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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회귀백서-180화 (180/346)

무림회귀백서 180화

63장 사패천으로(3)

사패천으로 향하는 길.

진백천은 무척이나 고급스러운 마차에 올라타 있었다.

마차에는 평소와 달리 당소예만이 앉아 있었는데 진백천의 눈치를 살폈다.

“어휴. 어쩌다 이렇게 됐지?”

“뭐 때문에 그렇게 걱정이신 거예요?”

당소예는 진백천을 이해 못 했다.

오히려 오랜만에 만난 정도회의 무사들에 무척이나 기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진백천에게 잘 보이려는 무사들이 당소예에게도 무척이나 잘해줬기 때문이었다.

“봐봐.”

진백천은 살짝 창문을 열어 밖을 비췄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마차를 둘러싼 천군지사대 무사들이 큰 소리로 추웅- 하고 외쳤다.

“으음? 뭐가 어때서요?”

당소예는 오히려 박력 있는 모습에 좋아했다.

“평소 저희끼리만 다닐 때를 생각해 보세요. 산적 아니면 도적들이 꿀 바른 것처럼 달려들었잖아요. 마차 고장 나면 매일 삐그덕 거리면서 가기만 하고요! 저는 지금이 회주님 모시는 중에 제일 편하고 좋아요!”

그동안 진백천이 얼마나 거칠게 다녔는지 알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러고 보면 지금의 마차는 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고급스러웠다.

더구나 천군지사대를 비롯해 겹겹이 무사들이 진을 치고 있다 보니, 도적은 무슨 도적 할애비라도 그 행렬을 보며 도망쳤다.

“너무 소란스럽지 않아?”

“소란스럽기는요! 다 회주님을 생각하는 충성심이라고요!”

진백천이 한숨을 내뱉으며 바깥 공기라도 쐬려 창문에 손을 대자 또다시 추웅-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동안의 자유가 온전히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뭐하는 놈들이냐! 회주님의 앞길을 막지 마라!”

“비켜서!”

행렬의 가장 앞쪽에서 복건추룡대 전등신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치 진백천의 마차가 멈추면 자신의 심장도 멈춘다고 생각하는지 거침없이 길을 뚫었다.

“어휴. 황대원. 가능한 사람들 없는 곳으로 가. 알았지?”

“알겠습니다!”

황대원은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무사들을 이끌었다.

그런데 문득 그의 등 뒤에 메진 도끼가 눈에 들어왔다.

마인과 싸우면서 부러진 도끼 자루가 억지로 고정된 상태였다.

‘흐음. 그러고 보니 정도회에 남아 있는 자들이 혜택을 받는 동안 정작 황대원과 소예만 고생을 한 건가?’

고생한 값이라며 금자를 주긴 했지만 단약을 먹고 강해진 이들에 비하면 약소했다.

그런 점이 나름 마음에 쓰였는지 부려진 무기를 보니 더더욱 그랬다.

‘조금 더 신경 써 줘야겠어. 함께 죽을 고생을 한 이들인데 야속하게 굴 순 없지.’

진백천의 의도대로 마차는 가능한 사람이 적은 곳으로 향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금방이라도 산적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지만 당소예의 말대로 몹시나 평화로웠다.

그들은 해가 지기 전에 자리를 잡고 불을 피웠다.

하지만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기본적인 야영수준을 뛰어넘었다.

“그쪽 나무를 다 베어버려라! 회주님이 휴식할 평상을 만들어!”

힘만 남아도는 이들이라 그런지 근처의 나무를 죄다 베어버리곤 그곳에 오두막을 만들어버렸다.

“……이제 놀랍지도 않네.”

“하하하. 회주의 말씀대로입니다! 이런 충성스러운 모습은 참으로 한결같습니다!”

“전부 회주께서 노력해 주신 결과입니다! 저들이라면 지금 당장에라도 회주의 명이라면 불 속에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을 겁니다! 맞느냐?”

어느샌가 옆으로 다가온 장로 1, 2, 3이 진백천의 말을 듣고 맞장구를 쳤다.

“맞습니다! 어떤 명령이라도 따르겠습니다!”

“……됐고 식사준비나 하자고.”

“이미 준비되었습니다!”

무사들 중에서는 식사를 담당하는 자도 있는지 수레에 음식을 가지고 왔다.

진백천이 좋아하는 오리 구이부터 야채 볶음과 돼지고기 탕까지 한 상 가득이었다.

“와아. 맛있겠다!”

가장 기뻐한 것은 당소예였다.

소림사에게 풀만 먹던 것에 질려 있던 그녀였다.

“크흠. 이름이 뭐지?”

“춘식입니다!”

“기억하지.”

“영, 영광입니다! 회주님!”

천군지사대의 무인이 크게 대답하며 자리로 돌아갔다.

단순히 기억하게 그 말에 다른 자들이 어깨를 두드리며 축하해 줬다.

이들에게 회주인 진백천이 가지는 존재감이 어떤지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이러다 광신도 집단이 되는 거 아닌가 몰라.’

진백천은 속으로 피식 웃으며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역시나 보이는 것만큼 맛도 훌륭했다.

마음 같아선 술도 한잔하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많다 보니 자제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평소처럼 몸을 풀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제나 그랬듯 휴식시간에는 무공을 연마했고 소림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황대원과 대련을 했었다.

“황대원. 오랜만에 한번 붙어볼까?”

“괜찮으시겠습니까?”

“뭐가?”

황대원은 주변을 살폈다.

아무도 없던 것과 달리 지금은 100개의 시선이 존재했다.

하지만 겨우 누가 쳐다본다고 해서 매일 하던 수련을 멈출 생각 따위 없었다.

“설마 휴식한다고 정말 쉴 생각은 아니겠지?”

“……물론입니다!”

“당장 일어나라! 움직여!”

조용했던 산의 어귀가 또다시 시끄러워졌다.

진백천은 그제야 황대원과 나란히 섰다.

“도끼가 부러졌으니 당분간은 환력신공(煥力神功)에 집중해 볼까?”

“감사합니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자신감 있는 모습이었다.

마인과 목숨을 걸고 싸우면서 한차례 더욱 성장한 탓이었다.

황대원의 전신이 환력신공을 운용함에 따라 거대해졌다.

지켜보던 다른 무사들이 두 눈을 부릅떴다.

“자신감이 넘치네. 내 방식 알지?”

진백천 또한 환력신공으로 기를 운용했다.

황대원과는 달리 어느 정도 몸이 커지는 것으로 끝이 났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필사적으로 덤벼.”

황대원은 대답 대신 행동으로 보였다.

땅을 거칠게 박차며 주먹을 휘둘렀다.

손에 도끼가 들려 있지 않았지만 그 자체로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후우우우욱-

“엄청나다!”

“과연……! 소문처럼 대주님은 엄청나시군!”

천군지사대의 무사들이 경악하며 황대원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황대원은 어느 정도 이러한 모습을 의도했다.

소문으로는 익히 들었지만 진백천의 실제 실력은 본 이들은 수라검대와 강량호 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전력을 다한 움직임이었지만 어느샌가 진백천은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서며 주먹을 어깨로 흘렸다.

“흐읍!”

단순한 어깨치기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 담긴 내력은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황대원의 거구가 가볍게 들리며 뒤로 밀려났다.

진백천이 진각을 밟은 자리가 거미줄처럼 바닥에 갈라졌다.

“호오. 제법인데?”

처음 정도회를 빠져나왔을 때를 제외하면 천지 차이인 황대원이었다.

내력의 양에는 거의 변함이 없었지만 그 운용력과 새로운 환력신공의 무공은 몇 차례나 더 높은 경지로 그를 이끌었다.

황대원은 붉게 물든 가슴팍을 툭툭 털며 다시 앞으로 나섰다.

“도끼를 집어도 되겠습니까?”

“부서질 텐데?”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라면 어떻든 상관없습니다.”

황대원은 오롯이 진백천에게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사건을 거치며 자신의 실력에 자괴감마저 느꼈던 그였다.

호위무사로써 진백천의 옆에 서 있지 못하고 먼저 나가떨어지는 것은 더는 그만두고 싶었다.

그가 바라는 것은 적어도 그의 뒤를 따를 정도면 되었다.

-이번 기회에 내 실력을 다시 되짚어보겠다!

진백천은 황대원의 속마음을 들으며 그의 의지를 느꼈다.

‘그렇다면 나도 본격적으로 해줘야겠지.’

적당히 하는 것은 황대원뿐만 아니라 진백천에게도 좋지 않았다.

더구나 정도회의 무사들이 이렇게까지나 지켜보고 있는 순간에는 더더욱 말이다.

스르릉-

진백천은 독고구검을 뽑아 들며 검 끝을 황대원에게로 향했다.

그동안은 적에게만 향했던 예기가 자신에게 흐르자 몸이 잘게 떨렸다.

비로소 진백천의 앞에 섰던 적들이 왜 그렇게 움츠러들었는지 깨달았다.

“후회 없이 달려들어 봐.”

그 말은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환력신공으로 거대해진 황대원의 근육이 꿈틀거리며 수축했다.

동시에 도끼가 머리 위를 가르며 뻗어 나갔다.

금부일선(金鈇一線).

황대원이 현재 수준으로 펼칠 수 있는 최상의 초식.

화산파에서 처음 펼칠 때만 해도 겨우 도끼를 휘두르는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강호행이 거의 다 끝나갈 지금에는 온전히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소림에서의 일전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주변의 기운이 도끼의 움직임에 따라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제법 떨어져 있는 다른 정도회 무사들이 몸을 움찔하며 그 기세에 깜짝 놀랐다.

부러진 도끼가 주는 위압감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이렇게나 전력을 다한 공격인데 물러나면 안 되겠지.’

황대원이 따르는 자로서.

더 나아가 정도회의 수장으로써 진백천은 보여주어야 했다.

그들이 바라보는 앞에선 자의 등이 얼마나 크고 우람한지를 말이다.

‘가장 강한 초식으로 간다.’

그거라면 당연히 태천검(台千劍)의 파강식(破彊式)이었다.

이제 몸과 같이 익숙해진 검이 허공을 가르며 강기를 쏟아냈다.

강기의 파도와 황대원의 부기(斧氣)가 맞닿으며 거대한 충격파가 울려 퍼졌다.

“허억! 대, 대단하다!”

“이것이 회주님과 황 대주님의 실력!”

지켜보고 있던 자들의 놀람이 가중될 무렵 강기의 파도가 부기를 집어삼키며 황대원에게 쏟아졌다.

하지만 그는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다시 도끼를 뻗었다.

그가 숨기고 있던 비장의 한 수였다.

“끄으으으윽!”

금부천강(金鈇千强).

진백천에게 조차 보이지 않았던 금부일선의 다음 초식.

순간 휘청일 정도로 전신의 근육을 쥐어짜는 듯한 모습이었다.

금부일선과 다른 점이라면 부기였던 것이 뭉쳐 두꺼운 부강의 형태를 띠었다.

‘호오. 제법인데?’

파강식에 밀리기만 하던 기운이 어느 정도 맞부딪치며 현 상태를 유지했다.

당장에라도 마음먹으면 그를 집어삼킬 수 있지만 진백천은 그의 한계를 확인하고 싶었다.

집어삼킬 듯 말 듯 줄다리기가 이어지며 황대원의 몸에 아물었던 상처가 터지며 피투성이로 변해갔다.

드득-

그리고 마침내 겨우 고정해놨던 도끼 자루가 격한 비명을 지르며 꺾여나갔다.

콰직!

부서진 도끼와 함께 그의 부강도 갈피를 잃고 흐트러졌다.

그 빈자리를 뚫고 파강식의 강기가 금방이라도 황대원을 집어삼킬 듯 꿈틀거렸지만 그 방향을 바꿔 뒤쪽의 숲으로 향했다.

콰과과과곽-

뒤편에 있던 나무가 산산조각이 나며 쓰러졌다.

꿀꺽-

누군가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적막 사이에 유독 크게 들려왔다.

말로만 강하다 들어왔을 뿐이지 직접 보지 못한 자들은 과장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본 진백천과 황대원의 수준은 그들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지독하게 침묵에 익숙해진 분위기에서 진백천이 그 여운을 깨버렸다.

“수고했어. 도끼는 가능한 빨리 내가 구해줄게.”

“……괜찮습니다. 회주님. 마을에 들릴 때 적당한 것으로 구하겠습니다.”

“아니야. 내 오른팔이자 호위무사인데 적당한 것으로 들릴 수 없지. 절대 부러지지 않는 놈으로 구해줄 테니까.”

-……오른팔.

황대원은 호위무사보다 그 말이 더 가슴 깊숙이 와 닿았다.

“……알겠습니다. 저도 절대 부러지지 않겠습니다.”

“물론이지.”

환력신공이 풀린 황대원의 몸은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를 보며 작아졌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만큼 그들에게 대련을 하기 전과 후의 황대원의 존재감은 달라져 있었다.

“후우. 좋았어! 다음은 누구? 아무래도 대주들부터 나와야겠지?”

“……저희도 대련을 합니까?”

“그럼 놀라 그랬어? 그동안 얼마나 실력이 대단했는지 보자고. 한 명씩 나와.”

진백천이 입술을 말아 올리며 말했다.

그 웃음을 보고 당소예가 나지막이 말했다.

“어엇. 회주님 또 시작되었다. 저 짓궂은 미소!”

“당 소저. 짓궂은 미소가 뭡니까?”

“흠흠. 그런 게 있어요. 저는 황 무사님 치료해 주러 가볼게요.”

당소예는 말을 얼버무리며 황대원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그 날.

대주를 비롯해 100여 명에 가까운 무사들은 그들이 따르는 자의 실력에 대해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말 그대로 피와 살로 직접 맞부딪쳐가면서 말이다.

“겨우 그거밖에 안 돼?”

“아, 아닙니다!”

진백천의 대련 혹은 무차별적 폭력은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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