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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회귀백서-252화 (252/346)

무림회귀백서 252화

85장 옥무기가 시켰어(4)

한적한 시골에서 가야 할 곳을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한밤중에 유난히 화려하게 불꽃을 피어 올리는 곳은 마철방뿐이었으니까.

“어지간히도 통로가 길게 이어져 있었나 보군.”

진백천이 마철방에 도착할 때쯤 되자 도홍경과 중혁은 이미 그가 시킨 일을 끝마친 후였다.

털 만한 것들은 전부 챙기고 떠날 준비를 끝마친 후였다.

“형님! 무거운 철괴를 제외하고는 전부 챙겨놨습니다.”

“잘했어.”

진백천은 숨겨두었던 옥무기를 찾아 등에 업고 마철방을 빠져나왔다.

“그자는 누구길래 챙기세요?”

“성주의 아들. 우리 방패가 되어줄 놈이랄까?”

다음 날 아침.

안휘성의 성도는 새벽부터 소란스러워졌다.

사람들이 제일 많이 돌아다니는 길거리에서 흑의를 입은 세 명의 남자가 수레에 물건과 식량을 잔뜩 싣고 사람들에게 무료로 뿌려댔기 때문이었다.

처음에 의아해하던 이들도 그것이 계속해서 이어지자 환호하며 받아갔다.

“아니, 대체 누구시길래 이렇게 하신단 말입니까?”

“이건 전부 옥무기님의 명으로 하는 일이니까 감사 인사는 그분께 하시오!”

“옥무기님이라면…… 성주님의 아들 아니오?”

매일같이 술만 마시던 자이니 쉽사리 믿을 만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물건을 나눠주는 자가 그렇다고 하니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진백천은 일행과 함께 약탈한 돈을 전부 쓰고 나서야 자리에서 사라졌다.

객잔으로 돌아오자 침대에 공손히 누워 있는 옥무기의 모습이 보였다.

정신을 차렸는지 눈을 부릅뜨고 진백천을 노려봤다.

“후우. 왜 그런 눈이지? 우리가 돈까지 뿌려서 이름도 널리 알리게 해주고 좋잖아?”

옥무기는 마혈이 집힌 채 이곳에 누워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목소리를 전부 들었다.

자신이 전혀 모르는 돈을 뿌렸다는 이야기부터 기부 소식이 끊이질 않았다.

난생 처음으로 사람들이 자신에게 호의를 가졌지만, 머릿속에 든 생각은 경계심뿐이었다.

-대체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렇게 한 거지? 들리는 것만으로도 한두 푼이 아닌데.

기절하기 전의 기억은 단지 악살신괴가 자신을 기절시키던 것이 전부였다.

그가 이런 짓을 꾸밀 리는 없으니 제3자를 생각해 봐야 했다.

-설마 마교가?!

“마교는 아니니까 걱정 마.”

진백천은 그의 속마음을 들으며 검은 두건을 내렸다.

무명악인 권진의 얼굴을 본 옥무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혈을 풀어주자 그가 손가락으로 진백천을 가리키며 덜덜 떨었다.

“다, 당신이 대체 왜……?”

“왜? 설마 사람들한테 뿌려준 돈이 당신 돈일까 봐서 그래?”

진백천은 친히 그에게 물 한잔을 건네며 말했다.

“걱정 마. 그것 말고도 철마방 곳곳에 수북하게 쌓여 있었더라고.”

“뭐?! 그게 무슨 돈일 줄 알고! 전부 서장에 보내야 할 돈이다!”

“서장? 설마 당신…… 마교와 손을 잡은 건 아니지?”

진백천이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되묻자 옥무기가 이를 악다물었다.

눈치 빠른 도홍경이 옆으로 다가와 진백천을 도왔다.

“에이 형님. 차기 성주가 될 자가 마교 따위와 손을 잡았을 리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황실은 물론이고 정도회나 강호의 정파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요.”

“물론이지.”

진백천이 선택하라는 듯이 옥무기를 쳐다봤다.

하지만 그의 고민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아. 혹시 어제 봤던 마교놈들 때문에 걱정하는 거라면 하지 않아도 돼. 내가 계약대로 싹 다 죽여 버렸으니까.”

“……아무리 당신이라고 해도 환야루의 루주의 그 마인들은 전부 상대할 수…….”

“철마방에 숨어 있던 놈들은 내가 싹 다 죽여 버렸어. 사람이 아니라 두더지라면 빠져나올 수 있으려나?”

진백천의 확신 어린 말에 옥무기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쯤 되면 그가 정말로 환야루의 루주를 죽여주는 편이 나을 지경이었다.

대외적으로 보면 그가 마교를 배신하고 거둬들인 돈을 사람들에게 뿌린 것처럼 보일 테니까.

-아마 놈들이 이제 나를 노릴 테지.

“뭘 그리 오래 생각하고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싹 다 없애 버리자고.”

“겨우 당신들 세 명이서?”

진백천은 어깨를 으쓱였다.

“왜 세 명이지? 주된 마인놈들을 베어내는 것은 우리가 하고 나머지 잡졸들은 관군이 해야지. 안 그래? 무려 군수 물자를 빼돌리던 마교 놈들인데 말이야.”

“……그런 것까지 알고 있었나.”

이래저래 진퇴양난의 길목이었다.

거기에 진백천은 마지막 선택에 도움이 될 정보를 던졌다.

“아 참. 얼마 안 있으면 황실에서 철마방에 대한 조사가 나올 거야. 군수 물자를 빼돌린 것에 대해서 말이지. 모든 걸 걸고 마교편에 설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뒤통수를 크게 치고 나와 함께 할지 잘 생각해.”

“…….”

말이 선택이지, 다른 선택지 따위는 없었다.

“후우. 알았다. 관군을…… 동원하지.”

진백천은 겨우 말 따위를 믿지 않았다.

다시 한번 직인이 박힌 계약서를 작성하게 만들었다.

옥무기는 똥 씹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객잔 밖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진백천이 미리 불러놓은 관군들이 대기 중이었다.

‘옥무기가 나서서 처리하는 동안 나는 마인들만 정리하면 된다. 그러면 겉으로 드러나는 일도 없이 깔끔히 끝이지.’

말하지 않았지만 옥무기의 개인 재산을 날름 챙겼고, 나빴던 성내 사람들에 대한 인심이 좋아지니 그 또한 손해는 없었다.

추후 마교와의 틀어진 사이로 인해 피곤해질 것 따위는 진백천이 굳이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잠깐. 뭐 하나만 물어보지.”

옥무기는 이대로 도저히 갈 수 없는지 문 앞에서 멈춰섰다.

“당신 악살신괴가 맞긴 한 건가?”

“왜? 아니라면 누군지 알아낼 자신은 있고?”

그는 진백천의 얼굴을 머릿속에 새기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리고 곧바로 객잔 밖으로 나가버렸다.

“옥무기 공자님!”

전과 달리 그를 발견한 이들이 큰소리로 환호했다.

그는 어딘가 좋은 듯 아닌 듯한 반반 섞인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흐음. 형님. 저자가 정말 약속을 지킬까요?”

“지킬 수밖에 없으니까 저렇게 뿔이 났겠지. 이제 와서 마교와 연락을 하려 해도 다 끊어진 상태거든.”

마인들은 어제 몰살당하다시피 죽어버렸다.

환야루가 다시 가동되려면 루주가 새로 뽑히고 꽤나 시간이 걸릴 터였다.

어차피 지금으로써는 그의 앞에 뻗어진 손은 진백천의 것뿐이 없었다.

“호오. 역시 형님은 철저하시네요.”

오직 중혁만이 둘이 하는 대화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멀뚱멀뚱 쳐다봤다.

* * *

옥무기는 정확히 진백천이 예상한 대로 움직였다.

성으로 가는 대신 마철방으로 향해 환야루의 마인들과 연락하려 했다.

하지만 정말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그들이 숨어 있던 주변을 알아내 찾아갔지만 널브러진 시체만이 가득했다.

‘……환야루의 마인들이다!’

살아 있는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탈출구로 보이는 무너져 내린 통로에서 발밑으로 핏물이 흘러내렸다.

그 안에 깔린 이들이 얼마나 많을지 짐작이 되었다.

‘악살신괴의 말이 맞았다. 이제 마교와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어!’

그가 뭐라고 말하든 그들의 입장에서 옥무기는 이제 적이었다.

더구나 진백천에게는 그와 작성한 계약서마저 있으니 빼도 박도 못할 상황이었다.

“다들 잘 들어라.”

“네. 공자님!”

“성내에 마교의 간자들과 마인들이 있다. 놈들이 군수 물자를 빼돌리고, 아버님을 독살하려 한다.”

그의 말을 들은 관리들은 모두 고개를 갸웃거렸다.

옥무기가 그들과 손을 잡고 움직인 것은 그들조차 어렴풋이 알고 있던 것이었다.

마철방과 성내에 대기하던 마인들조차 그의 명령으로 대기 중이었으니.

하지만 이어지는 옥무기의 말은 정반대의 것이었다.

“당장 파렴치한 마인들의 목을 베어내고 아버님을 구해야 한다. 당장 군사들을 모집하고 싸울 준비를 해라.”

“……네! 공자님!”

눈치 빠른 관리들은 그의 말 한마디만으로 마교를 등졌다는 것을 눈치챘다.

“시간을 주면 안 되니 지금 당장 성으로 향한다!”

옥무기는 당당한 자신의 명령과 달리 무척이나 똥 씹은 표정이었다.

* * *

“관군이 움직였습니다!”

성 안을 주시하던 중혁이 다급하게 외쳤다.

쉬고 있던 진백천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검은 두건을 뒤집어쓰며 일어섰다.

“그럼 우리도 움직일까?”

“저희 목표는 마인입니까?”

“응. 관군만으로는 성주 주변에 있는 마인들을 처리하기 힘들 거야.”

진백천은 그들만 빠르게 처리하고 적당히 빠질 생각이었다.

물론 그 전에 쓰러졌다는 성주도 살펴보고 말이다.

그들이 담벼락을 넘어 안으로 쏘아져 들어갔을 때 보인 것은 서로 맞부딪친 관군들이었다.

“마교의 잔당을 처치해라!”

“웃기는군! 옥무기 공자가 반역을 하려 한다!”

“반역도당을 막아라!”

한눈에 봐도 누가 마교의 간자인지는 확실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옥무기의 군사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흘리는 피를 최대한 줄이려면 우리가 서둘러야 돼.’

진백천은 성주가 있을 안쪽으로 쏜살같이 나아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경에 거슬리는 마기가 느껴졌다.

유난히 몰려 있는 마인들은 갑작스러운 소란에 당황한 상태였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 관군들이 왜 갑자기 우리를 공격하지?”

“옥무기의 배반입니다!”

갑옷 차림의 거구의 남자가 손에 들고 있던 창을 바닥에 내리치며 분풀이를 했다.

콰드드득!

단단한 연무석이 순식간에 갈라지며 파편이 튀었다.

강한 완력만큼이나 특이한 것은 그자의 머리카락과 수염이었다.

햇빛에 반사되는 털이 금빛으로 빛이 났다.

‘흐음. 분명 어디선가 본듯한 외형이란 말이지.’

하지만 딱히 각인되었던 인물이 아닌지 기억이 나지는 않았다.

“쥐새끼 같은 놈이 감히! 흑미령은 별말이 없느냐?”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쯧! 지금 당장 작전을 폐기하고 서장으로 돌아간다!”

“성주와 다른 이들은 어떻게 합니까?”

“전부 죽여!”

거침없는 명령에 마인들이 바쁘게 흩어졌다.

“도홍경, 중혁. 나는 성주한테 가볼 테니까 나서지 말고 최대한 지켜만 보고 있어.”

“네. 형님.”

바로 대답한 도홍경과 달리 중혁은 어딘가 불만인 모양이었다.

마인들을 본 순간부터 두 눈에 불똥이 튀었다.

“아직이야. 괜히 부족한 실력 믿고 나서다가 다치지 말고 가만히 있어.”

“……알겠습니다.”

진백천은 그 대답을 듣고 거구의 남자 뒤를 따라갔다.

놈이 누구한테 갈지는 뻔했다.

“까아아악!”

전각 안쪽에서는 시끄러운 비명이 들려왔다.

그리고 마침내 뒤를 따라잡았을 때 침상에 누운 남자를 향해 창을 휘두르는 마인의 모습이 보였다.

‘어림없지.’

천지만독수(天支萬毒手).

검녹색의 장기가 짙은 독기를 뿜어내며 마인의 등허리를 강타했다.

놀랍게도 놈은 그 짧은 새에 기습을 간파하며 창을 휘둘렀다.

“누구냐!”

“몸이 제법 단단하군.”

진백천은 침상 옆에 서서 성주를 살폈다.

반쯤은 죽은 사람처럼 병색이 짙었다.

하지만 다행이라면 그나마 심신을 단련하던 사람이었는지 몸 안에 내기를 굳건했다.

‘독으로 억지로 몸을 무너뜨린 거야. 이것만 치유하면 일어나겠어.’

“네놈은 누구지?”

“알아서 뭐 하게?”

자연스럽게 나오는 반말에 남자의 미소가 짙어졌다.

창끝이 정확히 진백천의 한쪽 눈을 가리켰다.

“건방진 놈이군. 나는 금마왕(金魔王)이다! 내 소문에 대해서는 들어봤겠지?”

‘이자가 금마왕이라고?’

무려 강호 오왕(王)에 버금가는 마교의 오마(魔) 중 하나.

생각보다 거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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