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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회귀백서-185화 (185/346)

무림회귀백서 185화

64장 신경전(3)

가장 첫 번째 선빵은 당연히 진백천의 몫이었다.

악산조삼노(岳山爪三老)인지 악산개삼노인지 짖기만 하는 것들의 주둥이를 당장 으깨 버리고 싶었다.

그래도 꼴에 강호물을 꽤나 먹었는지 그들은 쇄도하는 진백천을 보며 기다렸다는 듯이 조를 휘둘렀다.

연골쇄조(聯滑碎爪).

“어린 회주놈! 피해 보거라!”

“못피한다면 온몸이 갈기갈기 찢길 것이다!”

각기 다른 방향에서 뻗어오는 조가 진백천의 요혈을 노렸다.

하지만 딱히 긴장감이 드는 공격은 아니었다.

‘피할 필요도, 막을 필요도 없으니까.’

단지 깨부수면 된다.

놈들의 끊임없이 떠들어대는 방정맞은 입과 함께 말이다.

우우우웅-

초식을 사용할 것도 없었다.

태허무극진결의 내력을 끌어올리자 미풍이 휘몰아쳤다.

그리고 일직선으로 뻗어가는 주먹은 닿는 족족 악산개삼노의 내력을 집어삼키며 조를 부러뜨렸다.

그리고 가장 먼저 막내라던 자의 주둥이에 크게 한방을 쑤셔 넣었다.

“커헉!”

단 한방에 그자는 정신을 잃으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간헐적으로 숨을 쉬는 것을 보니 죽은 것은 아니었다.

단지 피 섞인 부러진 이들이 입 밖으로 후두둑 떨어진 것을 보면 남은 평생 고기를 씹지는 못할 것 같았다.

“막내야! 감히 이놈이……!”

“아무리 정도회의 회주라고 해도……!”

“해도 뭐?”

지금까지 이 늙은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준 것만으로 아량이 충분히 깊은 행동이었다.

진백천은 멈추지 않고 다른 늙은이의 얼굴에도 주먹을 박아주었다.

아무리 그들이 노련한 경험이 있고 어쩐다 해도 진백천의 압도적인 무력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털썩-

두 번째 늙은이도 똑같이 바닥에 널브러지며 미동이 없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마지막 남은 악산개삼노 중 첫째의 눈이 잘게 떨렸다.

“이제 혼자 남으니까 쫄려?”

“크흠. 과연 듣던 대로 실력이 엄청나군. 이쯤 하면…….”

“뭐가 이쯤이야? 당신은 첫째니까 한방으로는 안되고 두 대는 더 맞아야지.”

늙은이는 자신을 더 후드려 패겠다는 말에 흠칫하며 놀랐다.

그리고 당황한듯이 유소어의 얼굴을 쳐다봤다.

유소어는 그저 어깨를 으쓱였다.

“뭐? 설마 지금 우리한테 시비건 게 전부 유소어 때문이야? 그래서 그렇게 쳐다보는 거야?”

“…….”

“그렇다면 유소어도 두들겨 패야겠는데?”

진백천이 기세를 끌어올리며 말하자 유소어가 날카로운 눈으로 악산개삼노를 노려봤다.

“어휴. 회주님 설마요! 제가 무슨 의도로 저런 자에게 이런 사달을 일으키라고 시키겠습니까!”

“그렇지?”

더 할 말이 없냐는 듯 쳐다보는 진백천에 늙은이는 입을 꾹 다물었다.

괜히 여기서 더 입을 놀렸다가는 사패천에서 밉을 보일지 몰랐다.

그를 바라보는 유소어의 눈빛이 점점 사나워졌다.

차라리 주먹 한 방, 아니 두 방만 견디는 편이 나을지도 몰랐다.

-단순한 주먹이다. 그깟 공격 하나 못 견딘다면 나 악산조삼노의 대형이…… 커헉!

대단한 각오와 달리 주먹 한방에 똑같이 정신을 잃었다.

털썩-

“뭐야? 건방 떨던 것과 다르게 너무 허접하잖아?”

어느샌가 떠들썩한 주변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그것은 비단 진백천이 보인 모습 때문만은 아니었다.

황대원이나 강량호, 전등신도 가장 앞에 서서 진백천 못지않게 사패천의 무인들을 후드려 팼다.

정도회 무사들에게 신이나 달려들던 이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당하자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더는 없어? 이대로 끝이야?”

진백천은 처음과 달리 경계의 눈빛으로 쳐다보는 이들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지금의 겉모습만 보면 누가 사파의 무인인지 모를 말투였다.

-……역시 특이한 자야. 전부터 느꼈지만 모든 행동이 호쾌하고 물러섬이 없어. 이 많은 자의 압박에 당황할 법도 하건만……!

그렇다고 유소어가 당황하거나 기분 나빠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속마음에서 풍겨 오는 감정은 호의와 긍정적인 호기심이었다.

-이쯤이면 회주에 대해 파악하는 것도 끝났으니 그만해야겠군. 지금 알아낸 성격은 친선대련에서 유용하게 쓰일 테니까.

‘친선대련?’

처음 듣는 소리에 진백천이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꿍꿍이속인지 더 알아내고 싶었지만 그는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

아무리 순위에 없는 이들이라고 해도 정도회의 무사를 아무렇지 않게 두드려 팰 놈은 많지 않았다.

사패천의 정말 강자들은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고 그들은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괜히 뭐 뜯어먹을 게 없나 해서 부르는 줄 알았더니 친선대련이라는 걸 준비 중이었단 말이지?’

진백천은 유소어가 안내해 주는 동안 아무 말 없이 그의 속마음을 엿들었다.

그는 지금도 빠르게 어떻게 하면 자신들이 이들을 이길 수 있을까 작전을 짜는 중이었다.

어차피 10신위 중에서 머리를 쓰는 자는 자신뿐이었고 그대로 갈 게 분명했다.

-흐음. 단순히 정도회의 대주격이라면 신위들이 나서도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방금 싸움을 보니 생각을 바꿔야겠어.

사패천이나 천주인 사자혁이 바라는 것은 전승(全勝) 혹은 그에 비슷한 승리.

괜히 몇 번 져주고 하는 것은 사자혁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그렇다면 승자독식 형태로 가는 게 좋겠군. 진백천 회주의 성격상 처음부터 본인이 나올 게 분명해. 그러면 힘을 빼게 만들고 천주님이 나서면 나머지도 문제없을 테니.

생각을 정리한 유소어가 손님들이 머무는 전각 앞에 멈춰 서며 뒤돌아섰다.

“아참. 회주님. 사패천에서 정도회와 화합을 도모할 겸 친선대련을 하려고 하는데 어떠십니까?”

“좋아.”

“물론 조금 꺼리실 수도…… 네?”

유소어는 진백천이 바로 이렇게 승낙할 거라고 짐작하지 못한 듯 놀란 표정이었다.

“좋다고. 친선대련. 재밌을 것 같네. 거기에 사자혁도 나오는 건가?”

“……그러실 겁니다.”

“그렇다면 이기는 자가 계속해서 상대하는 방식이 좋겠군. 우리 측에서는 내가 알아서 준비하지. 대신 내가 바빠서 가능한 빨리했으면 좋겠는데?”

“……으음. 바쁘시다니 내일 오후 어떠십니까? 바로 싸우기보다 친선도모를 위한 것이니 말입니다.”

진백천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자연스럽게 전각 안으로 들어섰다.

마치 자신의 집에 온 것만 같이 여유로운 태도였다.

그 뒤를 따라 정도회의 무사들이 우수수 따라갔다.

남겨진 유소어는 잠시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진백천의 뒤를 쳐다봤다.

“흐음. 도통 납득이 안가는 사람이란 말이지. 이해했다고 생각하면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줘.”

“10신위가 보기에는 그런가? 나는 단순해서 보기 좋군.”

홍혈도의 말에 유소어가 입을 삐죽였다.

북경에서부터 지금까지 그가 봐왔던 진백천은 결코 단순이란 말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알면 알수록 복잡한 사람에 가까웠다.

“별말 없이 친선대련에 대해 받아들이는 것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보통의 고지식한 정파 나부랭이들하고는 완전히 달라.”

“그건 그렇습니다만…….”

“하하하. 너무 걱정하지 말게. 아까 정도회 무사들이 몸놀림을 보아하니 우리의 승리는 당연해 보였으니까.”

홍혈도는 유소어의 어깨를 팡팡 치더니 사자혁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유소어는 잠시 더 남아 전각을 올려다보다 돌아섰다.

“쯧. 그래. 좋은 게 좋은 거지.”

* * *

전각안으로 들어선 진백천은 정도회 무사들을 잠깐 쉬게 하고 대주들을 모이게 했다.

친선대련을 하기로 한 이상 사패천을 완전히 뭉개 버릴 작전을 짜야 했다.

‘단순히 친선대련만 하면 재미없을 테니. 내기라도 걸어야지.’

승부욕이 강한 사자혁이라면 결코 내기를 빼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방 안에 들어선 진백천은 그 화려함에 깜짝 놀랐다.

“엄청난데?”

“와아. 회주님 말대로 사패천에 돈이 많긴 많은가 봐요.”

사패천에서 손님에게 내어주는 전각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황궁에서 머물렀던 당소예와 황대원조차 잠시 주변 구경에 넋을 놓았다.

우선 천장의 높이부터가 다른 건물의 1, 2층을 합쳐놓은 듯 높았다.

“청소하기 힘들겠어요.”

“……그만큼 일하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하아. 부럽네요. 저희 정도회는 언제쯤 이렇게 꾸밀 수 있을까요?”

놀라는 그들과 달리 대주들은 어딘가 익숙한 표정이었다.

오히려 전등신은 사패천의 전각을 보여 코웃음을 쳤다.

“이 정도는 정도회에 비하면 별것 아닙니다.”

“에이. 전 대주님. 그건 아니죠.”

“으음? 진짜입니다. 회주님이 강호행을 하시는 동안 정도회에도 대대적인 공사가 있었습니다. 새로 지어지는 건물은…… 크윽. 그야말로 예술입니다.”

“그, 그래요?”

옆에 서 있던 강량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치는 것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닌 듯했다.

“그렇게까지 변했단 말이야?”

“네. 아무래도 정도회의 머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대대적으로 확장했습니다.”

전등신은 진백천마저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자 바뀐 정도회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댔다.

무사의 수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전각이 늘어나고 수련장소가 많아졌다.

‘그러면 우리도 소림의 36방처럼 꾸밀 수 있으려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누군가 문을 두드리며 들어섰다.

사패천의 시녀들이었다.

“회주님. 간단한 간식이라도 들이겠습니다.”

“아니. 그런 건 필요 없으니까 내가 다시 부르거나 사자혁이 부르기 전까지는 이 방에 아무도 접근하지 마.”

“……네. 알겠습니다.”

시녀들은 고개를 숙이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진백천은 여전히 무언가를 기다리며 천장을 올려다봤다.

“내가 분명히 아무도 접근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스스슥-

진백천의 시야에 있던 자가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진백천은 방에 장식되어 있던 구슬을 하나 떼어 가볍게 손가락으로 튕겨냈다.

푸욱-

피륙을 뚫는 소리와 함께 또 다른 인기척이 사라졌다.

구슬이 팔다리를 꿰뚫었지만 신음조차 내뱉지 않는 지독한 자들이었다.

그렇게 대여섯 번은 더 한 후에야 숨어 있던 자들이 전부 없어졌다.

“천장이 높은 만큼 숨겨놓은 자들도 많아.”

진백천은 그들을 전부 물리자 본격적으로 친선대련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아무래도 회주님께서는 출전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 것은 강량호였다.

“왜지?”

“현재 정도회를 향한 세인의 열기와 지지는 회주님 개인에 대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혹시라도 이곳에서 사자혁이나 다른 이들에게 패배했다는 소식이 퍼진다면 정도회에도 좋을 리 없습니다.”

냉철한 분석이었다.

하지만 그 의견에는 정도회가 질 거라는 가정이 깔려 있었다.

“그렇지. 맞는 말이야. 그런데 나는 지고 싶은 생각은 없어서 말이야. 가능하면 이기는 게 좋지 않겠어? 정도회로 돌아가기 전에 제대로 된 업적도 쌓고 말이야.”

업적이란 말에 전등신의 눈이 반짝였다.

“물론입니다. 회주님. 사패천에서 누가 나오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승률이 없는 것만은 아닙니다. 저희 중에 가장 강하신 회주님이 먼저 출전하신다면 승점을 먹고 시작할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첫 상대가 사패천주라도 회주님이시라면…… 당연히 이길 거라 생각합니다!”

적당히 아부와 잔머리가 섞인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싫어하는 진백천에게는 딱히 영양가가 없었다.

“그러다 내가 지기라도 하면?”

“네? 회주님이 지실 리가 없잖습니까…… 하하.”

“너 자꾸 쓸데없는 소리 하면 확 대주에서 내린다?”

진백천의 경고에 전등신이 입을 꾹 다물었다.

“대원 중에 쓸 만한 애들 있나? 신위들만큼은 바라지도 않아.”

“있습니다.”

대답은 의외로 황대원에게서 나왔다.

“경험은 부족하지만 차후가 기대되는 자입니다.”

“누군데?”

“회주님도 기억하실 겁니다. 요리를 잘하던 자입니다.”

진백천은 황대원의 말에 투실투실한 인상을 떠올렸다.

“춘식이?”

“맞습니다.”

의외로 춘식은 총관의 손자로 어릴 때부터 제대로 무공을 익혀왔다.

그것에 비해 요리에도 관심이 있을 뿐이지, 실력이 부족하진 않았다.

“그럼 출전 인원은 정해졌네.”

진백천, 황대원, 강량호, 전등신.

하릴없이 쫓아다니는 장로 1, 2, 3, 4.

춘식이와 당소예.

“……네? 저, 저요?!”

당소예는 가만히 듣다 자신의 이름을 듣고 화들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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