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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회귀백서-217화 (217/346)

무림회귀백서 217화

75장 무림대회 준비(2)

아직 보름가량 남았지만, 무림대회 준비는 무척이나 신경 쓸 것이 많았다.

찾아오는 이들의 머무는 장소는 물론이고, 참가자 수에 따른 연무장 배정, 관중들의 가시적으로 볼 수 있게 꾸미는 것도 필요했다.

또한 보러 온 사람들의 재미와 참가자들의 의욕을 위해서라도 무림대회의 상금은 크게 걸어야 했다.

“으음. 연무장 수를 그렇게 많이 하신다고요? 참가자 수가 적으면요?”

“적을 리가 없어. 상금을 크게 걸 거거든.”

“얼마나요?”

“등수별로 차등지급할 건데 아직 생각 중이야.”

지금 당장 말하면 분명 거품을 물고 반대할 테니 일부로 말을 아꼈다.

그러자 이번에는 호위를 담당한 황대원이 끼어들었다.

“회주님. 아무리 생각해도 외부 상인들을 관중석까지 끌어들이는 것은 고려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전에 철저히 검증하면 되잖아. 그들이 팔아주는 것에 5할을 받기로 했으니 조금만 고생해 줘.”

5할이면 결코 적은 돈도 아니었다.

그리고 뒤로 협상하기를 상인연합회와 하오문이 비밀리에 우승자 맞추기에 대한 수수료로 1할을 건네주기로 했다.

물론 진백천이 직접 나선 것은 아니고 총관 수업을 받는 춘식이었다.

‘잘만 이용하면 가진 돈을 몇 배로 불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지.’

더구나 진백천이 기억하기로는 무림대회가 끝나기까지는 자잘한 다툼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부딪침이 생겨도 연무장에서 풀어버리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대신 인원은 지금보다 두 배로 더 붙여 줄게. 순찰당도 함께 하면 일이 버겁진 않겠지.”

임시로 순찰당주를 맡고 있는 전등신이 깊게 고개를 숙였다.

황대원은 설득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뒤로 물러났다.

5년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무림대회였지만 이것은 결국 정도회를 외부인들에게 보여주는 일이었다.

간단한 조경부터 하나하나 신경 쓸 것이 많았다.

하지만 우왕좌왕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진백천은 정확히 할 일을 나눠 지시했다.

‘이게 대체 몇 번째 무림대회인지.’

처음 회귀하기 전만 해도 아무것도 모르고 온갖 실수를 다 했었다.

그때만 해도 주변에 도와주는 이들도 없었으니 더욱 그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익숙해졌고 이제는 주변에 사람들도 넘쳐나니 거칠 것이 없었다.

“약왕당주한테 내가 만들라는 것도 말해놨어?”

“……그…… 술 깨는 단환 말씀이십니까? 우선 말은 해놨는데 왜 그게 필요한지…….”

“당연하지. 이곳에 놀러 온 것들이 그냥 있겠어? 밤중에 교류한답시고 술이나 퍼마시고 놀 텐데.”

그런 의미로 운룡상단을 통해 주류도 잔뜩 사놨다.

‘어차피 이번이 정마대전의 포문을 여는 행사이기도 하고. 마지막을 화려하게 하는 것도 보기 좋지.’

그리고 차츰 정도회를 방문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무림대회를 참여하는 이들은 아니고 큰 행사가 있기 전에 인사를 하러 오는 자들이었다.

“회주님. 호북성의 관리가 찾아왔습니다.”

“그래? 지금 당장 회주전으로 모셔.”

관리들은 공손한 자세로 회주전으로 들어서며 인사했다.

그들 가장 앞에 선 자는 예전에도 본 적 있는 호북의 주목(州牧)이었다.

소금을 전부 사들일 때 찾아왔던 자였다.

하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천지 차이였다.

“표기장군! 크음! 인사드리겠습니다!”

“여전히 비음이 심한가 봐요?”

“허허. 저를 기억해 주시는군요. 크음! 듣기 불편하실까 걱정입니다.”

반말일 때와 달리 조금이라도 기분이 상하지 않게 눈치를 보는 모습이었다.

그들이 찾아온 이유는 무림대회에 앞서 정도회를 치하하기 위해서였다.

무림과 관은 전혀 다른 세계라 해도 간단한 축하선물 따위는 보냈다.

더구나 정도회가 호북의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했으니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성주께서 직접 찾아오고 싶으셨지만 크음! 몸이 좋지 않아 제가 대신 왔습니다. 부디 양해를…… 크음! 바랍니다.”

진백천은 묵직한 상자를 받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야 오히려 귀찮게 안 찾아오고 묵직하게 돈이나 주고 가는 게 좋지.’

슬쩍 열어보니 은원보가 한가득이었다.

금빛이 아닌 게 조금 아쉬웠지만 이 정도만 해도 충분했다.

“나중에 제가 인사를 드리러 가죠.”

“감사합니다. 표기장군!”

그들이 돌아가자 진백천은 곧바로 회주전 뒤편에 있는 연무장으로 향했다.

원래대로라면 회주인 진백천만을 위한 장소였지만 지금은 검왕과 아영을 비롯해 다른 이들도 함께 사용 중이었다.

지객당에서 머물던 이들을 근처로 옮기면서 진백천과 함께 수련을 했다.

“스승님!”

진백천을 발견한 아영이 오늘따라 더욱 해맑게 뛰며 그의 품에 안겼다.

그러면서 뒤를 힐끔 돌아보며 콧방귀를 끼었다.

그런 시선의 끝에 서 있는 것은 상장이었다.

“……스승님. 오셨습니까.”

아직은 어색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목소리가 작잖아. 스승님의 제자라면 목소리가 커야지!”

“고치겠습니다. 사저(師姐).”

“그렇게 할 거면 사저라고도 하지 마!”

아영은 보기와 다르게 제법 매서운 사저였다.

상장을 싫어하는 건 아닌 것 같고 단지 그에 대한 질투였다.

‘둘째 아이가 태어난 첫째 같달까?’

“아영. 상장한테 그렇게 말하지 말랬지?”

진백천은 그럴 때마다 아영을 단호하게 혼냈다.

이래저래 세상에 둘뿐인 사저 관계였고 그 누구보다 서로 힘이 되어주어야 했다.

아영은 급히 시무룩해져서 고개를 끄덕였다.

혼이 나는 것 또한 전부 상장 탓이라고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아직 철이 없어서 그런가?’

진백천은 검왕과 설수련과도 인사를 나눴다.

“왔군. 오늘도 대련인가?”

“네. 그 전에 제자들 실력 좀 봐주고요.”

요즘 무림대회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아영과 상장의 수련을 봐주는 것은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이들에게는 가장 평화로운 시기에 겪는 마지막 무림대회일 터였다.

이곳에서 다양한 실력자들을 맞이하고 겨뤄보는 것은 엄청난 기회였다.

‘그러려면 기본은 해야겠지.’

“둘 다 열심히 했지?”

“네! 스승님!”

진백천은 가장 먼저 아영의 실력부터 살폈다.

쌍적검이 그녀의 성격처럼 호쾌하게 허공을 가르며 뻗어갔다.

태천검(台千劍)의 검로였다.

파아앙-

가진 내력만큼이나 검에는 무척이나 힘이 실린 상태였다.

그녀는 이제 막 48가지 동작 중 14번째에 도달한 상태였다.

“파초식은?”

“……헤에. 그건 아직 어려워요.”

아영의 장점과 단점은 극명했다.

흑백신의에게 실험을 당하면서 극도로 늘어난 강력한 내력이 존재하지만 그것을 미세하게 운용하지 못했다.

원래 자신의 것이 아니었던 내력이라 그런 모양이었다.

“그래도 꾸준히 연마해야 돼. 알지?”

“네. 노력하겠습니다!”

현재 진백천이 익힌 태천검은 48가지 동작 중 32번째였다.

갈수록 어려워졌지만 꾸준히 익힌 결과였다.

슬슬 파초식, 파강식을 뛰어넘는 3번째 초식을 사용할 수 있을 터였다.

“무림대회 전까지는 파초식을 펼칠 수 있게 하자.”

“네! 스승님!”

아영은 힘차게 대답했다.

그다음은 상장의 차례였다.

어색하게 진백천 앞에 섰지만 검을 손에 쥐자마자 눈빛이 가라앉았다.

저번에도 본 적 있는 이가 나간 철검이었다.

“으으. 돌연변이.”

“쉬잇.”

아영이 그를 돌연변이라 부를 정도로 그 변화는 극명했다.

검을 잡기 전에는 어수룩하던 상장은 어느새 날카로운 눈빛을 쏟아내며 검을 쏘아냈다.

광풍칠성검법의 초식이었다.

휘이이이익-

“좋다!”

옆에서 지켜보던 검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쳤다.

내력이 뒷받침되지는 못하지만 기본적인 검형은 이미 몸에 익다 못해 자연스레 펼쳐지는 수준이었다.

수위마저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수련하기 시작하자 말 그대로 초식을 온몸으로 씹어 먹은 것이다.

‘이제 슬슬 다른 무공도 익히는 편이 좋겠어.’

진백천은 평소에도 상장에게 걸맞은 무공을 생각해 봤다.

자신이 익히고 있는 태천검을 알려줘도 괜찮겠지만 왠지 상장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태천검은 기본적으로 도가의 무공이야. 그것보다는 조금 더 거친 것이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티이이이-

주변으로 흩날리듯 뻗어가는 검 끝이 격하게 흔들렸다.

상장의 검에서 펼쳐지는 태천검이 어떨지도 궁금하긴 했다.

“후우.”

상장은 어느새 동작을 끝내고 검을 갈무리했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이 얼마나 전심전력으로 펼쳤는지 알려줬다.

“수고했어. 막히는 부분은?”

“지금은 없었습니다.”

진백천은 둘을 설수련에게 맡기고 잠시 검왕과 대화를 나눴다.

아무래도 자신 혼자만의 생각보다는 검왕의 생각을 들어보는 편이 좋았다.

“어르신. 상장에게 태천검은 어떨까요?”

“자네가 익히고 있는 그 특이한 무공 말인가? 나쁘지 않지. 무척이나 현묘하고 저 아이가 익힌 내력심법과도 잘 맞을 거야. 문제는 내력이겠지만 그것이야 자네의 금력(金力)으로 해결될 문제 아닌가.”

당연히 그럴 생각이었던 진백천은 씨익 웃었다.

“그리고 자네에게 딱히 다른 무공이 있는 것도 아니고.”

“흐음. 무공이야 많죠. 제가 대성한 게 없어서 문제지만요.”

진백천은 슬쩍 검왕의 눈치를 보며 품속에서 책자를 하나 꺼냈다.

그것을 내려다본 검왕의 두 눈에 잔물결이 일었다.

[벽력천풍검(霹靂天風劍).]

“이거 기억하시죠?”

“못할 리가 있나. 벽력마검 이홍립의 독문무공인데. 설마 이걸 상장에게 주려고?”

진백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교의 4호법 중 하나이자 무력으로만 따지면 화산신검도 신경을 써야 할 벽력마검이었다.

오태산에서 마주쳤을 때는 일시적이지만 벽을 뛰어넘으며 화경(畵境)의 경지에 올랐었다.

“마교의 무공인데 괜찮겠나?”

“극도로 패도적이지만 무공 자체는 마공이 아니에요. 오히려 그렇기에 단순한 면도 있고요.”

어차피 이홍립이 죽은 이상 더는 이 무공을 익힌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흐음.”

천하의 검왕마저도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했다.

“나쁘지 않겠지. 아니, 오히려 엄청난 기회일 거야. 하지만 자네가 가르칠 수 있겠나? 이 무공을?”

“못하죠.”

진백천은 인정했다.

그렇기에 더더욱 다른 무공에 눈을 돌리는 이유기도 했다.

“그런 의미로 저랑 공동 스승님 좀 하시죠? 어차피 이미 제자처럼 알려주시기도 하시잖아요?”

검왕이라면 진백천과 다르게 벽력천풍검을 보고 그에게 충분히 지도편달이 가능했다.

물론 그러려면 그에게도 비급을 줘야겠지만 그것이야 큰 문제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런 관계가 더더욱 그를 정도회로 자리 잡게 만들겠지.’

지금은 단지 손님일 뿐이지만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그를 장로쯤 되는 자리에 앉힐 생각이었다.

검왕은 진백천과 상장을 번갈아 보며 고민에 빠졌다.

그가 이토록 길게 생각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런 장고 끝에 나온 말은 진백천도 전혀 짐작하지 못한 것이었다.

“수련이는?”

“네?”

“자네의 음흉스러운 속내로 짐작하건대 이번 기회로 나를 정도회로 앉히려는 것은 잘 알았게. 하지만 수련이는 딱히 설 자리가 없지 않나?”

“설 소저의 자리도 마련해야죠.”

말은 그렇게 해도 딱히 그녀가 뭘 하는지는 잘 몰랐다.

검왕은 그런 것을 이미 짐작했는지 친히 해답까지 내려줬다.

“이곳에 자리를 잡는 것만 도와주게. 자네가 그녀의 그늘이 되어주는 것도 좋고.”

설수련이 얼떨결에 무공을 익히기는 했지만 강호의 무정한 칼밥을 먹으며 살길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녀의 출중한 외모 탓에 평범하게 살기는 어렵다는 것도 잘 알았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정도회에 남아 진백천이 그녀를 보호해 주길 바라는 것이기도 했다.

“그거야 말씀하지 않으셔도 그렇게 할 생각이었어요. 저도 설 소저가 남 같지 않고요. 나중에 설 소저의 생각도 들어보고 적당한 자리를 마련해 볼게요.”

굳이 무력대대가 아니라고 해도 정도회에는 자리가 많았다.

‘그녀 정도의 학식이라면 서고 관리 같은 것도 괜찮겠지.’

검왕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동의했다.

진백천은 벽력천풍검의 비급은 각각 사본과 진본으로 검왕과 나눠 가졌다.

그날 이후로 상장은 바로 새로운 무공을 배우기 시작했다.

둘이 서로 되짚어가며 알려주는 터라 그 속도가 느렸지만 상장은 오히려 더 좋아했다.

“저는 익히는 게 느려서 한 동작 한 동작 천천히 배우는 게 더 좋습니다.”

그런 훌륭한 말을 하며 꾸준히 익혀갔다.

그리고 마침내 정도회에 또 다른 손님들이 도착했다.

화산파의 검군(劍君) 유일환과 매화검수들이었다.

하지만 막상 유일환과 마주친 진백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으응? 너 언제 개방의 귀의했냐?”

“…….”

그만큼 그들은 거지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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