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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회귀백서-264화 (264/346)

무림회귀백서 264화

90장 남녀쌍귀(男女雙鬼)와 부골오백조(腐骨五白爪)(2)

진백천이 이들에 대해 아는 것은 당연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불과 5년만 지나도 이들의 이름이 강호 전역을 시끄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 첫째는 당연히 이들이 만들어낸 수많은 희생자 때문이고 둘째는 그들이 익힌 부골오백조(腐骨五白爪)의 사특함 탓이었다.

“아마 두 명이 함께 다닐 겁니다.”

“맞습니다. 남녀 한 쌍입니다.”

“놈들은 부부로 남녀쌍귀라 불리는 악인들입니다. 십대악인에 속하지만 그렇게 유명한 이들은 아닙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의 무공인 부골오백조는 아직 완벽하게 대성하지 못한 상태였다.

“양손을 단련해서 뼈를 부수고 살을 찢는 무공인데 그걸 익히는 방법이 무척이나 어렵죠.”

우선 살아 있는 사람을 붙잡아 근골을 부순 뒤 겨우 얼굴만 나올 정도로 땅속에 묻었다.

그렇게 파묻힌 희생자 천천히 썩어들어가며 부패 되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그 썩은 피가 머리 위까지 차면 남녀쌍귀는 자신의 손으로 두개골을 뚫어 그 사기를 흡수했다.

“……역겹네요.”

“역겨운 만큼 강한 무공이지. 1,000명의 사기를 흡수하면 양손이 도검불침이 될 뿐만 아니라 풍기는 사기만으로도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무공이니까.”

아마 황보세가의 무인들이 모를 뿐이지 금지에는 이미 산채로 파묻힌 희생자들이 한가득일 터였다.

온갖 기운이 다 뭉친 그런 곳을 남녀쌍귀가 놓칠 리는 없으니 말이다.

‘후우. 정마대전이 빠르게 시작되어서 그런지 이놈들도 벌써 나타났군.’

어차피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없애버려야 할 놈들이었다.

하지만 진백천이 마음속에서 일말의 의문이 생기는 점은 동월루도 그렇고 놈들의 활동이 너무나도 대외적이었다.

바퀴벌레처럼 항상 음지에서만 사박거리며 돌아다니던 전과는 무척이나 다른 모습이었다.

‘정말 뒤에서 조종하는 소악마라는 놈이 있기라도 한 걸까?’

고민이 생긴 진백천과 달리 황표는 무척이나 기뻐했다.

“……정말 잘 아시는군요! 혹시 제게 했던 말을 가주님께도 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물론이죠.”

그는 잔뜩 흥분한 상태로 방에서 빠져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가주의 초청을 받았다.

현 황보세가의 가주는 황보풍으로 황충의 첫째 아들이었다.

하지만 황충처럼 진취적인 인물은 아니고 수세를 더 좋아하는 온건한 인물이었다

“반갑군. 나는 황보풍일세. 정도회의 무사라고?”

“네. 맞습니다.”

진백천의 일행을 살피는 황보풍의 시선이 잠시 중혁과 도홍경을 살피다 떨어졌다.

어딘가 의문이 생긴 얼굴이었지만 딱히 표현하지 않았다.

“남녀쌍귀라고 했나? 그들에 대해 잘 안다고?”

“잘은 아니고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오기 전에 황표가 이미 말을 해놨는지 황보풍의 질문은 그저 확인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혹시 정도회에서도 이자들에 대해 알고 있나?”

“알고 있을 겁니다. 그 순위가 낮다 하나 십대악인에 이름을 든 자들이니 말입니다.”

“흐음. 알고 있다라. 그러고 보니 자네의 이름을 듣지 못했는데 알려줄 수 있겠나?”

그 순간 도홍경이 진백천을 홱하고 쳐다봤다.

그런 동작을 황보풍은 놓치지 않았다.

가주전에 있던 다른 황보세가의 무인들이 기세를 끌어올리며 그들을 압박했다.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놀란 황표가 무릎을 꿇으며 소리쳤다.

“……아버지. 이분들을 손님이십니다!”

“손님이라고 하나 찾아온 시기도 그러하고 기이한 구석이 있구나. 꺼릴 것이 없다면 이름을 왜 바로 밝히지 못하는 건지도 궁금하고 말이야.”

모두의 시선이 진백천에게로 향했다.

‘흐음. 어쩐다?’

이름을 밝히는 것 따위 어렵지 않았다.

다만, 이곳에서 정체를 밝혔다가 비밀이 빠져나갈지도 몰랐고 가명인 권진을 밝히는 것은 더더욱 문제였다.

‘같은 악인이라며 목이 베이지 않는 게 다행이겠지.’

그렇다면 남는 것은.

‘역시 그자뿐인가?’

진백천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검은 두건을 얼굴에 뒤집어썼다.

갑작스러운 모습에 황보세가의 무인들이 당황하며 기수식을 취했다.

혹시라도 더 수상한 짓을 취하면 곧바로 으깨 버릴 듯한 기세였다.

“지금 뭐하는 건가? 혹시 정도회의 무사가 아님은 인정하는 건가?”

“무사가 아닌 것은 인정하겠습니다. 다만 저는 적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제 이름이…….”

잠시의 침묵 뒤 진백천은 입을 열었다.

“……악살신괴(惡殺神魁)이기 때문입니다.”

“악살신괴?!”

황보세가의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이름이었다.

“악인을 베는 그 악살신괴…… 말인가?”

“맞습니다.”

“증거는?”

진백천은 그것을 물을 줄 알고 품속에서 한 장의 서신을 꺼냈다.

옥무기와 계약할 때 썼던 의뢰서였다.

그 밖에도 거지 아이들을 정도회로 보낼 때 작성했던 계약서도 함께였다.

“단순히 서류야. 가짜일지도 모르지.”

“서류는 가짜여도 일어난 사건은 가짜가 아니죠. 얼마 전에 안휘성의 마인들과 강소성의 동월루 사건을 잘 아실 겁니다.”

당연히 잘 알았다.

정도회의 혈사 이후로 가장 큰 사건이었고, 연달아 두 번, 인접한 성에서 벌어졌다.

“설마 그것이 전부 자네가 벌인 일이라는 건가?”

“정확히 말하자면 저는 진백천 회주님의 명령을 들은 것뿐입니다.”

“허허.”

가주인 황보풍을 비롯해 황표와 황보세가의 무인들은 쉽게 믿기 어려운 얼굴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거짓말할 구석이 없었다.

“……악살신괴가 진백천 회주의 수하였다니. 과연이라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진짜 악살신괴가 듣는다면 복장이 터지겠지만.

‘뭐. 죽기 전에 얼굴 한번 마주치겠어? 나쁜 일도 아닌데.’

진백천은 뻔뻔하게 어깨를 펴며 고개를 들었다.

이럴수록 더 당당하게 나가야 했다.

“흐음. 자네가 악살신괴라는 것은 믿겠네. 그렇다면 혹시 황보세가 들린 것도 남녀쌍괴란 악인들 때문인가?”

“그건 아닙니다. 정말 순수하게 조문을 하러 왔을 뿐이고 놈들은 우연히 알게 된 겁니다.”

“그렇군.”

황보풍은 잠시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고 이내 조금 더 온화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를 믿어보지. 우리와 함께 저 남녀쌍귀인지 뭔지 하는 놈들을 처리해 주겠나?”

진백천은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 * *

남녀쌍귀는 황보세가에서 상대하기 무척이나 까다로운 악인이었다.

우선 그 몸놀림이 무척이나 날쌜뿐더러 머리도 무척이나 약삭빨랐다.

상대적으로 몸이 굼뜬 황보세가로써는 쉽게 포위하기도 붙잡기도 힘들 터였다.

‘더구나 금지라는 점이 더더욱 그들의 발목을 움켜쥐었겠지.’

사특한 기운이 가득한 곳인 만큼 남녀쌍귀는 제집에 온 것처럼 날뛰었다.

하지만 반대로 황보세가의 무인들은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숨을 쉬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남녀쌍귀가 더 강해지기 전에 금지를 갈아엎어야 합니다.”

“금지를?”

어딘가 꺼려 하는 눈치였지만 진백천은 단호했다.

그들도 어렴풋이 눈치챘겠지만 그곳에 묻힌 시체는 이미 상당했다.

남녀쌍귀는 자신들의 부골오백조(腐骨五白爪)를 대성하기 전까지는 그곳을 떠나지 않을 터였다.

“최소한 땅을 뒤엎고 어느 정도 사특한 기운을 날려버리면 놈들로서도 당황하겠죠.”

“하지만 그것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야. 금지에 쌓인 사기를 없애려고 시도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매번 실패했다.

이쪽과 관련되어 뛰어난 이들을 비싼 돈을 주고 불러와도 소용없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 쪽에도 1인자라면 부족한 사람이 있으니까요.”

진백천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할 때 도홍경은 드디어 자신의 차례가 온 것을 깨달았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동시에 흑의를 자연스레 벗어던지자 누런 황의가 모습을 드러냈다.

옷에 새겨진 음양궤와 성령목검(聖領木劍).

위풍당당한 자세는 덤이었다.

“험험.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대모산파(大茅山派) 23대 장문인 도홍경이라고 합니다.”

그의 소개에 황보풍의 표정이 다시 한번 어지러워졌다.

“……허허. 모산파의 도홍경 장문인이셨군요. 어쩐지 악살신괴의 수하라고 하기에는 저와 비슷한 또래라 여겨졌습니다.”

“…….”

겨우 20살 갓 넘은 도홍경이었지만 그저 헛기침을 하는 것으로 넘어갔다.

장문인이 되고서부터는 외모 따위의 아주 사소한 문제는 무시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이가 있어 보이니 배분과 합쳐져 황보풍도 그에게는 말을 놓지 않았다.

“장문인께서는 정말 금지의 사기를 없앨 수 있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모산파의 술법이라면 그깟 사기쯤은 별것 아니죠.”

어딘가 믿음이 안 가는 허장성세 같아 보였지만 다른 건 몰라도 술법에 관해선 도홍경은 천재였다.

이미 한번 금지를 봤던 도홍경이 그렇다고 말한다면 그런 것이었다.

“그럼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지금 당장 가 보시겠습니까?”

황보풍과 황보세가의 무인들은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안내했다.

금지(禁地)는 황보세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존재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입구에 다가서는 것만으로도 짙은 사기가 일렁였다.

자칫 잘못해서 일반인이 그 안으로 발을 들였다가는 정신이 피폐해질 것이 분명했다.

“후우. 끔찍하군.”

“남녀쌍귀가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사기가 더욱 짙어졌어. 예전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지.”

도홍경은 품속에서 부적을 꺼내며 거침없이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금지 안을 샅샅이 살폈다.

“흐음. 그건 저 안에 시체가 상당히 파묻혀 있기 때문일 거예요. 그자들의 짓인지 몰라도 묻힌 지 얼마 안 된 이들이 많이 있어요.”

사기가 워낙 짙어서 살아 있는 사람들은 금세 부패 되고 썩어갔다.

그러니 남녀쌍귀가 눈이 뒤집히지 않고 찾아오지 않을 리 없었다.

도홍경은 진백천을 뒤돌아보며 말했다.

“우선은 땅을…… 뒤집어야 할 것 같은데요?”

“어느 정도로?”

“중앙이 완전히 파여서 끄집어질 정도로요.”

진백천은 괜찮냐는 듯이 황보풍을 쳐다봤다.

황보풍은 그 눈빛을 오해한 듯 대답했다.

“흐음. 그 정도면 시간이 제법 걸리겠지만 어렵지 않겠지. 지금 당장 지시를…….”

“아아. 그럴 필요 없습니다.”

진백천은 손을 휘휘 저으며 앞으로 나섰다.

지독한 사기였지만 그가 지닌 태허무극진결(太墟無極進結)의 내력이라면 이깟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파사의 기운은 마기뿐만 아니라 사기도 모조리 제거해 버렸으니까.

스르릉-

그가 독고구검을 뽑아 들자 모두가 미심쩍은 얼굴로 쳐다봤다.

황보세가의 그 누구도 저 사기를 뚫고 땅을 뒤집어엎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파사 즉 현정이라(破邪卽顯正)!”

그릇됨을 쫓고 올바름을 행하라는 그 말에 모두가 진백천을 쳐다봤다.

서서히 그의 검신에 내력이 맺히며 푸른 빛의 검강이 물결치기 시작했다.

“단번에 가자.”

파강식(破彊式).

검에서 쏟아진 검강의 파도는 그대로 하늘을 밝히며 금지를 파고들었다.

검강에 맞닿은 사기는 대항할 것도 없이 그대로 사그라들었다.

콰아아앙!

순식간에 땅이 터지듯 움푹 파이며 돌가루와 모래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단순히 그것뿐만이라도 모두가 놀랐지만 강기의 파도는 한번이 아니었다.

제2, 3의 물결은 쉬지 않고 금지 안을 굽이치며 바닥에 파헤쳤다.

드드드드득-

엄청난 모래 먼지가 사기와 휩싸이며 하늘 위로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것이 사라지자 금지에 남은 것은 묻혀있던 사체의 일부와 사기의 잔여물일 뿐이었다.

“후우. 이쯤이면 되나?”

진백천이 검을 집어넣으며 뒤를 돌아보니 황표를 비롯한 모두가 그를 멍하니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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