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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회귀백서-166화 (166/346)

무림회귀백서 166화

59장 108 목인항(2)

언규의 목소리는 나한들에게만 들린 것이 아니었다.

주변에 있던 모두가 그의 목소리를 들을 정도는 되었다.

나한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유독 원진만이 입술을 삐죽이며 웃음을 참았다.

‘언규마저 저렇게 생각하다니 과연 회주로구나!’

쿠웅!

지금의 목인항과 맞부딪치는 모습은 그가 보기에도 아슬아슬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시간을 끄는지 몰라도 조금은 서둘러라! 그러다 향이 꺼져 버리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 * *

진백천은 그 어느 때보다 집중했다.

주변의 나한들부터 원진의 목소리는 물론이고 마교의 간자들도 살폈다.

‘이까짓 거 서두르고자 한다면 서두를 수 있지.’

태천검의 내력으로 포악스럽게 파괴하며 나아가면 그뿐이었다.

아무리 기관진식의 내력이 증가한다 해도 자신에게는 안 될 테니까.

하지만 그래서는 얻는 게 없었다.

진백천은 이 목인항의 기관진식을 파훼하면서 이것에 대해 분석하고 파악하려 애썼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정도회에도 비슷한 거 하나 만들어놓으면 분명 도움이 될 거야.’

36방을 통과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던 진백천이었다.

정도회는 크기에 비해 소속 무인들이 많이 부족했다.

문제는 그 숫자뿐만 아니라 어중이떠중이들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이들이 많이 부족했다.

소림을 보면서 진백천이 부러웠던 것이 그 압도적인 속가제자들의 수였다.

단순히 많은 것뿐만 아니라 그들은 본산에 대한 애정도 함께였다.

‘소림이 무너지지 않는 것은 무공이 쌓인 장경각이나, 나한 때문이 아니야.’

세상 곳곳에 뿌려진 속가제자들.

그들의 돈과 애정이 본산을 지키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진백천도 정도회에 비슷한 제자 양성 과정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 상황에서 목인항은 무척이나 군침이 도는 기관진식이었다.

‘이것의 절반만 따라 해도 제법 괜찮은 훈련 과정이 나올 거야.’

후우우우우-

진백천은 학처럼 뛰어오르며 발을 뻗는 인형의 발목을 붙잡고 옆으로 비틀었다.

콰드득-

동시에 몸에 이어진 쇠사슬을 끊어내며 벽으로 튕겨냈다.

동물의 동작을 본뜬 소림5권은 이제 전부 파악이 되었다.

대충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또한 알았으니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달랐다.

‘흐음. 나중에 원진의 도움을 요청해 볼까?’

빚진 게 많으니 싫어도 도와주는 시늉은 할 게 분명했다.

진백천은 양옆에서 뻗어오는 쇠주먹을 튕겨내며 장을 뻗어 인형의 허리를 끊어냈다.

그런데도 놈들은 아무렇지 않게 몸을 일으켰다.

사람이라면 이미 오장육부가 터졌을 테지만 이것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허리가 반쯤은 파괴된 상태에서 비척거리는 모습이 꽤나 흉측했다.

‘크흠. 이제 향도 반쯤 타들어 갔으니 속도를 내볼까?’

진백천의 시선에 향로 앞을 막아선 조금은 특이한 인형들이 보였다.

일반적인 놈들과 달리 전신이 황금으로 덧칠된 놈들이었다.

인형들이 일정 수 이상 파괴되지 않으면 드러나지 않는 것들이었다.

‘금강나한(金鋼羅漢)? 아니 금강인형인가?’

놈들은 소림5권의 자세가 아니었다.

통로를 막아선 놈들은 기다란 쇠봉을 들고 있었다.

나한들은 자신들이 할 때는 보이지 않던 인형들을 보고 놀랐다.

“흐음. 아무래도 인형을 많이 파괴하면 나타나는 모양입니다.”

“인형이 무기를 들다니. 강하려나?”

“겉으로만 봐서는 확실히 일반 인형들보다는 강해 보입니다.”

언규는 이로써 진백천이 목인항을 통과하지 못할 거라 확신했다.

기본도 탄탄하고 내력도 부족하지 않았지만.

“역시 시간이 부족해.”

“사형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아무래도 방덕 저자는 나한이 되지 못하겠군요.”

“글쎄. 지금까지 모습만으로만 보면 그렇겠지.”

속단하는 그 말에 나한들 중에 서 있던 은형대 이추산이 속으로 그들을 비웃었다.

그들 전부가 달려들어도 승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게 바로 지살대 무인인 일금영이었다.

그가 마음을 먹으면 저 인형들 따위 전부 박살 나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리고 그의 생각과 마찬가지로 서서히 진백천의 기세가 변했다.

후우우우-

그것은 폭발적인 기류나 내력의 향상이 아니었다.

단지 손속에 거침이 없어지고 앞으로 나가는 발걸음이 서서히 빨라졌다.

‘슬슬 속도를 내야지.’

진백천의 손이 뻗을 때마다 인형이 무기력하게 벽에 처박혔다.

그는 순식간에 통로의 절반을 통과했다.

-회주! 이제야 속도를 내는구나!

원진은 보면서도 조마조마했는지 이제야 겨우 안도했다.

“흐읍!”

진백천은 동시에 달려드는 3개의 인형을 주먹을 움켜쥐며 강하게 앞으로 밀쳐냈다.

놈들은 미끄러지며 금강인형이 있는 곳까지 밀려났다.

그중에 하나가 금강인형에 가까이 다가가자 놈들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우웅!

놀랍게도 놈들은 진짜 무인처럼 진각을 밟으며 쇠봉을 휘둘렀다.

쇠봉은 인정사정없이 인형의 머리통을 박살 내버렸다.

“허억! 머리를 부수다니! 원진 장로 저건 위험한 거 아닙니까?”

“……크흠. 같은 인형이니까 그런 걸 겁니다. 진입자에게는 그렇게 살의가 넘치는 공격은 절대…….”

원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금강인형 중 하나가 땅을 박차며 쇠봉을 내질렀다.

진백천의 얼굴을 향해서였다.

“……할 리가 없는데?”

당황한 것은 진백천도 마찬가지였다.

주변에서 지켜보는 소림의 인물들은 모르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금강인형에게서 살의(殺意)가 조금씩 피어올랐다.

-원진 장로님! 이놈들 왜 이래요?!

-오오. 전투 중에도 전음이 가능하다니 역시 회주…… 가 아니라 크흠. 나도 모르겠다. 원래 절대 진입자의 급소는 공격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을 텐데.

-못하기는 개뿔. 공격 하나하나가 전부 치명타잖아요.

쿠우웅-

진백천은 쇠봉을 밀쳐내며 뒤로 물러났다.

금강인형에게서 은은한 서기가 피어올랐다.

전에도 본 적 있는 역근경(易筋經)이었다.

‘미친! 설마 저깟 인형한테 역근경을 도입했다고?’

본산 제자들 중에서도 특별한 이들만 익힐 수 있는 것이 바로 역근경과 세수경이었다.

그런 것을 인형 따위에게 주입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진백천이 날카로운 눈으로 원진을 힐끔 노려보자 그가 흠칫 놀랐다.

-크흠! 회주는 오해 말아라! 원래 목인항의 기관진식에 일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역근경의 내력이니까. 평상시에는 이렇게 과하게 반응하지 않는데 이상하군.

금강인형은 제외한 모든 인형이 박살 나면서 모든 내력이 그들에게 집중되었다.

자연스레 그 위력도 강화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문득 원진 장로의 말에서 기이한 위화감이 들었다.

-평상시? 그렇다면 평상시가 아니면 어떤 경우인데요?

-……그거야 당연히 전시 아니겠는가? 하지만 보통은 기관진식을 위급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그렇게 되지 않아. 아. 딱 하나 있긴 하군. 마인이 쳐들어왔거나 하는 경우에는 자동으로 위급으로 발동되지.

진백천은 그제야 금강인형이 이토록 미친 것처럼 달려드는지 알았다.

‘천마신공의 마기를 포착하고 나를 마인으로 보는 것이구나!’

* * *

진백천이 지닌 내력은 크게 4종류였다.

가장 크고 주류가 되는 태허무극진결(太墟無極進結).

그리고 전신의 세맥에 퍼져 있는 천마신공의 마기, 심장에 자리 잡은 혈강옥불상의 기운, 마지막으로 독정이었다.

이 중의 독정은 도림곡에서 한차례 쏟아부어 버린 후 서서히 태허무극진결에 흡수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독정 특유의 기운이 사라진 것은 아니고 태허무극진결과 합쳐졌을 뿐이었다.

‘바닷물에 강물을 탄 것 같은 느낌이랄까.’

문제는 천마신공의 마기와 혈강옥불상의 기운이었다.

두 기운은 모든 것을 포용하는 태허무극진결로도 흡수하기 역부족이었다.

놈들은 마치 이성이 존재하는 것처럼 독정이 흡수된 이후에 더욱 깊숙이 스며들었다.

진백천의 입장에서는 전처럼 정신에 영향을 주지 않으니 좋았지만, 내재된 불안감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 마기를 감지하다니.’

그나마 다행이라면 지켜보는 소림사의 장로들이 이러한 점을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단지 처음 가동되는 목인항이 문제를 일으킨다고만 생각했다.

‘이놈들이 더 문제는 나대기 전에 서둘러 부숴 버린다.’

향도 이제 슬슬 거의 다 타들어 가는 중이었다.

남아 있는 시간이라곤 이제 겨우 5각 정도뿐이었다.

‘굳이 튀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군.’

금강인형들이 통로의 벽을 박차며 전신의 사혈을 노렸다.

진백천은 강하게 진각을 밟았다.

쿠우우웅-

그러자 부서지고 흩날린 인형의 잔해에서 뿌연 먼지가 피어올랐다.

순간 가려진 시야 속에서 진백천의 몸이 희끗거리며 사라졌다.

‘전부 박살 내주마!’

진백천은 두 주먹에 내력을 잔뜩 불어넣고 파강식(破彊式)의 수법으로 금강인형을 두들겼다.

콰아앙!

지금까지 설렁설렁하던 것과 다르게 주먹이 닿는 곳은 산산조각이 났다.

검 대신 주먹에 강기를 실어 펼치는 파강식이었지만 어색함은 없었다.

금강인형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며 얼굴에 작은 상처를 냈다.

그런데도 진백천은 두 눈을 부릅뜨며 몸을 숙였다.

백면질주(百面疾走).

그의 몸이 바닥에 달라붙은 것처럼 빠르게 쏘아져 나갔다.

기척과 소리가 전혀 없기에 바깥에서 구경하는 이들은 어떻게 된 것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얼핏 보면 그림자가 희끗거리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서둘러 끝낸다.’

진백천은 인형의 반대편으로 넘어가 놈들의 관절 부분을 끊어버렸다.

최소한의 공격으로 가장 빠르게 무력화시키는 방법이었다.

퍼석!

그들을 쓰러뜨리고 진백천은 향로 앞에 멈춰섰다.

‘이제 이놈을 들어서 안쪽으로 옮기면 된다 이거지?’

향로를 들어 올리려던 진백천은 순간 흠칫하며 옆으로 피했다.

뒤편에서 웅후한 내력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의 예상은 정확했다.

옆으로 비껴가는 쇠봉은 진백천을 스쳐 지나가며 향로를 꿰뚫었다.

까아아앙-

마지막 남은 금강동인이 모든 내력을 담아 쇠봉을 집어 던진 것이다.

그 위력에 피어올랐던 먼지가 빠르게 사라졌다.

“…….”

모든 이들의 시선이 빠르게 통로 안을 훑었다.

어느샌가 금강동인은 전부 박살이 났고 향로는 안쪽으로 뭉개지듯 밀려나 있는 상태였다.

“향, 향은?!”

아슬아슬하지만 향은 그 뿌리가 남아 연기를 피어 올렸다.

“……통과했다!”

“대단하군!”

나한들을 비롯해 모두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보통 본산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렇게까지 험악한 기관진식을 통과하지 않았다.

속가제자 방덕, 그러니까 진백천이 보인 모습은 나한이 되기에도 충분한 실력이었다.

“마지막 먼지가 흩날렸을 때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 아쉽군!”

“인형의 관절을 뜯어낸 것을 보면 분명 꽤나 성취가 높은 용조수(龍爪手)겠지?”

“대력금강조(大力金剛爪)일 수도 있어.”

다행인 점은 워낙 무공의 종류가 많은 소림이다 보니 그가 펼친 무공은 어떻게든 납득이 되었다.

원진은 주변의 반응을 살피며 앞으로 나섰다.

“속가제자 방덕을 본사제자로 입적을 허한다! 그리고 목인항을 훌륭하게 통과하였음을 높이 사 나의 제자로 삼으려 한다.”

진백천은 감격했다는 듯이 고개를 넙죽 숙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또다시 환호했다.

그중에는 마교의 간자들부터 속가제자들까지 전부였다.

‘이제 겨우 한걸음 걸었군. 그나저나…….’

진백천의 시선이 쓰러진 금강인형으로 향했다.

놈은 여전히 움직이기 위해 망가진 팔다리를 버둥거렸다.

살의 가득한 시선은 진백천을 향한채였다.

‘……금지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꽤나 위험하겠는데?’

알려진 바에 따르면 금지에는 금강동인(金鋼動人)들이 존재했다.

만약 그들도 똑같이 천마신공의 마기에 반응한다면 혼자서 그들을 상대해야 하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지도 몰랐다.

‘그렇게 되면 들어가지 않으니만 못하지.’

문제가 하나 해결되니 또 다른 고민거리가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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