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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회귀백서-237화 (237/346)

무림회귀백서 237화

80장 심장의 비밀(3)

‘같은 천마의 심장을 가진 존재가 아니면 파괴하지 못한다고?’

그러고 보면 황음각에서 발견한 천마 제1분묘(天魔 第一憤苗)의 심장도 그것을 파괴하지 못해 보관해놓은 것이었다.

오죽하면 찾아올 천마를 대비해 무인들은 실혼인이 되어 그곳을 지켰다.

단순히 진백천의 파강식이 강해서 심장을 부쉈다고만 하기에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제야 조금씩 이야기의 아귀가 맞아가는 느낌이야.’

만약 정말로 자신의 몸 안에 있는 것이 천마의 심장이라면.

황충이 도대체 왜, 무슨 이유로 그런 짓을 했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회주. 이건 어떻게 된 거지? 그 기괴한 놈이 친위대장의 몸에 스며 들어간 건가?”

“저런…… 무공이 있다는 것조차 이해하기 힘들군.”

유일환과 검왕은 황충을 경계했다.

흰자 하나 없는 검은 동자는 절대 황충이 아니었다.

“무슨 말을 그렇게 섭섭하게 하지? 검왕은 내가 해준 배려를 잊었는가?”

황충은 그와 있었던 일에 대해 자세히 말하며 껄껄 웃었다.

눈만 아니라면 누가 봐도 황충 본인이었다.

하지만 그의 주변으로 마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마화린을 집어삼켰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정도였다.

“매화검수들은 들어라! 상대는 친위대장이 아니다! 검진을 펼쳐라!”

“네! 대사형!”

유일환이 단호하게 나서자 현강과 무당팔검도 마찬가지로 검진을 펼쳤다.

황충은 섭섭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 시선이 진백천을 지나 뒤편의 당소예를 향했다.

“소예야. 너도 내가 가짜로 보이느냐?”

당소예는 그를 경계하며 진백천의 옆에 섰다.

쌍적검을 쥔 손아귀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허허. 회주님이 사고 치면 나한테 몰래 다가와 이르던 것이 엊그제 같거늘!”

“……X랄하지 말고 그 몸에서 나오지?”

“회주님. 저입니다! 저 황충이란 말입니다! 그런…… 눈빛은 마음이 아픕니다!”

-크큭. 제가 직접 가슴을 갈라 심장까지 쑤셔 넣어드렸는데 너무하지 않습니까?

그의 의념이 진백천을 비웃었다.

사방에서 검진의 위력이 그를 압박했지만 이딴 것들은 아무짝에나 쓸모없었다.

자신을 죽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진백천뿐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황충을 몸을 차지한 놈도 진백천을 노리는 중이었다.

“우선 힘들겠지만 제압부터 해보지.”

“……팔 하나 자르는 것쯤은 황충도 이해해 줄 겁니다.”

진백천은 독고구검을 휘두르며 공격을 먼저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황충의 얼굴과 말에 마음이 약해질 것만 같았다.

카앙!

황충의 도끼와 그의 검이 맞부딪치며 진한 불똥이 튀었다.

“회주도 나를 붙잡아 근골을 자르고 심장을 빼내 봉인해두려는 것인가? 응?”

“X랄하지 말지?”

“크크큭. 회주가 뭔가를 기대하는지는 잘 안다. 하지만 이미 늦었어.”

금부일선(金鈇一線).

마기가 물결치듯 쏘아져 나가며 매화검수들을 쓸었다.

가장 앞에 있던 자의 팔이 잘리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황충의 무공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놈은 마화린일 때보다 몇 배는 더 강해져 있었다.

“단순히 제압은…… 힘들다!”

악다문 유일환의 외침은 설득이 아니었다.

눈앞에서 사제의 팔이 날아가는 고통은 절대 작지 않았다.

그것도 목숨보다 더 중요하다는 검수의 오른팔이었다.

“매화검진을 펼쳐라!”

“네. 대사형!”

매화검수들의 검이 황충의 근골을 노렸다.

두꺼운 몸이 베어져 나가며 핏물이 튀었다.

하지만 마화린 때와 다르게 검이 박히는 것은 깊지 않았다.

‘구촉비전과 저 지독한 마기. 거기에 황충의 몸이라니 제대로 상처 내기도 힘들어진 건가?’

그나마 검왕의 검이 깊게 등을 베어내고 뼈를 드러냈다.

“다음은 검왕을 집어삼킬까? 아니면 당소예를? 이런 식으로 회주가 소중히 여기는 이들을 전부 먹어치우면 어떨까?”

유유히 말하는 말투와 다르게 그의 도끼는 바쁘게 허공을 갈랐다.

부강에 휩싸인 무당팔검 중 하나인 현석이 피를 토해내며 뒤로 물러났다.

마기에 의해 내부가 진탕된 탓이었다.

그것은 그뿐만 아니었다.

“크윽! 마기가…… 너무 강합니다!”

“조금만 참아라!”

전부 내력을 튼튼하게 쌓아온 이들이었기에 망정이지 보통 이들이었다면 진즉에 쓰러졌을 터였다.

진백천은 이를 악다물며 황충을 쳐다봤다.

그에게는 아버지와 다름없는 존재.

자신의 가슴에 천마의 심장을 박아넣었는지 어쨌을지는 몰라도 아직까지는 그를 믿고 싶었다.

“황충. 정신 차려!”

진백천은 제일 앞으로 나서며 마기를 갈라냈다.

태허무극진결의 파사의 기운이라면 마기를 일부 사그라뜨릴 수 있었다.

“정신 차리라고!”

“이미 황충은 죽어서 없어졌다. 남은 것은 나뿐이다. 그리고…….”

순간 마기가 황충을 뒤덮었다.

재빨리 마기를 밀쳐내며 흩뜨리자 그 자리에는 황충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다른 이들도 곧!

진백천은 화들짝 놀라며 뒤돌아섰다.

황충은 하늘에서 벼락처럼 뚝 떨어져 내리는 중이었다.

그 아래에는 당황한 당소예가 보였다.

황충의 손에서 마기가 흘러넘치며 금방이라도 당소예를 집어삼킬 것 같았다.

“소예야!”

진백천은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곧바로 그녀를 향해 질주했다.

백면섬보(百面閃步).

전신에 내력이 스며 들어가며 과부화된 관절에서 뒤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빛이 번쩍하는 순간 진백천은 황충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하지만 그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그에게도 똑같이 손을 뻗었다.

-나와 하나가 되자! 진정한 천마를 위해!

황충의 왼손에서 흘러나온 것은 검붉은 액체였다.

마화린과 황충을 집어삼켰던 것이란 사실은 충분히 잘 알았다.

하지만 진백천은 물러설 수 없었다.

‘이대로 내가 물러서면 소예가 위험해!’

진백천은 이를 악다물며 독고구검을 뻗었다.

당소예의 몸을 뒤덮으려는 마기를 향해서였다.

스걱!

황충의 오른손이 잘려 나가며 마기가 사그라들었다.

-멍청한 놈! 끝이다!

검붉은 액체가 짐승의 혓바닥처럼 날름거리듯 뻗어왔다.

하지만 진백천은 그대로 몸을 내줄 생각 따위 없었다.

‘누구 마음대로 끝이냐!’

혈호폭 사천즉시(血湖爆 赦天卽尸).

피의 호수가 터지니 하늘마저 시체 앞에 엎드린다!.

혈강옥불상의 세 번째 초식.

피를 터뜨려 주변을 집어삼키는 괴이한 무공.

진백천은 그대로 자신의 오른팔을 터뜨리며 검붉은 액체를 밀어냈다.

다행히도 오른팔의 피로 일으키는 폭발력은 충분했다.

“크으윽!”

동시에 당소예의 비명이 길게 이어졌다.

“회주니이임!”

“……걱정 마. 아직은 괜찮으니까.”

투두둑-

괜찮다는 말과 달리 진백천의 얼굴의 하얗게 질린 얼굴이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살점 또한 터져나가며 오른팔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손가락 하나 제대로 움직이기 힘들었다.

‘젠장. 살아남기만 하면 약왕당주가 알아서 고쳐주겠지.’

진백천은 당소예의 앞을 지켜서며 독고구검을 들어 올렸다.

“후우. 네가 어떤 새끼인지, 뭔지는 몰라도 이거 하나만 기억해라.”

독고구검의 끝이 황충의 검은 눈을 가리켰다.

“어떻게든 네놈을 베어서 죽이고 만다.”

그의 단호한 말투에 황충의 얼굴에 웃음이 맺혔다.

평소 진백천이 이렇게 말하면 과연 회주답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그였다.

이번에도 그래 주면 좋겠지만 검은 눈은 조소로 가득했다.

-지킬 게 많은 너는 결코 나를 죽이지 못한다. 천마는 모든 것을 역행한 존재. 죽여야 할 것도 지켜야 할 것도. 전부 버려두고 역천해야만 도달할 수 있다.

황충은 있는 힘껏 뒤돌아보지도 않고 도끼를 휘둘렀다.

뒤늦게 다가오던 검왕이 부강에 맞으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다시금 진백천을 공격하려 했지만 도끼가 향한 방향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이었다.

스걱-

황충은 잘린 자신의 왼팔을 무심히 내려다봤다.

검게 물든 눈동자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투욱-

갑자기 비틀거리기 시작한 그의 두 눈이 제 색을 찾았다 검어지기를 반복했다.

“황충?”

“……심장을…… 크윽”

황충은 몸을 부르르 떨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베어 내십…… 그마아안!”

혼자서 두 사람처럼 말을 하는 그의 모습은 기괴했다.

하지만 눈동자를 보고 내면의 황충이 몸을 차지한 놈과 격렬히 다투고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심장을…… 베어……! 닥쳐라!”

황충의 오른손이 부르르 떨며 가슴의 옷섶을 풀어헤쳤다.

그곳에는 아직 채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작은 심장이 보였다.

천마의 무덤에서 본 적 있는 보랏빛의 보석 같은 심장이었다.

진백천은 그것을 베어내야만 끝이 난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하지만 이래서는 황충도……!’

그의 속마음을 알아챘는지 황충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괜찮……! 어서!”

진백천은 순간 눈을 질끈 감으며 검을 내리그었다.

파강식(破彊式).

강기의 파도가 거칠게 굽이치며 황충의 가슴팍을 꿰뚫고 들어갔다.

“안 된다아!”

뒤늦게 황충의 눈이 검게 물들며 발버둥 쳤지만 이미 보석 같은 심장에는 잔뜩 금이 간 상태였다.

놈은 뭐라 말하려 입을 열었지만 목소리가 채 나오기 전에 보석이 산산조각 났다.

짐승 같은 울부짖음이 그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크아아아악! 결국 네놈도…… 진정한 천마의 부활을 위한 말들 중 하나일 뿐이다! 절대 이게 끝이…… 아니야!

그리고 산산조각 난 보석은 가루가 되어 허공에 흩날리며 천천히 진백천에게 흡수되었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진백천은 재빨리 휘청이며 쓰러지는 황충을 부축했다.

“황충!”

그의 두 눈은 다시 멀쩡히 돌아왔다.

하지만 망가진 가슴과 심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회주님.”

황충은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두꺼운 손아귀가 그의 어깨를 감쌌다.

그러자 놀랍게도 황충의 기억이 조금씩 그에게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죽기 직전 보인다는 주마등의 한 장면 같았다.

* * *

“황보세가는 정명하지 않아.”

이립(而立)의 나이.

거구의 황충은 그렇게 말하며 황보세가를 빠져나오려 했다.

악(惡)이 판치는 강호를 바라보는 늙은이들의 시선에는 호(好)와 협(俠)이 지워진 지 오래였다.

“저는 불의에 굴하지 않고 나아가겠습니다.”

유난히 커다란 덩치와 신력의 소유자였던 그는 자신이 있었다.

그렇기에 수많은 세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호행을 택했다.

강호에 나온 어린 황충은 수많은 고난을 마주하며 힘든 일들을 파헤쳐왔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그의 위명은 높아졌지만 반대로 그의 의지는 나날이 꺾여나갔다.

“나 홀로는 결코 이 강호를 바꾸지 못한다. 나는 나약하다.”

그는 마침내 인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찾아간 곳은 정도회였다.

사패천이나 다른 구파일방처럼 힘이 있지는 않아도 신념이 존재하는 곳.

그곳에서 진가소를 만나 전장을 누볐다.

하지만 인생은 언제나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만 갈 수 없었다.

마교에서는 진즉에 황충을 포섭하려고 노력했고 그의 시녀를 통해 고독(蠱纛)을 꾸준히 먹여왔다.

그가 그것을 알아차렸을 때에는 이미 몸속의 13마리의 고가 자리 잡은 뒤였다.

황충은 자기도 모르게 서서히 마교의 개가 되어 움직였다.

그가 얼핏 정신을 차리게 되었을 때는 우습게도 황보세가에서 천마를 만난 직후였다.

“웨에에엑!”

몸 안에 자리 잡고 있던 고들이 천마의 마기에 충격을 받으며 전부 죽어버린 것이다.

입에서 뱉어진 고들을 보며 황충은 괴로워했다.

‘……그동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그리고 당장 자신을 조종하던 마교의 무인을 찾아서 천마에 대한 것을 모조리 들을 수 있었다.

이야기가 끝난 후에는 무인의 온몸을 찢어 죽였다.

하지만 그 후로도 그의 정신이 완벽히 정상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마교에 대한 충성심은 천마를 만났을 때의 충격으로 인해 그에 대한 신격화로 이어졌다.

100명의 무인을 압도하던 천마의 모습이 눈앞을 아른거렸다.

“천마야말로 신이시다. 그분이 나타나신다면 강호의 불의한 것들은 전부 고개를 조아릴 것이야.”

황충은 가장 먼저 진소가가 지하 깊숙이 감금해놓은 천마의 신체를 찾아갔다.

한점의 핏덩어리 같이 망가진 놈이 어느새 인간다운 구석이 갖춰진 상태였다.

놈은 스스로를 천마라고 소개하며 자신을 섬기라 말했다.

“네놈은 천마가 아니다. 그분이 남기신 껍질 같은 존재지.”

황충은 거침없이 그의 가슴을 갈라 심장을 뜯어냈다.

그리고 그가 향한 곳은 진백천이 잠든 곳이었다.

어제도 술에 취해 들어온 망나니 같은 놈.

천마님을 위해서라면 백번 버려져도 괜찮을 몸뚱이였다.

황충은 거침없이 진백천의 가슴에 천마의 심장 조각을 쑤셔 넣었다.

콰드드득-

보석 같은 심장은 스스로 빛을 내며 그 안으로 파고들었다.

“이제 정도회는 더더욱 강해질 것이다. 새롭게 태어날 천마를 섬기며.”

그리고 그의 생각은 정확했다.

진백천은 어딘가 부족해 보였지만, 그 누구보다 뛰어난 업적을 쌓아갔다.

불과 1년도 되지 않는 사이에 평생을 노력한 자신보다 더더욱 멋지게 정도회를 운영했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그분은 강호의 등불 같은 존재시다!”

자신이 조금만 더 젊었다면.

그래서 그 옆에서 더 지켜볼 수만 있었다면.

하지만 그런 아쉬움이 있었기에 더더욱 진백천을 위해 죽음을 선택할 수 있었다.

진백천의 시선이 점점 밝아지며 피 흘리는 황충의 얼굴이 담겼다.

-회주님. 그동안 죄송했습니다.

“…황충.”

-기회가 된다면…… 저승에서도 회주님을…… 모시겠습…….

황충은 마지막 의념을 채 끝내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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