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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회귀백서-176화 (176/346)

무림회귀백서 176화

61장 잔당 제거(4)

황대원과 당소예는 평소와 다름없이 지객당에서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주변을 살피는 그들의 시선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진백천에 따르면 마인들이 쓰러져 있는 가짜를 죽이기 위해서라도 이곳에 올 거라 말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새벽이 되기 무섭게 마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회주를 죽여라!”

갑작스러운 소란에 위향아와 이소한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그들은 마인을 상대하던 그들의 옆에 서서 함께 싸웠다.

-위 소저. 뒤로 물러나셔도 됩니다. 누워 있는 것은 회주님이 아니시니까요.

-흐음. 역시 그랬군요.

침상의 진백천의 옆모습을 확인한 위향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황대원과 당소예는 마인들을 상대하는 척하면서 뒤로 물러났다.

마인들은 두 번 볼 것 없이 누워 있는 간자의 심장에 단검을 내리꽂았다.

푸욱-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던 일행도 흠칫하며 놀랐다.

“커헉! 잠, 잠깐 나는……!”

단검에 찔리며 점혈이 풀린 가짜가 재빨리 뭔가를 말하려 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처음을 이어 두세 번의 공격이 심장을 관통했다.

결국 점혈에 잡혀 누워 있기만 하던 놈은 그렇게 절명했다.

마인들은 죽은 가짜의 사체의 목을 한 번 더 베어내며 확인사살까지 했다.

“저것들은 어떻게 합니까?”

“흐음. 지금쯤이면 슬슬 장로들을 공격 중이겠지. 그곳으로 지원하러 간다.”

마인들은 그대로 문가로 향했다.

하지만 순간 생각이 바뀌었는지 걸음을 멈췄다.

“……그나저나 이상하군.”

마인 중 하나가 독사 같은 눈으로 사체와 남은 이들을 번갈아 봤다.

“충심이 높기로 유명한 황대원과 당소예가 죽은 진백천을 보고 그런 반응이라?”

황대원은 아무 말도 없이 도끼를 들어 올렸다.

마인은 그 모습을 보고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도망친 건가? 크큭. 그렇다면 꿩 대신 닭이겠지. 남은 자들을 전부 죽여라.”

마인의 명령에 다른 이들이 그림자처럼 쏘아졌다.

황대원은 이를 악다물며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미리 끌어올리고 있던 내력을 도끼에 집어넣고 머리 위에서 강하게 내리그었다.

금부일선(金鈇一線).

전이라면 감히 시도조차 못 해볼 초식이었지만 몇 번을 강해진 지금이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번쩍!

그의 할아버지이자 천군지사대 친위대장인 황충의 공격에 비하면 무척이나 어색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그런 동작과 달리 그 여파는 제법 강력했다.

후우우욱-

주변의 기운이 도끼의 움직임에 따라 앞으로 흘러가며 부기(斧氣)의 강풍을 만들어냈다.

쏟아져 오던 마인들은 부기의 강풍에 반항하듯 거칠게 마기를 뿜어냈다.

마인들의 마기와 황대원의 부기가 맞부딪치며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황 무사님!”

“저는 괜찮습니다!”

“옆에서 도울게요!”

카앙!

당소예가 빈틈을 노리고 뻗어오는 마인의 공격을 튕겨내며 황대원의 옆에 섰다.

그 뒤는 말하지 않아도 위향아와 이소한이 마주 섰다.

“건방진!”

마인들이 가진 마기는 집요했다.

일반적인 내력이라면 마기에 닿는 것만으로 집어 삼켜지며 내상을 입었다.

가장 앞에 서서 마인들을 상대하는 황대원도 마찬가지였다.

마인들의 날카로운 공격에 몸 여기저기가 베이며 상처가 났다.

‘여기서 멈출 수 없다!’

가장 앞에선 자신이 물러난다면 다음은 당소예 차례였다.

황대원은 다시 한번 전신에서 내력을 이끌어 내며 도끼를 휘둘렀다.

후우우우욱!

도끼는 그대로 가장 앞에 서 있던 마인의 팔을 잘라냈다.

“흐음! 마지막 발악이다. 죽여라.”

마인들은 지독했다.

팔이 잘렸음에도 신음 한번 없이 지혈하는 것으로 끝내며 재차 공격을 뻗어왔다.

각기 다른 단검이 목과 가슴을 노렸다.

미쳐 도끼를 다시 회수하기도 전이었다.

“황 무사님!”

카앙!

당소예가 무리하면서까지 목을 노리는 공격을 튕겨냈다.

순간 불똥이 튀며 시야를 가렸지만 두 눈을 꿈뻑일 수조차 없었다.

‘저 공격을 막는다고 끝이 아니다. 저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자가 큰 문제야.’

그들을 공격하는 마인들과 다르게 명령만 내리는 마인은 다른 이들과 달리 검을 들고 있었다.

검에서는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 끼치는 날카로운 기운이 뿜어졌다.

그 검이 허공을 갈랐을 때 온전히 막아낼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물러설 수는 없다!’

황대원은 오히려 더 기합을 넣으며 앞으로 밀고 나갔다.

동시에 몸을 비틀며 심장으로 향하는 단검을 가슴으로 받아냈다.

푸욱!

“화, 황 무사님!”

당황한 당소예의 외침이 들려왔지만 황대원은 신음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

대신 얼마 전 진백천에게서 받은 무공의 구결대로 내력을 운용했다.

다름 아닌 환력신공(煥力神功)이었다.

진백천이 밖으로 나돌아다니는 동안 황대원이라고 놀고 있던 것만은 아니었다.

당소예와 대련을 하면서 어느 정도 실전에서 사용할 정도로 익숙해진 상태였다.

“흐읍!”

황대원의 몸이 들썩이며 점점 기골이 장대해졌다.

근육이 부풀면서 갑옷을 겹쳐 입은 것처럼 두꺼워졌고 전신에서 가공할 내력이 솟구쳤다.

진백천과 달리 외공을 오래 수련한 황대원의 몸은 몇 배나 더 우람해졌다.

바로 앞의 마인이 순간 아이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쿠우우웅!

“오거라아!”

황대원은 가슴팍에 단검이 꽂힌 채로 거칠게 소리쳤다.

단지 강하게 진각을 밟았을 뿐이지만 바닥이 부서지며 주변이 흔들렸다.

마인들도 무표정이 깨지며 놀라워했다.

콰드득!

“얼마든지 내 몸에 단검을 꽂아라! 대신 네놈들의 목숨을 내놔라!”

황대원은 지키는 자.

어떤 식의 도발이 자신에게 공격을 집중시키는지 잘 알았다.

옆에 선 당소예를 슬쩍 뒤로 밀어내며 도끼를 크게 휘둘렀다.

커진 몸에 비해 작아 보이는 도끼가 위압적으로 허공을 가르며 파공성이 일었다.

반월부일격(班月斧一擊).

콰드득!

이번에는 단순히 팔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가슴에 단검을 꽂고 있던 마인의 오른쪽 어깨부터 왼쪽 가슴까지 통째로 베어지며 두 동강이 나버렸다.

비스듬히 잘린 상체가 그대로 흘러내렸다.

황대원은 기세가 자신에게 흐르는 것을 느끼고 재차 한걸음 나섰다.

반월부이격(班月斧二擊).

일격과 다르게 아래서 위로 끌어올리는 공격이었다.

마인들은 그 틈에도 황대원의 몸에 단검을 쑤셔 넣었다.

하지만 전과 달리 단검의 날은 채 박히지 못하고 피부를 긁어내는 것으로 끝이 났다.

“하아아압!”

힘껏 들어간 기합처럼 도끼가 마인들을 가르며 지나갔다.

콰드득!

베어내기보다는 분쇄한다는 느낌이었다.

마인이 세 명째 도륙되자 그제서야 가만히 있던 대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 끝에서 피어오른 사특한 기운은 독사의 머리처럼 공기 중에 일렁였다.

“제법 죽이는 맛이 있겠어.”

황대원은 그깟 말에 흔들리지 않고 3번째 일격을 뻗었다.

대상은 바로 가장 뒤쪽에 있는 마인을 향해서였다.

반월부삼격(班月斧三擊).

도끼를 휘두르며 생기는 기파에 마인들이 휘청이며 옆으로 밀려났다.

그런 놈들을 처리하는 것은 황대원의 뒤편에 서 있는 자들의 몫이었다.

당소예가 마인의 손목을 끊어놓으면 위향아와 이소한이 마무리를 했다.

그렇기에 황대원은 거침없이 나아갔다.

후우우우우우-

지금까지 한 방향으로만 향하던 도끼가 얼핏 흐려지며 3방향에서 쏘아져 들어갔다.

그 대상이 된 자라면 위압감과 함께 몸을 움츠리다 도끼에 몸이 베이길 마련이었다.

하지만 마인은 마찬가지로 검을 내뻗었다.

사룡기마(沙龍黖魔).

모래같이 꺼끌한 마기의 파편이 흩날리며 일행을 덮쳐 왔다.

황대원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이것을 막지 못하면 뒤편의 당소예와 일행이 크게 다칠 것이란 것을 깨달았다.

드드드득-

전신의 근육에 힘이 들어가며 마치 방패처럼 자신의 몸을 들이밀었다.

동시에 도끼를 휘두르며 마인의 머리를 노렸다.

마찬가지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은 것은 마인도 마찬가지였다.

마인이 뻗은 검에서 흘러나온 모래 같은 마기는 그대로 황대원의 전신을 휘감았다.

마기는 내력을 집어삼키며 거친 상처를 남겼다.

환력신공(煥力神功)으로 단단해진 몸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질 공격이었다.

“제법이군!”

마인은 황대원이 자신의 공격을 견디자 놀란 눈치였다.

황대원과 같이 젊은 무인.

특히나 정파의 무인 중에서는 소문난 진백천이 아닌 이상 자신의 검을 막아낼 자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일개 호위무사 따위가……!”

그래서인지 어딘지 자존심이 상한 듯 입가가 비틀어졌다.

그러자 뒤편에 있던 당소예가 오히려 목소리를 키우며 그를 도발했다.

“네놈은 일개 마인 졸개 주제에 함부로 입 놀리지 마!”

마인은 입을 꽉 다물며 검을 잡은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황대원을 휘감은 마기는 조금 더 흉포해졌다.

“크윽!”

부기와 마기의 대치상황은 지속되었다.

마기를 몸으로 막아내고 있는 황대원에게는 최악의 시간이었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뚫고 놈을 도끼로 내리찍어야 그들의 승리였다.

그렇다고 부기와 마기의 격돌하는 중간에 다른 이들이 끼어들기도 힘들었다.

당소예는 그 여파를 몸으로 버텨내며 황대원의 등 뒤에 손을 올렸다.

“……황 무사님. 제가 도울게요!”

지리멸렬(支離滅裂)한 현 상태를 벗어나는 건 이 방법밖에 없었다.

당소예는 천천히 자신의 내력을 황대원의 명문혈(命门穴)로 밀어 넣었다.

많지 않은 내력이었지만 일시적으로 황대원의 부기에 힘이 실렸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위향아와 이소한도 자신의 내력을 당소예에게 건넸고 그들의 내력이 한데 모여 황대원에게 흘러 들어갔다.

“끄으으윽!”

황대원은 이를 악다물며 받은 내력을 전부 도끼에 밀어 넣었다.

멈춰 있던 도끼가 마기를 가르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반면에 마인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끝까지 발악하는군!”

기세에 찬 말과 다르게 검 끝은 바르르 떨렸다.

놈도 이제는 한계에 다다른 탓이었다.

어마 무시한 도끼가 천천히 그의 머리로 다가오자 놈은 검을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입가에서 검은 피가 흘러내렸다.

“……나 혼자 죽지는 않는다!”

황대원의 전신을 압박하던 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지며 검 끝으로 몰려들었다.

검은 그대로 황대원의 심장을 향했다.

하지만 검 끝은 미처 그의 몸에 닿기 전에 멈췄다.

콰드드드득!

모든 전력이 담긴 황대원의 도끼는 단순히 마인의 머리를 부서뜨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무게가 실린 공격은 검을 그대로 부서뜨리며 마인의 몸을 완전히 절단해 버렸다.

황대원의 도끼는 그렇게 마무리까지 지은 채 반 토막이 나서 바닥에 꽂혔다.

“……내가, 이깟…… 놈한테…….”

마인은 생기가 사라지는 눈으로 억울한지 중얼거렸다.

“억울하면 어쩔 건데?”

당소예는 마인의 몸통을 발로 후려 차버렸다.

혹시라도 마지막 순간에 독이라도 풀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지금까지 그녀가 봐온 마인들은 그러고도 남을 존재였다.

“황 무사님 괜찮으세요?!”

전투가 끝나자 황대원의 환력신공이 풀리며 다시 원상태로 몸이 줄어들었다.

당소예는 재빨리 그를 부축했다.

온몸에 여기저기 생긴 상처로 핏물이 흘러내렸다.

투둑-

급한 대로 혈도를 짚어 지혈을 끝냈다.

“후우. 괜찮습니다. 잠시 쉬면 나을겁니다.”

“……잠시 쉬면 낫기는요! 흉터라도 남으면 안 되는데.”

당소예의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며 황대원은 자기도 모르게 살짝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이 가시기도 전에 정문을 통해 새로운 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흐음.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은 건가? 쯧.”

안타깝게도 처음 왔던 자들보다 더 많은 마인이었다.

황대원은 억지로 몸을 일으키며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이미 그의 도끼는 부러졌고 남아 있는 힘도 없는 상태였다.

마인들은 그들을 가볍게 훑어보며 코웃음 쳤다.

“전부 죽여라. 서둘러 장로전으로 향한다.”

“존명(尊命)!”

마인들은 급할 것 없이 무기를 들고 천천히 다가왔다.

그때였다.

황대원은 들고 있던 부러진 도끼를 천천히 내렸다.

안도해 하는 표정은 덤이었다.

“하아. 오셨습니까?”

황대원을 비롯해 당소예의 시선은 마인들의 뒤편으로 향했다.

“회주님!”

정문 안으로 들어선 것은 다름 아닌 진백천이었다.

그는 황대원의 상태를 보고서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독고구검을 휘둘렀다.

파강식(破彊式).

그 어느 때보다 거칠고 분노에 찬 강기가 지객당의 하늘을 뒤덮었다.

“허억! 이, 이게 무슨!”

“모두 피해라!”

마인 중 누군가의 외침대로 강기를 피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진백천의 강한 의지가 담긴 의념이 그들을 전부 돌처럼 굳게 만들었다.

호무살(虎武殺).

그리고 그 위로 강기가 파도가 휩쓸고 지나갔다.

마인들은 뒤늦게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끄아아악!”

멈칫하게 된 찰나의 순간.

그 순간에 이미 강기의 파도는 그들을 이끌고 사라졌다.

물론 전부 분쇄된 상태였다.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 놀란 나한들을 뒤로하고 황대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자신의 겉옷을 벗어 황대원에게 덮어주었다.

“수고했어.”

“……다른 쪽도 끝났습니까?”

진백천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서야 황대원도 안심하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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