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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회귀백서-171화 (171/346)

무림회귀백서 171화

60장 금강동인(金鋼動人)과 생불(4)

“방법이 있으신 겁니까?”

“확실한 건 아니고 시도해 볼 만한 가치는 있지.”

진백천의 대답에 언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가 할 건…….”

“버텨.”

“그거야말로 자신 있는 겁니다.”

언규는 나한들의 가장 중심에 서서 자세를 잡았다.

“나한진(羅漢陣)을 펼친다! 최대한 버티는 거다!”

“네! 사형!”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금강동인들이 땅을 박차며 뛰어올랐다.

단순히 뛰어오른 충격만으로도 바닥이 부서지며 사방으로 돌 파편이 튀었다.

금강동인 중 하나가 손을 부드럽게 휘저으며 앞으로 뻗었다.

“반선수(盤禪袖)!”

일반적인 반선수와 다른 점이라면 역시나 그 속도였다.

구촉비전을 익힌 금강동인답게 폭풍처럼 밀어닥쳤다.

“허억!”

반선수에 휩쓸린 나한이 고통 섞인 한숨을 토해내며 뒤로 물러났다.

그 자리를 다른 나한이 차지하며 금강동인을 밀어냈다.

역사상 단 한 번도 무너지지 않은 나한진이라고 하나 지금은 수차례 무너지고 다시 자리 잡기를 반복했다.

금강동인이 펼치는 무공은 소림의 교과서나 다름없었다.

용조수(龍爪手)를 겨우 막아내며 밀어내면 그 뒤의 금강동인이 항마십삼장(降魔十三掌)을 뻗어냈다.

이렇게 다변화된 공격이 나한진을 두들기자 나한들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이대로라면 얼마 버티지 못해 전부 몰살이었다.

언규가 이를 악다물며 뒤돌아서며 외쳤다.

“회주! 아직 멀었습니까?”

“기다려.”

진백천은 방주 옆에 서서 자신의 기운을 정돈하는 중이었다.

‘호무살의 기운을 이용해 금강동인을 유인할 수 있다면 용암 속에 밀어 넣을 수 있을지도 몰라.’

과하게 상단전을 열어서 그런지 사방에서 나한들의 속마음이 들려왔다.

-이대로라면 죽을지도 모른다!

-버티기 힘들어!

-모두 여기서 죽고 마는 건가?

하지만 철저하게 그 소리를 배제하며 천천히 막을 치웠다.

‘이리 와라!’

호무살(虎武殺).

진백천의 상념에서 날카롭게 버려진 단검 하나가 뻗어갔다.

그의 의념으로 만들어진 단검은 가장 앞쪽에 있는 금강동인의 심장에 꽂혔다.

호무살에 맞은 금강동인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진백천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시선에는 살의가 가득 들어찼다.

‘호무살로는 역시 타격을 주기 어렵겠어.’

금강동인 바로 앞의 나한을 무시하고 진백천에게 달려들었다.

호무살의 막을 치우면서 진백천에게서 천마신공의 냄새를 맡은 것이다.

“한 놈만 보내!”

여기까지는 전부 진백천의 의도대로였다.

문제는 마기에 대한 금강동인의 집요함이 그의 생각보다 더 하다는 것이었다.

뒤편에 있던 금강동인들조차 진백천을 향해 살의를 내뿜으며 달려들었다.

“막아라! 다른 금강동인들이 뒤편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해!”

나한들이 금강동인을 맞부딪치며 튕겨나듯 뒤로 밀려났지만 막아서는 데는 성공했다.

진백천은 벼락처럼 뻗어오는 용조수를 피하며 금강동인의 팔을 움켜쥐었다.

겉모습뿐만이 아닌 듯 단단하고 차가운 금속의 느낌이 전해졌다.

우우우웅-

팔을 움켜쥐자 강한 반발력이 일어났다.

내공으로 전신을 보호하는 나한기공(羅漢氣功) 이었다.

“흐으읍! 어림없다!”

하지만 진백천은 오히려 더욱 강하게 붙들며 있는 힘껏 뒤로 던져 버렸다.

그 짧은 틈에 눈을 노리고 손가락이 뻗어왔지만 고개를 숙이며 이마로 막았다.

덕분에 눈 대신 이마의 피부가 조금 찢어지는 것으로 대신했다.

흉터가 남을 만큼 깊은 상처였지만 진백천은 만족한 듯 웃었다.

치이이익-

뒤편으로 날아간 금강동인이 용암의 구덩이 안으로 처박혔기 때문이었다.

진백천의 예상대로 아무리 금강동인이라도 해도 용암에서 멀쩡히 움직이지는 못했다.

허우적거리며 전신이 조금씩 녹아 들어갔다.

“빨리 물어뜯어라.”

진백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금강동인의 뒤편에서 거대한 주둥이가 튀어나왔다.

금혈화린어는 포악한 성정답게 금강동인을 물고 용암 깊숙한 곳으로 끌고 들어갔다.

간헐적으로 용암이 크게 출렁이며 흔들렸지만 장문인의 기운이 넘치는 것을 막았다.

‘싸우다 둘 중에 누구라도 죽으면 좋은 거다. 이왕이면 둘 다 죽어버리면 더 좋고.’

“다음!”

진백천은 가볍게 숨을 내뱉으며 나한들을 향해 소리쳤다.

겨우 막아내던 나한들이 슬쩍 틈을 보이며 하나의 금강동인만 통과하도록 만들었다.

진백천은 방금과 똑같은 방식으로 금강동인을 상대했다.

최대한 구덩이 쪽으로 유인한 뒤 집어던지는 식이었다.

“크윽!”

그럴 때마다 몸 어디 한 곳에 자잘한 상처가 생겼지만 신경 쓸 여력이 되지 못했다.

금강동인은 시간이 갈수록 기운이 솟구쳤고, 나한들은 하나둘씩 쓰러졌다.

금강동인보다 많았던 나한들은 이제 겨우 11명이 남았을 뿐이었다.

그에 반해 금강동인은 이제 겨우 6개를 제거한 후였다.

우드득!

목이 비틀리며 쓰러지는 나한을 보며 언규가 이를 악다물었다.

그와 오랜 시간 함께했던 사제 중 하나였다.

두 눈에 핏발이 서고 분노가 차올랐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 고통스러웠다.

“……회주!”

진백천을 돌아봤지만 차마 말이 터져 나오지 못했다.

그는 나한들과 마찬가지로 전신이 피투성이었다.

이번에도 용암에 금강동인 쳐넣은 진백천이 언규를 쳐다봤다.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왜?”

“…….”

언규는 차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금강동인 하나를 더 뒤로 보냈다.

진백천은 가볍게 숨을 몰아쉬면서 상황을 살폈다.

‘이대로라면 나한들은 살아남기 힘들겠어.’

금강동인과 다르게 그들의 내력과 체력은 바닥을 향해 달려갔다.

아슬아슬한 임계점에 도달하기 직전이었다.

둑이 무너지기 직전처럼 위기감이 엄습했다.

‘내가 나서야 한다. 나한들이 쉴 시간이 필요해.’

진백천은 가볍게 숨을 내뱉으며 앞으로 뛰어나갔다.

최대한 용암 구덩이 앞에서 버티던 것과 상반된 행동이었다.

“다들 뒤로 물러나!”

진백천은 등 뒤에 넣어놨던 독고구검(獨孤求劍)을 꺼내 들었다.

카앙!

마주 달려오던 금강동인의 가슴팍을 베어내며 뒤쪽으로 밀어냈다.

살점을 베는 느낌이 아닌 묵직한 철 덩어리를 내리친 것처럼 손아귀가 저릿했다.

독고구검이라면 베어낼 수 있을까 싶었지만 길게 실금이 생긴 것이 전부였다.

진백천은 그것으로 멈추지 않고 금강동인의 황금 대머리를 밟으며 뛰어올랐다.

‘……젠장.’

끔찍하게도 금강동인 전부가 고개를 들어 올리며 움직이는 진백천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새끼들아 다 덤벼!”

진백천이 호기롭게 외치자 놈들은 상대하던 나한을 내버려 두고 전부 그에게 달려들었다.

남은 금강동인은 12개.

각각 알기도 힘든 무공을 펼치며 진백천을 향해 쇄도했다.

순식간에 시야를 가득 메우는 황금빛 몸뚱이에 진백천이 쓴웃음을 지었다.

“우선 큰 거 한방부터 가자.”

다행이라면 놈들은 머리싸움 없이 그저 달려드는 게 전부란 사실이었다.

있는 힘껏 내력을 끌어모으며 독고구검을 내리그었다.

파강식(破彊式).

‘후읍!”

간단한 동작과 다르게 전신의 내력이 복잡하게 순환하며 검 끝으로 빠져나갔다.

강기의 파도가 거칠게 물결치며 공간을 가득 메웠다.

금강동인들은 강기에 휩쓸리며 뒤로 밀려났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정확히 맞지 않는 이상 치명타를 줄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놈들은 마치 벼룩 떼처럼 바닥에 처박히기 무섭게 다시 뛰어올랐다.

“……대력금강장력(大力金剛掌力)! 회주 조심하시오!”

웬일인지 금강동인들은 동시에 같은 무공을 사용했다.

양손에서 뻗어오는 묵직한 내력이 진백천 주변에 휘몰아쳤다.

감히 맞부딪칠 생각은 버리고 통로 반대편으로 몸을 날렸다.

백면섬보(百面閃步).

몸에 쩌릿한 과부하되는 느낌을 받으며 그의 전신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일보(一步)를 빛처럼 걷는다는 초식 이름처럼 금강동인의 공격에서 빠르게 벗어났다.

금강동인은 괴물 같은 놈들이었지만 전신을 금속으로 동으로 뒤덮어서 그런지 속도가 느렸다.

물론 그것도 진백천의 기준이었지만 시간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나한들은 서둘러 요상단을 꺼내 삼키고 운기조식을 취했다.

그렇다고 해서 진백천의 전투장면을 못 보는 것은 아니었다.

“빠, 빠르다! 역시 소문대로였군!”

“혼자서 저 금강동인들을 전부 상대하다니.”

상대한다기보다는 그저 버티는 중이었지만 금강동인을 방금까지 맞상대하던 나한들은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잘 알았다.

“회주! 나라도 돕겠습니다!”

언규와 그나마 몸 상태가 괜찮은 나한들이 나서려 했지만 진백천이 고개를 저었다.

“몸 상태부터 살펴! 그리고 내가 한 놈씩 던져주면 구덩이에 쳐넣을 수 있지?”

“……해보겠습니다! 아니, 해내겠습니다!”

빠르게 운기조식을 마친 나한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검게 죽어가던 얼굴이 조금은 혈색을 되찾았다.

“그럼 간다!”

벌레떼처럼 달라붙는 금강동인 중 하나를 떼어놓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가장 멀찍이 떨어진 놈을 향해 장력을 뿜어냈다.

천지만독수(天支萬毒手).

독 기운이 물씬 풍기는 장력이 가슴팍을 후려치며 뒤로 밀어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나한들은 금강동인에게 매달려 용암 구덩이에 쳐넣었다.

진백천 혼자서 밀어 넣을 때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다.

“좋았어! 이런 식으로 하면 금방 처리하겠어!”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남아 있는 금강동인들이 진백천을 쫓지 않고 가만히 멈춰섰다.

그리고 난데없이 합장하는 그들의 몸에서 장문인과 같은 황금빛 서기가 뿜어져 나왔다.

나한 중 하나가 그것을 알아보고 토해내듯 말했다.

“허억! 연, 연대구품(蓮臺九品)”

연꽃의 흔들리는 모습을 닮은 소림의 신법이었다.

지금의 나한들 중에서도 제대로 펼치는 자가 없을 정도로 금강부동신법(金剛不動身法)과 더불어 최상승의 무공이었다.

이런 것을 한 놈도 아니고 남은 11개의 금강동인이 동시에 사용하자 진백천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야이……! 땡중새끼들아! 미친 금강동인들한테 무공은 대체 왜 익히게 만든 건데……!”

진백천은 기어코 참지 못하고 욕설을 터뜨렸다.

나한들의 얼굴이 붉어졌지만 차마 할 말이 없었다.

-……아미타불.

장문인이 나지막이 되뇌일 뿐이었다.

금강동인들의 몸이 희끗해지는가 싶더니 진백천의 한 치 앞까지 다가왔다.

백면섬보로 도망쳤지만 그것만큼 빠르게 사방을 옥죄어왔다.

‘도망가는 건 무리다.’

진백천은 물러서던 것을 멈추고 오히려 앞으로 뛰어들어갔다.

동시에 금강동인 하나를 후려 차며 뒤쪽의 나한들에게 보냈다.

‘이제……!’

후우우우욱-

묵직한 파공성과 함께 뻗어오는 손아귀가 마치 저승사자의 칼날처럼 느껴졌다.

‘……버티는 수밖에 없다!’

진백천은 호연보의에 내력을 불어넣으며 다가올 충격에 대비하였다.

콰드드득!

“크윽!”

허벅지와 팔뚝에 틀어박히며 손아귀가 살점을 뜯어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놈들은 본능적으로 급소를 노리는 것인지 공격의 대부분이 얼굴과 가슴팍을 향해 있었다.

끄드드득-

놀랍게도 금강동인의 손가락은 호연보의를 뚫지 못했다.

진백천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또다시 한 놈을 뒤로 밀쳐냈다.

‘……맹노. 고맙습니다!’

만약 죽은 맹노가 눈앞에 있다면 큰절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였다.

“회주! 괜찮습니까?!”

걱정에 찬 언규의 목소리 들려왔지만 대답할 겨를 따위 없었다.

잠시의 순간에도 수없이 뻗어오는 손아귀는 남만에 산다는 식인 물고기떼와 비슷하게 여겨졌다.

‘젠장! 이대로 가다가는 몸통만 남고 다 뜯기겠어!’

진백천이 서둘러 벗어나려 했지만 금강동인들은 벽처럼 둘러서서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놈들은 무거운 몸으로 진백천을 깔아뭉개듯 다가왔다.

‘힘으로 해보겠다 이거지?’

진백천은 이를 악다물며 새로운 무공을 떠올렸다.

도광귀에게 얻은 철첩탑마(鐵疊塔魔)라는 자의 무공.

세맥에 심어둔 내력을 폭발시켜 순간적이나마 신과 같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환력신공(煥力神功)이었다.

내공의 구결과 운용방법은 황대원에게 넘겨주기 전에 이미 다 확인한 후였다.

진백천은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환력신공에 따라 세맥의 내력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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