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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회귀백서-221화 (221/346)

무림회귀백서 221화

76장 달아오르는 정도회(1)

마화린이 마교의 이름으로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에 대해 알고 있었던 진백천이 마화린과 그의 그림자 같은 혈라독검(血儸毒劍)의 인상착의를 미리 말해두었다.

눈치 빠른 당소예는 그들을 한눈에 알아봤다.

“독사 같은 얼굴로 회주님을 만나고 싶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래?”

진백천은 그들이 적은 방명록을 확인했다.

광동성 사혈방(使血房) 방주 마화린이라고 적혀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숨기지도 않았네.’

왠지 그놈다운 자신감이었다.

진백천은 이 사혈방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라 관음당(觀音堂)에 명령했다.

그리고 천천히 그놈이 기다리고 있는 회주전으로 향했다.

철컥-

문이 열리자 오만한 자세로 기다리고 있던 마화린의 얼굴이 보였다.

회귀한 후에 처음으로 보는 얼굴이었지만 희멀건 한 재수 없는 낯짝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사혈방주라고?”

다짜고짜 하는 반말에 옆에 서 있던 혈라독검이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마화린은 아무렇지 않게 반말로 대응했다.

“그렇다면 너는 그 유명한 진백천이군.”

말투에서부터 지독히 권위적이며 상대를 깔보는 분위기가 풍겼다.

이미 그자의 정체를 알고 있는 당소예는 마른침을 삼키며 긴장했다.

“혀가 짧아?”

“피차일반이지. 안 그런가?”

진백천은 코웃음을 치며 그가 데려온 무인들을 살폈다.

하나같이 마기가 짙게 느껴졌다.

제법 깊숙히 숨겨져 있지만 천마신공의 마기를 가진 진백천을 속일 수는 없었다.

“이들이 전부인가?”

“그럴 리가.”

회귀 전과 마찬가지로 정도회 주변에 상당히 많은 자를 숨겨놨을 게 분명했다.

진백천은 그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다 뒤편에 있는 아이들을 발견했다.

상장과 아영의 또래였지만 그들과 달리 얼굴에는 독기가 가득했다.

-…….

“사혈방이라는 곳에서는 아이들한테도 제법 가혹한 듯하군. 흑도방파라 어쩔 수 없나?”

진백천은 아이들의 손톱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하나도 성한 것 없이 뜯겨 나간 상태였다.

피가 여러 번 딱지 져서 고통도 모르는 듯했다.

“무인이라면 영광인 상처지.”

“그렇게 영광이면 지 얼굴에나 새기던가.”

마화린의 얼굴이 꿈틀거리며 억지로 쓴 가면이 흔들렸다.

진백천은 그를 뒤돌아보며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아. 혼잣말이야. 꼭 그렇게 어린애들 괴롭히는 애들 중에 변태들이 많아서.”

이번에는 똑똑히 마화린을 노려보며 말했다.

“물론 이것도. 혼잣말.”

“혼잣말을 좋아하는군. 정도회라고 해도 이렇게 안하무인으로 우리를 대할 수는 없을 텐데?”

“왜 없지?”

진백천은 정말 모르겠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는 힘을 키우되 그것을 바보같이 티 내지 않는 인물이 아니었다.

“내가 지금까지 왜 미친 듯이 돈을 모으고 커왔는데. 다 이렇게 티 내려고 한 거야. 너희같이 어린애들이나 괴롭히는 놈들 무시해 주려고.”

그 말에 참지 못한 혈라독검이 이를 드러내며 검을 움켜쥐려 했다.

하지만 미처 잡기도 전에 마화린이 그의 뺨을 내리치는 것이 먼저였다.

단순히 때린 것은 아닌 듯 살점이 터져 나가며 이빨이 떨어져나왔다.

“하찮은 충동질에 넘어가서 나서지 마라.”

“……죄송합니다.”

혈라독검은 진백천의 뒤에서 눈을 붉히고 있는 황대원을 비롯한 무인들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그가 만약 검을 뽑아 들었다면 그 빌미로 전부 잡아들여도 할 말이 없었다.

“쯧. 부하 관리 좀 잘하지.”

“신경 쓰지.”

“그래. 가 봐. 애들 좀 그만 좀 괴롭히고.”

마화린은 대답 없이 싸늘하게 웃었다.

살기가 맺힌 그의 눈동자에 진백천에 오롯이 담겼다.

“혹시 무림대회에 회주도 참가하나?”

“나? 글쎄.”

그것만으로 대답이 되었는지 마화린은 싸늘하게 뒤돌아섰다.

그들의 거처는 정도회의 가장 외쪽이었다.

“황대원. 저들에게서 잠시도 눈을 떼지 마.”

“네. 알겠습니다.”

“강량호. 수라검대를 이끌고 정도회 주변에 분명 또 다른 놈들이 있는지 찾아봐. 분명 수상한 놈들이 대기 중일 거야. 무림대회로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분간하긴 어렵겠지만 잘 찾아봐.”

강량호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외부에 대기 중인 놈들만 제거해도 마화린을 상대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속마음이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 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 혈강옥불상을 제외하면 별 볼 일 없는 놈이었으니까.’

그보다는 오히려 뒤편에 서 있던 세 명의 아이들이 더 관심을 끌었다.

그들에게서 일금영(一禽影)에게서 느껴지던 구촉비전(口燭非典)의 기운이 풍겼다.

마화린에게서도 비슷하게 전해졌지만 아이들의 것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그대로 멀쩡히 자랄 리도 없거니와 그런 아이들은 회귀 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었다.

‘속마음은 독기가 가득했지. 대체 어떤 괴물들을 만들려는 거야.’

아이들에 대해 더 생각하기 전에 무림대회의 마지막 방문객이 도착했다.

바로 사자혁과 그 신위들이었다.

그런데 회주전으로 찾아온 그들은 불과 얼마 전에 봤을 때와 달리 상태가 엉망이었다.

“뭐야?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흐음. 회주가 떠나고 난 뒤 많은 일이 있었지.”

사자혁은 그때보다 더 눈이 퀭해 보였다.

얼핏 무한경쟁체제니 뭐니 한다고 들은 것 같은데 아마도 그것 때문인 것 같았다.

신위들의 얼굴도 하나같이 수척해진 것이 질리도록 싸웠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때보다 더 강해졌어. 괴물은 역시 괴물이군.’

사자혁은 피곤한 얼굴임에도 눈을 빛내며 진백천을 똑바로 쳐다봤다.

지금 당장에라도 싸우자고 하면 달려들 기세였다.

진백천은 애써 고개를 돌리며 다른 신위들도 살폈다.

사령령을 비롯해 홍혈도도 피곤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유소어의 얼굴만 나름 괜찮았다.

“살아남았네?”

“물론입니다. 이제 9신위입니다.”

유소어는 자랑하듯 대답했다.

회단조와 몇이 밀려나며 자연스레 그가 한 단계 위로 올라갔다.

그 대신 10신위 오른 것은 처음 보는 무인이었다.

“여튼. 정도회에 온 것을 환영하고 머물 장소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데 괜찮지?”

“조용하기만 하다면 상관없다.”

“그럴 줄 알았지.”

진백천은 그들의 거처를 사혈방 바로 옆으로 잡았다.

이렇게 하면 아무리 마화린이라고 해도 함부로 움직이기는 힘들 터였다.

* * *

사자혁까지 도착하고 진백천은 드디어 무림대회의 참가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자 공개된 단 3일 만에 무려 300명의 수를 넘겼다.

그것도 그나마 자격이 안 되거나 중복 신청된 것을 걸러내서 그 정도였다.

만약 같은 문파에서 세 명 이상 신청하는 것을 막지 않았다면 무더기로 지원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생각보다 무림대회 기간이 늘어날지도 모르겠어. 예선전을 서둘러서 진행해야겠는걸?”

“연무장은 미리 증축해놨기 때문에 충분합니다.”

진백천은 결국 참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

‘내가 하는 무림대회에서 굳이 우승해 봤자 별 의미도 없지.’

그것보다 그 후에 있을 마교의 헛짓거리를 대비하는 편이 더 나았다.

괜히 무림대회에서 힘을 뺐다가는 놈들과 싸울 때 방해만 되었다.

“그런 본격적으로 대진표를 짜볼까?”

인원이 많으니 그것만으로도 노동이었다.

보통이었다면 같은 문파를 떼어놓거나 하겠지만 공정한 대회를 위해서 과감히 그런 것들을 없앴다.

대신 공개적으로 제비뽑기 방식으로 대진표 뽑아서 그 즉시 공개했다.

이렇게 진행하는 것만 해도 꼬박 하루가 걸렸다.

참가자들은 이름이 적힐 때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상대를 확인했다.

대부분은 이름만 보고서 상대를 알아보지는 못했다.

“오오. 나는 가장 마지막 조군! 첫 번째 상대가…… 사자혁?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허허. 자네 아쉽게 됐군.”

“왜 그러나? 사자혁이 그렇게 대단한 인물인가? 그렇다 해도 나 또한 만만치 않아. 나를 우습게 보지 말게!”

“……무광일세.”

“…….”

사자혁과 같이 유난히 유명한 경우를 제외하면 말이다.

대진표가 공개되자 덩달아 바빠지는 곳이 존재했다.

바로 상인연합회와 하오문이었다.

하오문은 각각의 인물의 평판에 따라 배당을 정했다.

그리고 상인연합회는 그 배당률을 공지하고 돈을 받았다.

“이거 믿어도 되는 건가?”

“상인연합회에서 이름을 걸고 하는 걸 테니 믿어도 되겠지. 그리고 잃어도 상관없을 소액으로 하면 되지 않나?”

단순히 경기만 봐도 즐거운데 그것으로 돈까지 벌 수 있게 되자 상인연합회 건물 앞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진표가 무작위였기 때문에 많으면 배당이 5배 이상 차이 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것들만 노려 투자하는 불나방들도 존재했다.

“인생 뭐 있어. 한방이지! 안 그래?”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꼭 진백천이 예상한 대로만 흘러간 것은 아니었다.

자존심이 센 명문정파의 무인들은 자신의 배당이 상대와 차이가 나지 않거나 적은 것을 무척이나 불쾌해했다.

그리고 그것을 항의하기보다 돈을 걸어서 배당률을 인위적으로 낮추기도 했다.

덕분에 돈이 많이 흘러들어왔기에 진백천의 입장에서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흐음. 그러면 우리도 슬슬 걸어볼까?”

“……회주님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러다 잃기라도 하시면…….”

“잃을 리 없으니까 걱정 마.”

계속해서 걱정하는 춘식과 다르게 당소예와 황대원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간 진백천의 재복(財福)을 옆에서 항상 지켜봤기에 뒤로 넘어져도 돈이 굴러온다는 사실을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첫날이니까 무리 말고 딱 5천 냥만 걸어볼까?”

“……허억! 그것도 너무 많지 않습니까?”

“어차피 다 이길 텐데 뭐.”

진백천은 대진표에서 빠르게 이름을 콕콕 집었다.

그동안 자신이 봐 왔던 강자들이었다.

광소산부터 무당파의 현강, 화산의 유일환, 사자혁, 마화린 등등 굵직한 이름이 대부분이었다.

춘식은 그 이름들을 표기하며 대부분 납득했다.

그러던 중 어느 이름에서 멈칫했다.

“흐음? 권진? 이자는 무명소졸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상대는 흑도에서 꽤나 이름을 날리는 자입니다.”

혹시나 잘못 고른 게 아닐까 생각해서 되물었다.

하지만 진백천은 헛기침을 하며 제대로 고른 것이니 그대로 하라고 말했다.

무림대회 1일 차를 앞둔 밤.

정도회에는 알게 모르게 은은한 긴장감이 흘렀다.

무인들은 조금만 눈이 마주쳐도 괜히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너 뭐야? 대회 전날에 한판 해보겠다는 거야?”

“나야 피할 거 없지!”

하지만 시비가 붙는다 해도 대부분은 정도회의 무사들로 인해 해결이 되었다.

진백천이 미리 인원을 대폭 늘려놨을뿐더러 황대원이 커다란 도끼만 들고 나타나도 외출했던 이성이 되돌아오는 신기를 보였다.

“크흠! 대진표에서 만나기만 해봐라. 가만두지 않겠다.”

“그거야 내가 할 소리!”

하지만 이성이 빨리 돌아오는 이들과 달리 황대원 정도로 통제가 되지 않는 이도 존재했다.

그 대표적인 것인 바로 정도회 외곽에 있는 사자혁이었다.

“흐음. 너는 누구지?”

“사혈방의 방주 마화린이다. 너는 사자혁인가 보군.”

사자혁은 마화린을 첫눈에 보자마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특유의 기분 나쁜 눈초리는 물론이고 감히 자신과 마주쳤음에도 비키지 않고 기 싸움을 벌여왔다.

사자혁은 서서히 뒤틀리는 속마음과 달리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회주가 왜 흑도방파 따위와 함께 붙여놨나 했더니 먹잇감이었나 보군.”

“먹잇감? 내가?”

마화린도 똑같이 살소를 지으며 사자혁을 노려봤다.

아무리 신분을 속이고 있다고 하지만 진백천을 제외하고 이렇게 자신을 무시하는 이는 처음이었다.

둘은 거침없이 기세를 끌어올리며 마주 섰다.

드드드득-

잘 꾸며진 정원의 땅이 파이고 나무가 꺾이며 주변이 엉망이 되어갔다.

사자혁은 이곳이 정도회가 아님을 감안해 특별히 자신이 조. 금. 양보하기로 했다.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비켜선다면 회주의 얼굴을 봐서 너의 건방짐을 용서해 주지.”

하지만 그 말은 마화린의 속을 더 뒤집어놓을 뿐이었다.

“건방져? 네놈의 혀를 뽑아놔야겠구나.”

마화린이 더는 참지 못하고 손을 뻗었지만, 그것보다 사자혁의 한 수가 더 빨랐다.

콰앙!

단순히 피륙의 두 손이 부딪쳤을 뿐이었지만 폭발음이 들리며 사방으로 기파가 퍼져 나갔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싸움이 진행되려는 찰나 기다렸다는 듯 그 사이를 누군가 파고들었다.

“이럴 줄 알았지.”

다름 아닌 진백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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