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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회귀백서-265화 (265/346)

무림회귀백서 265화

90장 남녀쌍귀(男女雙鬼)와 부골오백조(腐骨五白爪)(3)

“……대단하군. 역시 악살신괴!”

“단번에 금지를 이렇게 뒤집어엎다니……!”

그 파괴력을 떠나 사기를 모조리 날려 버리는 특유의 기운은 따라 한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만큼 진백천이 익힌 내력심법이 정순하고 뛰어남을 의미했다.

그다음으로는 도홍경이 나설 차례였다.

“흐음. 이 정도면 얼마 걸리지 않을 겁니다!”

그는 품속에서 제마부(制魔符)를 꺼내 사방으로 집어 던졌다.

제마부는 스스로 불에 타오르며 금지로 퍼져 나갔다.

그나마 남아 있던 사기가 타들어 가며 땅속으로 숨어들었다.

치지지직-

도홍경은 목검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진언을 외웠다.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상단전이 열린 진백천의 눈에는 성령목부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을 명확히 알아봤다.

‘엄청나다.’

그것은 진백천이 사용하는 호무살의 기운과도 비슷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성령목부는 사특한 것들만을 몰아냈다.

도홍경은 천천히 금지를 돌며 사기를 한곳에 모았다.

이내 중앙에 모인 사기는 모두의 눈에 보일 정도로 검고 진하게 일렁였다.

“흐음. 지독하군. 저것이 금지에 쌓여 있던 사기인가?”

도홍경은 그 사기를 곧바로 없애려 했다.

하지만 곧 무언가를 생각한 진백천이 그를 말렸다.

“잠깐. 멈춰봐.”

“왜 그러세요?”

“사기는 언제든 없앨 수 있지?”

도홍경이 고개를 끄덕이자 진백천이 황보풍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남녀쌍귀를 잡을 함정을 만드는 게 어떠십니까?”

“함정?”

“네. 놈들이 살아 있으면 분명 어딘가에서 패악질을 부릴 게 분명할 테니까요.”

“놈들을 잡을 수만 있다면 우리는 환영일세.”

진백천은 사기를 다시 골고루 뿌리게 하고 땅을 정리했다.

그가 생각해낸 함정은 회귀 전에 남녀쌍귀를 사냥했던 자들이 했던 것이었다.

“남녀쌍귀는 무조건 이곳으로 돌아올 겁니다. 시체인 척하고 있다가 놈들을 덮치면 됩니다.”

“아무리 약해졌다고 하지만 저 사기에 무인들이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군.”

대화를 듣던 도홍경이 품속에서 부적 다발을 꺼내며 말했다.

“하하.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부적은 충분하니까 말입니다.”

“다행이군.”

황보풍은 이미 그의 부적이 사기를 어떻게 사그라뜨리는지 직접 두 눈으로 확인했다.

말이 나온 김에 황보세가의 무인들과 진백천은 곧바로 온몸에 부적을 붙이고 땅속에 몸을 숨겼다.

황보세가의 무인 10명을 비롯해 진백천과 중혁까지였다.

그중에는 황보풍도 함께였다.

‘몸을 아끼지 않고 나서는 게 과연 황보세가답다고 해야 하나.’

괜히 황충이 떠오르며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맺혔다.

-형님. 제가 지켜보고 있다가 놈들이 오면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알았다.

도홍경은 딱히 전투에 도움이 되지 않아 금지가 내려다보이는 나무 위에 몸을 은신한 채로 있었다.

과연 술법의 대가답게 인기척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진백천과 무인들은 숨을 죽인 채 기다렸다.

그때 문득 그는 부적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났다.

-그러고 보니 부적이 왜 이렇게 많냐? 만드는데 어려운 거 아니었어?

-무척이나 어렵죠. 계견(鷄犬) 소리가 없는 좋은 장소에서 며칠을 기운을 갈고 닦아야 겨울 부적 쓸 준비가 되니까요. 거기다 황금만큼 비싼 경면주사(鏡面朱砂)에 녹각교(鹿角膠)를 녹여 괴황지(槐黃紙)에 글자를 써야 하는데 한 장에 꼬박 3시진이 걸려요.

도홍경은 기다렸다는 듯이 부적 만드는 것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 재료를 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돈도 무척이나 많이 들었다.

더구나 부적이 햇빛을 받으면 효력이 저하되기에 항상 검은 종이에 감싸 몸 안 깊숙이 넣어놔야 했다.

-너 그만한 돈이 있었냐?

-제가 돈이 어디 있겠어요. 전에 형님 따라서 도박장에서 딴 돈으로 만든 부적이죠. 그런 의미에서 말씀드리는 건데…….

기다렸다는 듯이 말한 이유가 있었다.

진백천이야말로 움직이는 재화 창고 그 자체이니 조금이라도 돈을 받고 싶은 탓이었다.

-쯧. 걱정 마라. 황보세가에서 쓴 부적 만들 재룟값은 넉넉히 챙겨줄 테니까. 아끼지 말고 많이 만들어놔.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형님!

아끼지 말라는 물주만큼 좋은 이도 없었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도홍경을 생각해서 한 말은 아니었다.

마기자의 비동에 들어가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 마쳐야 했다.

‘이제 슬슬 그곳에 대한 소문이 퍼질 때도 되었지.’

단숨에 강호의 기세를 꺾어버릴 만한 거대한 함정이자 무덤이었으니까.

진백천의 생각이 이런저런 것들로 서서히 깊어질 때쯤.

도홍경이 멀리서 일렁이듯 다가오는 이들을 발견했다.

-형님! 놈들이 옵니다!

진백천은 서둘러 주변의 무인들에게 신호를 주며 기척을 숨기게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안개처럼 일렁이는 신형이 금지에 나타났다.

안개는 곧 형상을 갖추더니 두 명의 남녀로 변했다.

“오늘은 황보놈들이 꽤나 조용하군.”

“낭랑. 저번에 한바탕 난리를 쳐서 겁을 주워 먹었나 봐요.”

남녀쌍귀는 황보세가를 비웃으며 금지를 돌아다녔다.

그 모습이 마치 잘 익은 배추를 고르는 농부 같았다.

다른 점이라면 검게 물든 두 양손과 붉은 기가 맴도는 눈동자였다.

‘이미 광증(狂症)이 돋은 놈들이군.’

단숨에 초절정의 경지로 끌어 올려주는 마공에 부작용이 없을 리 없었다.

놈들 또한 사람의 썩은 뇌수를 빨아들일수록 서서히 미쳐갔다.

“이제 정확히 10명만 더 흡수하면 대성이에요.”

“잘 됐군. 전부 이 금지를 발견한 덕분이야. 소악마가 이럴 때 도움이 되다니.”

‘소악마?’

진백천은 두 번째 듣는 이름에 기척을 곤두세웠다.

인육귀(人肉鬼)도 소악마란 이름을 말했었다.

‘악인들의 악인이라고 했던가?’

“낭랑은 대성하게 되면 소악마의 말을 따를 거예요?”

“그럴 리가! 놈은 그저 어린애일 뿐이야! 놀이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우리도 전부 놈에게는 장난감 말이겠지.”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떠들어대던 그들은 마침내 마음에 드는 사체를 찾아냈는지 누군가 위에 섰다.

다름 아닌 진백천의 머리 위였다.

“이자가 마음에 드는군. 사기가 가장 몰려 있어.”

이건 우연이 아니었다.

도홍경이 사기를 흩뜨릴 때 가장 진하게 뭉친 곳에 진백천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었다.

“그럼. 나부터 시작하지.”

“네. 낭랑.”

까드드득-

놈이 내력을 끌어올리자 두 눈이 백안으로 변하며 오른손이 나무토막처럼 소리를 냈다.

검은 손톱이 길게 자라며 칼날처럼 날카로워졌다.

그리고 단숨에 진백천의 머리를 노리며 뻗어왔다.

“흐읍!”

하지만 그의 손이 파고든 것은 축축한 흙이었다.

진백천은 단숨에 땅을 파헤치며 솟구쳤다.

그것이 신호처럼 사방에서 무인들이 빠져나왔다.

“남녀쌍귀! 오늘이야말로 끝을 내자!”

황보세가의 무인들의 주먹에서 황금빛의 기운이 일렁였다.

그리고 그동안의 분풀이를 하듯 단숨에 주먹을 뻗어왔다.

황보세가가 자랑하는 벽력신권(霹靂神拳)이었다.

“함정이었구나!”

아무리 신법에 자신 있는 남녀쌍귀라 해도 수많은 고수 사이에 포위된 채 빠져나갈 수는 없었다.

낭랑이라 불리던 자는 여자를 강하게 밀쳐냈다.

“낭랑!”

벽력신권의 주먹이 남자의 몸에 일제히 틀어박혔다.

그동안 당한 기억 탓인지 그들의 공격에는 일말의 배려 따위는 없었다.

“커헉!”

피를 토하는 놈의 시선이 멀어지는 여자를 향했다.

“도망가.”

“쯧. 악인들 주제에 사랑놀음은!”

이들의 손에 죽은 자들만 족히 천 단위가 넘었다.

진백천은 반사적으로 뻗어오는 부골오백조(腐骨五白爪)를 피하며 양팔을 꺾어버렸다.

우드드득-

양팔이 부러지며 덜렁거렸다.

“……이, 이 복수는 언젠간……!”

“닥쳐.”

진백천은 주먹을 뻗어 단전을 강하게 후려쳤다.

뭉쳐 있던 내력이 깨져 나가며 놈이 고통에 몸부림쳤다.

“끄아아악!”

굳이 이놈을 살려둘 이유는 없었지만 그런데도 살려둔 것은 황보세가의 분노가 더 크기 때문이었다.

이후의 일은 그들이 알아서 할 터였다.

그사이 여자는 안개처럼 변해 금지를 벗어났다.

“여자가 도망쳤네.”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이미 도홍경이 그 뒤를 따라붙었습니다.”

상단전을 열지 않으면 그조차도 파악 못 하는 도홍경이었다.

감히 남녀쌍귀 주제에 도홍경을 따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끄으으윽.”

황보세가의 무인들은 남자를 짐짝 끌듯 데려갔다.

“그럼 저는 나머지 한쪽도 잡아 오겠습니다.”

“부탁하겠네.”

진백천은 땅을 박차며 빠르게 도홍경이 남긴 흔적을 쫓았다.

* * *

남녀쌍귀 추묘령은 숨을 헐떡였다.

두 팔이 꺾이고 피를 흘리는 낭랑의 모습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개 같은 놈들. 어떻게든 사지를 찢어주겠다!”

어차피 부골오백조(腐骨五白爪)의 대성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대성만 한다면 황보세가의 무인들이고 그들과 함께 있던 놈이고 전부 두개골을 두부 부수듯 으깨 버릴 수 있었다.

“그러려면 서둘러 다음 희생자를 찾아야 한다.”

이곳에 남아 계속해서 수련을 하는 것은 위험했다.

가장 가까운 요화귀(火妖鬼)를 찾아 도움을 요청하는 편이 나았다.

“요화귀의 술법이라면 놈들도 쉽게 나를 찾을 수 없겠지.”

안개처럼 밤거리를 나아가던 그녀가 도달한 곳은 절벽이었다.

얼핏 보면 아무것도 없는 곳이었지만 자세히 살피면 수풀로 가려진 동굴이 보였다.

그곳은 남녀쌍귀가 머물던 은신처였다.

그녀는 재빨리 그곳으로 숨어 들어갔다.

“……흐흐흑. 낭랑. 조금만 기다려요. 내가 꼭 찾아갈 테니……!”

동굴 안에는 나무로 된 관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놀랍게도 그곳에 담긴 것은 금지의 흙과 살아 있는 사람들이었다.

남녀쌍귀는 금지에서뿐만 아니라 이곳에서도 희생자들을 가두고 부골오백조를 단련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실력이 늘 수 있었다.

까드득-

추묘령이 가까이 있는 무덤을 열자 반쯤 창백한 얼굴의 남자가 몸부림쳤다.

부패 되기는커녕 아직까지 멀쩡히 살아 있는 자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것 따위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손을 뻗어 머리를 움켜쥐었다.

검은 손가락이 두개골을 파고들며 정기를 흡수했다.

원래대로라면 하루에 한 명이여야 했지만 두 눈이 뒤집힌 추묘령에게는 그딴 건 중요하지 않았다.

“전부…… 전부 죽인다. 전부! 으흐흐흐”

그녀는 반쯤 광증이 돋은 채로 무덤을 전부 열어 정기를 빨아들였다.

어둠 속에 숨어서 그녀를 지켜보는 도홍경은 절로 토악질이 쏠렸다.

‘정말 미친 여자군. 으으.’

흔적을 곳곳에 남기며 쫓아왔으니 곧 진백천이 도착할 터였다.

그때까지만 지켜보고 있으면 되었다.

하지만 그때.

남은 이들을 전부 죽인 추묘령이 문득 얼굴을 찌푸리며 뒤돌아섰다.

그녀의 콧구멍이 벌렁거리며 천천히 도홍경 쪽으로 다가왔다.

“……이게 대체 무슨 냄새지?”

동굴의 입구에 도홍경이 서 있다 보니 그의 몸에 밴 향냄새가 바람을 타고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뒤늦게 도홍경이 물러났지만 광증에 휩싸인 추묘령이 포기할 리 없었다.

붉게 변한 눈동자로 연신 코를 킁킁대며 빠르게 그를 향해 다가왔다.

“누구냐! 누가 있는 거냐!”

푸욱!

그녀가 손을 휘두를 때마다 두꺼운 암벽이 두부처럼 뭉개졌다.

‘젠장!’

도홍경은 재빨리 천장 위로 달라붙었다.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자칫 살점이 뜯겨나갔을 터였다.

추묘령은 입구 앞에 서서 한참이나 숨을 몰아쉬더니 밖으로 향했다.

“……이럴 때가 아니야. 서둘러 요화귀(火妖鬼)에게 가야 돼. 시간이 없어.”

도홍경은 크게 안심하며 그녀를 따라 동굴 밖으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그를 향해 뻗어오는 것은 방금 나간 추묘령의 손아귀였다.

“허억!”

“역시 누군가 있었구나!”

검은 손톱은 정확히 그의 얼굴을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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