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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회귀백서-195화 (195/346)

무림회귀백서 195화

66장 친선 대련(5)

“승리에 변명과 요행 따윈 없을 거다라.”

홍혈도는 황대원의 패기가 마음에 드는 듯했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 앞에 서는 자들은 하나같이 주눅 든 모습뿐이었다.

“나를 상대로 이토록 당당히 이길 거라 말하는 이가 다시 나오다니. 오늘은 무척이나 좋은 날이군.”

하지만 그렇기에 황대원을 더 뭉개줄 생각이었다.

화아아악-

홍혈도의 전신에서 뜨거운 열풍이 휘몰아쳤다.

마주 선 황대원의 전신이 찌릿할 정도의 기세였다.

‘처음부터 전력을 다한다!’

홍혈도의 무공에 대해서는 이미 진백천에게 들은 지 오래였다.

물론 단순히 듣기만 한 것과 직접 맞부딪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지만 그렇다고 망설일 황대원이 아니었다.

드드드득-

황대원은 부절도부(不絶刀斧)를 들어 등 뒤로 넘겼다.

“와라.”

홍혈도의 말과 함께 도끼가 허공을 가르며 뻗어 나갔다.

금부일선(金鈇一線).

처음부터 황대원이 펼칠 수 있는 최상의 초식이었다.

주변의 모든 기운이 도끼의 움직임에 따라 앞으로 쏠렸다.

홍혈도의 열기조차 그것에 휘말리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도끼는 정확히 홍혈도의 머리를 노리며 떨어져 내렸다.

“……엄청나다!”

거대한 도끼가 떨어져 내리는 모습은 마치 눈앞에서 산사태가 일어나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홍혈도도 가만있지만은 않았다.

등 뒤의 메인 도의 손잡이를 잡는 순간 붉은 화염이 일며 허공을 갈랐다.

열강일도(熱强一刀).

특이하게도 홍혈도가 흩날리는 도강은 불길이 함께 일렁였다.

내력이 약한 자라면 옆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제대로 두 눈을 뜨지 못할 정도였다.

불꽃의 도와 황대원의 도끼가 맞부딪치며 거대한 충격파가 일었다.

화아아아악-

홍혈도의 불꽃이 비수처럼 사방으로 흩날리고 황대원의 기운이 연무장의 바닥을 박살 냈다.

“엄, 엄청나다!”

“전부 조심해!”

파편에 맞은 이들은 살갗이 베이거나 심하면 뼈가 부러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주변의 난리와 다르게 황대원과 홍혈도는 더더욱 기세를 끌어올렸다.

“괜히 자신감이 충만한 것이 아니었구나!”

“아직 준비한 것의 반도 펼치지 않았습니다.”

황대원은 도끼를 붙잡은 손아귀에 힘을 주며 무게를 실었다.

도끼가 홍혈도의 도를 밀어내며 차츰 아래로 기울었다.

처음부터 환력신공을 두 차례나 시전하고 뛰어든 황대원이었다.

그의 괴물 같은 힘과 절대 부러지지 않는 부절도부가 합쳐지자 홍혈도마저 견디기 힘든 압박감이 생겨났다.

“과연……! 특이한 도끼로다!”

부절도부는 단순히 무겁고 단단한 도끼만은 아니었다.

흡수한 황대원의 내력을 절로 복돋아 주었고 홍혈도의 불꽃과도 같은 내력은 반대로 흩어냈다.

괜히 삼재부가 30년간을 기다렸던 무기가 아니었다.

“자신감을 가지고 나올 만하군.”

홍혈도는 천천히 밀리면서도 여유가 넘쳤다.

이미 수백, 수천 번 전투를 경험했던 그에게 이런 상황은 비일비재했다.

이마에 닿을 듯 말듯 도끼가 닿자 그 예기로 살갗이 조금씩 찢겨 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번쩍하며 홍혈도의 도가 빠르게 허공을 그었다.

카앙!

열화십삼도(裂火十三刀).

그 덩치에 맞지 않는 날렵한 움직임이었다.

첫 번째 일격이 도끼에 닿았다 느끼는 순간 이격과 삼격이 이어졌다.

황대원의 몸이 도끼를 든 채 뒤로 밀려났다.

홍혈도는 그 기세를 놓치지 않고 더욱 빠르게 도를 휘둘렀다.

화르르르륵-

그의 빨라진 도만큼이나 화염이 거칠게 일어났다.

팔격과 구격이 이어질 때쯤에는 둘의 신형이 불 속에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으윽! 뜨, 뜨거워! 다들 뒤로 물러나라고!”

“다들 조심해!”

내력으로 타오르는 화염은 연무장 위에 떨어져도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황대원의 옷은 이미 군데군데가 구멍이 뚫리고 안에 입은 흑어단피가 드러났다.

누가 봐도 홍혈도의 압도적인 승리로 보였다.

-버텨.

하지만 황대원은 그저 웅크리고 있었다.

-버티다 보면 기회가 올 거야.

화염만이 일렁이는 시야 속에서 맹렬히 쏟아지는 도를 막아냈다.

카앙!

금방이라도 일격을 허용하고 쓰러질 것만 같은 상황이었지만 두려움이나 위기감 따위는 들지 않았다.

‘버티겠습니다.’

예전부터 버티는 것만은 가장 자신 있던 황대원이었다.

더구나 자신의 주군인 진백천이 전음으로 할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렇다면 자신은 그저 버티며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제법 끈질기군.”

홍혈도는 제대로 된 일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반 발자국 뒤로 물러나며 기수식을 취했다.

화염도(火炎刀).

주변의 맹렬히 일렁이던 불꽃이 순식간에 홍혈도의 도로 빨려 들어갔다.

가뜩이나 붉었던 도신이 극도로 압축된 불꽃의 강기로 이리저리 흔들렸다.

보통이면 그 기세에 위축이 될 만도 하지만 황대원은 오히려 두 눈을 빛냈다.

진백천이 말하던 그 기회가 드디어 온 것을 깨달았다.

그 또한 반걸음 뒤로 물러나며 마지막 한 수를 준비했다.

“이번에도 맞부딪치려 한다면 크게 다칠 걸세.”

홍혈도의 두 눈동자에 몰아치는 화염이 비치며 붉게 일렁였다.

“아무리 단단한 방어구라고 해도 화염을 막을 수 없을 테니까.”

그것은 자만이나 허세 따위가 아니었다.

화염도는 일반적인 검강과 달랐다.

맞부딪치려 한다면 흩어진 불꽃이 전신을 파고들며 내부를 숯덩이로 만들었다.

다르게 말하자면 필사(必死)의 일격이었다.

“지금이라도 패배를 인정하게나.”

드드드득-

가만히 서 있던 황대원의 전신에서 근육이 뒤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한번 환력신공을 시전한 탓이었다.

부푼 근육이 꿈틀거리며 도끼를 크게 들어 올렸다.

“베어낸다.”

“여기서 끝내긴 아까운 자인데 아쉽게 되었군.”

화염도가 공간을 가르며 황대원의 심장을 향해 일직선으로 뻗어왔다.

황대원도 마찬가지로 도끼를 휘둘렀다.

반월부일격(班月斧一擊).

전과 달리 도와 도끼가 부딪쳤음에도 충격파 따위는 없었다.

화염도가 흩어지며 불꽃의 도기가 황대원의 전신을 향해 뻗어갔다.

아무리 단단한 흑어단피라 해도 화염에 타들어 가며 그 속살을 드러냈다.

그 모습을 보고 놀란 정도회 무산들이 진백천을 쳐다봤다.

“회주님! 이러다 황 무사님이 큰일 나겠어요! 지금이라도……!”

“그만. 우선 지켜봐.”

진배천은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그들의 말을 중지시켰다.

“……회주님!”

당소예가 울상을 지으며 황대원을 쳐다봤다.

멍청하리만큼 우직한 그가 너무나도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이내 드러난 속살을 본 이들의 두 눈이 크게 흔들렸다.

“……이미…… 타들어 가 있어?”

흑어단피 안쪽의 가슴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간 상태였다.

그리고 그렇게 타들어 간 중앙에는 호두알 크기만 한 붉은 구슬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저게 뭐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다들 의문을 가지는 사이 대결에도 급격한 변화가 일었다.

진백천에게 파고들던 화염도의 강기가 전부 붉은 구슬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치지지직-

동시에 그의 가슴팍이 더 타들어 갔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흐아아아아압!”

황대원은 들어 올렸던 도끼를 빠르게 내리찍었다.

공격이 멈출 줄 알았던 홍혈도는 놀라며 다급하게 고개를 틀며 도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힘이 실린 도끼는 그의 도를 반쯤 갈라내며 어깨에 틀어박혔다.

콰드득!

황대원은 도끼를 거칠게 뽑아내며 재차 휘둘렀다.

반월부이격(班月斧二擊).

홍혈도는 재빨리 뒤로 물러섰지만, 전신이 길게 베였다.

피를 토해내는 모습을 보면 겉모습뿐만 아니라 내부도 진탕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어처구니가 없군.”

단 한 차례의 격돌.

그것이 승부의 방향이 완전히 틀어버렸다.

지금도 홍혈도가 발하는 불꽃은 계속해서 황대원의 가슴팍에 꽂힌 구슬로 흡수되어갔다.

“……그걸 믿고 기다린 건가? 보기와 다르게 음흉한 구석이 있군.”

쿠웅!

황대원은 도끼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단지 올려놨을 뿐이지만 바닥이 부서지며 금이 갔다.

“처음부터 드러냈으면 통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렇겠지.”

하지만 홍혈도는 이제 와서 순순히 항복할 생각 따위 없었다.

서 있지 못할 정도가 되지 않는 한 멈추지 않았다.

깊게 베인 왼쪽 어깨를 지혈함과 동시에 도를 빠르게 휘둘렀다.

열화쾌도(熱火快刀).

지금까지와 다르게 속도에 치중을 한 일도였다.

이를 악다문 홍혈도는 전력을 다했음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이미 기운 승부였다.

후우우우욱-

황대원의 도끼가 허공을 가르며 그의 도를 가볍게 밀어냈다.

동시에 가슴에서 허벅지까지 가르는 기다란 상처를 만들어내며 튕겨냈다.

반면에 황대원의 몸에는 가슴이 일부 베이는 상처만 생겨난 게 전부였다.

“……후우.”

바닥에 널브러진 홍혈도는 미동조차 없었다.

황대원의 완벽한 승리였다.

* * *

황대원의 승리에도 주변은 조용했다.

쓰러진 사람이 홍열도라는 게 믿을 수 없었던 것이 그 첫째였고, 승자라고 하기에는 황대원의 몸 상태도 최악이었다.

환력신공을 3번이나 펼치고 억지로 유지하던 몸이었다.

한계에 도달한 몸이 환력신공이 풀리며 휘청였다.

장난감처럼 휘두르던 부절도부가 이제 꿈쩍도 안 했다.

지팡이처럼 겨우 붙잡고 서 있자 당소예와 진백천이 그를 부축했다.

“수고했어. 최고였다.”

“……감사합니다.”

황대원은 부축을 받으며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믿었던 홍혈도의 패배.

그쯤 되자 지켜보고 있던 사패천의 무인들과 관중들도 차츰 혹시나- 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황대원. 저자가 4신위를 꺾다니.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인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겨우 이립(而立)을 넘어선 자야.”

물론 황대원도 정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말이 되지 않는 것은 똑같았다.

모두가 처음과 달리 경악을 담긴 시선으로 황대원과 진백천을 쳐다봤다.

“……새로운 물결이 앞 물결을 집어 덮치고 있군.”

그리고 사자혁은 그러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4신위를 끌고 가라. 상처를 제대로 살펴.”

9신위 묵봉과 달리 아직 쓸모가 많은 자였다.

그가 패배한 것도 실력이라기보다 황대원의 가슴팍에 박혀 있던 기물(奇物) 때문이었다.

“화염도의 도강을 전부 흡수했어. 평범한 물건이 아니야. 이 모든 것을 진백천이 의도한 거군.”

그렇기에 더더욱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지금까지 당연히 이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아주 어쩌면 전부 진백천의 손아귀에서 놀고 있는 게 아닐까, 란 의심이 들었다.

“유소어.”

“네. 천주님.”

“네가 보기엔 어떻지?”

“……승리는 확실합니다.”

“그런 걸 묻는 게 아니다. 이대로 친선 대련이 진행되어도 좋은가를 묻는 것이다.”

유소어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 관중을 돌아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대로라면 사패천이 이기더라도 진백천 회주와 정도회가 위명을 얻어갈 것입니다.”

“사패천에 있어서는 치욕이나 다름없는 결과지.”

자신의 안방에서 상대를 띄워주고 마는 용도로 끝이었으니까.

사자혁의 시선에 진백천이 담겼다.

진백천은 황대원을 앉히고 몸의 흔들린 내력을 붙잡아 주는 중이었다.

가슴팍에 꽂혀 있던 기물은 어느 틈엔가 몸 안으로 스며든 모습이었다.

“저런 기물조차 수하를 위해 아낌없이 쓰는 모습을 보면 좋은 수장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패천이 그 이름을 알릴 제물이 될 이유는 없다. 단 한 사람.”

사자혁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신위 중 자신 있는 자만 앞으로 나서라. 그자마저 패배한다면 그 후에는 바로 내가 나설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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