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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회귀백서-172화 (172/346)

무림회귀백서 172화

60장 금강동인(金鋼動人)과 생불(5)

환력신공은 무척이나 기이한 무공이었다.

태허무극진결이나 천마신공처럼 자신의 기운을 사용하기보다 다른 종류의 내력을 근원으로 사용했다.

그 방법이 단순히 세맥에 깃든 내력을 터뜨리며 일순간 기운을 얻는 것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위력은 충분히 보장되었다.

“커헉!”

가장 바깥쪽에 있던 기운이 터지며 진백천의 몸이 들썩였다.

동시에 폭발한 기운이 근육과 피부로 스며 들어갔다.

변화는 극명했다.

뿌드드득-

근육이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며 상처가 순식간에 지혈되었다.

그렇다고 단순히 근육만 커지는 게 아니었다.

강철처럼 단단해진 근육은 금강동인의 손가락을 밀어내는 정도까지 도달했다.

‘감각도 살짝 무뎌졌다.’

전신에 휘몰아치던 고통이 사라지며 조금 더 움직이기 편해졌다.

고무적인 것은 겨우 한차례 내력을 폭발시킨 것으로 이 정도에 도달했다는 점이었다.

‘후우. 좋았어.’

진백천은 납작 엎드린 상태에서 두 번째로 환력신공을 시전했다.

그의 귀에만 들리는 폭발음과 함께 첫 번째보다 더한 활력이 솟구쳤다.

천마신공의 마기를 기운으로 펼친 무공이라 그런지 몰라도 전신이 검게 물들었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위 아무래도 좋았다.

‘이거 왠지…….’

진백천은 자신을 공격하는 금강동인 중 하나의 발목을 움켜쥐고 거꾸로 들어 올렸다.

놈이 거세게 발버둥 쳤지만 단순히 물리력으로만 놓고 봤을 때 성인과 아동 수준 차이의 힘이었다.

‘……나쁘지 않은데?’

엎드려 있던 허리를 펴자 달라진 시야가 눈에 들어왔다.

근육이 커지고 피부가 단단해진 것뿐만 아니라 그의 키도 1척(33cm)은 더 커졌다.

놈들을 내려다보자 왠지 모를 고양감이 찾아왔다.

“또 한 놈 가니까 받아!”

진백천은 그대로 짐짝처럼 금강동인을 집어던졌다.

그리고 다른 놈들을 밀쳐내며 포위에서 빠져나왔다.

가볍게 밀었을 뿐인데도 금강동인들이 여지없이 뒤로 밀려났다.

무림인의 대결에서 단순히 근력이 강하다고 우위를 점할 수는 없었다.

다만 그것도 적당히 강할 때나 그랬다.

손을 휘두를 때마다 금강동인이 휘청이며 나가떨어지자 흥분을 넘어 재미마저 느껴졌다.

“나가떨어져라!”

대포알 같은 주먹이 떨어지며 금강동인의 금빛 대머리를 내리쳤다.

두둑-

목이 꺾이며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처박았다.

이렇게 죽일 수는 없어도 잠시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맞다고 두들겨 패니 생각보다…….

“상쾌한데?”

씨익 웃는 진백천을 금강동인들이 무표정하게 올려다봤다.

“왜? 네놈들이 좋아하는 기운으로 사용하는 무공인데 마음에 안 들어?”

진백천은 가장 앞에 있는 금강동인의 머리통을 붙잡고 벽을 향해 집어 던졌다.

하지만 허공에서 몸을 뒤틀며 자세를 잡았다.

그 상황에서 장력을 내뿜으려는지 양 손바닥에서 내력이 물씬 풍겼다.

“그럴 줄 알았지.”

목소리는 금강동인의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진백천은 그대로 머리를 움켜쥐며 용암 구덩이 안으로 쑤셔 넣었다.

치이이이익-

용암이 이리저리 튀었지만 진백천을 물러서지 않았다.

전신에 들이차는 거력이 과한 자신감을 불러일으켰다.

마치 이 순간만큼은 신이 된 듯한 고양감이었다.

“회주! 지금 그 상태는 대체……?”

나한들은 진백천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검게 물든 거구의 몸은 마치 신화 속에 나오는 야차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한가하게 대화나 나눌 시간은 없으니까 집중해. 아직 7개나 남았으니까.”

마기를 근원으로 하는 환력신공이라 그런지 진백천의 대답은 다소 날카로웠다.

그런데도 지금의 모습과는 무척이나 잘 어울려서 누구도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았다.

‘이제 조금만 더 잡아 쳐넣으면 된다.’

별문제가 없다면 이대로 기분 좋게 끝날 터였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좋게만 흘러갈 리 없었다.

“……허억! 장문인!”

지금까지 어떻게든 용암과 금혈화린어를 막아내던 장문인의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꼿꼿했던 허리는 이제 힘을 잃고 버티지 못했다.

그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었다.

‘……미치겠군.’

그와 동시에 용암 구덩이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촤아아아악-

마침내 금혈화린어가 튀어나왔다.

문제는 그 물고기만이 아니었다.

성인 크기만 한 금혈화린어에는 기이한 생명체가 달라붙어 있었다.

하지만 모두는 그것이 곧 금강동인의 잔재임을 알아차렸다.

키이이이익-

진백천과 나한들이 용암 구덩이에 밀어 넣은 금강동인들은 몸이 멈추지 않을 때까지 금지의 침입자를 공격했다.

그 온몸이 전부 녹아 사라질 때까지 말이다.

“……살아남기 위해 뛰쳐나온 건가?”

금혈화린어의 비늘은 여기저기가 뜯기고 상처 난 상태였다.

치이이이이익-

죽은 줄만 알았던 금강동인 11개 중 2개가 여전히 움직였다.

“쯧. 그래. 갈 때까지 가 보자. 빠져나오면 몇 번이라도 더 처넣어주마.”

진백천은 기세를 끌어올리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때였다.

허리가 굽고 숨이 멈췄던 장문인의 몸에서 다시 한번 금빛 서기가 흘러넘쳤다.

이번에는 금혈화린어뿐만이 아니라 금지에 있는 모든 이들을 향해서였다.

* * *

사실 장문인이 한계에 도달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단순히 버티는 것만으로도 힘에 겨웠던 그였다.

그러던 중에 금강동인이 용암 구덩이에 처박히며 금혈화린어가 거칠어졌다.

흥분한 놈이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더 많은 기운을 쏟아부었다.

-……아미타불.

오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말라붙은 눈동자와 혀는 정상으로 돌아올 수 없는 상태였다.

간헐적으로 기운이 폭발하며 잘게 땅이 흔들렸다.

나한들과 진백천이 금강동인을 용암에 처넣을수록 그 진동은 더더욱 세졌다.

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오감을 상실한 장문인의 육감에는 그들의 움직임이 분명히 느껴졌다.

‘금강동인은 전설이다.’

비록 그 시작이 잘못되었으니 소림의 모든 무공을 집대성했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뒤로 물러나지 않는다.

이것을 장문인이 가장 잘 아는 이유는 지금의 금강동인이 있기까지 그가 함께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단지 소림을 지킬 힘이 필요했다.’

황건적에 의해 소림이 무너질 뻔했을 때.

어린 그는 소림이 치러야 할 희생을 똑똑히 지켜봤다.

소림의 상징이었던 장경각이 불에 타고 불상이 부서졌다.

도망가지 않고 남은 이들 중 태반이 죽어버렸다.

어린 장문인은 살아남았지만 그때부터였다.

모든 이를 지킬 힘에 대한 집념이 생긴 것은.

그가 제법 나이를 먹어 장로가 되었을 때 그는 금지에 있는 금강동인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을 발견하고 처음으로 욕심이란 것을 부려봤다.

‘오랜 세월에 걸쳐 금강동인에게 영약을 먹여 기관진식 밖에서도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어떤 적이 쳐들어와도 막을 수 있도록. 그리고 장경각이 다시 불타더라도 남은 이들이 다시 익힐 수 있게 모든 소림의 무공을 주입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금강동인은 최강이었다.’

그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이성과 감성이 사라진 금강동인은 쉬지 않고 훈련했다.

그저 시키는 대로.

그렇기에 지금의 전설이 만들어진 것이다.

‘후회 따위는 하지 않는다.’

금지에 갇히게 되었던 그날도 장문인은 금강동인을 보러 내려왔었다.

얼마 남지 않은 수명을 금강동인들과 함께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금강동인들은 그를 따라온 팔대호원들이 마교의 간자임을 알아차리고 공격했다.

놈들은 결코 금강동인의 상대가 되지 못했지만, 그 싸움의 여파로 벽이 뚫리며 금혈화린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절대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된다. 소림의 전설이 사라지게 만들 수 없어.’

금강동인은 그가 소림에 남기는 유산이자 보물.

장문인은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금혈화린어가 들어서지 못하도록 막았다.

다행히 놈 또한 자신과 마찬가지로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늙은 놈이었다.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허기를 채우는 것은 금지에 가지고 왔던 벽곡단으로 충분했다.

오랜 수련으로 남들의 반의반만 먹어도 생명유지는 가능했다.

“쯧. 네놈도 기구하구나. 그저 땅으로 파고들뿐이라니.”

키이이이-

자신의 말에 금혈화린어가 용암을 내뿜으며 대답했다.

아니, 그것은 대답이라기보다는 반응에 가까웠다.

놈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구멍 밖으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쳤다.

그 모습이 마치 소림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던 자신과 겹쳐 보였다.

‘아미타불.’

혼자 있을 시간이 많아진 장문인은 계속해서 내력을 뿜어내면서도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다.

평소 기억이 잘 안 나던 아주아주 어린 시절부터 바로 어제까지의 삶을 계속해서 재조명했다.

‘열반(涅槃).’

불가의 제자들이 이루기 위해 평생을 수련하는 것을 말했다.

욕망을 없애고, 분노를 없애고, 나아가 어리석음을 없앤다.

‘그러고 보니 나는 평생을 불자로 살면서 단 하나도 이루지 못하였구나.’

욕망은 여전했고, 불탄 소림을 떠올리며 분노했다.

그런 자신은 여전히 어리석었다.

빈 금지에 장문인의 너털웃음이 퍼졌다.

그는 아주 오랫동안 장문인이란 명칭으로 불렸다.

자신의 이름과 법명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잊었다.

남은 것은 그저 금지에 남아 사색하는 자신뿐.

‘장문인. 그래 나는 그저 장문인이다.’

그는 계속해서 사색하며 스스로의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이 되자 그 생각을 버리기 시작했다.

숨을 쉬지 않아도 자연스레 숨이 쉬어졌고, 전신에서 스쳐 지나가는 공기처럼 내력을 흘러넘쳤다.

‘……이것이 열반이던가?’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그저 떠나는 것.

그렇다면 자신은 그토록 바라던 열반에 이룰 터였다.

하지만 그러한 장문인을 붙잡는 것은 바로 소림이라는 이름이었다.

뒤편에 서 있는 금강동인들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내려다봤다.

‘어찌해야 할까?’

장문인의 생각이 깊어지기 전 금지에 들어서는 자들이 있었다.

나한들과 마인들과 정체 모를 한 명.

그들의 다툼을 보아하니 왜인지 모든 것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아미타불.

서서히 생각을 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아쉽지만 자신을 여기까지였다.

어렴풋이 거대해진 모습으로 금강동인과 싸우는 진백천의 모습이 느껴졌다.

‘참으로 복잡한 운명을 가진 자로구나.’

기회가 된다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만큼.

그는 마지막 한숨을 내뱉었다.

꼿꼿했던 허리가 굽으며 왜소해진 몸이 아래로 향했다.

바싹 마르고 볼품없는 이 몸을 누가 소림의 장문인이라 생각할까.

하지만 육체에서 벗어난 장문인은 비로소 그 자체로 열반에 다다랐다.

황금빛 서기는 다시 한번 금강동인을 감싸고 안개처럼 금지에 퍼져나갔다.

이것은 지금까지처럼 간직하려거나 손에 쥐려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흐르는 대로.’

살의를 내비치던 금강동인들이 합장을 하며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이성이 없는 껍데기였던 그들에게 장문인의 깨달음이 스며들었다.

그것은 언규를 비롯한 나한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햇빛과 같은 따스함을 느끼며 자연스레 눈을 감았다.

“커헉!”

하지만 모두가 평화를 찾은 것은 아니었다.

진백천은 황금빛 서기에 휩싸인 채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의 몸 깊숙이 숨어 있는 혈강옥불상의 기운과 천마신공의 마기가 타들어 가며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마기가 타들어 가자 환력신공으로 인해 커졌던 몸이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자네는 과연 특이할 만 자로군.

“……알면…… 그만…… 하시…… 죠?”

진백천은 장문인의 혜광심어에 입을 떠듬거리며 대답했다.

-몸에 있는 다른 심법을 운용하게나. 그것이 모든 것을 포용해 줄 테니.

장문인이 말하는 것은 태허무극진결(太墟無極進結)이었다.

놀랍게도 그것을 운용하자 죽을 것만 같던 고통이 사라졌다.

동시에 황금빛 서기는 온몸으로 흡수되며 내력을 안정시켰다.

몸이 죽고 정신이 하늘에 닿은 장문인은 비로소 진백천의 운명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다.

-……참으로 가엽군. 가여워. 부디 자네를 잃지 말게.

장문인은 알 수 없는 말을 남기며 사라졌다.

하지만 그의 따스한 기운은 한참이나 그 자리에 남아서 그들을 어루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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