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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회귀백서-220화 (220/346)

무림회귀백서 220화

75장 무림대회 준비(5)

진백천의 비자금 고백은 약왕당주의 기절과 함께 끝이 났다.

물론 황충을 비롯한 장로들은 박수까지 치며 진백천을 환호했다.

황실의 1년 예산이 은자로 200만 냥, 금자로 10만 냥 정도였다.

이것을 감안하면 진백천이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이 금액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하하하하! 이 황충! 회주님을 처음부터 믿고 있었습니다!”

“믿고 있었다고 하기에는 살짝 의심하던 눈초리였는데?”

“크흠! 아닙니다! 감히 누가 회주님을 의심하겠습니까?”

순식간에 바뀐 분위기에 당천아는 여전히 두 눈을 꿈뻑거렸다.

하지만 곧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이번에도 다시 한번 자신의 범주로는 진백천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느꼈다.

‘……내가 관리하는 상단이 장난감처럼 느껴질 정도야.’

그만큼 현실감이 사라질 만한 금액이었다.

거기에 진백천은 자신의 전표를 당천아에게 관리하라고 지시했다.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되는 그녀에게는 과분한 업무였다.

‘아마도 나를 믿는다는 것보다는 또다시 시험해 보겠다는 뜻이겠지!’

당천아는 두 눈에 힘을 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득함의 이면에서 진백천에 대한 욕심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최근에 그 표현이 상당히 줄어들긴 했지만 정도회 안주인에 대한 것을 절대 포기하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이번 기회에 능력을 인정받아 그의 눈도장을 콱 받을 생각이었다.

‘그러다 보면 얼굴만 희멀건 한 설수련보다 나를 더 찾게 될 거야!’

심드렁하게 앉아 있는 진백천을 바라보는 당천아의 얼굴이 살짝 붉게 물들었다.

* * *

“진백천이 제법 무리를 하는군.”

마뇌는 마차에 앉아서 강호 전역에서 날아드는 소식을 확인 중이었다.

최근에는 대부분 정도회가 여는 무림대회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그 규모가 역대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상금이 대단했다.

진백천에 대해 제법 알고 있다 생각하던 마뇌도 의아할 정도였다.

“하북팽가에서 두둑이 뜯어낸 사실은 잘 알았지만 이렇게 생각 없이 풀 줄이야.”

결코 그 이면에 자신이 아는 다른 뜻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진백천이나 되는 인물이 겨우 무림대회의 파생으로 벌어지는 도박 따위로 돈이나 벌 생각을 할 줄은 꿈에도 짐작 못 했다.

“아마도 내가 모르는 허영심이 있었던 걸까? 기세를 올렸으니 사방에 포효하고 싶기도 하겠지.”

마뇌는 역시나 하는 표정을 지으며 서신을 내려놨다.

하지만 표정과 다르게 호기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갑자기 무림대회에 가서 구경하고 싶단 말이지.”

이 정도 규모면 사람들도 엄청나게 몰려들 테고, 볼 만한 경기도 많을 터였다.

이미 자신이 쓸 수 있는 시간을 전부 사용한 것이 너무나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옆에 쌓인 서신들을 옆으로 밀었다.

귀찮게도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서신은 계속해서 쌓여갔다.

“쯧. 별 시답지 않은 이야기들뿐이지.”

그때 서신들 중에 빨간색으로 표기가 된 것이 하나 보였다.

특급 이상으로 관리되는 인물에 관한 정보라는 뜻이었다.

마화린에 관해 환야루(幻夜樓) 루주가 보낸 서신이었다.

[마화린 소교주가 무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혈라독검(血儸毒劍) 마영과 혈랑대를 비롯한 마인들이 그의 뒤를 따르고 새롭게 만들어진 구촉무인들도 함께입니다…….]

“구촉무인.”

마화린이 자신이 준 구촉비전으로 새롭게 만들어낸 어린 무인들이었다.

구촉비전만 익혔으니 마인은 아니었지만 훈련 방법을 워낙 독하게 해서 웬만한 마인에 버금갈 정도라 했다.

[……소교주는 무림대회에 관한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크게 기뻐하며 세 분야의 우승자를 전부 독차지할 생각입니다. 저는 마뇌님의 명령에 따라 그를 계속해서 보좌하겠습니다.]

서신의 내용은 거기서 끝이었다.

“세 분야에서 전부 우승하겠다라.”

마뇌는 자신의 앵두 같은 입술을 톡톡 두드리며 생각에 빠졌다.

루주의 보고가 정확하다면 가장 나이가 어린 약관전(弱冠戰)에서는 우승은 구할 이상이 확실했다.

하지만 나머지 이립전(而立戰)과 연륜전(年輪戰)에서는 우승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사패천주 사자혁은 무서운 인물이야. 진백천만큼이나 말이지. 그런 자들이 참여한다면 소교주도 힘들지. 가능성을 높게 쳐줘도 1할.”

더구나 아직 참여자가 다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였다.

이것은 소교주의 치기 어린 생각이라 치고 그녀의 시선이 서신의 한 부분을 다시 살폈다.

“……마영과 혈랑대를 비롯한 마인들이라. 설마 소교주가 정도회를 공격이라도 할 생각은 아니겠지? 멍청하다 해도 그렇게까지 멍청할까.”

병력의 차이는 명확했다.

그런데도 만약 소교주가 그런 생각을 갖는다면 그에 버금가는 세력을 끌어들였다는 뜻이기도 했다.

“지금 상황에서 소교주를 도울 이가…….”

빠르게 세력을 되짚어보던 마뇌의 눈가가 순간 움찔했다.

“설마 오마군종대(八魔群種袋)?”

그들은 기본적으로 마교와 마교주를 따르는 이들이었지만 성향으로만 보면 마적들이나 다름없었다.

기회가 된다면 가장 앞에 서서 누구에게라도 무기를 들이댈 놈들이었다.

오마군종대 중 유일하게 철갑만마대(鐵甲萬馬袋)만이 마뇌의 명을 들을 뿐이고 나머지들은 독자적인 세력이나 다름없었다.

“혹시라도 소교주가 이들과 접촉해서 정도회를 공격하려는 셈이라면?”

그렇다면 양패구상은 아니더라도 정도회도 크게 타격을 입을 것은 확실했다.

마뇌는 품속에서 종이를 꺼내 그곳에 간략하게 자신의 명령을 적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그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를 대비해 안전장치를 만들어놓을 생각이었다.

“이왕 소교주가 희생될 상황이라면 조금 더 극적으로 죽어주면 좋겠지.”

그녀가 적은 서신은 검은 깃털의 전서구에 묶여 하늘을 날아올랐다.

그 목적지는 다름 아닌 구악정(九惡井)이었다.

“모든 죄악과 상처를 영광으로 삼는 정신 나간 구악정이라면 정도회에 깊은 상처를 남길지도 모르지.”

그리고 그 상처는 썩고 썩어서 언젠가 마교와의 전쟁에서 큰 도움이 될 터였다.

“이번 무림대회. 참으로 재밌겠어.”

* * *

진백천이 무림대회 상금을 공개하고 난 뒤 방문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이렇게까지 지어야 했었던 전각들도 어느 틈엔가 꽉꽉 채워져 갔다.

“이제 대부분은 다 왔다고 봐도 되겠지?”

“네. 현재 봉문 중이거나 활동을 중단한 곳을 제외하면은 대부분은 왔어요. 아 참. 진주언가에서 커다란 화한을 보냈어요. 보셨어요?”

“봤지. 참석 못 한다고 하지?”

“네. 지금 언 소저와 광동성에 계시나 봐요.”

진주언가에 있었던 사건 이후로 언해원과 유석경은 급속도로 친해졌다.

그리고 지금은 광동성에 놀러 가 꽤나 깨소금이 떨어지는 모양이었다.

‘조만간 국수 먹으라는 초대장이 날아올지도 모르겠어.’

“마교는?”

진백천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당소예가 움찔했다.

그들에게 여러 차례 맞부딪치다 보니 그 이름만 들어도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들이 정말 올까요? 온다고 해도 정도회에 방문한 다른 문파에서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을 텐데요.”

“생각이 있다면 마교의 이름을 달고 오지는 않겠지.”

당소예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적당히 이름 있는 흑도방파를 표방해서 올 거야. 놈들이 뿌려놓은 씨앗이 적지는 않으니까.”

“네. 방문자들을 눈 확실히 뜨고 지켜볼게요.”

“혹시 필요한 거 있으면 춘식이한테 말하고.”

“네!”

진백천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연무장에 가시게요?”

“그래야지. 제자들 실력 봐주는 것도 힘들다니까?”

“치. 어차피 검왕 어르신이 다 봐주시잖아요?”

“……나도 대련 정도는 해주거든?”

소예의 말대로 진백천이 바빠지자 그들의 기본적인 실력을 봐주는 것은 전부 검왕의 몫이었다.

검왕은 상장의 공동 스승이 되기로 한 후부터 본격적으로 그를 가르쳤다.

하지만 그렇다고 익숙하지 않은 벽력천풍검(霹靂天風劍)이 주는 아니었다.

그것이 1이라면 나머지 9는 전부 그가 수없이 대련을 하며 겪었던 경험에 대한 것들이었다.

‘오히려 그런 것들이 상장과 아영에게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

연무장으로 향하는 진백천의 옆구리에는 기다란 나무 상자가 들려 있었다.

얼마 전에 맡겼다가 오늘 아침에야 완성되었다고 받은 검이었다.

“스승님!”

검을 휘두르던 아영이 진백천을 발견하고 폴짝거리며 다가왔다.

그녀는 방금까지 열심히 했다고 자랑하듯 붉어진 자신의 손바닥을 보여줬다.

“저 진짜 열심히 했어요. 이번에 우승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래? 장하네.”

상장은 때마침 검왕과 대련 중이었다.

주 무공인 광풍칠성검법에 벽력천풍검이 일부 섞인 검로가 인상적이었다.

평소 소심한 모습과 달리 두 눈은 호랑이처럼 매서웠다.

검왕에 앞에서도 망설이지 않고 검을 뻗었다.

카앙-

“검에게는 솔직하되 검로에는 솔직하면 안 된다.”

검왕의 절단도가 아무 초식 없이 허공을 휘젓는 것만으로도 상장은 뒤로 튕겨 나갔다.

그의 말대로 상장의 검은 너무나도 단순했다.

초식을 아예 모르면 모를까 검왕은 이미 상장의 검에 익숙해진 상태였다.

손목이 비틀리는 것만 봐도 어디로 검이 닿을지 눈에 보였다.

“……알겠습니다!”

상장이 이를 악물며 재차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검로를 살짝 더 비튼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검왕에게는 너무나도 단순했다.

상장은 독수리 앞의 병아리처럼 몸을 휘청였다.

“변화가 부족하다면 힘이라도 있어야지.”

진백천의 혼잣말에 아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검왕 할아버지 검은 너무 매서워요. 만약 상대가 저라면 어떻게 해야 해요?”

“절단검이 펼쳐지기 전에 공격을 끊어야지.”

“하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아요.”

“그렇지. 그래서 관찰이 필요한 거야.”

무공은 상대적이었다.

단순히 내가 검을 들었다고 해서 모든 상대에게 똑같이 닿을 거라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됐다.

“상대의 무공에 따라 적절히 상대할 줄 아는 눈치가 있어야 돼.”

그런 의미에서 상장은 눈치가 부족했다.

아직은 어수룩하게 자신이 가진 것만 무식하게 펼치려고 했다.

‘그런 단순무식함이 통할 때도 있지만 검왕 어르신에게는 아니지.’

상장은 스스로의 상황이 답답했는지 무작정 내력을 끌어올리며 무리하게 검을 밀어 넣었다.

광룡폭(狂龍爆).

검기의 폭풍이 검왕을 향해 솟구쳤지만 그것은 발악일 뿐이었다.

단순히 살짝 뒤로 물러나는 순간 검기는 허공에 사그라들었다.

“이런 공격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검왕은 그 공격에 실망했는지 검을 크게 머리 위로 휘둘렀다.

상장은 다급하게 검을 들어올렸지만 절단검에 닿은 싸구려 철검이 부서지며 사방으로 튀었다.

깜짝 놀란 상장이 몸을 움추렸지만 검의 파편은 그에게 하나도 닿지 않았다.

대신 뻗어온 묵빛의 검이 검왕의 절단검과 파편을 막은 것이다.

“흐음!”

검왕은 절단검으로 파고드는 파초식의 기운을 느끼며 검을 거뒀다.

진백천은 손에 들린 검을 친히 상장의 손에 쥐여주었다.

“상장. 싸움은 기세야. 상대가 파도에 올라타게 두지 마. 내 쪽에서 파도를 타든가 아니면 똑같이 물속에 빠지든가를 선택해야 돼.”

“……파도.”

“그래. 그런 의미로 지금은 검왕 어르신이 무척이나 파도를 잘 타셨지?”

검왕의 절단검은 상대를 자연스럽게 자신의 흐름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있었다.

그의 말에 검왕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별 시답지 않은 비유구나!”

“그래도 이해가 팍팍 되잖아요.”

진백천은 상장의 어깨를 툭툭 쳤다.

“새 검을 얻은 의미로 나랑도 대련을 해볼까?”

“이게 제 검이라고요?”

“묵철이라 조금 무겁기는 해도 쉽게 이가 나가거나 부러지지는 않을 거야. 그걸로 이번 무림대회에서 우승해야지.”

“우승은 제 거인데요!”

그 말에 뒤편에서 아영이 어림없다는 듯이 말했다.

상장은 아영이 뭐라 하든 멍하니 자신의 새 검을 내려다봤다.

전에 쓰던 것과 차원이 다를 정도로 매끄럽고 단단한 검이었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진백천은 그 후로 한참이나 상장과 아영을 번갈아가며 상대해 주었다.

그리고 저녁이 될 무렵.

다급한 얼굴의 당소예와 춘식이 그를 찾아왔다.

“무슨 일인데 그래?”

“……드디어 왔어요!”

“누가?”

“……마교요!”

마화린의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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