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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회귀백서-275화 (275/346)

무림회귀백서 275화

93장 수상한 녹림채(3)

장내를 정리하자 진백천은 채주라는 놈을 데리고 산속으로 데려갔다.

혹시 모르니 표청과 다른 이들이 따르겠다고 했지만 그가 거절했다.

괜히 그가 하는 특이한 심문이 드러나면 그것 나름대로 불편한 상황이 벌어졌다.

적당히 어둡고 퀘퀘한 곳에 오자 놈을 나무에 칭칭 묶었다.

“뭘 또 그렇게 긴장하고 그래?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놈은 오히려 그 말이 더 무서웠는지 가볍게 몸을 떨었다.

밤 중에 표국의 모두를 죽이려 달려든 놈치고는 간이 작았다.

“흐음. 그러면 시범으로 먼저 하나 물어보지. 사림채(蛇林埰)의 산적이 맞나?”

진백천의 질문에 놈의 눈가가 바르르 떨렸다.

-어떻게 알았지? 설마 그들과 관련된 자인가? 아니라면 관군?

“잘 되네. 좋아. 지금처럼 적당히 겁에 질려 하면서 대답만 잘하면 될 거야.”

가장 먼저 질문한 것은 역시나 이들이 녹림이 맞는지부터였다.

안타깝게도 이들은 녹림이 맞았다.

그것도 사림채는 녹림 18채 중 7채에 속하는 꽤나 큰 산채였다.

“녹림이 어쩌다 표국의 사람들을 전부 죽이게 된 거지? 문주인 임백서가 알면 가만두지 않을 텐데?”

-……으으. 문주 따위 얼굴도 본 적 없다. 나도 그저 살기 위해 나선 것뿐이라고. 진짜 채주는 이미 반X신이 된 지 오래야!

놈은 웬일인지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밀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공포에 질린 듯한 모습이었다.

‘흐음. 진짜 채주는 이미 반X신이 되었다고?’

진백천은 몇 번을 질문을 통해 현재 사림채의 상황을 어렴풋이 알아냈다.

원래 있던 채주는 누군가에 의해 갈아 치워지고 지금 눈앞에 있는 놈은 단지 허수아비일 뿐이었다.

그저 누군가 시키는 대로 녹림의 옷을 입고 뛰어다니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오합지졸이었던 모양이군.’

“쯧. 진짜 녹림의 산적들은 어디 있냐?”

“……무슨 소리냐! 우, 우리가 진짜 녹림의 산적들이다!”

“헛소리 말고. 네놈 원래 녹림도 아니라며. 누군가한테 잡혀서 녹림 옷 입고 날뛰고 있는 거잖아. 그자가 누구냐니까?”

진백천의 질문에 놈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러면서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며 부정했다.

“누, 누가 뭐라 해도 나는 사림채의 채주다! 내가 저지른 짓이라고! 그만해!”

진백천은 겁에 질린 놈의 표정에서 뭔가를 깨달았다.

“흐음. 혹시 너를 허수아비로 세운게 마교냐?”

“……닥쳐! 닥치라고! 그 말을 하면……!”

남자는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며 숨을 쉬지 못했다.

다급하게 혈도를 짚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곧 코피를 쏟아내며 놈은 그대로 절명했다.

진백천은 과거에도 이렇게 죽는 자들을 여럿 봤었다.

‘마교의 금제수법.’

특정한 단어나 상황이 되면 머리에 심어둔 내력이 달아오르며 뇌를 녹였다.

내력이 강한 이들에게는 통하지 않아도 이자와 같이 어중간한 자들에게는 무척이나 효과적인 금제 방법이었다.

“이래서 그랬던 거군.”

그렇다면 아마도 표국을 공격한 다른 산적들도 금제되어 있는 것은 마찬가지일 터였다.

이런 식으로 허수아비를 세워서 사람들을 공격하고 분란을 일으키려는 속셈으로 보였다.

‘녹림의 짓이라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관군들도 나설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그때쯤이면 이미 진짜 사림채의 녹림도들은 죽고 없을 테고, 녹림과 관군은 서로 무기를 겨눌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마교의 입장에서는 잃을 게 없는 수였다.

“소문이 날 정도면 이미 꽤나 여러 번 이런 식으로 표국이나 상단의 사람들을 죽였을 테고.”

마교가 뒤에 있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이대로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 마교의 금제수법은 아무리 놈들이라 해도 함부로 사용하지 못했다.

지극히 고도의 수법이었고 사용할 수 있는 자들이 드물었다.

더구나 금제를 하는 도중에 상대가 반항하거나 시전자보다 정신력이 더욱 강하다면 오히려 당하는 것은 반대였다.

“금제수법을 사용하는 놈이라. 어떤 놈이지?”

진백천이 기억하기로는 대표적으로 마뇌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혹시나 전해져올지 모르는 반발력 때문에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정마대전까지 일어난 상황에 하릴없이 여기에 와 있을 리 없지.”

진백천은 사림천에 무작정 쳐들어가기보다는 조심스럽게 지켜볼 생각이었다.

그곳에 자리 잡은 마교를 알아내고 나서 천천히 진입해도 늦지 않았다.

표청에게 돌아간 진백천은 그와 최근 떠도는 소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역시나 생각한 대로 상단들 사이에서 이곳의 길목을 지나는 이들을 모조리 죽인다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고 했다.

‘역시나 마교측에서 소문을 내고 있나 보군. 대체 왜지?’

표청과 이야기를 듣다 보니 놈들의 목적은 그저 분란만이 아닌 듯 보였다.

소문까지 내면서 가짜 녹림도를 앞세워 죽이는 것은 오직 진백천이 지나가고 있는 이 길목뿐이었다.

요녕의 다른 길목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 길목의 끝에 뭐가 있길래?”

“길림(吉林)과 흑룡강(黑龙江)이요. 더 나아가면 북해가 있고요.”

하지만 길이 유독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이곳을 틀어막는다고 북해로 가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도홍경의 말을 들은 표청이 아니란 듯이 고개를 저었다.

“북해로 향하는 상단은 오직 이 길만으로 이동합니다.”

“왜지?”

“왜랄 것도 없이 북해까지는 이 길만이 이어졌습니다. 다른 길로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이 길만이 북해에 도달합니다.”

중원의 여타 다른 성과 달리 산지가 많은 이곳과 길림, 흑룡강은 길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더구나 상단이 물자를 싣고 달릴 수 있는 안전한 길은 더더욱 그랬다.

“북해로 가져가는 물품이 뭐지?”

“음식입니다. 말린 과일이나 육포, 절인 생선과 곡물입니다. 이건 비단 저희뿐만 아니라 모든 상단이 다 똑같을 겁니다.”

농작물이 나지 않는 북해에서는 음식물이 가장 값어치가 높았다.

그들은 이것은 북해의 특산물로 바꾸어 중원에 가져와 팔았다.

“만약 북해에 가는 상단이 막히면…….”

“북해의 사람들은 심각하게 굶게 될 겁니다.”

물론 그들도 상단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의 북해빙궁은 내전 중이었다.

상단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을 리 없었다.

‘놈들이 만약 북해를 굶겨 죽이려고 한다면 생각보다 이거 큰 문제겠는데?’

관군이 나서고 가짜 녹림도를 토벌한다 해도 적어도 한 달 이상은 소모되었다.

그때쯤 가서 다시 상단이 움직여도 북해까지 가는 시간을 생각하면 너무 길었다.

-도홍경. 사림채의 위치가 어떻게 돼?

-멀지 않습니다. 작정하고 달려가면 반시진이면 도달합니다.

‘그렇다면 우선 표협표국부터 안전하게 올려보내고 사림채로 가봐야겠군.’

그의 생각대로라면 산적놈들은 이대로 포기하지 않을 게 분명 했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동이 트기 전에 산적들은 또다시 몰려왔다.

대충 기습을 하려던 모양이었지만 이미 그들의 기척을 느낀 터라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았다.

“이놈들! 이번에는 어림없다!”

“아까의 복수를 하겠다!”

표청을 비롯해 표사들은 마차를 중심으로 둥글게 서서 효과적으로 방어를 했다.

산적들은 베어 쓰러지면서도 멈추지 않고 무기를 휘둘렀다.

“으으. 죽으라고!”

“네놈들이 죽지 않으면 우리가 죽어!”

몇몇 산적들은 겁에 질린 듯 두려움에 떨며 뒤돌아봤다.

그리고 이내 표사들을 향해 달려갔다.

표사들보다 뒤편에 있는 자가 더 두려운 탓이었다.

‘흐음. 저기에 누가 있길래?’

진백천은 일부러 나서지 않고 유심히 그곳을 살폈다.

수풀 속에서 지켜보는 이들이 존재했다.

산적들이 맥없이 밀리자 마침내 놈들은 여유롭게 걸어 나왔다.

흑의를 맞춰 입은 놈들이었다.

“쯧. 버러지들은 역시나 그분의 손길이 닿아도 버러지들이구나.”

“사람 고쳐 쓰는 게 아니라더니 그 말이 사실이군.”

전부 10명이었다.

그들을 보자마자 가장 놀란 것은 진백천도 아닌 중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놈들의 전신에서 피어나는 기운은 다름 아닌 구촉비전(口燭非典)이었다.

그가 익힌 것과 조금은 다른 내용이었지만 그 원류는 똑같았다.

놈들도 기묘한 동질감을 느꼈는지 사람들 사이에서 중혁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네놈은 뭐냐? 어디 출신인데 이곳에 이러고 있지?”

“아직 어린놈 같은데 책임자가 누구냐?”

그들은 당연히 그가 마교의 간자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중혁을 노려보며 물었지만 그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없었다.

대신 진백천이 그 앞으로 나서며 검을 빼 들었다.

“산적 새끼들이 무슨 말이 이렇게 많아?”

“뭐? 아직도 상황 파악 안 되는 놈이 있나 보군.”

본보기를 보이려는 듯 놈들 중 하나가 땅을 박차며 벼락같이 뛰어들었다.

긴장하고 있지 않았다면 진백천조차 당황할 만큼 빠르고 위협적인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일금영과 마화린을 상대하면서 구촉비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상태였다.

‘빠르고 몸이 단단한 것을 제외하면 별거 아니지.’

진백천은 오히려 한 발 더 앞으로 나서며 독고구검을 강하게 휘둘렀다.

놈은 그대로 검신을 붙잡고 일그러뜨리려 했지만 멍청한 판단이었다.

스걱!

날카로운 절삭음과 함께 둘의 동작이 멈췄다.

“……뭐지? 분명히 손에 잡혔는데……?”

놈은 자신의 손아귀를 멍하니 쳐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곧 붉은 실선이 그어지며 손바닥이 뚝 떨어졌다.

그리고 잘려나간 것은 손바닥뿐만이 아니었다.

투욱-

턱밑이 잘려 나가며 머리통이 바닥을 굴렀다.

아직까지도 멍한 표정의 얼굴은 흑의 놈들의 발치까지 가서야 멈췄다.

“네놈은 누구지?”

“나? 저승사자.”

“크큭. 팔 하나는 잘라놓고 시작해야겠구나. 전부 죽여라.”

놈의 명령이 떨어지자 숨어 있던 산적들과 흑의인들이 단숨에 달려들었다.

눈 깜빡할 사이에 진백천을 포위하며 손을 뻗었다.

“……형님!”

도홍경이 다급한 경호성을 내뱉었지만 막상 진백천은 그다지 긴장되지 않았다.

‘일금영(一禽影)에 비하면 턱없이 느려.’

그리고 부족한 것은 속도만이 아니었다.

방금 베어낼 때 느꼈지만 놈들의 몸은 그다지 단단하지 않았다.

적당히 빠르고 강한 정도라면 진백천에게 있어 평범한 이들과 다름없었다.

‘일금영은 베이지 않았기에 강했고, 마화린은 베어도 회복되니까 무서웠지. 하지만 네놈들은…….’

진백천은 땅을 박차며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순식간에 3장 높이까지 올라갔다.

“멍청한 놈! 이제 네놈이 도망칠 곳은 없다!”

“쫓아라!”

놈들은 독사 같은 눈을 빛내며 진백천의 뒤를 쫓았다.

두 눈이 중혁과 마찬가지로 붉게 물든 상태였다.

진백천은 그들을 내려다보며 조소를 내비쳤다.

“……너무 어중간해.”

그 말과 동시에 왼손으로 종마검을 뽑아내며 검을 휘저었다.

파강식(破彊式).

두 자루의 검에서 동시에 뿜어진 강기가 솟구치는 그들을 덮쳤다.

허공으로 뛰어올라 오히려 도망칠 곳이 사라진 것은 진백천이 아니라 그들이었다.

“크아아아악!”

“버텨라아!”

거친 외침과 달리 강기의 파도가 사라지자 숨이 붙은 이는 유일하게 단 한 명뿐이었다.

공격명령을 내렸던 자였다.

“허억! 단 일수에 마인들이 전부 죽었어!”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그들의 명령을 듣던 산적들은 모두 엉거주춤하게 서서 어쩔 줄 몰라 했다.

하지만 곧 누군가 무기를 버리고 도망치자 남은 이들도 그 뒤를 따랐다.

다시 사림채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금제가 발동할 일은 없었다.

진백천과 표협표국의 표사들도 굳이 그들의 뒤를 쫓지 않았다.

“이겼다아! 우리가 이겼다고!”

단지 이번 승리를 자축하며 기뻐할 뿐이었다.

그런 승리의 함성 속에서 진백천은 살아남은 흑의인을 끌고 산속으로 향했다.

반쯤 잘린 팔의 상처가 벌어지며 놈이 신음을 내뱉었지만, 손아귀의 힘이 풀리지는 않았다.

“끄으윽!”

“아직 우리는 다 끝난 게 아니잖아. 그렇지?”

차츰 지평선 너머로 해가 머리를 보였다.

그리고 그러한 배경으로 놈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토해내고 목이 잘려나갔다.

채 해가 다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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