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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회귀백서-156화 (156/346)

무림회귀백서 156화

56장 도광귀와 십이용천공(十二龍天功)(3)

주변에서 지켜보고 있던 자들은 전부 화들짝 놀랐다.

분명히 손안에 4개의 구슬을 집는 것을 똑같이 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손을 폈을 때 구슬 대신 보인 것은 금강석 가루였다.

“뭐에요? 사기 치는 거예요? 금강석을 주먹으로 부숴 버렸을 리는 없고.”

위향아의 말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도광귀 또한 웃는 얼굴로 진백천을 가만히 내려다볼 뿐이었다.

‘보통은 아니라 생각했지만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가루로 만들어버리다니.’

진백천이 놀란 것은 바로 그러한 내력 때문이었다.

만약 이런 식이라면 진백천은 죽었다 깨어나도 그의 구슬 개수를 맞출 수 없었다.

그제서야 도광귀가 왜 이렇게 자신 있어 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자. 이제 네 차례다.”

도광귀는 남은 금강석 구슬을 진백천에게 건넸다.

유일하게 남은 것은 딱 하나였다.

이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수는 구슬이 없거나 있거나 단 두 가지 중 하나였다.

‘무조건적으로 질 수밖에 없겠지.’

진백천은 금강석 구슬을 올려놓은 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뒤집어 도광귀에게 내밀었다.

‘……평범한 자라면 말이야.’

“패배를 순순히 인정하는 모양이구나.”

“고르기나 하시죠.”

“당연히 1개지.”

도광귀는 진백천이 금강석 구슬을 부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이자가 해냈다면 나도 해낼 수 있다.’

내력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의 몸에 쌓인 비정상적인 내력은 도광귀보다 더 많으면 많지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내력의 운용뿐이었다.

스스스슥-

전신의 내력이 물결처럼 일렁이며 손바닥으로 스며들었다.

목표는 금강석 구슬이었다.

진백천은 단순히 내력을 불어넣는 것을 떠나 태천검의 파강식(破彊式)의 운용을 따랐다.

예전의 진백천이라면 감히 도전하지 못할 미세한 내력운용이었다.

‘지금이라면 할 수 있다.’

그 또한 쉬지 않고 노력해왔다.

수많은 강자를 보며 그들이 가진 강점을 보며 여러 가지 깨달음을 얻어왔다.

이제 자신도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아니, 그렇게 믿었다.

“뭐하나? 어서 손바닥을 열어라.”

“…….”

‘아직이야.’

드드드득-

도광귀가 재차 재촉하려고 할 때 손바닥 안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금강석 구슬이 조금씩 갈라지며 쪼개지는 소리였다.

주변 모두의 시선이 진백천의 주먹으로 향했다.

‘조금만 더.’

“어서 열어라!”

도광귀는 주먹에서 스멀거리며 피어오르는 가루에 버럭하며 소리쳤다.

그제서야 진백천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그를 올려다봤다.

“한 개라 했죠?”

“그렇다.”

진백천은 천천히 손가락을 폈다.

그의 손바닥에 있는 것은 곱게 갈린 금강석 모래뿐이었다.

“후우.”

진백천이 불자 먼지처럼 사방에 퍼져나갔다.

“아쉽지만 0개입니다. 아무래도 비긴 것 같은데요?”

도광귀는 이번에도 이렇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한 표정이었다.

못마땅한 표정으로 진백천과 손을 내려다보던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승부를 인정한 것이다.

“아까 나의 주먹을 버텨낸 것도 그렇고 확실히 일반적인 무인은 아니로구나.”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크흠!”

뻔뻔한 인사에 도광귀가 홱 하고 돌아섰다.

“잠시 다른 내기를 생각할 동안 쉬고 있어라!”

그가 돌아서자 조마조마하게 지켜보고 있던 일행이 환호했다.

도광귀의 눈치를 살피느라 소리가 작았지만 충분히 기뻐하는 감정이 가득했다.

“역시 회주님이십니다. 그 단단한 금강석을 가루로 부숴 버리시다니.”

“후우. 잠깐 그전에 호법 좀 서줘.”

진백천은 황대원에게 말한 뒤 곧바로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겨우 금강석 구슬 하나였지만 그것을 부수기 위해서 전심전력을 다 해야 했다.

만약 한 줌이라도 더 내력이 부족했다면 금강석 구슬은 가루가 아닌 조각이 되어 남아 있었을 터였다.

‘아슬아슬했지만 남은 게 없는 건 아니야.’

마지막 한 줌까지 태허무극진결(太墟無極進結)의 내력을 쏟아붓자 새롭게 차오르는 기운이 느껴졌다.

고여 있던 탁한 것과 다르게 처음 진기를 순환할 때와 같은 맑은 기운이었다.

새로운 태허무극진결의 기운은 전신을 빠르게 순환하며 다른 기운들도 부드럽게 포용했다.

가장 먼저 따른 것은 독정이었고 그 뒤를 천마신공과 혈강옥불상이 따랐다.

우우우우웅-

내력순환과 함께 전신에서 뿜어지던 흰색의 서광은 천천히 그 색이 바뀌었다.

백색은 녹색이 되었고, 녹색은 다른 기운과 섞이며 선명한 검녹색으로 뻗어 나갔다.

내력이 소모되며 느껴지던 탈력감은 곧 새로운 활력감으로 대체되었다.

‘격탁양청(激濁揚淸)인가.’

격탁양청은 고서(古書)에 나오는 말로 탁류(濁流)를 몰아내고 청파(淸波)를 끌어들인다는 뜻이었다.

즉, 고이고 더러운 물은 전부 흘려버리고 맑고 깨끗한 물을 다시 채운다는 말이었다.

모조리 부어내고 나서야 알 수 있는 깨달음이었다.

“다음 내기를 정했다! 꾸물거리지 마라!”

때마침 운기조식을 끝내자 도광기가 그를 재촉했다.

진백천은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회주님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도광귀는 화롯불 앞에 탁자를 놓고 그 앞에 앉아 있었다.

무언가 못마땅한 기색으로 진백천을 쳐다봤다.

“내기는 정하셨습니까?”

“정했다! 참으로 네놈이 좋아할 만한 내기지.”

“저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좋아할 거라 생각합니까?”

진백천이 심드렁하게 되묻자 도광귀가 그럴 줄 알았는지 뭔가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놨다.

타악-

그가 올려놓은 것은 다름 아닌 술병이었다.

“이번 종목은 술내기다! 어떠냐?”

“…….”

진백천은 탁자 위에 올려놓은 술병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붉은 술병에는 보일 듯 말듯 붉은 글씨체로 모타주(茅台酒)라고 적혀 있었다.

“……몇 년 산입니까?”

“50년 산이다. 무슨 술인지 알아보겠느냐?”

“명주(名酒) 중의 명주. 돈이 있어도 못 먹는 최고급 백주 아닙니까?”

“어린놈이 꽤나 애주가인가 보구나. 모타주도 알아보고. 맞다! 무려 50년 전에 내가 내기로 얻어내서 지금까지 가지고 다니던 것이지! 진품인 것은 당연하고!”

모타주는 수수를 원료를 하는 귀주에서 모타라는 마을에서만 만들 수 있는 특산주였다.

향이 무척이나 강하고 다 마셔도 한동안 몸에 향이 남을 만큼 독특한 술이었다.

특이한 것은 향신료를 전혀 넣지 않고 오로지 장기간 숙성을 통해서만 맛과 향을 내기 때문에 입에 넣는 순간부터 목구멍을 넘어갈 때까지 모두 완벽한 맛과 향을 내었다.

그렇기에 만들어지는 과정이 무척이나 극악할 정도로 오래 걸리고 노력이 필요했다.

수수를 9번 찌고 8번 발효시킨 후에 7번을 나눠 술을 받아냈다.

이렇게만 해도 1년 가까이 소요되면 숙성을 통해 1차 완료가 되는 기간이 무려 5년이었다.

일체의 물이나 다른 원료가 들어가지 않기에 필요한 시간이었다.

만약 이 중에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으면 모타주 특유의 향이 사라지기 때문에 오래된 술일수록 그 값어치가 높아졌다.

1년에 만들어지는 양이 채 5병이 넘지 않았고, 대부분은 향을 나누기 위해 평범한 백주와 섞어서 팔려나갔다.

‘50년이라니. 애주가들이 알면 이것 때문이라도 도광귀를 쫓아다니겠지.’

진백천은 잠시 대결이라는 것도 잊고 모타주를 반짝이는 눈으로 쳐다봤다.

만약 이것이 도광귀의 말대로 진품 모타주, 그것도 50년이나 묵힌 것이라면 이 술병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했다.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었고, 진백천의 전 재산을 주어도 구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가 거짓말을 할 리는 없지. 이것 또한 기연이로구나.’

“이 정도라면 저 혼자 다 마셔도 취하지 않겠는데요?”

“그렇겠지. 눈을 반짝이는 것만 봐도 얼마나 술을 밝히는 놈인지 알겠구나.”

말을 그렇게 해도 그 모습이 나쁘지는 않은지 입술을 말아 올리며 위향아를 쳐다봤다.

“여장부야. 너의 배를 보아하니 장강수로채구나. 수적놈들이야 술이면 껌뻑 죽으니 많이 있겠지? 당장 가지고 나오너라.”

“술이야 넘치고 남죠.”

위향아는 무인들을 시켜서 탁자에 술독들을 쌓았다.

진백천이 아까 함께 마셨던 소흥주(紹興酒)부터 싸구려 독주로 잔뜩이었다.

“술 내기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내력을 이용해 술기운을 내뱉는 것은 절대 금지다! 승부가 날 때까지 서로 번갈아가면서 술을 한 잔씩 마시면 되지. 어떠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내기입니다. 질 자신이 없을 정도로요.”

“너무 자신 있어 하지 마라! 나 또한 술이라면 한 가닥 하니까!”

그동안 술내기로 죽여 넘긴 자들이 수두룩이었다.

“그래 봤자 젊을 때 아닙니까? 원래 술은 늙으면 약해지는 법이니까 무리하지 마시죠?”

진백천은 가장 먼저 모타주에 손을 뻗었지만 도광귀가 손등을 탁-하고 때렸다.

“이것은 모두 승자의 것이다! 패자가 마실 수 있는 술이 아니야!”

도광귀 또한 마시지 않고 보관해 왔던 것이라 기대가 무척이나 컸다.

둘은 마치 자린고비가 굴비를 보며 밥만을 퍼먹는 것처럼 모타주를 보며 싸구려 독주를 집어 들었다.

“이번에는 저부터 마시겠습니다.”

진백천은 술독의 입구를 감싼 봉지(封紙)를 찢고 입가에 가져갔다.

벌컥벌컥-

술 한독이 금세 바닥을 드러내며 사라졌다.

“크윽. 기가 막히군.”

혀끝부터 목구멍이 불에 타는 듯 따끔거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도광귀도 따라 술을 마셨다.

둘은 한참을 번갈아 마시기를 반복했다.

탁자 주변에 널브러진 빈 술독이 잔뜩이었다.

“후우.”

도광귀는 불콰하게 달아오른 얼굴로 진백천을 쳐다봤다.

술이 강하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닌 듯 여전히 말짱해 보였다.

‘그렇다고 해도 결국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나겠지.’

진백천은 피식 웃으며 독주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들이켰다.

이제 술을 마시는 건지 물을 마시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하아. 이제 그쪽 차례입니다.”

“……제법 하는군. 몰래 주정을 내뱉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도끼눈으로 지켜보고 있으면서 무슨 말을 그렇게 합니까?”

도광귀는 진백천이 주정을 내뱉지 않는다는 것쯤은 잘 알았다.

두 눈은 이미 술기운으로 가득했다.

“뭔 어린놈이 이렇게 술을 잘 마시지?”

술 귀신에 가까운 자신이라고 해도 이제 슬슬 토지기가 올라올 지경이었다.

그는 억지로 술독을 입에 갖다 대고 들이부었다.

“끄으윽!”

진백천은 슬슬 승리가 자신 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느꼈다.

그라고 취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정 이상 쌓인 주정은 그에게 결코 어떤 영향도 주지 못했다.

‘나에게는 독정이 있으니까.’

체내에 과하게 쌓인 주정도 결국 독과 똑같았다.

그러한 주정을 독정은 남김없이 집어삼켰다.

그렇게 남는 것은 주정이 사라진 물 뿐이었다.

진백천이 독정의 활동을 멈추지 않는 이상 그가 일정 이상 취할 일은 없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갈 겁니까? 지금이라도 모타주 마시죠? 안 그러면 한 모금도 못 마실 텐데요?”

“무어라? 지금 내가 질 거라는 말도 안 되는…… 뭐냐.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

도광귀는 탁자를 강하게 내리쳤지만 단호한 그 모습과 달리 힘이 풀린 눈동자는 어쩔 수 없었다.

“싫으면 말고요.”

진백천은 또 다른 독주를 집어 들었다.

주변에서 지켜보는 이들마저 질린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도광귀는 독주를 들이킨 진백천이 아무렇지 않아 보이자 인상을 찌푸렸다.

“징글징글한 놈. 네놈처럼 마음에 안 드는 놈도 처음이구나. 역시 진소가 그자의 손자다워!”

“괜히 혀가 길어지시네요. 술 깨기 전에 어서 마시기나 하시죠?”

“……끄응.”

도광귀는 싫은 소리를 내며 술독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억지로 반쯤 마시다 이내 허공에 내뿜었다.

이제 술이 들어가래도 밀어 넣을 공간이 부족했다.

“우욱! 됐, 됐다! 네놈이 이겼다!”

촤아아아아아-

그러고 한참이나 주정을 허공에 내뿜었다.

진백천은 그 모습을 희희낙락하며 지켜보다 모타주를 챙겼다.

도광귀는 살이라도 내준 듯 입을 삐죽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기는 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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