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림회귀백서-169화 (169/346)

무림회귀백서 169화

60장 금강동인(金鋼動人)과 생불(2)

금강동인은 인형과는 차원이 달랐다.

우선 그 날렵한 겉모습은 분명 인간을 닮았고 짐승 같은 움직임은 소림의 무공을 사용했다.

뚝 떨어지는 손놀림은 정확히 나한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커헉! 잠, 잠깐!”

금강동인에게 망설임은 없었다.

그대로 목덜미를 용조수(龍爪手)의 수법으로 뜯어내며 머리를 내리쳤다.

콰드득!

두개골이 깨지며 사방으로 살점이 튀었다.

‘강하다!’

한 치도 망설임도 없는 움직임.

더구나 번개 같은 몸놀림은 분명히 구촉비전(口燭非典)이 확실했다.

악의선사가 가르치던 소림의 제자들이 주화입마에 들었고 그들에게 팔팔 끓는 동을 부어 금강동인으로 만들었다는 비사는 사실인 듯 보였다.

어떻게 지금까지 저 몸을 유지했는지는 몰라도 몸에서 풍기는 내력은 압도적이었다.

“나한진을 준비하라!”

소림의 가장 뛰어난 무인들답게 나한들은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어느샌가 금강동인은 나한들의 가장 중심에 놓여 공격을 받는 대상이 되었다.

돌아가며 쏟아지는 공격에 금강동인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쿠웅!

놀라운 것은 금강동인의 몸은 실제 금속처럼 부딪칠 때마다 묵직한 금속음이 들려왔다.

표정 변화도 없어서 공격이 통하는 것인지조차 확인하기 어려웠다.

금강동인은 공격을 전부 받아내며 계속해서 주변의 나한들을 공격했다.

하지만 뒤에서 지켜보는 진백천은 금강동인이 노리는 것이 마교의 간자들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금강인형처럼 마기만을 포착하고 달려드는 중이야.’

나한진으로 포위한 게 무색하게 금강동인은 벼락처럼 솟구쳤다.

이번에도 목표가 된 것은 마인이었다.

“버텨!”

금강동인은 금빛 기운이 서린 주먹으로 마인의 가슴팍으로 내질렀다.

목표가 된 마인이 이를 악물며 주먹을 뻗었다.

콰드드득!

“커헉!”

분명 똑같은 나한권(羅漢拳)이었음에도 그 결과는 확연히 달랐다.

마인의 주먹은 손가락이 이리저리 꺾이고 뭉개졌다.

그에 반해 금강동인은 어느 틈인가 또다시 주먹을 내뻗는 중이었다.

“빠, 빠르다!”

두 주먹에서는 방금보다 더 찬란한 황금빛 서기가 피어올랐다.

“……아라한신권(阿羅漢神拳)!”

언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먹이 마인의 얼굴과 가슴에 파묻혔다.

단 한주먹에 얼굴이 뭉개지고 가슴이 함몰되었다.

“사, 살려……!”

살려달라는 외침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아라한신권의 특징은 주먹이 한번 상대에게 닿는 순간 이미 수십 번의 공격으로 뻗어갔다.

콰드드득!

마인의 전신은 금강동인의 주먹에 두들겨 맞으며 이리저리 흔들렸다.

곧 피떡이 된 몸은 그대로 바닥으로 널브러졌다.

이러한 연속된 공격이 바로 아라한신권의 무서움이었다.

‘……내 걸개구타권(乞丐毆打拳)이 진화하면 저런 모습이려나?’

진백천은 자신의 몸을 감싼 막에 집중하며 금강동인에 집중했다.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만으로 이미 지살대의 일금영을 뛰어넘은 수준이었다.

‘만약 호무살로 마기를 가리지 못했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

물론 진백천이 전력으로 맞붙어서 질 거라는 말은 아니었다.

금강동인의 속도와 과격함에 익숙해진 나한들은 그를 조금씩 어떻게 상대해나갈지 정답을 찾아냈다.

“나한들은 뒤로 물러나서 금강동인을 경계하라! 최우선적으로 발을 묶는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상대는 하나.

손 하나가 열 개의 주먹을 막아낼 수는…….

“커헉!”

……있었다.

‘얼마나 내력이 강한 거지?’

아니, 애초에 생명력이 없는 금강동인에게 내력이 저 정도로 몰려 있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금강동인의 움직임에 익숙해진 나한들은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맞서 싸우기보다는 제압하라!”

두 명의 나한이 각각 다리에 달라붙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머지 두 명이 양팔을, 나머지가 머리만을 노리며 백보신권(百步神拳)을 쏟아냈다.

콰아앙!

금강동인은 결국 목이 기이하게 꺾인 채로 바닥에 쓰러졌다.

하지만 여전히 두 눈은 마기가 느껴지는 마인을 향한 채였다.

이추산은 흠칫한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났다.

‘목표가 자신들인 것을 이제야 눈치챘나 보군.’

그들은 진백천처럼 마기를 숨길 수 없었다.

단 하나의 금강동인만으로도 둘이 죽었으니 더 많은 놈이 나타나면 어떻게 될지 몰랐다.

이추산은 잔뜩 굳은 얼굴로 남은 마인들을 빠르게 확인했다.

그 수는 이제 겨우 4명.

물론 진백천을 포함하지 않은 숫자였다.

“후우. 다들 괜찮나? 다른 금강동인들이 이 정도라면 분명 꽤나 힘들지도 모르겠군.”

“괜찮습니다. 이제 이들에 대해 파악했으니 허무하게 쓰러질 일은 없을 겁니다.”

그들은 죽은 이들의 사체를 수습하고 나지막이 진언을 외웠다.

마인들의 얼굴에 못마땅함이 스치듯 흘렀지만 지금 그들이 나서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금강동인이 왜 자신들만 노리는지는 몰라도 나한들이 없었다면 자신들만으로는 분명 떼죽음을 당할 테니까.

“저 통로로 들어가기 전에 잠깐 상태를 점검한다.”

“네. 알겠습니다.”

언규는 문득 뒤편에 서 있는 진백천을 발견하고 다가왔다.

그리고 무슨 생각인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굳었군. 걱정 마라. 막내 사제까지 다치지 않게 할 테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주변만 둘러보니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군.’

진백천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 * *

휴식을 취한 이들은 곧바로 반대쪽 통로로 향했다.

그 짧은 사이에 뜨거운 훈풍은 서늘하게 식은 상태였다.

나한들은 통로 앞쪽에 서서 안쪽을 살펴봤다.

“흐음. 지독한 안개군.”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사형.”

안개는 새벽에 피어나는 운무와는 느낌이 달랐다.

조금 더 진한 잿빛에 연무(燃霧)에 가까웠다.

실제로 공기 중에 은은히 베인 것은 매케한 유황 냄새였다.

‘혹시 숭산이 화산이었나?’

몇 번의 회귀를 거친 진백천도 그러한 사실을 알지는 못했다.

숭산의 화산이 터졌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아니라면 오래전에 터지고 남은 흔적일까?’

그런 고민도 잠시 연무 속에서 환한 금빛 서기가 비췄다가 사라졌다.

조금 전 금강동인의 기운과 비슷하면서 더 크고 심후했다.

“이런 불가의 기운이라면 필경 장문인이시다. 움직인다!”

나한들은 도포를 휘날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기운이 느껴진 방향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부릅뜬 눈을 감지 않았다.

몇 발자국만 앞서나가도 앞선 사람의 모습이 사라졌기에 모두는 서둘러야 했다.

하지만 그때였다.

통로를 걸어나가는 그들의 머릿속에 거대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한들아 나는 괜찮으니 돌아가라.

진백천은 목소리를 듣고 흠칫 놀랐다.

이것은 전음 따위가 아니었다.

전음이었다면 이 많은 나한이 동시에 들을 수 있을 리 없었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진백천이 상단전을 열고 상대의 속마음을 엿듣는 것과 비슷했다.

‘혜광심어(慧光心語)가 분명하다.’

타인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방법이었다.

그렇다고 단지 전음과 같이 말을 전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수련으로 깨달음을 얻는 불자만이 사용 가능한 것으로 실제 상대방의 의지를 구속할 수 있을 정도로 강제력이 담겨 있었다.

나한들은 본능적으로 제자리에 멈춰섰지만, 뒤로 물러나지도 않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연무 사이로 황금빛 서기가 계속해서 일렁였기 때문이었다.

얼핏 앉아 있는 사람의 형상이었다.

“……장문인이십니까?! 제자들이 모시러 왔습니다!”

-돌아가라!

다시 한번 혜광심어가 들려왔지만 다들 움찔할 뿐 움직이지 않았다.

바로 눈앞에서 장문인을 확인하고도 돌아갈 나한들은 없었다.

“……그럴 수 없습니다. 제자들은 꼭 장문인을 모시고 나가야 합니다!”

모든 나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견에 동조했다.

“……주변을 경계하며 나아간다. 나를 따라라.”

나한들은 각기 내력을 끌어올리며 연무를 헤치고 나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통로를 벗어나자 금빛 서기를 내뿜는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였다.

특이한 것은 그에게 다가갈수록 뜨거운 훈풍이 강하게 불어왔다.

“장문인! 저희가 왔습니다……!”

가장 앞선 나한이 격양된 목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장문인에게서 다시 한번 바람이 불어오더니 주변의 연무를 일순간 밖으로 밀어냈다.

후우우우욱-

그리고 드러난 주변의 광경에 나한들은 모두 몸을 굳힌 채 멈춰섰다.

“……이게 대체?”

둥근 원형의 공간에 장문인은 벽을 틀어막고 앉아 있었다.

그 앞에서 흐르는 것은 뜨거운 용암이었다.

계속해서 안으로 쏘아져 들어오려 하는 것을 장문인의 서기가 막아내는 중이었다.

‘미쳤군.’

하지만 그들이 놀란 것은 단지 장문인 때문만은 아니었다.

벽에는 마치 벽화처럼 나한들이 박혀 있었다.

문제는 그것이 단지 벽화처럼- 보일 뿐이지, 전부 온몸이 일그러져 죽어간 사체들이었다.

‘이자들이 장문인과 함께 금지에 들어왔다던 팔대호원들이겠군.’

그들을 이렇게 만든 것쯤은 어렵지 않게 상상이 되었다.

“장문인을 모셔라. 어서 이곳을 빠져……!”

언규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사라진 연무 속에서 대기하고 있던 것은 장문인뿐만이 아니었다.

금강동인들은 각각 마지막 팔대호원을 처치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방금 처치한 1개를 제외하고 정확히 17개였다.

팔대호원을 죽인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금빛의 주먹과 전신에 피가 눌어붙어 있었다.

그들은 무엇인가의 기색을 느낀 것인지 마치 가동 단추가 눌린 인형처럼 눈을 부릅떴다.

“……큰일이군.”

부릅뜬 눈에서 흘러나온 것은 호의 따위가 아니었다.

지독한 살의(殺意)가 나한들을, 정확히 말하자면 마교의 간자들을 향해 쏟아졌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나한들은 서둘러 자리를 잡으며 전투 준비를 했다.

“17이라. 최대한 버티면서 장문인을 모신다! 목인항과 같다면 금강동인들도 이곳을 벗어나지는 못할 테니!”

맞는 말이었다.

무생물에 가까운 금강동인이 스스로 내력을 순환하고 끌어낼 리 없었다.

이곳, 아니면 금지 어딘가에 그들에게 힘을 전해주는 기관진식이 숨겨져 있을 터였다.

‘좋은 판단이야.’

나한들은 서둘러 정신을 차리며 가부좌를 틀고 미동조차 없는 장문인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눈을 부릅뜨며 동작을 멈췄다.

‘왜 저러지?’

진백천은 천천히 다가가 장문인의 모습을 확인했다.

그의 앞모습을 본 진백천조차 깜짝 놀랐다.

‘……이미 죽었다.’

반개(半開)한 눈과 평화로운 얼굴.

그와 다르게 바싹 마른 살점과 탄 듯이 갈라져 버린 피부.

용암에 오래 앉아서 그런 모습은 당연했다.

하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그의 전신에서 풍겨 나오는 거력(巨力)이었다.

‘죽은 자가 내력을 운용할 리는 없지.’

그의 생각대로 미미하게 장문인의 입에서 숨이 뱉어졌다.

스스스-

-……돌아가라!

동시에 금강동인들이 단체로 달려들며 주먹을 내뻗었다.

전부 마기를 품은 마교의 간자들을 향해서였다.

“허억! 잠, 잠깐……!”

가장 먼저 주먹을 맞선 나한의 양팔이 부러지며 뒤로 밀려났다.

통로 밖에서 싸웠던 금강동인과는 차원이 다른 위력이었다.

“……제, 젠장!”

마교의 간자는 자신이 나한이라는 사실도 잠시 잊고 욕설을 내뱉었다.

놈은 서둘러 다른 마인들을 훑어보며 전음을 보냈다.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다! 당장 장문인을 죽여!

놈들은 전부 비슷하게 생각했는지 동시에 뒤돌며 장문인에게 달려들었다.

나한들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마교의 간자들이 내뿜는 살기에 곧 정신을 차렸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멈춰라!”

그나마 장문인의 옆에 있던 나한이 앞을 막아섰지만 혼자서는 무리였다.

“커헉!”

묵직한 손바닥에 뒤로 밀려났다.

그리고 어느 틈인가 장문인의 바로 머리 위에서 이추산이 떨어져 내렸다.

그의 손에는 검은 마기가 물씬거리며 피어올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