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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회귀백서-190화 (190/346)

무림회귀백서 190화

65장 사패천의 경매장(4)

진백천의 말에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스승? 누가 누구의 스승이라는 거지?”

“설마 삼재부가 천주님의 스승이라는 말은 아니겠지?”

주변의 웅성거림이 점점 더 커져갔다.

하지만 사자혁은 진백천이 그것을 어떻게 알아냈는지가 더 궁금했다.

“령령이가 말했을 리는 없을 테고.”

그가 삼재부의 가르침을 받았다는 것은 구룡성 내에서도 극히 제한된 자만 아는 내용이었다.

막상 물었지만 그가 알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대신 자신이 재앙이라고 불린 남자의 제자라고 하면 놀랄 진백천의 표정을 기대했을 뿐이었다.

“사패천에도 정도회의 쥐새끼들이 단단히 박혀 있나 보군?”

“마음대로 생각해.”

진백천은 어깨를 으쓱였다.

하용추는 하오문 지부장답게 둘의 대화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엄청나군. 삼재부가 사자혁의 스승이었고 그 사실을 회주가 알고 있었다? 정도회, 아니 회주의 정보력은 대체 어느 정도라는 거지?

그의 놀람은 거기까지가 아니었다.

뭔가를 깨달은 듯 눈이 잔뜩 커지며 진백천을 쳐다봤다.

‘왜 또 저래?’

혹시나 사자혁의 속마음이 들리는가 확인할 목적으로 상단전을 연 진백천이었다.

역시나 그의 속마음은 검은 안개 속처럼 불투명했고 대신 들려온 것은 하용추의 속마음이었다.

-오왕 중에 1인을 차지하였을지도 모를 삼재부의 무공은 가히 무적이 가깝다고 했다. 진백천 회주는 사자혁이 그의 제자임을 알고서도 친선대련을 흔쾌히 받아들였어. 일반적이라면 피해도 모자랄 판에 말이야. 혹시…… 혹시라도 이 모든 것이 그의 머릿속에 들어 있었다면…… 대체 어디까지 지략이 닿아 있는 거지? 설마 이 모든 것도 의도한 건가?!

어쩐지 지나칠 정도로 여유롭고 말이 안 되는 태도였다.

경매장에 온 것도 전부 사자혁을 끌어내기 위해서라면 모든 것이 말이 되었다.

하용추가 마른침을 삼키며 진백천을 다시 봤다.

-……내가 너무 안일했다. 큰아버지와 여교가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 말했을 때 너무 쉽게 생각했어. 이 자는…… 용이다. 이미 하늘에 승천해서 모든 것을 내려다보고 있어!

‘……뭐래는 거냐?’

지나치게 올려치기 해버리는 하용추의 속마음에 당황할 때.

바로 옆에서 사자혁도 그를 비슷한 시선으로 쳐다봤다.

‘혹시 이놈도 비슷한 오해를 하고 있는 건가?’

뭔가 대답을 바라는 것 같긴 한데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잠시 둘 사이의 눈빛 교환 후에 사자혁이 마침내 졌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인정하지. 뭐 때문에 나를 이곳으로 불러낸 거지?”

알 수 없는 질문에 당소예와 황대원이 눈을 꿈뻑이며 진백천을 쳐다봤다.

“……내기 때문이지?”

물음 섞인 대답이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내기? 내일 있을 친선대련에 내기를 걸자는 건가? 감히 나 사자혁과의 승부를 두고 말이지?”

사자혁의 전신에서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경매장에는 그가 내뿜는 거친 바람이 휘몰아쳤다.

기막으로 재빨리 앞을 막아선 진백천의 일행과 달리 구경하던 이들은 몸이 휘청이며 뒤로 나뒹굴었다.

“허억! 조, 조심해!”

“다들 비키라고!”

‘왜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

진백천은 사자혁이 화내는 이유조차 이해하기 힘들었다.

내기는 원래 내일 친선대련의 진행에 앞서 제안하려 했던 것이었다.

그런 의문은 전부 하용추의 속마음에서 정답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도발을 할 줄이야!

‘도발이라고?’

-사패천주는 단 한 번도 져본 적 없는 구룡성의 머리나 다름없지. 그런 이에게 내기를 제안할 정도면 얼마나 승리를 확신하는 거지? 겨우 대주 몇 명으로 사패천의 10신위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제서야 진백천은 사자혁이 왜 화를 내는지 알았다.

반대로 생각하면 마교의 교주가 비영대들만 이끌고 정도회에 들어와서 진백천에게 당연히 이길 거라고 말한 것과 비슷했다.

패배에 유독 민감한 사자혁이라면 이런 반응도 이해가 되었다.

후우우우우-

점점 그에게서 쏟아지는 기파가 강해졌지만 기막은 그에 따라 더더욱 단단해졌다.

폭풍과도 같은 대립 속에 아무렇지 않은 둘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천외천의 경지를 느꼈다.

“사패천주의 힘을 그렇다 쳐도 정도회 회주도 만만치 않군.”

“과연 괜한 오기는 아니라 이건가?”

곧 사자혁은 이러한 소모성 기 싸움은 그에게 소용없음을 깨달았다.

그러자 폭풍 같은 기세가 순식간에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는 언제 화를 냈냐는 듯이 무표정으로 물었다.

“그래. 내기에 대해 말이나 들어나 보지.”

“별건 아니고. 지는 자가 이기는 자의 부탁을 들어주는 정도면 돼.”

“좋다. 너의 부탁은 뭐지?”

진백천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친선대련이니까. 그것을 연장해서 정도회와 사패천과의 친선관계를 맺었으면 좋겠는데.”

“뭐?”

진백천의 대답에 모두가 어이없다는 듯이 실소를 터뜨렸다.

다름 아닌 정도회와 사패천이었다.

마교와 같이 서로 죽일 적은 아니어도 물과 기름 정도는 되었다.

섞이려 해도 그들은 명확한 차이가 존재했다.

“가능하다고 보는 건가?”

“가능하지. 서로 친구처럼 지내자는 게 아니야. 적어도 공통의 적이 있는 동안은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자는 거지.”

진백천이 진심이라고 생각하자 사자혁도 진지하게 그것에 대해 생각했다.

의외의 제안이지만 길게 보면 나쁠 것도 없었다.

“맹우이기 보다는 전우(戰友)라는 건가?”

“좋다. 받아들이지. 대신 사패천이 이기게 되면 내 부탁을 들어야 한다.”

“정도회를 해체하라는 이상한 것만 아니면 얼마든지.”

사자혁은 한쪽 입술을 끌어올리며 회심의 말을 꺼냈다.

“내가 바라는 것은 회주의 무공.”

“역시 그럴 줄…….”

“걸개구타권(乞丐毆打拳)을 내놓아라!”

“……뭐?”

웬만하면 당황하지 않는 진백천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할 말을 잃고 입을 뻥긋거릴 정도였다.

그런 모습을 보며 사자혁의 미소는 더더욱 진해졌다.

“역시 당황할 줄 알았다. 왜? 무공을 내기의 대가로 놓기에는 아쉽나?”

“……진심이냐?”

사자혁은 거칠게 도포를 쳐내며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나 사패천주 사자혁은 절대 허언을 하지 않는다! 싫으면 지금이라도 파하던지!”

“아니야. 받아들이지. 내가 지면 걸개구타권(乞丐毆打拳)을 알려주지.”

‘……어려울 것도 없고.’

만약 그가 요구한 것이 태허무극진결(太墟無極進結)이나 태천검(台千劍)이었다면 무척이나 고민했을 터였다.

하지만 걸개구타권은 고민 따위 할 필요 없었다.

왠지 요상하게 일이 잘 풀려가는 느낌이었다.

“좋다. 남아일언(男兒一言)은……!”

“중천금(重千金)이지.”

사자혁은 만족스러운 기색으로 왔던 것처럼 다시 돌아갔다.

남겨진 진백천은 당소예와 황대원을 보며 눈을 꿈뻑였다.

당소예는 소리를 죽인 채 조심히 물었다.

“회주님.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그 걸개구타권이요. 정말 있는 무공이었어요?”

“……그렇겠어? 당연히 내가 대충…… 크흠. 만들어낸 거지.”

“……그런데 왜?”

진백천은 어깨를 으쓱였다.

마음속이 들리지 않으니 사자혁의 속마음 따위 알 리 없었다.

진백천은 마찬가지로 멍하니 서 있는 하용추를 보며 부절도부(不絶刀斧)를 가리켰다.

“그건 그렇고. 저것도 구매할 테니까 다른 물건들과 함께 보내놔.”

“……알겠습니다. 회주님!”

황대원이 크게 당황했지만 대충 무시하며 빠르게 경매장을 훑었다.

그 후로는 당소예에게 사줄 단검을 살폈다.

거의 마지막까지 살펴보고 나서야 그녀가 쓸 만한 단검을 발견했다.

쌍단수(雙斷手)라는 이름을 가진 검보다 짧고 단검보다는 긴 쌍둥이 단검이었다.

절삭력도 뛰어나고 재질도 단단해서 웬만해서는 부러질 리 없어 보였다.

“이제 돌아가자.”

그렇게 한차례 돈놀이를 끝내자 진백천은 곧바로 돌아갔다.

하지만 진백천이 사라지자 오히려 경매장에 있던 자들의 웅성거림은 더더욱 커졌다.

그가 어마어마하게 많은 돈을 쓴 것은 물론이고 사자혁과의 내기에 대한 내용은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내일 친선대련을 앞두고 사패천주와 진백천이 미리 입으로 한판 붙었다!>

<사패천주는 정도회 회주의 무공을 요구했고, 회주는 친교 관계를 요구했다!>

<정도회 회주는 내일의 대련을 위해 경매장의 물건을 전부 쓸어갔다! 그 비용이 무려 금자 5만 냥 가까이 들었다!>

이러한 정보는 대부분 그 옆에 있었던 하용추에 의해 작성된 것들이었다.

사람들의 입과 전서구를 통해 퍼져나간 이러한 내용은 단 하루가 되기 전에 대부분의 단체에 도달했다.

모든 강호의 이목이 자연스레 사패천과 정도회의 친선대련에 쏠렸다.

<이 친선대련의 승자가 앞으로의 기세를 차지할 것이다!>

지략가들의 무거운 예상이 쏟아져나왔다.

하지만 단지 말뿐이었고 확실한 것은 다음 날 친선대련의 결과를 까봐야 했다.

* * *

전각으로 돌아온 진백천은 산 물건들을 살피며 환하게 웃었다.

“후우. 역시 사패천이야. 이렇게 쓸 만한 물건들이 잔뜩 있었다니.”

물론 엄청난 돈이 들어갔지만 그 정도쯤은 진백천에게 충분히 납득 가능한 금액이었다.

‘어차피 죽을 때 싸 들고 갈 황금도 아니고.’

진백천은 우선 수북히 쌓여 있는 물건 중에 흑어단피(黑魚檀皮)부터 집어 들었다.

총 5벌의 보호구는 하용추가 말한 대로 표면이 꺼칠꺼칠했다.

하지만 그만큼 단단하면서도 무척이나 가벼웠다.

“물고기 가죽이라고 했지? 그래서 그런지 무척이나 유연하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살에 맞닿는 부분은 꺼칠하지 않았다.

진백천은 5벌의 흑어단피를 당소예와 황대원을 비롯해 두 명의 대주들에게 하사했다.

강량호와 전등신은 기대하지도 못한 물건에 화들짝 놀랐다.

“……내일 있을 친선대련에서 목숨 바쳐 해내 보이겠습니다!”

“목숨 걸 필요는 없어. 경험으로 생각하라고.”

‘어차피 져도 걸개구타권만 넘기면 그만인데.’

중요한 건 진백천 본인이 지지 않으면 되었다.

수하들까지 전부 이기라고 하는 것은 욕심이자 자만이나 다름없었다.

감명받은 강량호나 다른 이들과 달리 전등신을 흑어단피를 물끄러미 내려다보기만 했다.

“왜? 마음에 안 들어?”

“……아닙니다! 마음에 듭니다. 그저…….”

“그저 뭐?”

전등신이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대답했다.

“제가 회주님께 이런 걸 받아도 될 만큼 잘해왔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가 하고자 하는 뭔지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당소예와 황대원은 말할 필요도 없고.

수라검대 대주 강량호는 진백천의 명령을 받들어 검왕을 모시고 마교와 직접적으로 전투를 치렀다.

거기서 대승까지 하고 돌아왔으니 이런 보물을 받아도 괜찮았다.

“전 장로와는 다르게 소심하네. 그냥 주면 감사합니다, 하는 거야. 대신 더 노력하면 되잖아?”

진백천이 어깨를 툭 치며 말하자 전등신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어차피 진백천을 따르기로 했고 그의 말대로 성과를 보이면 그뿐이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전풍객을 닮은 얼굴로 그렇게 말하니 왠지 기분이 묘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워 보이지는 않았다.

“후우. 그렇다면 이제 무기인가.”

무기는 단 두 개뿐이었다.

쌍단수(雙斷手)와 부절도부(不絶刀斧)였다.

이미 무기의 주인인 당소예와 황대원은 잔뜩 긴장한 눈치로 진백천을 쳐다봤다.

“둘 다 어서 잡아봐. 어떤지 봐야지.”

“네! 회주님!”

당소예는 어느 때보다 더 빠르게 대답하며 두 개의 단검을 집어 들었다.

반면에 황대원은 잔뜩 긴장한 채로 도끼 앞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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