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림회귀백서-235화 (235/346)

무림회귀백서 235화

80장 심장의 비밀(1)

‘회주전에서 왜 마기가?’

진백천은 독고구검을 뽑아 들며 회주전으로 향했다.

그가 검까지 뽑아 들자 뒤따르는 검왕과 당소예도 긴장했다.

그리고 회주전의 입구를 열자 그제서야 진백천이 말하는 마기를 감지해냈다.

피부가 쩌릿할 정도의 마기였다.

“흐음! 회주 조심하게.”

진백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기가 피어오르는 곳으로 걸어나갔다.

회주전의 구석진 벽이었다.

‘대체 여기에 뭐가 있길래?’

마기는 바닥의 틈 사이로 빠져나왔다.

진백천은 독고구검으로 바닥을 갈라냈다.

그러자 뭉쳐 있던 마기가 불꽃처럼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회주님!”

“난 괜찮으니까 뒤로 물러서!”

진백천은 한 손에 마기를 끌어모았다.

다른 마인들의 마기보다 다소 묵직하긴 해도 못 다스릴 정도는 아니었다.

모은 마기는 회주전 밖으로 전부 흩어냈다.

‘후우. 대체 이 아래 뭐가 있길래…….’

“자네 괜찮나?”

“네.”

검왕은 금방이라도 검을 휘두를 태세로 그 아래를 경계했다.

“이 아래에는 뭐가 있지?”

“저도 처음 발견한 통로예요.”

“흐음. 혹시 이곳을 마교가 의도적으로 뚫어놓은 거라면 숨어 있는 자들이 위험해질 수도 있어. 어서 막아버려야 돼.”

진백천도 거기에 격하게 동의했다.

재빨리 각자 내력을 끌어모으며 얼마나 될지도 모르는 통로를 무너뜨리려 했다.

하지만 상처 난 동맥이 피를 내뿜듯 마기는 계속해서 솟구쳤다.

뻗어가는 장기가 곧 마기에 휩싸이며 천천히 사그라들었다.

“회주! 방금 느꼈나?”

진백천은 검왕을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잠시지만 저 아래서 엄청난 존재감이 느껴졌다.

사람인지 뭔지 모를 것은 빠른 속도로 통로를 기어 올라오는 중이었다.

“막아야 됩니다!”

진백천은 본능적으로 그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근거리는 심장이 계속해서 위화감을 보냈다.

천지만독수(天支萬毒手).

쿠우웅!

급하게 끌어모은 장기를 반복해서 내뿜었다.

입구가 부서져 내리며 독기가 아래로 퍼져 나갔다.

안으로 푹 꺼져 들어간 것을 보면 얼마나 깊게 통로가 뚫려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후우. 막혀서 못 올라오나 봐요.”

진백천은 당소예가 그 말을 내뱉자마자 다급하게 그녀를 껴안고 회주전 밖으로 뛰쳐나갔다.

검왕이 그 뒤를 따랐다.

“회, 회주님!”

다급한 경호성은 곧 놀람으로 바뀌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너져 내렸던 통로가 폭발하며 짙은 마기가 하늘로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그 충격으로 회주전이 무너져내리며 주변은 희뿌연 먼지 연기로 휩싸였다.

“쇠사슬이었네!”

“네?”

“통로에서 솟구치던 것 말이야.”

진백천은 검왕의 말을 곧 이해할 수 있었다.

먼지 연기 사이로 들려오는 거친 금속음은 쇠사슬이 확실했다.

그리고 곧 먼지가 갈라지며 상대의 정체가 드러났다.

‘……진가소!’

진백천은 한눈에 상대를 알아봤다.

하지만 그자는 정문에서 봤던 것과 달리 두 눈이 온통 흰자 없이 검었다.

그리고 어딘가 몸이 불편한 듯 계속해서 경련이 일었다.

‘맞지 않는 옷을 걸치고 있는 느낌이랄까?’

-……백천…… 맞…… 느냐?

놈은 말이 아닌 의념으로 진백천에게 말을 걸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목은 제대로 소리를 내지 못하고 짐승처럼 거친 숨소리만 내뱉었다.

“네놈은 대체 누구지? 마교이 간자인가?”

-아…… 니. 나는…… 마교…… 그 자체…… 이니…… 라.

철퍽-

놈은 그렇게 의념을 정하면서도 진백천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떠듬거리는 음성에는 애정이 가득했다.

그런 기이한 모습이 진백천으로 하여금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촤아아악!

그 순간 바닥에 깔려 있던 쇠사슬이 땅을 꿰뚫으며 진백천을 노렸다.

정확히 그의 심장을 노린 일 격이었다.

뒤에서 미리 지켜보고 있던 검왕이 검은 내뻗으며 쇠사슬을 튕겨냈다.

카앙!

“회주! 정신차리게!”

놀랍게도 쇠사슬에 담긴 경력은 검왕을 뒤로 밀어낼 정도였다.

하다못해 잘라내려고 휘두른 검이었지만 오히려 반탄력에 내상을 입었다.

마침내 먼지 연기가 가라앉고 드러난 진가소의 모습은 끔찍했다.

마치 심어진 것처럼 전신 곳곳은 쇠사슬로 감겨 있었다.

“저 쇠사슬. 전부 만년한철이야!”

“후우. 우선 물러나세요.”

진백천은 당소예와 검왕을 뒤로 물렀다.

어차피 상대의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닌 듯 보이니 이쪽에서 아쉬울 것은 없었다.

‘더구나 마기 따위는 천마신공에 비할 수 없지.’

진백천은 빠르게 땅을 박차며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쇠사슬들이 피라냐 떼처럼 곳곳에서 그를 노리고 뻗어왔다.

짙게 맺힌 마기는 시야가 가릴 정도였다.

-……이제…… 돌…… 려 주거……라!

“돌려주긴 무슨! 네놈 따위에게 빚진 거 없거든?”

진백천은 천마신공을 끌어올리며 쇠사슬을 쳐냈다.

여느 때처럼 마기를 흩어낼 줄 알았건만 상황은 예상과 정반대였다.

쇠사슬의 마기는 천마신공에 흡수되지 않으며 오히려 진백천을 휘감았다.

파강식(破彊式).

반사적으로 강기를 뿜어내며 쇠사슬들을 밀쳐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간담이 서늘했다.

‘천마신공이 통하지 않는다니. 그렇다는 것은…….’

천마신공과 동급의 마기.

과연 그런 것이 존재할까 의문이었지만 상대의 무공도 천마신공이라면 납득이 갔다.

‘……대체 이놈의 정체가 뭐지?’

정도회 정문에서 수위를 하던 자가 알고 보니 천마였다?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더구나 현재의 누더기 같은 모습은 누가 봐도 아슬아슬했다.

-……내가…… 주었으니…… 가져가는 것도…….

“그러니까 나한테 뭘 줬는지 말이라도 해보라고!”

진백천은 재빠르게 공격을 피하며 허공 위로 돌아갔다.

역시나 놈은 어미를 쫓는 새처럼 진백천을 올려다봤다.

동시에 검왕과 당소예가 시선을 유도하며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절단검(絶斷劍).

검왕의 기이할 정도로 커다란 검이 빠르게 3수를 뻗어내며 진가소를 노렸다.

아무리 거친 마기라고 해도 그의 전심전력의 공격을 전부 막아내지는 못했다.

마지막 3수가 진가소의 어깨와 가슴을 가르게 지나갔다.

스걱!

그리고 당소예의 쌍적검도 아슬하게나마 놈의 종아리를 베어냈다.

하지만 놈은 인간도 아닌 듯 비명 한 번 지르지 않으며 시선을 진백천에게만 고정했다.

-내…… 놔라……! 원래 내 것…… 이었던……!

“회주! 지금일세!”

허공에 떠 있던 진백천이 허공을 밟는 듯하더니 희끗하며 사라졌다.

유령신법 2초식인 백면섬보(百面閃步)였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몰라도 그만 뒈져라!”

진백천의 독고구검이 재차 태허무극진결의 내력을 가득 담은 채 강기를 쏟아냈다.

바로 앞에서 터져 나온 강기의 파도는 그대로 놈의 몸을 덮쳤다.

콰과과과과곽-

-……심……장.

“뭐?”

진백천은 기이한 감각을 느끼며 뒤로 물러났다.

그가 방금까지 서 있던 자리에 마기의 칼날이 꽂히며 땅이 움푹 파였다.

“허억! 회, 회주님! 저것 좀 보세요!”

“……끔찍하군!”

강기가 사라지고 남은 자리에는 인체의 형상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뭔가가 서 있었다.

살점은 전부 떨어져 나가고 가슴팍의 심장은 불안할 정도로 쿵쾅거리며 뛰었다.

특이한 것은 부족한 피 대신 흐르는 것은 지독한 마기였다.

놀란 것은 진백천도 마찬가지였다.

스스스슥-

망가진 몸은 조금씩 스스로를 회복하며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주변에 일렁이던 마기가 상당히 줄어든 것이었다.

-심…… 장이 필요하다!

놈은 재차 진백천을 향해 쇠사슬을 휘둘렀지만 전보다 훨씬 약해진 위력이었다.

-네놈이 가진…… 내 심장……!

기이한 것은 놈이 자꾸 이상한 소리를 외칠 때마다 진백천의 심장이 과도할 정도로 쿵쾅거렸다.

그에게 계속해서 사특한 술법이라도 거는 듯한 느낌이었다.

“조금만 더 몰아붙이면 될 것 같으니 힘내시죠.”

“그러지.”

“제가 발목을 잘라 버릴게요!”

진백천은 방금과 똑같은 작전으로 나섰다.

그가 시선을 끌면 그 틈을 노려 둘이 공격하고 마무리를 진백천이 하는 것이었다.

딱히 지능이 높아 보이지 않으니 당연히 성공할 것이라 생각했다.

“크아아아악!”

하지만 그들이 채 공격하기 전에 놈은 심장을 부여잡고 몸을 비틀거렸다.

감당치 못하는 심장을 억지로 끼워 맞췄더니 그 짧은 사이에 과부화되며 망가져 버렸다.

천마의 신체는 마지막으로 반항하듯 사방으로 쇠사슬을 흩뿌렸다.

“물러서게!”

모두가 뒤로 물러난 사이 놀랍게도 천마의 신체는 땅을 박차며 어디론가 나아갔다.

진가소의 심장과 몸에 흡수되면서 그의 기억도 서서히 받아들인 탓이었다.

-……어차피…… 다른 조각이…… 이 근처에…… 있다!

가장 큰 심장 조각은 몸을 회복한 후에 빼앗아도 늦지 않았다.

천마의 신체는 날개 꺾인 새처럼 땅에 처박혔다 다시 뛰어오르길 반복했다.

“흐음! 우선 놈을 먼저 쫓겠습니다!”

“알았네!”

진백천은 놈의 뒤를 쫓았다.

무식한 방법으로 나아가는 게 제법 빨라서 놈을 경계하면서 가는 것이 전부였다.

어차피 시간이 갈수록 마기가 눈에 띄게 사그라들었기에 진백천으로써는 급할 것이 없었다.

“흐음. 연무장으로 향한다고? 왜지?”

연무장은 이제 제법 상황이 정리되어가는 모습이었다.

무당팔검과 매화검수들이 혈랑대를 제압하고 혈라독검(血儸毒劍) 마영이 현강의 검에 목이 베어 쓰러졌다.

마화린이 그나마 유일환을 향해 발버둥 치는 중이었지만 역부족이었다.

-……보인…… 다! 보…… 여!

놈은 마화린을 발견하자마자 격하게 흥분하며 땅을 박차며 뛰어올랐다.

유일환은 갑자기 나타난 괴생명체에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같은 편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던 게, 놈이 내뿜는 마기는 소름 끼칠 정도로 끈적였다.

반면에 마화린은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늦었군!”

뿜어내는 마기를 보며 구악정이나 혹은 다른 소속의 마인이라 생각한 것이다.

만약 그조차도 본모습을 제대로 봤다면 경계했을 테지만 그는 뒤돌아선 상태였다.

쿠우웅-

-……심…… 자아앙!

천마의 신체는 마화린의 뒤편에 떨어지자마자 양팔을 벌리듯 쇠사슬을 사방으로 펼쳤다.

그리고 마화린이 기이하게 여겨 뒤돌아봤을 때 그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촤르르륵!

“……무슨!”

만년한철의 쇠사슬은 마화린을 끌어안으며 작은 구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진가소에게 했던 것처럼 체액이 빠져나가며 그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커허억!”

마화린이 필사적으로 몸을 발버둥 쳤지만 반항할 수 없었다.

그의 몸에 품은 마공은 감히 천마신공의 마기에 저항하지 못했다.

“……회주 대체 저게 뭐지?”

“몰라. 갑자기 나타났어.”

마화린의 몸으로 놈이 흡수되자 그의 눈동자도 온통 검게 물들었다.

떨림이 멈추자 놈은 오물을 떨쳐내듯 기존에 있었던 몸을 밀쳐냈다.

“후우.”

전과 달리 움직임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웠고 숨 쉬는 것도 편해 보였다.

‘마치…… 진화했다고 해야 하나?’

그런 광경을 보고 이해 못 하는 것은 유일환도 마찬가지였다.

“흡성대법이라도 사용한 건가?”

“그럴지도 모르지.”

흡성대법(吸星大法).

천마가 사용했다는 무공 중 하나였으며 상대의 진기를 강제로 빨아들이는 무공이었다.

하지만 그 악명높은 흡성대법이라 해도 저렇듯 상대의 신체를 강탈하는 듯한 모습은 보일 수 없었다.

“좋아. 좋은 심장이다.”

마화린이자 다른 무언가인 놈은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려 박동을 느끼며 기뻐했다.

“대체 네놈의 정체는 뭐지?”

“나? 오랜만에 들어보는 질문이군.”

놈은 주변의 매화검수와 무당팔검을 여유롭게 둘러보았다.

홀로 포위된 상태라지만 조금도 위축되어 보이지는 않았다.

“흐음. 굳이 표현하자면.”

그의 전신에서 마기가 다시금 피어오르며 쇠사슬이 꿈틀거렸다.

“진가소이자, 마화린이자…….”

그리고 이어진 말에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렸다.

“……천마랄까?”

본능적인 거부감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따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놈은 진백천을 보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마화린을 집어삼키며 그의 기억조차 전부 흡수한 그였다.

이제 진백천에 대해 더 확실하게 이해한 상태였다.

“이제 2차전 시작이다. 진백천 회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