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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회귀백서-161화 (161/346)

무림회귀백서 161화

57장 속가제자 방덕(3)

방덕은 코를 부여잡고 36방에서 벗어났다.

소림에 들어와 이토록 망신을 당한 것은 처음이었다.

‘젠장. 회주는 이미 내 수를 꿰뚫어 보고 있었어.’

그렇지 않고서야 능숙하게 철 주머니를 받아낼 리가 없었다.

마지막에 몸이 굳은 듯 움직이지 않은 것이 이상하긴 해도 그다지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저 갑자기 받아친 철 주머니에 자신의 대응이 늦었거니 하고 생각했다.

그것보다는 어서 빨리 진백천에 대한 것을 본교에 알려야겠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진백천이 갑자기 소림사에 찾아온 것도 그렇고 원진과 붙어 있음이 의심스럽다. 서둘러 본교에 보고해서 상황을 알려야겠어.’

진백천이 가는 곳마다 마교의 작전과 간자들이 전부 박살이 났다.

방덕의 걱정도 괜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부러진 코의 뼈를 대충 비틀어서 맞추고 곧바로 서신을 작성했다.

그리고 품속에 숨겨두었던 작은 피리를 불었다.

피이이이이-

사람 귀에는 들리지 않는 날카로운 소리가 숲속으로 울려 퍼졌다.

그러자 곧 검은색의 비둘기가 날아왔다.

방덕이 미리 숲속에 숨겨두었던 전서구였다.

“서둘러 날아가거라.”

다리에 묶인 통에 서신을 넣고 하늘 높이 날려 보냈다.

그런데 왜인지 잠깐 날개를 펄럭이던 비둘기는 그대로 바닥에 추락했다.

투욱-

“왜 이래?”

서둘러 비둘기를 다시 집어 들자 놈은 죽은 상태였다.

방금까지 살아 있던 비둘기가 난데없이 죽어버린 게 괴이했다.

‘불길하다!’

방덕은 재빨리 다른 피리를 꺼내 전서구를 불러냈다.

하지만 이번에도 하늘에 날려 보내기 무섭게 바닥에 추락했다.

역시나 심장이 멎어 있었다.

혹시나 암습이라도 받았나 샅샅이 살펴봤지만, 상처는 조금도 없었다.

“단체로 숲속에서 독벌레라도 처먹은 것이냐! 대체 왜 이래?!”

대답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그의 뒤편에서 무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독벌레는 네놈이잖아. 소림사에 숨어든 독벌레!”

“누구냐?!”

방덕은 진백천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화들짝 놀랐다.

혹시나 했지만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다고 하니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굳히며 발뺌했다.

“……회주님께서 여기는 무슨 일이십니까?”

“무슨 일이긴. 간자 놈이 무슨 서신을 보내나 싶어서 왔지.”

“서신이라뇨? 저는 그런걸…… 커헉!”

백면섬보(百面閃步).

진백천은 곧바로 앞으로 뛰어나가며 방덕의 배를 후려 찼다.

불시의 공격에 방덕은 대응조차 못 하며 바닥을 굴렀다.

아까 내력이 섞인 철 주머니를 받을 때 느꼈지만 역시나 실력이 형편없었다.

‘그러니 속가제자 역할이나 하고 있겠지.’

굳이 따지자면 지금까지 진백천이 만나왔던 마교의 간자들이 유난히 강했고, 방덕이 평범한 거였지만 말이다.

“나, 나는 소림의 제자…….”

“소림의 제자는 무슨. 닥치고 조용히 있어.”

진백천은 빠르게 방덕의 마혈(痲穴)을 짚어 그를 마비시켰다.

방덕은 역시 당황한 듯 말하면서도 품속에 손을 넣어 독병을 쥔 상태였다.

독약을 손에서 빼내자 당황한 두 눈이 빠르게 굴렀다.

“네놈들은 언제나 똑같다니까. 서신을 읽어볼 때까지 조용히 하고 있어.”

진백천은 죽은 비둘기에게서 서신을 꺼냈다.

[특급보고]

[진백천이 소림사에 등장. 원진 장로와 함께 붙어 다니는 것이 작전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차린 것으로 보임. 일을 망치기 전에 처리해야 할 것으로 보임.]

“누가 독벌레 아니랄까 봐 쉽게도 처리하려고 하네?”

방덕은 눈동자를 빠르게 굴렸다.

-겨우 전서구가 발견된 것만으로 나를 간자를 몰수는 없다. 잡아떼면 그만이야!

“왜? 잡아떼려고? 머리 굴리는 게 그 정도밖에 안 돼? 내가 겨우 네놈만 잡으러 왔을까 봐?”

방덕은 마혈에 집혔음에도 몸을 움찔하고 떨었다.

-나를 잡으러 온 게 아니라고? 그럼 전부 알고 있다는 뜻인가?

진백천은 서서히 반응하는 방덕의 속마음에 여유롭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형편없는 실력에 비해 아는 것이 제법 있는 놈인 듯했다.

그때 기다리던 원진이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그를 찾아왔다.

얼굴이 피범벅인 채로 마혈이 집혀 있는 방덕을 보고 그는 화들짝 놀랐다.

-네놈은 이제 끝이다! 내 꼴을 봤으니 원진 장로가 바로 네놈을…… 커헉!

원진은 방덕과 진백천에게 다가가는 듯하더니 냅다 방덕을 발로 후려 차버렸다.

“역시 이놈이 마교의 간자였군!”

그동안 마음고생한 것을 풀려는지 비오는 날에 먼지 날 정도로 후들겨 팼다.

방덕은 마혈이 집혀 있어서 제대로 반항도 못 하고 두들겨 맞는 수밖에 없었다.

어찌나 대차게 차는지 진백천이 나서서 막았다.

“그러다 심문하기도 전에 죽어버리면 어쩌려고요.”

“크흠! 내가 잠시 흥분했군! 개 잡놈의 마교놈이라 생각하니 잠시 이성을 잃었어.”

원진은 그제서야 진백천이 건네는 서신을 읽고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라면 확실히 이놈이 마교의 간자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겠어. 역시 회주는 대단하군! 오자마자 이런 활약이라니!”

“아직 멀었어요. 이놈만 잡고 끝낼 게 아니잖아요.”

“그렇지. 그럼 이놈부터 곧바로 심문해 보지. 계율원이라면 며칠 지나지 않아서 전부 털어놓게 될 거야.”

진백천은 원진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이 자가 계율원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다른 놈들이 몸을 움츠릴 거예요. 그리고 더 은밀하게 움직이겠죠.”

“그러면? 이대로 놈을 풀어주자고?”

“그럴 리가요.”

진백천은 엉망이 된 방덕을 내려다봤다.

어딘지 모르게 그의 얼굴 가죽이 살짝 벗겨진 것처럼 보였다.

원래 방덕이었던 자를 죽이고 쓴 인피면구였다.

“대역을 세워야죠.”

“대역?”

“네. 제가 방덕이 될 겁니다.”

씨익 웃으며 말하는 진백천을 쳐다보며 원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 * *

진백천의 주장대로 방덕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졌다.

쉽게 사람들이 들낙거릴 수 없고 그가 원할 때마다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바로 진백천의 방이었다.

방덕, 아니 그의 모습을 하고 있던 마교의 간자는 온몸이 묶인 채 구속되어 있었다.

“으으읍!(이거 풀어라!)”

인피면구를 벗겨내니 냉혈한 같은 뱀눈의 얼굴이 드러났다.

놈의 품속을 뒤져보니 여유분으로 만들어놨던 방덕의 인피면구가 여러 개 나왔다.

당소예와 황대원은 놀란 눈으로 인피면구를 살폈다.

“이자가 마교의 간자라고요?”

“정말 사람의 얼굴 같습니다.”

“그렇지? 은잠에 능숙한 비영대의 마인이라 그런지 손기술이 좋아.”

진백천의 말에 놈이 눈을 부릅뜨며 진백천을 쳐다봤다.

“으읍!(내가 비영대인 것은 어떻게 알아냈지?)”

-설마…… 나 말고 다른 마교의 간자 중에 정도회의 간자가 있는 것인가?

놈의 의심은 그럴만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의 정체가 이렇게 빨리 밝혀질 리도 없었다.

너무 당연하다시피 자신을 추궁하는 모습은 이미 확신하는 모습이었으니까.

진백천은 복잡해 하는 그의 속마음을 들으며 피식 웃었다.

“머리 굴리지 마라. 그런 것도 다 들리니까.”

진백천이 들고 있던 육포로 놈의 머리통을 툭툭 쳤다.

평소에는 쳐다보지도 않던 육포가 소림사에 있으니 최고의 음식이 된 지 오래였다.

“회주님. 그런데 이자는 왜 이곳에 둔 겁니까? 마교의 간자라면 서둘러 처리하는 편이…….”

그 말을 하는 황대원이 슬쩍 자신의 도끼를 움켜잡았다.

“괜찮아. 이미 이야기 다 된 거니까. 필요한 정보를 캐내기에도 편하고. 또 내가 이놈이 되어야 하거든.”

순간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을 보며 진백천이 인피면구를 들어 자신의 얼굴에 뒤집어썼다.

마교의 간자는 그런 진백천을 속으로 비웃었다.

-멍청한 놈! 인피면구는 그렇게 뒤집어쓴다고 되는 게 아니다!

방법을 알지 못하면 주름이 잡히거나 쉽게 찢어져 버렸다.

그것을 만드는 것부터 착용하는 것까지 하나하나 세세한 기술이 필요했다.

놈은 곧 망가진 모습이 될 진백천을 생각하며 비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곧 드러난 진백천의 얼굴은 방덕 그 자체었다.

-어, 어떻게 회주라는 자가 인피면구 착용법을 알고 있는 거지?

‘어떻게긴. 정마대전 네놈들에게 몸으로 당하면서 배운 거지.’

그의 의문에 진백천은 굳이 대답해 주지 않았다.

놀란 것은 마교의 간자뿐만 아니라 당소예와 황대원도 마찬가지였다.

“……허억! 감쪽같아요.”

“그렇지?”

다행히 키나 근골은 근골은 어느 정도 방덕이라는 자와 비슷했다.

“흐음. 그러면 나가기 전에 본격적으로 이놈을 심문해 볼까?”

황대원은 굳은 표정으로 도끼를 들고 놈의 옆에 섰다.

마교의 간자는 눈을 부릅뜨며 이를 악다물었다.

-네놈들이 나를 갖은 고문을 해도 나는 절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육체적 고문이나 회유 따위는 전혀 없었다.

단지 진백천은 그런 놈의 앞에 의자를 끌고 와서 앉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혼잣말하듯이 중얼거리는 게 전부였다.

“네놈이 연기한 방덕에 대해 조사한 건 전부 여기 있어. 계율원에서 친히 알려줬거든. 내가 궁금한 건 네놈들이 금지에서 무슨 짓을 하냐는 거야. 장문인을 죽이려는 게 목표일 리는 없고…….”

진백천은 잠시 말을 끌었다.

간자는 역시나 무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속으로 진백천을 비웃을 뿐이었다.

-장문인 따위 죽이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지. 그딴 일로 우리가 이렇게까지 시간과 공을 들일 거라 생각하다니. 역시 멍청하기 그지없는…… 으윽!

진백천은 부러져서 살짝 비틀어진 놈의 콧대를 움켜쥐었다.

“아아. 미안. 살짝 오른쪽으로 휘었길래.”

-개 같은 놈! 이렇게 오만방자하게 구는 것도 조만간이다! 소림사가 마교의 손에 떨어지게 되면 정도회따위 고립무원에…… 크으윽!

“이번에는 그냥 마음에 안 들어서.”

진백천은 손가락에 묻은 피를 놈의 옷에 닦아냈다.

장난스러운 겉모습과 다르게 속은 복잡하게 생각 중이었다.

‘장문인이 목표가 아니라 소림사가 목표라 이거지?’

놈을 포함해서 다른 간자들을 보면 소림사에서 활동한 지 전부 오래되었다.

그렇다면 꾸미는 일이 결코 단기적이거나 평범하지는 않다는 뜻이었다.

진백천은 과거의 기억을 되짚어서 이때쯤 소림사에서 있었던 일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했다.

‘흐음. 정도회와의 사이가 좋지 않아서 그렇지. 딱히 문제 될 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방해가 되지 않아서 다행이었지.’

소림사는 소림사였고, 그들은 하나의 커다란 방패가 되어주었다.

‘설마 내가 나서면서 소림에 대한 일도 바뀐 것일까?’

이미 황궁의 일을 비롯해서 많은 곳에서 과거의 기억과 바뀌어 흘러갔다.

안정적인 일을 도모하던 마교도 이제는 슬슬 본격적으로 나설 때였다.

‘마뇌가 직접 나타난 것도 그렇고.’

“네놈들 최근에 받은 명령이 바뀌었냐?”

역시나 대답은 없었지만 그렇다는 것쯤은 눈치챘다.

진백천은 자신이 마뇌라고 가정하면서 어떤 명령을 내렸을지 생각해봤다.

‘내가 여러 문파와 사이좋게 지내면서 세력을 통합하는 것처럼 보였으니 불안했겠지. 최대한 불안과 균열을 초래해야 하는 마뇌에 입장에서 말이야.’

하지만 소림사는 마교의 간자 몇이 나선다고 해서 분열되거나 흔들리는 집단이 아니었다.

장문인이 죽는다고 해도 수많은 걸출한 인사가 있었고 그 틈을 메우는 게 가능했다.

“소림사를 분열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진백천의 중얼거림에 뒤에서 듣고 있던 당소예가 손을 들어 올렸다.

“회주님. 저 이상한 소리를 듣긴 했는데.”

“무슨 소리?”

당소예는 진백천이 마교의 간자를 잡고 원진과 대화를 나눌 때 잠시 지객당에서 빠져나왔었다.

풀만 먹자니 도저히 배가 고파서 참을 수 없었다.

그녀가 향한 곳은 지객당의 식사를 책임지는 부엌이었다.

“그곳에서 일하는 자들이 속닥이는 걸 들었거든요. 최근에 소림의 제자들 사이에서 남소림이니 북소림이니 다툼이 심하대요.”

“남소림?”

마교의 간자는 당소예를 날카롭게 노려봤다.

-……그것만 듣고서는 알지 못할 거다.

의외의 말을 들어서 그런지 진백천도 깜짝 놀랐다.

그제서야 마교의 간자들이 노리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남소림과 북소림. 마교의 놈들이 그것을 무기로 들고 나왔다 이거지?’

그것은 소림의 유명한 비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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