗으며 한 손으로 우그러뜨렸다.

나무창이 단순히 손의 악력만으로도 산산조각 나며 부서졌다.

만약 그것이 나무창이 아니라 사람의 목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는 끔찍했다.

“시끄럽다! 이놈! 당장 납치해간 마을 사람들이나 돌려줘!”

화를 내야 할 사람은 중혁이었건만 오히려 사람들은 몰려들어서 소리를 질러댔다.

중혁은 차마 일반인들을 때리지 못하고 강하게 진각을 밟았다.

“나는 단지 그 궁귀라는 자와 보기만 하면 된다!”

쿠우웅-

전력을 다한 진각에 땅이 떨리며 사람들이 휘청였다.

“어엇! 다, 다들 물러서!”

그제서야 몇몇이 다급히 뒤쪽으로 물러서며 궁귀를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라졌던 이들과 함께 두건으로 머리를 감싼 남자가 나타났다.

등 뒤에 매진 활을 보면 그자가 궁귀인 듯 보였다.

“흐음. 네놈은 도망갔던 그 마인 놈이군!”

궁귀는 눈을 가늘게 뜨며 등 뒤의 활을 손에 쥐었다.

어느 틈엔가 그의 손가락에는 세 개의 화살이 끼워져 있었다.

“마인이라고? 어처구니가 없군.”

“잡아떼려 해도 소용없다. 네놈에게서 풍기는 기운이 마인임을 정확히 말해주니까 말이다. 아마도 풀숲에 숨겨놓은 그자도 네놈들이 납치하려던 거겠지?”

중혁은 마을 사람들도 그렇고 궁귀가 하는 말들이 도저히 이해가 안 갔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 자의 말에 따르면 회주님에게 별다른 해를 끼치진 않은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은 도홍경의 작전대로 그가 신호를 보낼 때까지 소란을 피우기만 하면 되었다.

“헛소리도 길군.”

궁귀는 중혁의 말을 시인으로 알아들었는지 옅게 웃음을 흘리며 사람들을 뒤로 물렀다.

“궁귀 어르신. 혼자서 괜찮으시겠습니까?”

“저놈은 맨손으로 나무 창도 박살 내던 놈입니다.”

“괜찮으니 모두 물러나시오.”

사람들이 멀찍이 떨어지자 정문에는 중혁과 궁귀만이 남았다.

둘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서로를 노려봤다.

“역시 마인 놈답게 상처가 벌써 나았군.”

중혁은 더 말을 나눌 생각도 없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빠른 몸놀림이었지만 궁귀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활시위를 놓았다.

3발의 화살이 각기 다른 궤적을 그리며 중혁을 향해 뻗어갔다.

쐐애애액-

‘가까이 붙으면 된다!’

활은 원거리 무기였다.

가까이 붙어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고 중혁과 같이 몸이 단단한 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랬다.

붉게 물든 눈이 뒤틀리는 화살의 궤적을 확인하며 몸을 비틀었다.

화살은 그의 살을 스치고 지나가며 붉은 실선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어느샌가 중혁은 궁귀가 서 있는 자리까지 도달했지만, 그는 어느샌가 멀찍이 떨어진 후였다.

허름한 나무집 위에 올라선 궁귀는 재차 활시위를 튕겼다.

연속해서 3발, 6발, 9발의 화살이 중혁을 향해 허공을 갈랐다.

삼재살(三災殺) 쾌(快).

방금과 다른 점이라면 화살의 촉이 어스름한 빛을 냈다.

내력을 잔뜩 머금은 화살이 유성처럼 중혁의 몸에 틀어박혔다.

“으윽!”

화살은 하나같이 중요한 급소를 노렸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중혁은 오히려 화살에 밀려났다.

그렇다고 해서 몸에 치명상을 입은 것도 아니었지만 답답한 건 매한가지였다.

‘이대로 피하기만 해서는 답이 없다!’

어떻게든 궁귀라 불리는 저자의 얼굴에 주먹을 한 방 꽂아 넣어야 직성이 풀릴 것만 같았다.

단약을 먹어 몸 안의 내력은 여전히 뜨겁게 들끓었다.

극도로 끌어올린 구촉비전으로 인해 상반신은 검게 물든 지 오래였다.

그는 뒤로 살짝 물러날 듯이 몸을 움츠리며 내력을 양손에 모았다.

우우우웅-

붉게 달아오른 눈동자와 함께 양손이 핏빛으로 일렁였다.

혈수인(血髓印).

콰아아앙!

구촉비전의 내력과 합쳐진 혈수인의 장기가 터져 나오며 주변이 순간 붉게 물들었다.

궁귀가 서 있던 나무집이 한순간에 폭발하듯 박살 나며 나무 파편이 튀었다.

“……혈수인?”

놀랍게도 궁귀는 나무 파편을 밟고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그것뿐만 아니라 중혁이 펼친 무공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아냈다.

군에서 나오기 전 대막에서 포달랍궁의 승려들을 마주친 적 있었다.

“네놈의 정체가 뭐지?”

검게 물든 몸과 붉은 눈은 누가 봐도 마인이 맞았다.

저런 무공은 마인들만 사용했으니.

“아무래도 네놈을 제압해서 이야기를 들어봐야겠구나.”

궁귀가 손을 화살통에 넣었다 빼자 들려 있던 나무 화살이 묵빛의 철화살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다음 수를 준비한 것은 중혁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전보다 더 강렬하게 두 손이 붉게 변해 떨렸다.

혈수인(血髓印).

삼재살(三災殺) 폭(爆).

화살과 혈수인의 강기가 부딪치며 폭발이 일어났다.

가까이 있던 목책과 벽이 박살 나며 맨바닥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궁귀가 쏘아낸 3개의 화살 중 1개는 여전히 남아서 중혁에게 쏘아졌다.

쐐애애애액-

중혁은 뒤늦게 그 파공성을 듣고 몸을 틀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방금 내력을 과도하게 쏟아부었던 탓에 몸이 굼떴다.

“크윽!”

콰아앙!

철화살에서 일어난 내력의 폭발로 인해 오른손이 만신창이가 되며 바닥을 굴렀다.

‘강하다!’

전력을 다했건만 가까이 다가가기는커녕 부상을 입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궁귀는 이때가 기회다 싶었는지 계속해서 화살을 쏘아 보냈다.

푸욱-

중혁의 몸 여기저기에 화살이 틀어박히며 고통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구촉비전으로 검게 변했던 몸이 서서히 원래의 피부색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것은 중혁의 한 수였다.

화살이 틀어박히는 부위를 보면 이 자는 지금 자신을 죽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기회는 놈이 다가올 때였다.

‘가까이 와라.’

중혁의 예상대로 궁귀는 몇 차례 더 화살을 쏘아내고는 가까이 다가왔다.

몸 여기저기에 화살이 박혔지만 중혁은 이를 악다물며 고통을 참아냈다.

이 정도야 추후 날릴 한방을 생각하면 별것 아니었다.

“흐음. 어려 보이는데 고통을 이렇게나 잘 참아내다니. 그 내력도 그렇고 특이하군.”

궁귀는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중혁을 확인하기 위해 천천히 다가왔다.

하지만 막상 바로 앞까지 몇 발자국 남겨두지 않고 자리에 멈춰섰다.

중혁이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서가 아니었다.

“휘유. 완전히 박살 났군. 크큭”

“네, 네놈들은?!”

무너진 목책 너머로 일단의 무리가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얼굴에 검게 새긴 문신들과 살기 어린 눈만 봐도 좋은 뜻으로 온 이들은 결코 아니었다.

“궁귀. 이렇게까지 문을 열면서 우리를 환영해 주다니.”

“…….”

“전부 죽기 좋은 날이네. 그렇지?”

그토록 궁귀가 경계하던 인신매매 사냥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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