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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회귀백서-170화 (170/346)

무림회귀백서 170화

60장 금강동인(金鋼動人)과 생불(3)

진백천은 땅을 박차며 뛰어올랐다.

동시에 이초산의 가슴팍을 강하게 후려치며 멀찍이 밀어냈다.

이미 그들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던 진백천에게 그들을 상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허억! 대, 대체 왜……?”

이초산은 자신을 공격한 것이 진백천이라는 것을 알고 당황했다.

하지만 그것을 따질 새도 없이 뒤편에서 어마어마한 경력이 밀려 들어왔다.

뒤돌아보니 금강동인이 자신을 향해 쇄도하는 중이었다.

“젠장……!”

자신의 미래를 직감이라도 한 듯 이초산은 단말마의 욕설을 내뱉었다.

콰득!

그리고 그의 두개골은 금강동인의 주먹에 맞아 으깨졌다.

그사이에 다른 마교의 간자들도 마찬가지로 처리되었다.

하나같이 벽에 처박힌 팔대호원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그러자 금강동인들의 시선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진백천을 향했다.

‘어림없지.’

진백천은 재빨리 호무살을 사용해 아까와 마찬가지로 전신에 막을 뒤덮었다.

그러자 금강동인들은 이쪽으로 다가오려던 자세 그대로 우뚝 멈춰섰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는 나한들은 금강동인을 경계했다.

“언규 사형. 사제들이 왜 갑자기 장문인을 공격하려 했을까요?”

적막한 침묵을 뚫고 물은 것은 죽은 이의 곁에 있던 나한이었다.

갑자기 움직임이 멈춘 금강동인도 그렇고 약속이라도 한 듯 기습을 한 그들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마지막에 사용하던 그들의 기운은 소림의 무공이 아니었다.”

“그, 그렇다면?”

“후우. 정확한 건 우선 이곳에서 나가고 생각하자.”

언규는 금강동인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장문인에게 다가왔다.

“장문인. 나한 언규입니다. 혹시 대화 가능하십니까?”

목내이와 다른 없는 장문인의 신체가 작게나마 고개를 끄덕였다.

언규는 조금 더 장문인에게 다가가려다 구멍에서 뿜어져 나오는 용암과 열기에 멈칫하며 물러섰다.

“이곳은 위험하니 제가 뒤편으로 모시겠습니다.”

-……언규야. 보다시피 나는 이미 늦었다. 시간이 없으니 어서 올라가거라.

“이미 늦었다니 무슨 소리십니까. 올라가서 치료를 받으면 괜찮아지실 겁니다.”

언규는 장문인을 이 뜨거운 곳 앞에 두는 것이 싫었다.

서둘러 모실 생각에 손을 뻗었지만 그를 막은 것은 진백천이었다.

“장문인이 물러나면 우리 모두 죽어.”

“뭐?”

갑자기 달라진 말투와 행동에 언규가 의심스러운 눈을 뜨며 그를 노려봤다.

혹시나 진백천 또한 마교의 간자가 아닐까란 생각에서였다.

그런 언규의 의심에도 진백천은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장문인이 왜 여기에 계속 앉아 있었나 싶더니 그런 이유에서였군.’

그의 시선은 용암으로 향했다.

“……너는 속가제자 방덕이 아니군?”

“맞아. 방덕은 마교의 간자였어.”

마교의 간자라는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나한들이 일제히 진백천에게 다가왔다.

“방덕이 그랬고 나는 아니란 뜻이니까 다들 진정 좀 하지?”

진백천은 얼굴을 덮은 인피면구를 뜯어냈다.

며칠 동안 가려져 있던 얼굴이 드러나자 그를 알아본 나한들이 나지막이 경호성을 터뜨렸다.

“……정도회 회주 진백천?!”

“분명 몸이 좋지 않아 휴식한다고 들었건만 거짓이었단 말인가?”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납득이 되는 설명이 있어야 할거외다!”

하지만 그중에 유일하게 놀라지 않는 자가 보였다.

언규는 씁쓸한 얼굴로 진백천을 쳐다봤다.

“모두 물러나라. 회주는 우리를 도와주러 온 것이니까.”

“사형은 알고 계셨습니까?”

“나도 정확히는 몰랐다.”

‘원진 장로가 말한 믿을 만한 자가 바로 언규였나 보군.’

언규는 나한들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원진 장로님께서 방덕을 팔대호원 중 살계승(殺戒僧)이라 말할 때부터 어딘가 이상하다 생각했지.”

속가제자였다가 하루아침에 원진의 제자가 되어 나한전에 들어섰다.

원래대로라면 모두가 반대해야 할 일이지만 장로들은 물론이고 나한전 내부에서도 그를 환영하는 자가 많았다.

지금 보니 그들의 대부분이 마교의 간자임을 보면 진백천이 오래전부터 계획하던 것이라 생각했다.

“회주는 마교의 간자가 소림에 있음을 알고 위장한 겁니까?”

“비슷하지. 가장 첫 번째 목적은 장문인을 구출하는 것이었고.”

“……그랬군요.”

언규는 그제서야 납득이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해도 왜 장문인이 물러나면 전부 죽는다고 말하는 겁니까?”

진백천은 백 마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들고 있던 인피면구를 구멍 속 용암으로 집어 던졌다.

치이이익-

피부와 비슷한 재질인 인피면구는 닿기도 전에 연기를 내며 타들어 갔다.

하지만 언규와 나한들이 놀란 것은 그런 것 때문이 아니었다.

촤아아아악!

용암 속에서 뭔가가 펄떡이며 뛰어올랐다 사라졌다.

얼핏 그 머리만 드러났을 뿐이었지만 바늘 같은 이빨에 흉포한 눈동자가 나한을 훑었다.

“물, 물고기?! 아, 아니 뱀이었나?”

놈은 거칠게 용암에서 구멍 밖으로 튀어나오려 했다.

뛰어오른 놈의 몸은 족히 성인 남자 크기가 될 정도로 크고 두꺼웠다.

“허억! 물러나라!”

“이, 이무기다!”

용암과 괴물을 막는 것이 바로 장문인의 기운이었다.

금빛 서기가 용암과 함께 괴물을 튕겨내며 다시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키이이이이이-

놈은 분한 듯 기이한 소리를 내며 울어댔다.

“어찌 용암 속에 저런 게 산단 말이지?”

“회주는 저놈의 정체를 알고 있습니까?”

나한들의 시선이 진백천에게로 향했다.

그 또한 이 물고기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들어본 적은 있었다.

“금혈화린어(金血火鱗魚).”

금혈화린어는 화린어 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물고기만이 되는 영물이었다.

화린어는 원래 용암이 흐르는 호숫물에서 사는 물고기였다.

뜨거운 물에서도 익지 않는 단단한 비늘과 유황에도 아무렇지 않고 숨을 쉬었다.

이런 화린어가 수백 년을 살다 보면 가끔 기이한 별종이 튀어나왔다.

바로 땅을 파고들어 용암 속에서도 죽지 않는 놈이었다.

“금혈화린어라. 물고기면 밖으로 나와도 퍼덕이는 게 전부 아닙니까?”

“용암에서도 버티는 비늘과 이빨이야. 검이 닿으면 녹아버릴 테고 살이 닿으면 재가 되어버릴 텐데?”

나한들은 표정을 굳히며 침음성을 흘렸다.

“저 용암이 쏟아져 내리면 놈은 우리부터 뜯어먹으려고 달려들 거야. 흐르는 용암보다 빨리 금지를 벗어날 수 있어?”

경공에 자신 있는 나한들이었지만 굳이 목숨을 도박에 걸 생각은 없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야. 놈들은 별종이라 그런지 기이한 습성이 있거든.”

바로 땅을 계속해서 파고들면서 용암을 흐르게 만들었다.

아마 지금의 구멍도 금혈화린어의 그런 습성으로 인해 만들어진 터였다.

하지만 그런 진백천조차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장문인이 왜 굳이 그것을 막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진백천의 설명이 이어지자 다시 한번 장문인의 몸에서 금빛 서기가 피어올랐다.

화아아아아-

금빛 서기는 그대로 구멍에 쏘아져서 금방이라도 흘러넘칠 것 같은 용암을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동시에 힘없는 목소리가 담긴 혜광심어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이자의 말이 모두 옳다. 나는 금혈화린어가 이곳에 못 들어오게 막고 있는 중이다. 다행이라면 이 금혈화린어는 수명이 거의 다했기에 조금만 더 버티면…….

장문인의 목소리가 서서히 작아지며 끝에 가서는 거의 안 들렸다.

반년 넘게 이렇게 버티고 있으니 그의 몸이 정상일 리 없었다.

‘겉보기처럼 완전히 텅텅 비었겠지. 정신도 몸도 말이야.’

혜광심어까지 사용할 정도의 정신력과 무공실력이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을 터였다.

“장문인. 저깟 물고기 따위 이곳에 들어온다고 해도 달라질 게 있습니까? 만약 금지가 손상이 되는 것이 걱정이라면 그것보다 장문인이 더욱 중요합니다!”

“금지가 손상되는 게 문제가 아닌 거지.”

“그게 무슨 말입니까?”

진백천은 방금 장문인의 말로 인해 비로서 모든 조각을 끼워 맞춘 느낌이었다.

“장문인. 제가 대신 설명할 테니 혹시라도 틀린 부분이 있다면 지적해 주십시오.”

장문인의 고개를 살짝 흔들리자 진백천이 말을 이었다.

“저 금혈화린어가 용암을 끌고 들어오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거야. 예를 들면 기관진식.”

“기관진식?”

“맞아. 저렇게 강한 금강동인이라고 해서 혼자 멋대로 움직일 리 없잖아? 이 금지 어딘가, 아니면 금지 전체가 기관진식일지도 모르겠군. 맞습니까?”

반개한 장문인의 얼굴이 가볍게 끄덕였다.

-……어느 정도는 맞았네. 용암이 흘러넘치면 기관진식 뿐만 아니라 이 금지 전체가 사라지고 말지.

“그렇다고 해도 장문인의 목숨보다 중요할 리 없습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너희들이 그 이유를 알려면 금강동인이 이곳에 봉인된 이유부터 알아야 한다.

장문인은 잠시 힘을 가다듬으며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불완전함. 금강동인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마기에만 반응하지만 그것은 단지 구촉비전을 익히며 망가진 무인들에게 만들어놓은 최소한의 안정장치였다.

“그 안전장치가 기관진식이고요?”

-……맞네.

그렇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진백천은 당연히 금강동인에게 힘을 주는 것이 기관진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그들을 이곳에 가둬두는 자물쇠 역할만 한 것이라면?

그렇다면 기관진식이 파괴되었을 때 최악의 결과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소림의 무공을 익힌 금강동인들이 금지를 빠져나가 무차별적인 살인을 저지르겠군.”

“……회주! 말을 조심하시오!”

언규는 반사적으로 소리쳤지만 그것이 합리적인 의심이라는 것쯤은 잘 알았다.

나한들도 들어오면서 직접 봤지만 금지의 기관진식은 안에서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그래도 방법이 있을 겁니다!”

“맞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금강동인을 전부 부숴 버리는 거야. 그렇다면 굳이 장문인이 용암을 막을 필요도 없이 빠져나가면 되지.”

-……그건 안 되네. 금강동인은 절대 쓰러지지 않아. 혹시라도 괜히 공격했다가는 마인이 아닌 자들도 적으로 판단할걸세.

장문인의 그 말에 나한들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혼자 떨어져 있던 금강동인을 처치했습니다! 움직임을 멈춘 지금이라면 쓰러뜨릴 수 있습니다!”

금강동인을 쓰러뜨렸다는 나한의 말에 장문인은 가볍게 숨을 내뱉었다.

그런 모습에서 진백천은 금강동인에게 또 다른 비밀이 있음을 깨달았다.

-우연한 결과물로 만들어진…… 금강동인은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 이 넓은 기관진식 안에서는 더더욱…….

장문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통로 저편에서 묵직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무거운 발걸음이었다.

“설마?”

“분명 목을 꺾었는데?”

금강동인은 목이 꺾인 채로 뚜벅이며 걸어왔다.

하지만 기괴하게도 걸을 때마다 꺾인 목은 천천히 제자리를 잡으며 우뚝 섰다.

“장문인의 말대로라면 저놈은 자신을 공격한 우리를 목표로 삼겠군.”

“그래도 하나뿐이라면 상대할 수 있습니다.”

“그래. 하나…… 뿐이라면…….”

금강동인은 멈춰서 있는 다른 놈들 옆에 가 나란히 섰다.

그러자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금강동인들도 똑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적이 되면 그 대상도 공유한다는 건가?”

“……다들 십팔나한진을 준비해라. 수는 우리가 더 많다!”

언규는 기운을 복돋기 위해 외쳤지만 그다지 효과는 없었다.

단 하나로도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기억하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하나?’

본 실력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지금 유지 중인 호무살을 해제해야 했다.

그렇게 되면 금강동인은 곧바로 진백천만을 노리며 달려들 터였다.

진백천은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장문인 대사. 또 다른 방법은 없어요? 잠시 가동을 멈춘다든지.”

-……없네. 아니, 그 전에 나부터 이미 한계를 넘어선 상태라네.

무려 반년이 넘는 시간을 이 자리에 앉아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말이 안 되었다.

지금도 겨우 붙잡고 있는 생명의 끈이 언제 끊어져 날아갈지 몰랐다.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상황에서 진백천은 최대한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

‘……가장 위급한 문제는 금강동인을 막는 거겠지. 하지만 장문인의 말대로라면 그것은 끊이지 않는 싸움일 뿐이야. 결국 죽는 것은 나한들뿐이겠지.’

지금 상황에서는 최선(最善)을 선택할 겨를 따위 없었다.

차선(次善), 아니 차악(次惡)이라도 생각해내야 했다.

진백천의 시선이 용암 구덩이로 향했다.

‘어떻게든 금혈화린어를 잡아낸다면 기관지식이 망가져서 금강동인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쯤은 막을 수 있다.’

그것은 최악을 막는 수.

차악으로 올리려면 희생을 최대한 줄여야 했다.

“금강동인이 기관진식을 벗어나면 살아 있는 것들을 다 공격하는 건 사실이죠?”

-그렇네.

그렇다면 시도해 볼 만한 것이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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