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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회귀백서-246화 (246/346)

무림회귀백서 246화

83장 꼬리를 밟다(2)

역시나 그녀는 평범한 기생 따위가 아니었다.

옥무기가 이곳에 오는 것 또한 마교와 연결된 환야루의 기생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호북에서 봤던 기생과는 직위조차 다른지 풍기는 내력 또한 평범치 않았다.

실제로 그녀는 루주에게서 야화(夜花)라는 이름을 직접 받기까지 한 기생이었다.

‘바로 옆에 자리 잡아서 정도회를 노릴 기회를 보고 있다 이거지?’

남궁세가가 입을 다물고 있는 이유가 다소 궁금하기는 했지만 지금으로써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환야루의 기생은 잠시 침묵하더니 다시 필담을 이어나갔다.

-안휘성에서의 유일한 목표는 점거지 그 이하, 이상도 아니에요. 그러니 공동의 이익만 생각하면 돼요.

옥무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붓에서 손을 놓았다.

하지만 그의 속마음까지 멈춘 것은 아니었다.

-공동의 이익이라. 야화. 내가 네들의 더러운 수를 모를 줄 알고. 나를 꼭두각시 세워 안휘성을 쥐락펴락할 셈이겠지. 하지만 나 옥무기도 숨겨진 한 수가 있으니 우습게 보다가는 목덜미가 잘리는 것은 네놈들일 것이다.

‘숨겨진 한 수?’

그것이 궁금했지만 둘의 필담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저토록 당당한 것을 보면 평범한 것은 아니겠지.’

옥무기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야화가 그의 품에 안기며 정갈한 옷차림을 흩뜨렸다.

그것뿐만 아니라 얼굴을 비롯해 곳곳에 분칠마저 묻혔다.

“이대로 가면 의심하지 않겠어요?”

“추잡하군.”

옥무기의 비난에도 야화는 환하게 웃었다.

-매번 내가 묻히는 분가루에 중독성이 짙은 미혼약이 있으리란 생각은 못 할 것이다. 결국 네놈은 우리의 개가 될 거야.

서로의 생각을 감춘 채 그들은 헤어졌다.

옥무기는 그대로 관리들을 이끌고 성으로 돌아갔다.

목표가 야화를 만나는 것이 전부였는지 더는 술을 마시지도 않았다.

진백천이 방으로 가자 성으로 갔던 도홍경도 이미 돌아온 후였다.

“어땠어?”

“성이요? 심각하던데요.”

도홍경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성에 머무는 자들은 겉으로 티를 내지 않아도 서서히 바뀌어 가는 분위기에 불안해했다.

성주가 쓰러지고 그를 호위하던 이들이 전부 외부에서 온 이들로 바뀌었다.

바뀐 것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성주의 아들, 그러니까 옥무기가 업무를 대리하면서 세금을 올리고 금속 같은 물자를 전부 거둬들였대요. 그런 게 그것들이 정확히 어떻게 쓰이는지도 모르는 모양이에요.”

“한마디로 뒤가 구리다 이거군. 어디로 흘러가는지는 모르고?”

진백천의 물음에 도홍경이 씨익 웃었다.

“제가 누굽니까. 바로 대모산파의 23대 장문인 아닙니까! 성주의 침소까지 몰래 기어들어 가서 관련 서신을 가지고 나왔죠!”

그것은 거둬들인 철을 어디에 보내고 처리할 것인지 적어놓은 명령서였다.

성주가 아닌 업무 대리인 옥무기의 명이었다.

[……향후 칠주야 동안 성내에 있는 금속을 싼값에 사들이고, 상단을 비롯해 상인들에게는 세금을 부과…… 그렇게 모인 자금과 물자는 철마방(鐵劘房)으로 보내 무기와 장비로 만들어 옮긴다.]

‘철마방!’

원래 이곳에서 마주할 이름은 아니었지만 진백천에게 무척이나 익숙한 이름이었다.

말 그대로 철을 다루는 곳이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마교의 야금장이었다.

이곳에서 만든 무기와 장비는 마인들을 무장시킨 뒤 남은 것은 전부 서장으로 보낼 계획이었다.

‘야화의 점거지라는 말이 정확하네.’

더구나 안휘성은 황제가 머무는 북경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었다.

옥무기를 꼭두각시 삼아 이곳에 마인들을 모아 진격한다면 황실도 큰 피해를 입을지도 몰랐다.

‘흐음. 이건 단순히 지나칠 문제는 아닌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전처럼 금패 내밀고 단번에 쓸어버리시는 겁니까?”

“금패는 사용 못 해. 지금은 무명악인 권진이니까.”

만약 표기장군으로 나선다고 해도 정확한 물증 없이 심증만으로 그들을 처벌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그를 반기지 않는 이들에게 반감만 살 뿐이었다.

“더구나 벌써 행동으로 옮긴 놈들인데 황제 따위 무서워하겠어?”

“그건 그렇죠. 그렇다고 무작정 관군을 공격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렵네요.”

진백천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전혀 어렵지 않아. 어차피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도홍경과 중혁이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쳐다보자 진백천이 씨익 웃었다.

“약탈에는 약탈 아니겠어?”

피풍의 슬쩍 내리자 무명악인 권진의 얼굴이 드러났다.

과연 그 모습답게 악인다운 웃음이었다.

* * *

그날 밤.

짙은 검은색의 야의를 입은 세 명이 철마방의 높은 담벼락을 넘었다.

진백천은 중혁을 보고 남아 있으라 했지만, 그는 따라오겠다 고집을 피웠다.

하지만 과연 구촉무인답게 무척이나 경쾌한 움직임으로 잘 따라왔다.

도홍경이 그 모습에 놀라며 엄지를 치켜세울 정도였다.

-흐음. 생각보다 넓은데?

철마방은 더러운 짓을 하는 곳인 만큼 성도에서 떨어진 외곽에 위치했다.

곳곳에 순찰을 도는 무인들도 상당했고 밤임에도 낮처럼 밝았다.

이목을 숨기는 것은 도홍경의 은형부와 은신부의 도움을 받으면 별것 아니었지만 문제는 넓이였다.

-여기서부터 나눠서 찾아올까요?

-그러는 편이 좋겠어. 가장 먼저 찾을 건 역시 숨겨진 자금과 물자야.

-네, 찾으면 바로 이곳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중혁이는 여기 있어.

-저도 할 수 있습니다.

이번만큼은 진백천도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가 아무리 또래에 비해 신속하다 해도 도홍경과 진백천에 비하면 아니었다.

괜히 그가 늦어지면 문제만 생길 뿐이었다.

-지금부터는 시간 싸움이야. 너는 아직 너무 느려.

-제가…… 느리다고요?

중혁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쳐다봤지만 곧 사라지는 도홍경을 보며 눈을 꿈뻑였다.

한번 눈을 감았다 뜰 때마다 저 멀리 사라지더니 이제 보이지조차 않았다.

-……무슨 새도 아니고…….

-그러니까 이곳에 있어.

그리고 진백천도 소리 없이 뛰어오르더니 도홍경과 비슷한 속도로 사라졌다.

중혁은 사라진 둘의 자취를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나는 우물 안의 개구리였군.’

* * *

진백천은 도홍경과 정반대로 방향을 잡았다.

가장 먼저 살핀 것은 마인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일반 무인들에게 중요한 것을 지키게 시키지는 않겠지.’

그렇게 마인들의 움직임을 쫓아가다 보니 커다란 전각이 나왔다.

그곳 역시 한낮처럼 곳곳에 횃불이 놓여 있었다.

담벼락 위에서 유심히 그 안을 들여다보는데 얼핏 낯익은 얼굴이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흐음? 저자는 객잔에서 봤던 자 중 하나인데?’

술에 취한 채 지금이 너무 좋다고 웃어대던 놈이었다.

그자는 아까와 달리 긴장한 기색으로 객잔 안으로 들어섰다.

그 모습을 보고 진백천은 그곳에 뭔가가 있음을 직감했다.

조심스럽게 그의 뒤를 따라 전각의 천장에 달라붙었다.

그곳에 있는 것은 옥무기를 비롯해 그들을 따르는 관리들이었다.

“개 같은 것들. 나를 무시해도 정도가 있지. 뭐? 황제에게 상소문을 보내?”

성으로 돌아갔던 옥무기는 관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분노를 참지 못했다.

성주를 따르던 이들이 더는 그를 방관할 수 없다며 상소문을 보낸다고 협박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옥무기로써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후였다.

“이대로 물러나게 되면 환야루와 마교가 나를 가만둘 리 없지. 아니! 오히려 관리들을 전부 독살하고 통째로 집어삼키려 할지도 모른다.”

“……설마 그들이 그렇게까지 하겠습니까?”

“멍청한 놈!”

옥무기는 들고 있던 술잔을 관리를 향해 집어 던졌다.

술잔에 맞는 관리의 이마가 찢어지며 피가 흘러내렸다.

“아버지를 독으로 쓰러뜨린 게 누구라고 생각하냐? 네놈들도 정말 내가 그랬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나는 단지 그들의 제안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것뿐이다! 성주의 자리야 어차피 내 것이 될 테니까!”

“…….”

분노하던 옥무기는 불현듯 입가를 틀어막고 웃어대기 시작했다.

“크큭. 하지만 나도 당하지만은 않는다. 그 개 같은 것들을 막기 위해서 나도 검을 준비했지. 꽤나 날카롭고 잘 드는 것으로 말이야.”

“……그게 무엇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는 피식 웃으며 관리를 쳐다봤다.

분명 이들 중에서도 자신 말고 마교의 편에 선 놈들이 있었다.

굳이 그런 놈들에게 패를 먼저 깔 이유는 없었다.

“곧 알게 될 테니 궁금해하지 마라.”

그는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저으며 관리들을 뒤로 물렀다.

오로지 이 자리에서 진백천만이 그의 속마음을 엿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곧 들려온 이름에 그마저도 두 눈을 부릅떴다.

-마인들이 아무리 날고 긴다 해도 악살신괴(惡殺神魁)를 당해내진 못할 거다!

‘악살신괴라고?’

악인곡 앞의 수문장이자 악인들만 죽인다는 괴인이었다.

항상 검은색 가면을 쓰고 다녔는데 말 한마디 없이 악인이라 판단하면 그 누구든 상대를 죽였다.

악살신괴의 쾌속한 쌍검술은 일대일로는 결코 당해낼 자가 드물었다.

얼마 전 악인곡을 탈출하고 천마의 심장에 대해 이야기했던 식괴(喰怪) 또한 악살신괴의 검에 목이 베었다.

‘그자가 이곳에 왜 나타난 거지? 의뢰를 절대 받지 않는 자일 텐데?’

그 누구의 명령도 받지 않고 혼자서만 움직이는 자였다.

정(正), 마(魔), 사(邪)를 가리지 않고 악인만을 골라 죽이기에 딱히 세력이라는 것도 없었다.

회귀를 여러 번 거친 진백천이 유추하기로는 단지 구중천(九重天)의 가문과 연관된 무인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가 이곳에 온다면 확실히 마인들이 경계하기는 하겠지.’

진백천은 생각을 정리하며 주변을 살폈다.

성에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서 옥무기가 쉴 정도면 뭐라도 있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증명하듯 옥무기는 조심스럽게 앉아 있던 의자를 밀치며 바닥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드러난 작은 공간에는 그가 몰래 챙겨놨던 자금과 보물들이 한가득이었다.

“놈들의 배만 부르게 만들 수는 없지. 전부 마교놈들에게 들어갈 바에 내가 갖는 것이 더 유익할 테니까.”

‘쯧. 어떻게 하나같이 전부 이렇게 욕심만 가득하냐.’

진백천은 천장에서 소리 없이 떨어져 내리며 옥무기의 뒤편에 섰다.

단숨에 놈을 기절시키고 전부 챙겨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때마침 바람에 문이 덜컹거렸다.

뒤돌아선 옥무기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지며 주저앉았다.

서둘러 기절시키려던 진백천은 이어지는 옥무기의 말에 들어 올린 손을 멈췄다.

“허억! 서, 설마…… 악살신괴?”

“……어떻게 알았지?”

진백천의 물음에 옥무기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귀신 같은 몸놀림과 얼굴의 검은 가면. 그리고 마지막으로 쌍검을 찬 자라면 당신밖에 더 있을까!”

검은 가면이라기보다 두건이었지만 나머지는 얼추 다 들어맞았다.

옥무기는 말없이 가만히 있는 진백천을 보며 자신이 맞았다고 확신했다.

“더구나 내게 서신을 보낼 때 귀신같이 눈앞에 나타날 거라 하더니 사실이었군.”

진백천은 최대한 침묵을 유지하며 악살신괴인 척했다.

그러자 안달 난 옥무기가 먼저 서신의 내용을 언급하며 마교에 대해 말했다.

어쩐지 이 상황을 잘만 이용하면 마교와 옥무기 사이를 제대로 비틀어 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서신에서 언급하던 마인, 아니, 악인들이 한가득 있지.”

“……그중에 제일 머리가 있을 텐데?”

“아아. 그자를 말하는 거군. 흑미령(黑眉領)”

‘흑미령?’

환야루 루주의 또 다른 이름.

생각지도 못한 월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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